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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206화 (206/211)
  • 206화. 최종장 (2)

    장현은 그 모습을 보더니 최형석에게 물었다.

    “형석아, 아스멜 성주를 언데드로 소환할 수 있겠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려웠겠지만, 이제는 가능합니다.”

    최형석은 자신감을 보이며 말했다.

    “그럼 그를 언데드 병사로 만들어.”

    “형님, 아시겠지만 성주급 고위 마족을 언데드 병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마나 포인트가 엄청 많이 필요합니다.”

    “포인트는 내가 지원해줄 테니 진행해.”

    “알겠습니다.”

    최형석은 입이 헤벌쭉해지며 내심 환호성을 질렀다.

    성주는 명실상부한 고위 마족, 그것도 군단장보다 높은 등급이다.

    마르바스 성주는 활강시인 만큼 제외하고, 최형석의 언데드 병사 중 가장 강한 자는 마록이다.

    아스멜 성주를 언데드로 부릴 수 있게 된다면 그의 언데드 군단의 전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이었다.

    고위 마족인 아스멜 성주를 소환하는 것은 많은 포인트를 필요로 하는 일이지만, 장현이 시킨 것이니 더 이상 포인트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최형석이 사령술 진법을 그리기 시작했고, 곧 아스멜 성주가 언데드로 소환되었다.

    그는 죽기 직전과 같은 외모였다.

    눈빛이 좀 더 음침해지고, 피부가 창백해지긴 했지만. 언데드가 되어도 외모상의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성주급의 고위 마족이어서 그런가. 활강시 못지않게 생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군.’

    장현은 아스멜을 보며 생각했다.

    그때 아스멜이 공손한 어조로 최형석에게 인사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살아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였다.

    장현이 물었다.

    “최형석, 언데드 아스멜은 생전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나?”

    “아마 부분적으로는 기억을 유지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포인트를 추가로 사용하면 기억을 구체적으로 살릴 수 있긴 합니다. 그동안은 언데드의 생전 기억이 필요치 않아서, 따로 시도해본 적이 없어 더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그래. 놈의 지능과 생전 기억을 가능한 한 다 되살려보도록 해. 그에 필요한 마나 포인트 또한 다 지원해줄 테니.”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형님.”

    “알겠다. 괜찮아.”

    장현이 실패에 대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하자, 최형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스멜 성주의 기억을 되살리려 했다.

    장현이 굳이 아스멜의 생전 기억을 회복시키려 하는 것은 반도체 장비 핵심기술들을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그뿐 아니라 언데드 상태여도 외형이 생전과 큰 차이가 없었기에, 마르바스 성주처럼 그를 조종해 안젤라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도록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잠시 후 최형석이 아스멜에게 뭔가를 물어서 확인하고는 난감한 듯 얘기했다.

    “형님, 아무래도 제 사령술이 아직 미진해서 기억을 되살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사령술 레벨이 더 올라야 가능할 거 같습니다.”

    “그렇군. 알겠다. 사령술을 좀 더 향상시키도록 해.”

    “알겠습니다. 형님.”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안젤라를 지지하는 연설을 시키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기억에 대한 것도 최형석의 사령술이 성장하면 되는 문제였으니, 시간만 있으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했다.

    ‘어차피 반도체 장비 생산기술은 급한 문제는 아니니까.’

    아스멜을 언데드 병사로 얻은 것만 해도 예상외의 소득이었다.

    장현은 문득 최형석을 쳐다봤다.

    ‘어쩌면, 1회차와 비교해 가장 성장한 인물은 최형석일 수도 있겠어.’

    물론 김덕배, 이나연의 운명도 크게 바뀌긴 했지만. 최형석은 종류가 달랐다.

    그는 애초에 악인이었던 인물이다.

    이번 2회차 초기까지만 해도 장현은 그를 죽일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잠시 지켜본다고 살려둔 게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변할 수 있는 걸까. 영원한 악인은 없는 걸까.’

    장현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영원한 선인도 악인도 없는 걸까.

    자신은 어디에 속하는지 생각해봤다.

    아스멜 성주가 자신에게 협조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를 언데드로 만들기까지 했으니. 적어도 선인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훗. 쓸데없는 생각을 했군.’

    선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바라는 것은 오직 인류의 안전과 독립뿐이었다.

    그 목표를 방해하는 자는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얼마 후 언데드 마록이 최형석에게 와서 보고했다.

    고개를 끄덕인 최형석이 장현에게 전달했다.

    “형님, 이제 아스멜 성에 있던 모든 병사들을 언데드로 만들었습니다. 살아있는 자들은 병사가 아닌 일반 마계 주민들입니다.”

    “그 주민들은 반도체 장비 회사의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대부분이겠지?”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그럼 내버려둬. 언젠가 그들 또한 흡수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 길로 장현과 최형석은 아스멜 성을 떠났다.

    한편 마계에서는 마왕군과 대공군, 반란군의 잔존 세력들 간의 전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무주공산이 된 마왕의 자리를 노리는 성주들이 자신들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발악을 하는 것이었다.

    마초가 이끄는 반란군은 안젤라와 장현의 눈치를 살피며 세력을 모으고 있었다.

    장현은 딱히 그들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마초의 반란군은 무력면에서도, 세력면에서도 걱정할 정도가 아니었다.

    그것을 알아서인지 마초는 설설 기다시피 했다.

    한편, 마왕군의 잔존 세력을 제오 장로가 제넥스 성으로 이끌고 피신하면서, 제넥스 성주가 마왕군 잔존 세력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제오 장로가 제넥스 성주에게 분통을 터트리면서 말했다.

    “제넥스 성주, 지금 장현 놈이 안젤라를 마왕으로 추대하고자 대대적으로 세력을 모으고 있소. 이대로 놔두면 진짜로 안젤라가 마왕이 될지도 모른단 말이오.”

    “제오 장로, 그래서 나더러 어쩌란 말이오. 바알 마왕마저 인간 플레이어들에게 소멸당한 마당에, 내가 그들의 상대가 될 수 있겠소이까. 아니면 제오 장로에게 그들을 상대할 방책이라도 있습니까?”

    “그렇다고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그들은 결코 마왕의 최측근이었던 우리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오. 제넥스 성주의 사업도 모조리 빼앗아 갈 것이란 말이오.”

    제오 장로의 말에 제넥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 점은 그 역시 염려하던 바였다.

    제넥스 성은 헬릭스 성과 인접해 있었고, 차기 마왕 후보로 첫손에 꼽히는 안젤라는 제시카와도 사이가 나빴다.

    그들이 제넥스, 제시카 부녀를 살려줄지 알 수 없었다.

    제넥스는 문득 한쪽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제시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지금 표정이 무척이나 좋지 않았다.

    예전에 안젤라가 한낱 영지민 플레이어인 장현과 사랑에 빠져 ‘플레이어 런 킹덤’ 경기에 참가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깔깔 거리며 비웃던 제시카였다.

    “서큐버스는 사랑에 빠지면 정신이 나간다더니, 완전히 미쳐버렸구나. 안젤라. 깔깔깔.”

    물론 제시카는 아르헨이 영지민들과 함께 킹덤으로 갈 때, 안젤라와 다른 선택을 했다.

    제시카는 아르헨을 어느 정도 대우는 해줬지만, 다른 마족들과 마찬가지로 그를 능력 좋은 하인이나 다름없이 대했다.

    경기를 위해 떠날 때도 제넥스 성의 이름을 드높이고 살아남으라는 덕담을 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지금 아르헨은 마왕을 죽인 플레이어들의 영웅이자, 마계의 실세였으니.

    제시카의 심정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였다.

    그때 제넥스가 제시카를 불러 말했다.

    “제시카, 방금 제오 장로님의 말씀을 너도 들었겠지. 지금 우리는 아주 큰 위기에 처해있다. 헬릭스 성의 장현과 최형석이 마계 전역을 돌아다니며 안젤라가 마왕 자리에 오르도록 지지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아스멜 성주가 장현의 요청에 거절한 죄로 성주 본인과 병사들 모두 최형석의 언데드 병사가 되었다고 한다.”

    “저도 알아요. 그래서 두 분은 어쩔 건데요?”

    제시카는 그늘진 얼굴로 물었다.

    “아르헨에게 연락을 해서, 그가 우리를 지지할 수 있도록 설득해다오.”

    제넥스의 말에 제시카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 그게 되겠어요? 그는 장현의 동료란 말이에요. 거기다가 직접 마왕을 죽였어요. 그런데 마왕의 최측근이었던 우리를 지지하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요? 차라리 항복할 테니 살려달라고 하는 게 더 가능성이 있을 거예요.”

    제시카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고서 고개를 저었다.

    “그는 과거 너에게 호감을 가졌던 것으로 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너와 그가 맺어지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지 않겠니.”

    “하아, 아버지. 지금 무슨 생각하시는지 알겠는데, 그와 맺어질 생각을 했다면 안젤라처럼 그가 영지민일 때 잡았어야 했어요.”

    “그가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는 장현에게 죽게 될 거다. 그냥 죽는 정도가 아니라 언데드 병사가 되겠지. 너는 감당할 수 있겠느냐?”

    제시카는 아버지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다른 건 몰라도 언데드 병사가 되어 영원히 최형석의 부하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그녀도 무서웠다.

    비굴하게 아르헨에게 매달리는 한이 있더라도, 언데드 병사가 되기는 싫었다.

    “알겠어요. 그에게 연락해보도록 하죠.”

    제시카는 결국 제넥스의 요청에 응했다.

    ***

    장현은 최형석과 함께 헬릭스 성으로 가고 있었다. 그는 중립 성주들을 회유하던 일을 모두 마쳤다.

    맡은 일을 모두 끝냈기에 이제 헬릭스 성으로 돌아가 오랜만에 사업체들을 둘러보려고 했다.

    헬릭스 성에 도착할 때쯤, 멀리서 정겨운 냄새가 흘러와 코끝을 스쳤다. 마계돼지 사료의 냄새였다.

    ‘사료시설과 마계돼지 축산 클러스터를 지었다더니, 여기까지 냄새가 흘러나오는군.’

    관심이 큰 사업이었다.

    그는 앞으로 마계 전역에 마계돼지와 감자두더지의 신선육 및 가공육을 공급할 생각이었기에, 헬릭스 성에 들른 김에 직접 가볼 생각이었다.

    그가 사료시설에 다가가자 입구에 있던 리자드맨 직원이 그를 알아보고서 깜짝 놀랐다.

    “앗! 장현 님 아니십니까.”

    “어, 맞아.”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슬란 사장님을 모셔오겠습니다.”

    리자드맨 직원은 허둥지둥하며 안으로 뛰어들어갔고, 곧 아슬란이 뛰어나왔다.

    “아이고, 장현 님. 여기까지 오셨군요. 미리 연락이라도 주셨으면 제가 준비하고 마중 나갔을 텐데요.”

    “아니, 뭘 굳이 연락까지 해. 그냥 오면 되는걸. 일하느라 다들 바쁠 텐데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장현 님께서 와주시는 것은 저희에게 영광 그 자체입니다. 마왕을 처단하시고 무사히 귀환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슬란은 인사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게 장현과 그 동료들의 예절이란 것을 배웠던 것이다.

    장현은 그의 인사를 보고서 피식 웃었다.

    “아니. 뭘 배꼽 인사까지 하고 그래. 그냥 하던 대로 해.”

    “하하하. 장현 님과 최형석 님의 고향인 대한민국의 문화를 좀 배워봤습니다.”

    장현은 아슬란이 새롭게 보였다.

    이 자가 이런 처세술까지 있었나 싶었다.

    물론 잘 보이려고 아부한다는 건 알았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래. 자네 좀 대단하군.”

    “아닙니다. 평소부터 장현 님과 최형석 님을 비롯해서 관리자분들을 존경했습니다. 그래서 고향인 대한민국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다행히 마튜브에 관련 영상들이 꽤 있더라고요. 덕분에 공부를 좀 할 수 있었습니다.”

    “오호. 그 정도 노력까지 했다니. 대단하군. 안 그래도 자네한테 부탁할 게 있었는데 말이야.”

    “뭐든지 말씀하십시오.”

    아슬란이 긴장한 채 말했다.

    “별 것 아니야. 축산 클러스터를 견학하려고 하는데, 보여줄 수 있겠나?”

    장현의 말에 아슬란은 기뻐하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물론입지요.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지금 보이는 시설이 배합사료를 만드는 설비입니다. 성내 영지에서 생산한 곡물들을 가져와 사료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안 쪽은 도축장입니다. 마계돼지와 감자두더지를 도축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성내에 도축한 피 냄새가 나지 않도록 리자드맨 주술진으로 처리까지 해두었습니다. 한번 가보시겠습니까?”

    “그래, 가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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