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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205화 (205/211)
  • 205화. 최종장 (1)

    진정한 사랑을 느낀 안젤라는 이제 사랑밖에 모르는 서큐버스가 되었다.

    그녀에게 마왕 같은 자리는 행복을 지키는 데 방해만 되는 거추장스러운 것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장현은 그녀를 설득해야 했다.

    그것이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안젤라.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네가 마왕이 되어야 해.”

    “어째서, 왜 내가 마왕이 되어야 하는 건데. 아버지나 외할아버지가 마왕 해도 되잖아?”

    안젤라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항변했다.

    “그분들이 너만큼 나를 위해 줄 수 있을까? 설령 본인의 사업이라든지 신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일을 감수하고서라도, 날 위해서 밀어붙여 줄 수 있는 자가 마왕이어야 해. 안젤라, 약속할게. 네가 마왕이 되어도 난 항상 네 옆에 있을 거야. 그리고 모든 것이 안정되면 그때 마왕 자리를 양보하고 떠나도록 하자”

    장현의 말에, 안젤라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마음은 거부했지만 그의 말이 일리가 있었던 것이다.

    안젤라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플레이어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때 넌 어떻게 할 거야? 그때도 내 곁에 있을 거야?”

    안젤라는 장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의 반응을 살폈다.

    장현은 당황스러웠다. 그는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봤지만 그때마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물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긴 했지만 안젤라와 헤어지고 싶지도 않았다.

    그 역시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래. 모두가 고향으로 돌아가더라도, 난 네 옆에 있을게. 그리고 네가 마왕 자리를 내려놓게 되면 그때 어디로든 떠나도록 하자.”

    “정말이지?”

    “그래. 약속할게.”

    장현의 대답에 안젤라는 비로소 굳었던 표정을 풀었다.

    그녀를 가장 심란하게 만들었던 문제가 풀린 것이다.

    안젤라는 장현이 자신을 두고 고향으로 돌아갈까 계속 걱정했다. 확인하기가 두려워 물어보지도 못했다.

    이번 기회에 그의 진심을 들었기에 그녀는 만족스러웠다.

    행복한 표정으로 안젤라가 물었다.

    “알겠어. 그럼 마왕이 되도록 할게. 내가 뭘 해야 해?”

    “일단 남은 마왕군을 처리해야지. 저들을 그대로 놓쳐버리면 안젤라가 마왕이 되는 데 방해가 될 거야. 다른 세력이 마왕군을 흡수하게 해서도 안 돼. 오직 안젤라가 주도해서 저들을 포로로 잡아야 해. 내가 도와줄 테니 서두르자.”

    “알겠어.”

    해야 할 일이 정해지자 장현의 동료들은 즉시 움직였다.

    “항복하면 죽이지 마라. 반항하는 자는 죽여라.”

    “와아아아.”

    이나연이 병사들에게 소리치자, 병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달려갔다.

    이미 마왕까지 마무리가 되었기에, 사기가 하늘높이 치솟은 것이었다.

    그때 최형석이 놀랄만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언데드 병사들을 소환하자 마왕의 2군단장 마록을 비롯해 마록의 병사들과 조금 전까지 싸우다 죽었던 마족들까지 언데드 병사로 소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숫자는 몇만 명에 달할 정도였다.

    “나의 병사들아. 가서 살아 움직이는 모든 적들을 죽여라.”

    최형석이 크게 소리쳤다.

    그는 마왕이 죽자 장현에게 허락을 구해 전장에서 죽은 자들을 언데드로 만들었다.

    수만 명에 달하는 숫자를 언데드 병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포인트가 필요했다.

    그것은 네오디움 왕국과 헬릭스 성의 영지 사업으로 벌어들인 마나 포인트를 대부분 쏟아 부어야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장현은 허락했다.

    남은 마왕군을 처리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최형석은 장현의 허락을 받고서 순식간에 대규모의 사령술 진법을 그려 언데드 병사들을 소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가 아니면 이렇게 병사들을 구할 수가 없어. 마왕과 대공을 소환시키지 못한 건 아쉽지만 할 수 없지.’

    최형석은 소멸한 대공과 방금 죽은 마왕까지 언데드 병사로 만들려고 했지만, 본인보다 격이 높은 존재였기에 불가능했다.

    마록 군단장 정도가 그의 한계치였다.

    마록 군단장을 언데드로 만들게 됨으로써 최형석은 마왕의 2군단을 자신의 부하로 얻게 되었다.

    최형석 개인의 무력도 손에 꼽힐 정도였지만, 군단급 언데드를 가진 그는 이제 마계의 어느 세력과도 맞먹을 정도였다.

    크르륵. 크르륵.

    언데드 마록과 그의 병사들이 마왕의 패잔병들을 쫓아 공격하기 시작했다.

    마왕군이라고 해서 언데드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언데드에 대해 더 잘 알기 때문에, 언데드와 싸우는 걸 두려워했다.

    자신이 언데드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 항복! 항복이야!”

    2군단장 마록과 그의 부하들이 달려들자 마왕의 패잔병들은 즉시 항복했다.

    그러나 최형석은 언데드 병사들에게 항복하는 자는 죽이지 말라는 소릴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들은 언데드들에게 죽었고, 곧 그들 역시 언데드 병사로 일어섰다.

    전장의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많은 병사들이 계속해서 언데드가 되는 바람에 포인트가 엄청나게 소모되었지만, 최형석은 신경 쓰지 않았다.

    포인트 문제는 어차피 그의 큰형님인 장현이 알아서 해결해줄 것이니까.

    그는 시킨 대로 마왕의 패잔병들을 모조리 자신의 수하로 만드는 데 집중할 뿐이었다.

    어느덧 마왕의 패잔병들은 대부분 죽거나 항복했다.

    죽은 자들 중 다수가 언데드 병사가 되면서, 이번 전투로 인해 가장 큰 소득을 얻은 자는 최형석이 되었다.

    그는 자그마치 마왕의 3개 군단을 언데드 병사로 얻을 수 있었다.

    ***

    마왕과의 전쟁이 마무리된 후, 장현은 중립을 선언했던 성주들을 차례대로 방문해 안젤라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투스멕 성주, 원래 대공과 했던 약속을 안젤라 마왕에게도 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장현의 말에 투스멕 성주는 그의 뒤에 서있는 언데드 병사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무려 마왕의 3개 군단을 언데드로 만들어 휘하에 부리고 있는 최형석. 그를 곁에 둔 장현은 현 마계 최고 실세가 되었다.

    거절한다면 저 언데드 병사들이 자신의 성에 난입해서 자신마저 언데드로 만들 것이었다.

    투스멕 성주는 식은땀이 나는 것만 같았다.

    “알겠소이다. 장현 공의 말대로 하겠소. 대신, 원래 약속했던 것 역시 그대로 지켜줄 거라고 믿소.”

    “물론입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성주.”

    장현은 만족스런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투스멕 성주의 지지를 확보하고 나오는 길.

    최형석이 자랑하듯 말했다.

    “형님, 보셨습니까? 저 투스멕 성주가 제 언데드 병사들을 보고 쫄아버렸지 않습니까. 하하하. 이쯤 되면 제가 형수님께서 마왕이 되시는 데 1등 공신이 되는 거 아닙니까.”

    “최형석. 언데드 군대를 유지하는 데 포인트가 얼마나 소모되는지 아냐?”

    “그럼 없앨까요?”

    “뭐라는 거야, 이 자식아.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하고 있어.”

    “흐흐. 그러니 제가 1등 공신이 맞잖습니까.”

    “그래, 네가 1등 공신이다.”

    장현은 피식 웃었다.

    그들은 투스멕에 이어 일렉 등 중립을 지지하던 성주들에게 안젤라를 마왕으로 지지해달라 요청했으며, 그때마다 최형석이 소환한 언데드 군단이 빛을 발했다.

    마왕을 쓰러트린 플레이어 장현 일행에게 대항할 세력은 흔치 않았다.

    더군다나 언데드 군단이라는 채찍과 바이러스 백신 공급이라는 당근을 함께 들고 나타나니, 누구라도 당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아스멜 성주. 그래서 이번에도 우리 제안을 거절하겠단 말입니까?”

    “허허, 거절이라니요.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아스멜 성은 본업에만 충실하려고 합니다. 정치에 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스멜은 최형석이 성 밖에 소환한 언데드 군단을 봤지만, 그들이 실제로 손을 쓸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배짱으로 밀어붙였다.

    장현은 아스멜 성주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비록 말은 중립이라고 하나, 이미 그가 독자적인 세력을 모으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그는 독보적인 사업적 입지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스스로 마계의 왕이 되고자 하고 있었다.

    진정으로 사업에만 몰두하는 자였다면, 장현은 넘어가줄 생각도 있었다.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뒤에서 날아들 칼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호구는 아니었다.

    장현은 최형석에게 눈짓을 했다.

    이미 상의를 해뒀기에 최형석은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돌격하라, 나의 병사들이여! 살아있는 자를 죽여 너의 동료로 만들어라.”

    최형석은 신나서 소리쳤다. 그동안 장현에게 구박받으면서 알게 모르게 쌓인 게 많았다.

    드디어 언데드 군단의 힘을 제대로 선보일 기회가 왔기에 마음껏 풀었다.

    “아니, 이게 뭐하는 짓이오. 감히 이런 짓을 벌이고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스멜 성주는 장현이 진짜로 군대를 움직여서 공격하자 크게 당황했다.

    혹시나 싶어서 준비해뒀던 군대를 당장 출동시켰다.

    “호위대장! 저놈들이 공격해왔다. 당장 응전해라!”

    “성주님! 큰일 났습니다. 호위대장님은 벌써 죽었습니다.”

    밖에서 뛰어들어오며 외친 수하의 말에, 아스멜 성주는 분노가 끓어올라 장현을 공격했다.

    “하찮은 인간 따위가 감히!”

    마력을 폭발적으로 끓어올린 그는 과연 고위 마족이 어떤 존재인지를 똑똑히 보여주는 듯했다.

    대기의 마력이 용솟음치면서 아스멜에게 몰려들더니, 일거에 장현을 향해 회오리치듯 집약되어 날아갔다.

    그것은 마력탄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공격이었기에, 보통의 플레이어나 어지간한 마족은 즉사할 만한 위력을 품고 있었다.

    문제는 장현이 보통의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마왕과의 전투를 거치면서 그의 실력은 한 차원 더 성장하였다.

    마왕이 가졌던 창조신의 패드 진본을 얻은 후 그는 그것을 온전하게 수리했다.

    그 다음 현 담당자의 계정으로 접속함으로써 진본 패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지금 그는 창조신의 패드의 권능을 쓸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권능을 쓰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는 공간 스킬과 시간 스킬의 숙련도가 놀랍도록 올라가 있었다.

    음양합일신공은 이미 대성을 넘어 조화의 경지에 발을 내디뎠다.

    음양의 조화를 다루는 그에게 있어, 음차원의 마나로 가득한 아스멜의 마력탄은 그저 조화를 깨는 공격에 불과했다.

    그는 당연히 이것을 방어하는 방법 또한 한순간에 파악할 수 있었다.

    “쑤엉!”

    장현의 손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화염의 정령왕이 된 쑤엉이었다.

    쑤엉은 정령왕의 자리를 이어받은 뒤, 장현과 새롭게 계약을 체결했다.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몸값이었지만 장현 또한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마계의 실세이자, 마왕 후보자의 반려자.

    마계의 판세는 정령계에서도 주시하고 있었기에, 차기 마왕 유력 후보자의 측근이자 마계의 실세로 떠오른 장현과의 재계약을 오히려 정령들이 등 떠밀었다.

    쑤엉으로서는 어안이 벙벙한 상황.

    원래라면 정령왕은 정령계 밖의 일에 관여할 수 없었다.

    깐깐한 장로들의 반대에 부딪힐 게 뻔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마왕과의 전투 때 쑤엉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 정령계에 알려지면서였다.

    그때 안젤라의 워즈웍 스튜디오팀이 송출한 실시간 전투 영상은 마계뿐 아니라 정령계에서도 중계되고 있었다.

    전 차원에 영향을 미칠 패권을 다투는 전쟁이었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 있었다.

    그런 전쟁에서 쑤엉이 태극기를 만들어 마왕을 죽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정령계에서는 쑤엉이 마왕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겼다.

    그 후로 쑤엉은 한순간에 정령계 스타가 되어버렸다.

    그로인해 쑤엉이 화염의 정령왕으로 추대될 때, 지켜야 할 정령왕 행동 규칙이 장로들에 의해 개정되었다.

    정령의 위상을 높인 경우 정령왕 또한 마계 또는 인간계의 존재와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바뀐 것이었다.

    쑤엉의 화염은 아스멜의 마력과 정확하게 같은 에너지를 발산했다.

    장현은 이를 능숙하게 조절해 태극기를 만들어냈다.

    “잘 가시오. 아스멜 성주.”

    장현은 가볍게 손을 떨쳤고. 태극기는 아스멜 성주의 상체를 향해 날아갔다.

    콰콰쾅!

    아스멜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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