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201화 (201/211)

201화. 최후의 전투 (12)

아르헨이 다가와 물었다.

“장현,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마왕군의 2군단은 이제 잡병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죽었어. 뭐, 간신히 도망친 몇몇 놈들이야 다음번에 마주쳤을 때 죽여주면 되니까.”

“일단 마왕과 대공 간의 승부가 날 때까지 우리는 후방에 있을 거야.”

마록 및 2군단과 싸운 후, 장현은 지금 모든 플레이어들을 대공군의 후방으로 물린 상태였다.

이어 테오에게 플레이어들이 전투에 휩쓸리지 않게 마법진을 펼쳐달라고 요청했다.

그 덕에 플레이어들은 전투에 대한 걱정을 접어두고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지금은 전력 보존을 할 때다. 대공이 설령 마왕에게 이긴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끝이 아니다.

대공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를 대비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전력을 보존하고, 플레이어들의 체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장현. 우린 대공군이랑 동맹까지 맺었는데, 이렇게 후방에서 마법진까지 펼쳐두고 기다려도 괜찮겠나?”

아르헨이 의아한 듯 물었다.

“조금 전에 마왕군의 2군단을 없앴잖아. 이정도면 제 몫은 했어. 부상자들이 많아 전력을 재정비한다고 하면 돼. 뭐, 저들을 보아하니 물어볼 여유도 없겠지만. 그러니 괜히 전투에 끼어들어 전력 소모를 할 필요는 없지. 우린 저들의 승부를 지켜보고 나서 참전해도 늦지 않아. 설마 우리가 진짜로 저들을 동맹으로 생각해서 협약을 맺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저 같은 적을 두고 있는 사이일 뿐이야. 마왕을 쓰러트리고 난 이후에는 대공군 및 반란군과 싸워야 될지도 몰라.”

장현은 아르헨이 인류 대표이기에 돌아가는 상황을 주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많은 플레이어들을 이끌고 있다.

매순간 장현의 지시를 참고하고 행동할 순 없었다.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움직여줘야 한다.

그러자면 현재 판세를 읽을 줄 알아야 했기에, 장현은 자세히 설명했다.

“그렇군.”

아르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현 옆으로 와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시선을 옮겨보니 마왕군과 대공군 간의 전투가 아직도 벌어지고 있었다.

아르헨이 장현에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직 마왕과 대공이 직접 붙지는 않았네. 이럴 때는 맥주와 안주를 먹으면서 구경하면 꿀잼인데 말이야.”

“맥주라면 최형석이 가지고 있을 거야. 얼마 전에 헬릭스 성에서 킹덤으로 들여온 물류 중에 맥주가 잔뜩 있었거든. 그녀석이라면 마르바스에도 분명 챙겨왔을 거야.”

“정말? 그 녀석을 항상 데리고 다니는 이유가 있었군. 맘에 들어.”

아르헨은 벌떡 일어나서 최형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장현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문득 전쟁 중에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뭐 어떤가 싶었다.

생산 시설 중 장현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 마계돼지 사육시설과 맥주 공장이었다.

맥주 공장은 플레이어들이 킹덤으로 이주하고 난 뒤, 헬릭스 성 영지에 남아있던 리자드맨들과 크로커다일이 만들었다.

사료시설 설비를 만들면서 마계돼지 요리와 잘 어울리는 술을 만들려고 했고, 와인에 비해 제조 시간이 짧은 데다 유통하기도 쉬웠기에 맥주 공장을 만들었다고 했다.

잠시 후 아르헨이 캔맥주를 품에 가득 안고 왔다. 그의 뒤로 마현, 최형석이 따라왔다.

그들 역시 먹을거리를 들고 왔다.

아르헨이 캔맥주를 따며 말했다.

“장현, 지금 병사들에게 휴식시간을 줬어. 맥주와 마계돼지 고기를 풀었어. 밀키트가 전투식량으로도 좋더군. 너희는 참 다양한 사업을 하는군그래. 밀키트라니, 누구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대단해. 이런 걸 개발하다니 말이야. 포인트로 허기를 달랠 순 있지만 그래도 먹는 즐거움은 별개지.”

“그래. 잘했어. 휴식을 취하려면 술과 고기가 있는 게 좋지. 다만 취할 정도로 마시게 하면 안 돼.”

“당연하지. 이나연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잘도 취할 수 있겠다. 그냥 목만 축이는 거지. 크으, 좋군.”

아르헨이 맥주를 마시며 동의했다.

그 옆에서 최형석이 전투로봇을 시켜 불판을 준비하고 고기를 굽도록 시켰다.

전투로봇은 어느새 아홉 꼬리 여우에서 인간 남성으로 모습이 변했다. 그 모습은 최형석이 예전에 아꼈던 막내의 모습이었다.

전투로봇은 고기를 정성껏 구웠다.

슬슬 고기가 충분히 익었을 무렵, 전투로봇이 입을 열었다.

“형님들, 이제 고기가 충분히 익은 것 같습니다. 드셔도 될 거 같습니다.”

“수고했다.”

최형석이 전투로봇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

“네, 형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현이 피식 웃었다.

자신이 준 전투로봇이 저런 식으로 쓰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과연 최형석.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군.’

그때 안젤라가 다가와 말했다.

“장현, 패드를 켜서 마튜브 실시간 영상을 한번 봐.”

“왜, 무슨 일 있어? 그보다 몸은 좀 괜찮아?”

“아직 몸에 힘은 없는데, 큰 이상은 없는 거 같아.”

“다행이야.”

장현은 안젤라의 말에 안도하며 패드를 켰다.

그때 그의 눈을 동그랗게 만드는 장면이 있었다.

마튜브 실시간 최다 조회수 영상에 마왕군과 대공군의 전투를 중계하는 영상 화면이 있었다.

물론, 그 중계만으로는 놀랄 필요가 없었다. 그 전투를 중계하는 마족이 블랙펑키 멤버들이라는 사실. 그게 놀라운 것이었다.

“니들이 왜 거기서 나와?”

장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 모습에 최형석이 패드를 힐끔 보더니 물었다.

“형님, 아는 애들입니까? 되게 예쁘네요.”

“아, 넌 내가 드림히트 성에 갔을 때 없었지.”

장현이 이마에 손을 얹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쟤들은 안젤라의 외가, 몽슈 백작의 드림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 키우는 서큐버스 아이돌 가수들이야. 마계에서 떠오르는 아이돌들인데, 이런 위험한 곳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온 건지. 전쟁에 휩쓸리면 어쩌려고.”

“형님, 혹시 형수님께서 부탁하신 거 아닐까요? 플레이어들을 지지해달라고 말이에요.”

“안젤라가?”

장현은 순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안젤라는 워즈웍 스튜디오라는 영상제작 회사의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영향력이라면 충분히 출연시키고도 남았다.

“맞아. 외할아버지가 군대를 이끌고 대공군에 합류하셨어. 블랙펑키들에게 말을 꺼낸 건 맞지만, 그들은 자의로 널 위해 지지 선언을 했어.”

“날 위해서라고?”

“선물을 해줘서 고맙다나.”

“내가 더 고맙군.”

장현은 안젤라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가만히 블랙펑키들이 중계하는 영상을 지켜보았다.

“여러분, 블랙펑키의 제인, 리안, 로시, 수안. 데니입니다. 오늘은 저희가 군인분들을 위로하고 응원하기 위해 전투 현장까지 왔습니다. 전투 현장에서 뭐 하는 짓이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사실 저희가 직접 현장에 온 건 아니구요. 메타버스를 활용해서 가상으로 현장에 온 거랍니다.”

블랙펑키들의 말에 장현은 안젤라를 바라보았다.

“크크. 드림히트 성의 군대가 대공군에 합류한 건 맞지만, 블랙펑키들은 안전한 곳에 있어. 전투 현장처럼 구현된 가상공간에서 중계하고 있지. 속았지?”

“그랬군. 완전히 속았어. 진짜로 온 줄 알았어.”

장현은 피식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계의 과학 기술은 마법과 조화를 이룬 데다가, 지구의 공학 엔지니어와 과학자까지 잡아오면서 한 단계 크게 성장했다.

지구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로 여겨졌던 기술들이 하나하나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메타버스였다. 장현이 지구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메타버스는 아직 미래의 기술일 뿐이었다.

그것이 현재 마계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맞물려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제야 장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전사도 아닌 아이돌들이 전쟁에 휘말려 위험해지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블랙펑키 제인이 전투를 해설하고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 그동안 플레이어들의 경기가 진행되는 줄 알고 계셨을 텐데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진실은 얼마 전 마왕을 규탄한 플레이어들을 진압하기 위해, 마왕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공격했다는 것입니다.”

위험한 발언이었다.

“사실 플레이어 장현은 우리와 인연이 있었습니다. 우리 블랙펑키를 모델로 한 굿즈를 만들어줬지요. 네일 스티커, 이동식 침대, 후리스, 아우터, 인형과 가방에 마사지기까지 만들어줬습니다.”

제인을 비롯한 블랙펑키 멤버들은 장현이 만들어준 물품들을 하나씩 보여주기 시작했다.

메타버스 공간이었기에 물품을 소환하는 것은 쉬웠다.

그때 실시간 채팅이 난리가 났다.

[그 침대 나도 샀어.]

[난 아버지께 선물로 사드림.]

[저 마사지기 패드로 쓰는 건데 짱 좋음. 아픈 부위에 붙여서 쓸 수 있거덩. 그걸 플레이어 장현이 만들었다니, 대단한데.]

[저 후리스는 나도 가지고 있어. 그러고 보니 플레이어들이 입고 있는 전투복도 저 후리스랑 비슷한 거 같은데.]

[씨X. 무슨 플레이어 새끼가 마계 포인트를 전부 다 긁어가네.]

[ㄴ 윗분 장현을 모르나본데, 걔 돈 개많음. 듣기로 사업체를 몇 개나 갖고 있는 재벌이라고 함. 심지어 헬릭스 성 소성주까지 꼬셨다고 함.]

[와 진짜? 그건 몰랐네. 소성주를 꼬시고, 블랙펑키와도 저렇게 편들어줄 정도로 친분이 있다니. 대박이다. 나도 그냥 마족 말고 플레이어하면 안되나.]

[혹시 알고 보면 블랙펑키도 장현이랑 뭐 있는 거 아냐? 저놈 딱 바람둥이같이 생겼는데 말이야.]

쿨럭.

장현은 실시간 채팅창을 보다고 마지막 말에 맥주를 뿜었다.

순간 옆에서 싸늘한 시선이 느껴졌다.

아마도 안젤라일 것이다.

그는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옆을 돌아보지 않고, 가만히 패드 영상만 쳐다봤다.

“장현,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안젤라가 옆에서 물었다.

순간적으로 긴장한 장현은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응. 아니. 아무 일 없는데.”

“그런데 왜 갑자기 맥주를 뿜어. 뭔가에 놀란 사람마냥.”

“아, 그냥 순간 사레가 들렸나봐.”

장현은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었다.

‘최대한 침착해야 한다. 나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그는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에 의문이 들었다.

실제로 아무 잘못도 한 게 없고, 하늘 아래 떳떳한데. 왜 이렇게 죄인 같은 심정이 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방금 먹은 마계돼지 고기가 목에 걸린 것 마냥 맥주를 다시 벌컥 들이켰다.

“흠, 그래. 그렇군. 알겠어.”

다행히 안젤라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넘어갔다.

그사이 블랙펑키들은 다시 전투 현장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 대공군과 마왕군이 조금 전까지 접전을 벌이고 있었는데요. 지금 마왕군에서 무언가 이상한 조짐이 일어나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데니?”

“그러고 보니 병사들의 상태가 이상한 거 같아요.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에 확진된 마족들처럼 보이네요. 힘이 없어 보이는 게, 마력이 사라진 듯해요.”

“그렇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혹시 마왕군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확진된 거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저 많은 병사들이 확진되면 2차 대유행으로 이어지는 거 아닐까요?”

“그래도 대공군과 반란군, 플레이어들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되겠죠?”

“아무래도 그렇겠죠. 장현이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었으니, 자기편에게는 백신을 제공하겠죠.”

데니가 걱정된다는 듯 얘기하자, 제인이 그녀의 말을 받았다.

“아마 그렇겠죠. 우리도 여기 오기 전에 백신을 맞았잖아요. 여러분, 여기서 잠깐 설명을 해드리자면 백신은 종족별로 따로 제작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같은 종족이라도 마력의 수준 차이에 따라 또 백신을 달리 제작해야 한다고 합니다.”

데니와 제인은 해설하는 한편, 중간중간 추가 설명을 곁들였다.

“혹시 대공께서 마왕에게 대항할 결심을 내린 이유가, 바로 장현이 제작한 백신 때문은 아닐까요?”

“아마도 그 때문일 가능성이 높겠죠.”

“그런데 백신은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에 확진된 자들에게는 소용이 없잖아요. 지금 전투 중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확진이 되면, 나중에 백신 맞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에 대한 해답은 지금 저 마왕군과 대공군의 병사들을 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데니가 중계 장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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