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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203화 (203/211)
  • 203화. 최후의 전투 (14)

    장현이 동료들에게 외쳤다.

    “이제 우리 차례야. 대공이 없는 대공군은 오합지졸이나 마찬가지.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저들은 순식간에 궤멸될 거야. 대신 우리가 마왕을 상대하면 저들도 살기 위해 우리한테 붙을 수밖에 없어.”

    “그래. 마왕을 상대로 싸울 이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전투 장면을 지켜보고만 있으니 피가 끓더군.”

    장현의 말에 아르헨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훗. 마왕의 마지막 공격을 보고도 그럴 수 있다니, 역시 대단하군.”

    마현이 아르헨의 반응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형님, 저도 마왕을 상대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최형석 또한 전의를 불태웠다.

    그의 옆에는 마르바스 활강시와 전투로봇이 있었다.

    이어서 김덕배, 김태석, 율센 또한 나섰다.

    이나연이 장현에게 말했다.

    “난 대공의 군대를 독려해서 마왕군과 싸우도록 할게.”

    “부탁할게.”

    이나연이 스스로 자신이 맡을 역할을 언급하자 장현으로서는 반가웠다.

    지금 대공군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나연이 지휘해주는 것이 대공군에게도 좋을 것이었다.

    반란군 역시 마찬가지.

    물론, 그들이 거부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마왕을 쓰러트릴 수 있느냐는 것이었기에.

    지금 이 순간을 위해 그동안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이제 결과를 열어볼 때다.

    “가자!”

    장현이 묠니르를 손에 든 채 마왕에게 달려갔다.

    그의 뒤를 동료들이 따랐다.

    장현은 이 순간 1회차 최후의 전투가 떠올랐지만 지금은 여러모로 그때와는 달랐다.

    마왕 바알은 대공을 소멸시킨 뒤 소모된 마력을 보충하고 있었다.

    불완전한 패드의 권능으로 대공을 소멸시킨 것은 마왕에게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패드의 권능을 확인한 게 만족스러웠다.

    “굉장하군. 불완전한 것임에도 이 정도 위력을 발휘하다니. 이것이 창조신의 권능인가.”

    그가 자신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 대공을 소멸시킬 수 있었던 건, 결국 패드의 권능을 공간 삭제 기술에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패드의 권능이 아니었다면 대공이 그렇게 복부가 창에 뚫린 채 소멸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대공을 쓰러트렸으니 이제 더 이상 날 상대할 수 있는 자는 마계에 없다. 아니 전 우주를 통틀어도 없다. 으하하하하!”

    마왕 바알이 광소를 내지르고 있을 때, 장현 일행들이 마왕에게로 달려왔다.

    “마왕, 이제 우리 차례다. 아직 좋아하기는 이르다. 대공과 함께 소멸시켜주도록 하지.”

    장현의 말에 마왕은 그를 돌아보더니 비릿하게 웃었다.

    “흥. 버러지들이 주제도 모르고 설치다니. 좋다. 죽고 싶다니 모두 죽여주마. 대신 조금 있다가.”

    마왕 바알은 그 말을 하더니 갑자기 훌쩍하고 뒤로 도망쳤다.

    장현 일행으로서는 실로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이런, 마왕이 도망칠 줄이야.’

    마왕은 바보가 아니었다.

    지금 플레이어들을 상대하더라도 자신이 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대공을 상대하느라 너무 많은 마력을 소모했다.

    더군다나 패드의 권능을 사용하면서 무리를 했다.

    대공을 쓰러트려 더 이상 자신의 적수가 없는 상황에,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었다.

    그는 철저히 안전을 추구하는 자였다.

    “너희들을 상대하는 데 내가 직접 나서는 것도 우습지. 나의 군사들은 들어라. 플레이어 놈들을 모두 죽여라! 더 이상 살려둘 필요 없다. 대공군과 반란군도 항복하는 자들은 살려주되, 반항하거나 플레이어들을 편드는 자들은 모조리 죽여라.”

    “어딜 도망가려고!”

    장현은 마왕이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 패드의 권능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지금 마왕을 놓치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었다.

    “스킬 메타버스 변형.”

    장현이 스킬을 사용해 마왕을 환상의 공간에 가두었다.

    “이것은 패드의 권능!”

    마왕 바알은 자신 주위에 생긴 공간을 보며 깜짝 놀랐다.

    조금 전 자신이 대공을 구속하는 데 썼던 능력이 아닌가.

    “어찌 네놈이 이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거지?”

    마왕은 의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장현을 돌아보았다.

    “그야 창조신의 패드 소유자이자 현 담당자가 바로 나니까.”

    장현은 패드를 꺼내 보였다.

    마왕은 그것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곧이어 자신이 가진 패드가 없어졌는지 확인했으나, 패드는 여전히 자신의 품안에 있었다.

    “네놈,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것이지. 그건 어디서 난 것이냐?”

    “흥, 그것을 내가 알려줘야 할 이유가 있나. 궁금하면 이것을 뺏어 보든가. 바로 네가 그렇게나 원하던 패드의 완성체다. 네가 가진 불완전한 패드와는 다른 것이지. 자 선택해라. 네 녀석이 지금 도망친다면 나 역시 패드를 가지고 동료들과 다른 차원으로 도망치면 된다.”

    “네놈, 헛소리를 하는 것 같지는 않군. 권능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어. 좋다. 상대해주도록 하지.”

    마왕이 제안에 수락하자 장현은 크게 안도했다.

    그는 방금 모험을 한 것이었다. 메타버스 공간 스킬로 마왕을 구속한 것은 오래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마왕이 제안을 받아들였기에 그는 곧 공간 스킬을 해제했다.

    마왕은 한걸음 앞으로 다가와 장현의 손에 들린 패드를 뺏으려 했다.

    극도로 빠른 마왕의 손이 장현의 패드를 향해 날아들었다.

    장현은 시간 스킬에 패드의 권능을 사용해 마왕에게 대응했다.

    그는 묠니르를 꺼내 마왕의 손을 후려쳤다.

    터텅!

    묠니르와 마왕의 손은 충돌 직후 동시에 떨어져 나왔다.

    크윽!

    장현은 입으로 피를 울컥 쏟았다.

    마왕의 마력이 그에게 내상을 입힌 것이다.

    쿨럭!

    마왕 역시 입에서 피를 토했다.

    “그 무기는 뭐지? 내게 피해를 입히다니.”

    마왕은 장현이 가진 묠니르를 주목했다.

    장현은 마왕이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서도 놀랐다.

    ‘조금 전 대공과 격전을 치른 자가 여전히 이런 위력을 뿜어낼 수 있다니.’

    마왕의 힘을 느낀 그는, 잠시 아득함을 느꼈으나 다시금 기운을 차렸다.

    마왕 역시 피해를 입은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

    결국 누가 오래 버티느냐의 싸움이었다.

    그때 멀리서 쫓아오던 아르헨, 안젤라, 김덕배 등이 도착했다.

    “빌어먹을 놈! 마왕이란 자가 도망을 치다니, 부끄럽지 않느냐!”

    아르헨은 나초를 손에 들고서 씩씩 거렸다.

    그동안 마왕을 상대로 얼마나 많은 상상 훈련을 해왔던가.

    장현을 통해 1회차의 승부에 대해서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다.

    마왕과의 가상 전투는 외롭고 힘들었다.

    상상 훈련이 끝나면 복기하며 죽도록 검을 휘둘렀다. 오직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훈련의 성과를 확인할 기회가 왔다.

    그런데 마왕이 전투를 포기하고 도망치다니.

    아르헨의 상상 속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다.

    그는 분노가 치솟아 고함을 질렀다.

    “비겁한 마왕 새끼야, 도망가지 말고 나랑 싸우자.”

    “뭐라?”

    마왕은 아르헨의 욕설에 귀를 의심했다.

    그는 전능한 마계의 마왕이며 전 우주의 지배자다. 유일한 적수라고 할 수 있었던 대공 루시퍼조차 소멸시킨 그에게, 더 이상 적이라고 할 만한 존재는 없었다.

    그가 언제 이런 욕을 들어봤겠는가.

    아르헨이 한 발언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벌레 따위가.”

    마왕이 서있는 공간의 창공 위에 거대한 눈이 생성되었다.

    데랑스가 만든 시공간 속에서 마왕을 상대했을 때 봤던 눈이었다.

    마왕이 본신의 형태로 현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대체 저 모습은 뭐야? 대공과 싸울 때도 보이지 않던 모습인데, 왜 우리랑 싸울 때 사용하는 거야. 설마 대공과 싸우면서 전력을 아낀 건 아니겠지?”

    김덕배가 황당하다는 어조로 불만스레 내뱉었다.

    “흥. 저게 마왕의 본 모습이라면, 그가 우리를 대공보다 더 강적이라 인정한 것이겠지.”

    아르헨은 김덕배와 다르게 도리어 전의를 불태웠다. 그때 허공에 생긴 눈이 아르헨을 직시했다.

    순간적으로 밀려드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공포심에, 아르헨은 절로 몸이 떨렸다.

    “몸이 왜, 왜 이래.”

    부들부들.

    아르헨은 지금 강한 족쇄에 구속당한 것처럼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마왕의 기술, 피어.

    살기를 극도로 집약해 정신을 공격하는 기술이 아르헨에게로 향했다.

    그는 장현이 데랑스가 만든 시공간에서 겪은 것과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아르헨은 원래 고향인 클라우드 제국에서 서자로 태어나 가문에서 목숨을 위협받던 기억을 떠올렸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그 시절 아르헨은 스스로의 운명을 저주했다.

    친모는 아버지의 본처인 공작가 부인으로부터 독살을 당했다.

    이어 죽음의 손길은 그를 향해 다가왔다.

    아르헨이 공작가의 서자로 태어남으로써 어머니가 죽었고, 이제 곧 그조차 죽을 것이었다.

    삶이 축복이라 여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삶은 언제나 우울과 절망만으로 가득했다.

    그래도 살려고 했다.

    아니, 죽더라도 공작가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

    지금 아르헨의 정신을 공격하는 피어는 그가 가장 약하고 절망적이었던 시기를 떠올리게 하며 그때의 감정을 되살렸다.

    그때 나초에서 일어난 창조신의 권능이 아르헨의 정신을 일깨웠다.

    두려움과 음울한 분위기에 젖어있던 아르헨의 눈빛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나초의 도움으로 마왕의 피어에서 벗어난 것이다.

    “내게 더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했으니, 네놈을 편안하게 죽이진 않겠다.”

    아르헨은 분노에 차 나초를 쥐고 휘둘렀다.

    나초는 그의 전력을 품은 채 마왕에게로 날아갔다.

    그동안 마왕의 본신은 양쪽 눈에 이어 상체까지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다.

    마왕은 아직 하체를 소환하지 못해 이동은 할 수 없었지만, 상체만으로도 막강한 위력을 보였다.

    그는 자신의 창을 소환해 아르헨의 검에 마주 찔렀다.

    마왕의 창은 대공과의 전투 때 보았던 것과 형태는 같았지만 크기가 달랐다. 마왕의 의지에 따라 크기가 달라질 수 있는 듯 했다.

    아르헨의 나초는 마왕의 창에 비해 크기가 비교할 수조차 없이 작았지만, 그 위력은 못지않았다.

    아니, 도리어 능가했다.

    콰콰쾅!

    창과 검이 맞붙은 지점을 중심으로 강대한 충격파가 퍼져갔다.

    신의 검 나초는 마왕의 창에 한 치도 밀리지 않고 몰아붙였다.

    이때 장현이 주위의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들 마왕의 상체를 공격해. 절대 전신이 드러나면 안 돼. 그전에 놈을 죽여야 해.”

    “알겠어.”

    안젤라, 마현, 김덕배 등은 넋 놓고 아르헨과 마왕의 싸움을 보고 있다가 장현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장현이 먼저 묠니르를 들고 마왕에게 덤벼들었다.

    “나와 아르헨이 마왕을 공격할 테니, 다른 사람들은 놈의 시선을 끌고 우릴 엄호해줘.”

    “알았어, 장현. 조심해.”

    “그러도록 하지.”

    안젤라와 마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마왕에게 공격을 펼치는 역할로 저 두 명이 최적이라는 데 이의가 없었다.

    한편, 최형석은 전투로봇과 활강시를 마왕에게 덤비도록 해 장현과 아르헨을 엄호하게 했다.

    언데드 병사들 또한 모두 풀었다.

    최형석이 그동안 모아왔던 언데드 병사들 전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홉 꼬리 여우, 전대 천마 혈염수, 던전 레이드에서 등장했던 보스 몹들뿐만 아니라, 장현이 상대했던 자들까지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최형석의 언데드 병사들은 죽어도 다시 소환하면 그만이다.

    그러기 위해서 네오디움 왕국이 벌어들였던 포인트가 최형석에게 대량으로 투입되었다.

    최형석이 마왕의 시선을 끌어주는 사이, 장현은 아르헨과 함께 마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안젤라는 장현에게 음양합일신공의 기운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려했지만 틈이 나지 않았다.

    지금 장현은 패드의 권능을 모두 사용하고 있었다.

    마왕의 창 공격은 패드의 권능을 발휘하지 않고는 버티기 힘들었다.

    조금도 방심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안젤라는 이 순간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공간을 삭제하는 권능이 담긴 공격에 적중될 시, 장현은 물론 안젤라 역시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었다.

    “안젤라, 물러나.”

    장현은 안젤라를 후방으로 피하게 하고는 마왕에게 달려들었다.

    안젤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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