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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210화 (210/211)
  • 210화. 최종장 (6)

    이동하는 인원은 네 명뿐이었기에 헬릭스 성까지 금방 돌아갈 수 있었다.

    장현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돌아오자, 경비병이 재빨리 아슬란을 호출했다.

    아슬란이 경비병의 연락을 받고 서둘러 달려왔다.

    “장현 님, 다시 돌아오셨군요. 무슨 일이십니까. 앗, 저분들은!”

    아슬란은 장현이 데리고 온 제넥스와 제시카를 알아보고서 깜짝 놀라 소리쳤다.

    “지금 바로 헬릭스 성주께 갈 것입니다. 소식 좀 넣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장현은 그가 눈치가 빨랐던 것을 기억하고 이번에도 그를 먼저 보냈다.

    장현은 아슬란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곧 헬릭스 성주실을 향해 들어갔다.

    “아니, 장현. 또 무슨 일인가.”

    헬릭스 성주는 장현이 제넥스 성으로 갔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벌써 그들을 끝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히 심경의 변화가 있어서 가다가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넥스, 제시카 부녀를 잡아왔습니다. 성주님께서 이들을 맡아주시기 바랍니다. 그게 성주님한테도 더욱 도움이 되겠지요.”

    장현이 눈짓하자 최형석은 제넥스 부녀를 끌고 와 헬릭스 앞에 내밀었다.

    “아니 제, 제넥스. 그리고 제시카까지.”

    “끄응.”

    제넥스는 헬릭스를 힐끗 보고서 고개를 숙였다.

    헬릭스는 놀란 얼굴로 두 부녀를 한번 본 뒤, 장현을 돌아보며 물었다.

    “설마, 벌써 제넥스 성을 공략한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저 둘이 이 꼴로 여기에 올 리가 있겠습니까?”

    “허허, 대체 여길 떠난 지 얼마 됐다고.”

    헬릭스는 새삼스레 장현이 무서워졌다.

    제넥스 성주를 잡아들였다면, 그의 부하들까지 모두 해치웠다는 말이 된다.

    더군다나 제오 장로를 비롯한 마왕군의 패잔병들이 제넥스에게 의탁을 했다고 들었는데, 그들마저 처리했다는 말인가.

    혹시나 해서 헬릭스는 물었다.

    “제넥스 성에 제오 장로와 마왕군 병사들은 없었는가?”

    “그들도 있었지요. 물론 지금은 최형석의 언데드 부하가 되었지요.”

    “아…….”

    헬릭스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다 문득 장현이 제넥스와 제시카는 왜 살려뒀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들은 왜 살려서 데려온 거지?”

    “아르헨 국왕이 이들을 살려달라고 부탁하더군요.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들이 살아있으면 후환이 생길 수 있네.”

    헬릭스는 역시나 정치적 감각이 뛰어났다.

    그는 아르헨이 제넥스와 제시카를 살려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얘기를 듣자, 바로 우려를 드러냈다.

    “이들을 죽이면 아르헨과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죽여야 해.”

    “후, 일단 저는 성주님께 이들의 처분을 맡기겠습니다. 죽이든 살리든 알아서 하시죠. 아르헨을 감당할 수 있다면요.”

    “음…….”

    헬릭스는 난감했다.

    아르헨에게 밉보이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고 안젤라가 마왕이 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는 자들을 그대로 둘 순 없었다.

    그때 장현이 말했다.

    “이제 진짜로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보는 건 아마도 안젤라의 마왕 즉위식 때가 되겠군요.”

    “부디 그러길 바라네.”

    장현은 제넥스 부녀를 헬릭스에게 맡겨두고는 다시 몸을 돌렸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장현은 마르바스 성으로 돌아오자마자 곧장 안젤라에게 향했다.

    그녀는 마계의 세력 구도와 정치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었다.

    마왕이 되기 위한 준비의 일환이었다.

    그러다 장현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기뻐하며 달려와 안겨들었다.

    “장현, 무사히 돌아왔구나. 기다리고 있었어. 이제 더 이상 날 혼자 두지 마.”

    “안젤라, 이제 넌 마왕이야. 이런 행동은 체통을 떨어뜨려.”

    장현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 역시 안젤라가 그리웠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흥, 체통이 뭐 어쨌다고 그래. 내가 마왕 자리를 원했던 것도 아닌데, 뭘.”

    “마왕 자리에 앉고 나서도 과연 같은 마음일까.”

    장현은 떠보려는 듯 물었다.

    “당연하지. 난 네가 마왕이 되길 원했기에 수락한 거였어. 마왕 자리에는 아무런 욕심도 없다고.”

    장현은 안젤라의 그 말이 기뻤다.

    잠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더니 이윽고 입술에 키스했다.

    안젤라는 살짝 놀란 듯하더니, 얼굴에 붉은 홍조를 띄웠다.

    곧 눈을 감고 그 순간을 즐겼다.

    안젤라와 시간을 보낸 장현은 이어 아르헨에게로 향했다.

    그가 직접 부탁을 한 만큼, 제넥스와 제시카에 대한 얘기는 자신이 설명할 생각이었다.

    아르헨은 클라우드 왕국의 주 사업인 물류사업의 밀린 일처리를 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장현이 아르헨의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그는 결재를 필요로 하는 서류들을 뒤지고 있었다.

    “아르헨, 바쁘나?”

    장현은 조심스레 문을 닫으며 아르헨을 불렀다.

    아르헨은 장현을 보더니 기지개를 폈다.

    “아으, 일이 너무 많네. 국왕 노릇 하기 싫다. 그냥 나가서 싸우는 게 훨씬 낫겠어.”

    “일이 어지간히도 많나 보군. 그럼 부하들에게 위임을 줘.”

    “그래도 결재는 내가 직접 해야 되나 봐. 그것도 위임이 가능해?”

    “결재까지 다 맡길 최고경영자를 한 명 두고, 실적만 관리하면 돼. 실적 안 좋으면 최고경영자를 갈아치우면 되고.”

    “오호, 그렇군. 너도 그렇게 하는 거야?”

    “그래. 그러니 사업을 잔뜩 벌여놓고도 이렇게 외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거지.”

    “마왕 자리도 위임할 생각이야?”

    아르헨의 말에 장현은 가만히 그를 쳐다보았다.

    아르헨 또한 장현을 바라보았다.

    곧 장현이 말했다.

    “아르헨, 너의 부탁대로 제넥스 부녀는 살려줬어. 그들은 지금 헬릭스 성에 있어.”

    장현의 말에 아르헨은 표정의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현은 지금의 분위기가 답답했다.

    결국, 아르헨의 본심을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르헨, 하나만 물어보자. 혹시 마왕 자리에 욕심이 나는 거야?”

    장현은 직접적으로 물었다.

    빙빙 돌려서 얘기하는 건 그들의 성향에 맞지 않았다.

    아르헨이 장현의 말에 반문했다.

    “욕심이 난다면 줄 생각은 있고?”

    “……그래.”

    장현의 대답에 아르헨은 눈을 크게 떴다.

    “거짓말. 날 떠보는 거지?”

    “네가 원하면 줄 수도 있다.”

    “정말로 하는 소리야?”

    “그래. 안젤라도 마왕 자리를 별로 안 원하기도 하고, 사실 남은 인류가 걱정되어 안젤라 외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거든. 아르헨 네가 원한다면 너에게 마왕 자리를 넘겨주도록 할게. 안젤라도 기뻐할 거야. 대신, 그럼 나와 안젤라는 지구로 갈 생각이야.”

    “지구로 간다고? 이미 지구는 마족에게 파괴되었을 텐데. 예전에 네가 살던 때와는 다른 상황일 거야.”

    아르헨은 아직 장현의 대규모 시공간 이동 계획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아직 말해준 이가 많지는 않았기에, 그의 질문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마왕을 죽이고 얻은 창조신의 패드와 내가 가진 창조신의 패드를 함께 운용하면, 단 한 번에 한해 원하는 시기의 고향으로 가는 게 가능해. 그리고 우리 둘뿐 아니라 모든 플레이어들을 각자의 고향으로 보내줄 수도 있어.”

    “원하는 시기를 선택해서 돌아갈 수 있단 말이야?”

    아르헨은 눈빛이 크게 흔들린 채 물었다.

    “그래. 단 한 번에 한해서 가능해.”

    “으음. 돌아갈 수 있다니.”

    아르헨은 신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그는 고향인 클라우드 제국에서 공작 가문의 서자로 태어나, 본부인과 그 자식들에게 목숨의 위협을 받아 가문에서 도망쳤었다.

    본가에서 도망칠 때, 반드시 복수하고 떳떳하게 최고의 자리에 앉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헌터 길드로 들어가 마침내 최강의 헌터가 되어 복수하려했을 때, 갑자기 마족들이 침공해오면서 그는 자신의 복수를 실현하지도 못하고 마계로 끌려온 것이었다.

    이제 마왕마저 그의 검으로 죽였으니. 복수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방금 장현은 그에게 마왕의 자리를 원하는지 물었고, 아르헨은 장난 반 진심 반으로 그를 떠보았다.

    사실 그 자신도 마왕이 되고픈 생각이 확실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장현이 분노할 것이라는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장현은 진심으로 마왕의 자리를 내놓겠다고 했다.

    그리고 안젤라와 함께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문득, 아르헨은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결국 그는 사과했다.

    “미안하다. 장현.”

    “뭐가 말이야?”

    “난 내 고향 클라우드 제국으로 돌아갈 거야. 나는 해야 할 개인적인 복수가 있어. 마왕의 자리 어쩌고는 그냥 장난쳐본 거야.”

    아르헨의 말에 장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장현은 그가 마왕의 자리를 원하면 넘겨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이들의 반발이 터져 나올 수도 있었지만, 그건 남은 자들의 몫.

    아르헨이라면 반발을 무력화시킬 힘도 있었기에 상관없었다.

    다행히 농담이었다고 하니, 더 이상의 장애물은 없다.

    “알겠어. 그럼 이제 안젤라의 마왕 즉위식을 준비할 거야. 그 직후에는 원하는 자들을 모두 고향으로 보내줄 거고. 아르헨 너도 원한다면 그때 갈 수 있을 거야.”

    “알겠다. 그런데 넌 정말로 마왕 자리와 권력에 미련이 없는 거냐?”

    아르헨이 장현의 얼굴을 뜯어보듯 살피며 물었다.

    진지한 얼굴이 아닌, 장난기가 다분한 원래 아르헨의 모습이었다.

    “지쳤어. 회귀까지 하면서 너무 긴 시간을 달려오다 보니 이제는 그만 쉬고 싶어. 마계가 안정화되고, 남은 자들과 우리가 준비해놓은 사업들이 잘 돌아가기만 하면 난 안젤라와 쉴 거야. 마왕 자리는 위임을 줘야지.”

    “그렇군. 수고 많았다, 장현.”

    “아르헨. 난 너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어. 회귀 전 날 과거로 돌려보낸 너와 마현, 제이미, 테오. 지금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해. 사실 요즘은 계속해서 그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장현은 오래된 자신의 고민거리를 아르헨에게 털어놓았다.

    아르헨의 수고했다는 그 한마디에, 자신도 모르게 속에서 무언가가 복받쳐 올랐던 것이었다.

    “장현, 과거가 바뀌었기에 그곳의 미래 또한 바뀌었을 거야. 비록 내가 너와 공유할 수 있는 1회차의 기억은 없을지라도, 넌 우릴 구했어. 네가 한 일은 헛된 것이 아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래. 내가 기억은 없을지라도, 나 자신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을 거라는 것쯤은 안다. 난 분명 지금의 너에게 고마워했을 거야.”

    아르헨이 장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 말은 장현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고맙다, 아르헨.”

    “아니다. 나야말로 고맙다. 플레이어 신분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고향까지 돌아갈 수 있게 해줬으니까.”

    아르헨과 장현은 마주 보며 미소 지었다.

    장현은 아르헨과 얘기가 잘되자 플레이어들의 수뇌부를 불렀다.

    대부분의 수뇌부가 마르바스에 모여 있었기에 회의는 금방 이루어졌다.

    “중요한 일을 발표하기 위해 여러분을 불렀습니다.”

    장현의 말에 사람들은 드디어 때가 왔구나 생각했다.

    다들 장현의 입을 주목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본 장현이 말했다.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마계의 일이고, 하나는 우리 고향의 일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마계의 일을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고향의 일을 논한다니.

    여기에 있는 자들은 모두 고향이 달랐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왔기에, 사실 같은 인류지만서도 각자의 출신에 따라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었다.

    그동안 침묵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입을 열어 질문을 해댔다.

    “고향의 일이라니. 누구의 고향을 말하는 겁니까.”

    “우리의 고향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요?”

    웅성대며 물어보는 자들에게 장현은 답하지 않고 손을 들어 올렸다.

    “조용! 잠시 조용해주십시오. 지금은 질문을 받지 않겠습니다. 모든 얘기가 끝나고 나서 질문을 받겠습니다. 그러니 제 말부터 들어주십시오.”

    주위가 조용해지자 장현은 말했다.

    “여러분이 고향에 대해 궁금해 하시니, 먼저 고향의 일부터 얘기하겠습니다. 저는 단 한 번에 한해 모든 플레이어들을 각자의 고향으로, 그것도 원하는 시간대로 보낼 수 있습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원하는 시간대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요?”

    장현의 말로 인해 다시 시끄러워졌다.

    “제 말, 아직 안 끝났습니다.”

    장현이 버럭 화를 내자, 그제야 다시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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