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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207화 (207/211)

207화. 최종장 (3)

아슬란은 장현에게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했다.

“여기는 도축 후에 바로 고기를 만들 수 있게 했습니다. 고기는 신선육과 가공육 두 종류로 만듭니다. 이곳은 신선육을 만드는 곳이고, 가공육 설비는 옆 건물로 가야합니다.”

“신선육은 그냥 바로 구워먹거나 육회로 먹는 용일 테고, 가공육은 어떤 제품들이 있나?”

“가공육으로는 베이컨과 소시지, 햄이 있습니다.”

“감자두더지로도 가공육이 가능한가?”

“그렇습니다. 사실 감자두더지는 마나를 품고 있기에 신선육으로 주로 사용합니다만, 남은 부위들을 모아 소시지나 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맛은 마계돼지보다 감자두더지로 만든 게 더 좋습니다.”

“오호, 혹시 지금 감자두더지 가공육이 있으면 한번 시식해 볼 수 있을까?”

“물론이지요. 지금 바로 시식하실 수 있게 준비하겠습니다. 저쪽으로 가시죠.”

아슬란은 부하 직원에게 눈짓으로 서둘러 시식 준비를 시켰다. 그리고 장현과 최형석에게 자잘한 것들을 설명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곧 그들은 감자두더지 가공육 설비시설에 도착했다.

그때는 이미 직원들이 화로와 그릴을 준비해둔 상태였다.

캠핑용으로 쓰면 좋을, 작은 화로와 그릴이었다.

“이런 게 미리 준비되어 있다니, 준비성이 좋군.”

장현이 칭찬하자 아슬란은 쑥스러운 듯 대답했다.

“아하하. 감사합니다. 매일 처음 생산한 가공육의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직원들이 시식하는 용으로 가져다 놓은 것입니다. 오늘 두 분께 대접해드릴 수 있게 되어 참으로 영광입니다.”

아슬란은 자신이 직접 신선육과 소시지, 햄을 그릴에 구웠다.

그릴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익는 고기와 소시지, 햄이 환상적인 냄새를 풍겼다.

“냄새부터가 장난 아닌데. 원래 감자두더지 고기에서 이렇게 맛있는 냄새가 났던가.”

장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전에 영지에서 감자두더지를 잡아 구워먹은 적이 있었지만 이런 향이 나지는 않았다.

“하하. 냄새뿐만이 아닙니다. 이제 다 구워졌으니 한번 드셔보시죠.”

아슬란은 장현과 최형석 앞에 구운 고기와 소시지, 햄을 놓았다.

먼저 구운 신선육 고기를 한 입씩 먹은 두 사람의 눈이 동그래졌다.

“뭐야. 이거 입에서 살살 녹는데.”

“으아. 형님, 감자두더지 고기가 이렇게 맛있었나요?”

입에 넣는 순간 고기가 녹아내린다는 말처럼 혀 안을 자극했다.

뭔가 짭짤한 것이, 간을 따로 한 것 같기도 했다.

“다행히 입에 맞으신가 봅니다. 사실 이 고기는 도축한 지 20일 된 고기입니다.”

아슬란은 두 사람의 반응에 기분이 좋은지 웃으며 말했다.

“20일 된 고기라고? 이게 갓 도축한 것보다 더 맛있는데?”

“요리연구가 김민우 님께 고기의 숙성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이건 김민우 님께서 고민 끝에 개발한 레시피로 만든 것입니다.”

“아하, 김민우 요리사가 개발한 거라고. 과연 그렇군. 예전에 그가 요리한 마계돼지 스테이크 역시 일품이었어. 감자두더지 숙성 레시피도 만들었다니, 역시 수석 요리사답군.”

“그렇습니다. 다만 그분은 지금 수석 요리사에서는 물러나셨습니다. 현장에 계시지는 않고, 요리 연구가의 길을 걷고 계십니다. 최근에는 김혜정 씨에게 디저트 레시피를 개발해서 알려드렸다고 하더군요.”

아슬란의 말에 장현은 얼마 전 김혜정이 디저트와 관련된 사업을 한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김민우 수석 요리사. 대단한 사람이군. 여러 사업에 쓸모가 있겠어.’

장현은 새삼스레 그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요리사로만 뛰어난 게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무척 수완이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일 그에게 있어 김민우 수석 요리사, 아니 요리 연구가의 재발견은 이번 헬릭스 성 방문에서 얻은 생각지 못한 소득이었다.

장현은 인재를 아꼈다.

“김민우 요리 연구가는 지금 어디에 있지?”

“그분의 요리 연구실은 영지 안에 있습니다. 지금 바로 가보시겠습니까?”

“그러도록 하지. 여긴 볼 만큼 본 거 같으니까.”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슬란은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고, 처세술이 뛰어났기에. 장현은 그에게 가이드 역할을 맡길 생각이었다.

장현이 아슬란과 함께 축산 클러스터에서 나와 김민우를 찾아갈 때, 김민우는 오마카세 신 메뉴를 개발하고 있었다.

마계돼지와 감자두더지를 재료로 육회, 바비큐, 스테이크, 소시지, 햄 등에 여러 야채 및 소스를 함께 곁들인 메뉴였다.

“흠, 이것은 좀 더 굽기를 레어로 하는 게 좋겠군. 감자두더지의 육즙을 제대로 살려야지. 향신료가 오히려 풍미를 방해할 수도 있겠는걸.”

그때 아슬란에 앞서 먼저 소식을 전하러 떠났던 리자드맨 직원이 벌컥 연구실 문을 열고 소리쳤다.

“김민우 님, 지금 장현 님과 최형석 님이 오셨습니다.”

“뭐라. 장현 님과 최형석 님이 오셨다고? 그게 사실이냐?”

“네. 지금 아슬란 사장님이 두 분을 모시고 이곳으로 오고 계십니다. 제가 먼저 소식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김민우는 다급히 만들던 메뉴를 정리했다.

힐끔 쳐다보는 눈길에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장현과 최형석이 누구던가.

마왕을 죽이고 당대 마계의 실세로 떠오른 인물이다. 더군다나 지금 그는 헬릭스 성의 소성주 안젤라를 마왕으로 추대하고자 발 벗고 뛰어다니는 중이다.

또한 그는 장현과 안젤라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다.

안젤라가 마왕이 된다면, 장현은 마왕의 남편이 될 것이다.

그런 그가 금의환향하여 영지로 돌아왔다니, 김민우로서는 무엇보다 그의 접대를 우선시해야 했다.

서둘러 요리 연구실을 빠져나가려는 그때. 아슬란이 장현과 최형석을 데리고 왔다.

“김민우 수석 요리사, 아니 이제 요리 연구가시죠. 오랜만입니다.”

장현이 먼저 인사하며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입니다. 장현 님. 대업을 마치시고 돌아오신 걸 축하드립니다.”

김민우는 장현이 내민 손을 맞잡으며 환영했다.

“내가 여기 헬릭스 성에 와서 가장 먼저 들린 곳이 여깁니다.”

장현은 슬쩍 아슬란을 쳐다보고는 뒷말을 덧붙였다.

“축산 클러스터는 성 밖에 있으니 예외로 칩시다.”

“영광입니다. 혹시 제게 다른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

김민우는 장현의 말에 조금 의아해했다.

헬릭스 성에 오자마자 자신에게 들렸다니, 무슨 다른 용무라도 있는 것인가 생각했다.

장현은 최형석과 함께 마계의 여러 성들을 돌아다니며 안젤라의 마왕 추대를 진행하고 있던 차다.

그런 그가 헬릭스 성에 들러 자신을 가장 먼저 찾은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아슬란의 축산 클러스터에서 시식을 하는데 깜짝 놀랐지 뭡니까. 마계에서 처음 먹어보는 고향의 맛이었습니다. 마계의 식재료로 고향의 맛을 내다니…. 아슬란 사장에게 물어보니 그 요리 레시피를 개발한 사람이 김민우 님이라고 하더군요.”

장현의 말을 들은 김민우는 싱긋 웃었다.

“마침 새로 만든 요리가 있는데, 한번 드셔보시겠습니까?”

“오, 정말요? 감사합니다.”

김민우의 말에 장현은 눈을 번뜩이며 반겼다.

최형석 또한 입이 귀에 걸린 건 마찬가지였다.

“저도 기대됩니다. 혹시 술은 없습니까?”

술을 사랑하는 최형석의 말에, 김민우는 씨익 웃었다.

“수제 맥주와 와인이 있습니다. 어떤 걸 드시겠습니까?”

“맥주지. 수제 맥주로 줘요.”

최형석이 테이블을 탕탕탕 두들기며 신나서 소리쳤다.

“장현 님은 어떤 걸 드시겠습니까?”

“같은 걸로 주세요.”

고개를 끄덕인 김민우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익숙하게 요리를 시작하는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얼마 후 요리를 접시에 담아 가져온 김민우는 두 사람의 테이블에 요리를 내놓았다.

“오늘의 요리는 오마카세입니다. 첫 번째 메뉴는 감자두더지 육회에 직접 개발한 양념을 버무린 요리입니다.”

김민우가 요리에 대한 설명을 하고나자, 장현과 최형석은 한 젓가락씩을 집어 먹었다.

“마, 맛있어!”

“와……. 이게 육회라고요.”

둘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곧 젓가락질로 이어갔다. 순식간에 다 먹고는 동시에 말했다.

“이거 좀 더 없습니까?”

“물론 있습니다만, 아직 요리가 더 남았습니다. 다 먹고 나서 드시는 게 어떨까요?”

“쩝, 그렇게 하죠.”

최형석은 영 아쉬운지 맥주를 벌컥 마셨다.

요리는 계속해서 하나씩 나왔고, 장현과 최형석은 아쉬움이 사라질 정도로 즐거운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난 후 장현이 김민우에게 감사를 표했다.

“오늘 김민우 요리 연구가 덕분에 정말 맛있는 식사를 했습니다. 마계에 온 이후로 처음 맛보는 그리운 음식들이었습니다.”

“맛있으셨다니 다행이군요. 제가 요리를 하다 보니 스킬이 요리 쪽으로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 스스로도 더 노력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면 장현 님께 먼저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정말 축하합니다. 요리 쪽 스킬이라니 김민우 님에게 딱 적합한 스킬이군요. 그렇잖아도 의논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잘 되었습니다.”

“혹시 요식 사업과 관련된 일인가요?”

김민우는 장현의 생각을 예상이라도 한 듯 물었다.

“맞습니다. 마계에 요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여보려고 합니다. 마계의 고위 귀족들과도 만나봤지만 그들의 음식 문화는 우리 지구의 것보다 훨씬 떨어지더군요. 마계 주민들에게 우리 인류의 음식 문화를 알려 문화적으로 다가가는 동시에 포인트를 벌고자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마계에 남을 사람들을 위해 지구와 똑같은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지구와 똑같은 환경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려고 합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억제될 수 있도록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저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장현의 솔직한 대답에 김민우는 감탄했다.

이어 무언가 망설이더니 곧 입을 열었다.

“사실 그렇다면 적당한 요리가 있습니다. 조금 전 준비했던 오마카세는 프랜차이즈와는 맞지가 않습니다.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요리가 좋겠지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금방 준비해서 보여드릴 테니 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김민우의 말에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불렀지만 시식 정도는 가능했다.

거기다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라는 그의 말에 기대가 생기기도 했다.

무언가를 튀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익숙하고 그리운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어라? 이건 혹시.”

최형석이 먼저 코를 킁킁 거리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냐, 최형석. 왜 그래?”

“형님. 이건 치킨 냄새 아닙니까?”

“치킨? 여긴 닭이 없잖아.”

“그런데 치킨 냄새가 나네요.”

마계에는 닭이 없었다. 지구에서 온 인간 플레이어들이 가장 아쉬워했던 부분이 닭이었다. 가장 친숙한 요리이자 간식인 치킨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결핍이었다.

“혹시 감자두더지로 튀김 요리를 한 걸까?”

장현이 그렇게 중얼거릴 때, 곧 김민우가 큰 접시에 튀김 요리를 가득 담아왔다.

“감자두더지 고기를 밀가루 반죽에 튀긴 요리입니다. 간장 베이스 소스와 허니버터 소스를 묻힌 두 가지 맛으로 준비했습니다.”

“정말 치킨이잖아. 간장과 허니버터, 반반 치킨.”

장현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얼른 치킨 같은 튀김을 한 덩이 집어 입에 넣었다.

곧 그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아. 이건 치킨이야, 치킨. 아니, 맛은 훨씬 뛰어나. 대체 어떻게 감자두더지로 치킨 맛을 구현해낸 거지.”

“크으……. 끝내줍니다, 형님. 맥주랑 너무 잘 어울립니다.”

최형석은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흘릴 기색이었다.

“요리 쪽 스킬이 없었다면 구현하기가 힘들었을 겁니다. 원래 고기의 식감 자체가 다른 데다, 기름에 고기 반죽을 튀기니 감자두더지가 품고 있는 마나가 기름과 안 맞는지 의도한 치킨 맛과는 다른 맛이 계속 나더군요. 그래서 감자두더지의 마나를 제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마나를 제거한다고? 그럼 고기의 질이 떨어지지 않나?”

“구이나 육회로 먹을 때는 마나가 감칠맛을 나게 해 좋았지만, 튀김 요리는 고기의 질을 떨어뜨리더라도 치킨 맛과 식감을 내도록 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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