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화. 최후의 전투 (7)
일곱 마족들의 촉수가 채찍처럼 날아들었다.
장현은 묠니르를 꺼내들어 촉수들을 공격했다.
그의 강대한 내공이 주입된 묠니르가 촉수를 하나하나 맞추었다.
까깡! 터텅!
촉수와 부딪힌 묠니르가 쇳소리를 내며 튕겨 나왔다. 촉수에 실린 마력의 힘이 장현의 생각보다 더 강했다.
그는 방어에 주력하며 공격의 흐름을 파악하고자 했다.
놈들이 마족이 된지 얼마 안 되었다면, 아직 촉수를 이용한 전투에 익숙지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숫자가 일곱인 부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수가 많다고 유리하지만은 않았기에.
이나연과 그녀의 병사들처럼 집단 전투에 대비한 훈련이 되어있는 자들이 일곱이라면 진법을 활용해 적을 상대하겠지만, 이들은 마족이 된 몸으로 집단 전투를 해본 경험이 없을 터.
더군다나 마족이 되면서 이전과 비교해 보다 감정적이게 되었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공격이 거칠고 단조로웠다. 무공과도 같은 예리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없었다.
그는 묠니르로 촉수를 쳐내며 방어에 치중하는 한편 틈틈이 암기를 꺼내 던졌다.
저들이 백신을 맞았다고 해도 상관없다.
돌파 감염이 일어나 확진자가 되어 마왕군에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도 있었다.
과연, 놈들은 암기 공격에 흠칫했다.
“이놈, 비겁하게 암기 공격이라니. 이런 것에 상처받을 정도의 육체가 아니다.”
“어리석군. 그동안 나를 봐왔으면서도 내가 암기에 아무런 짓도 안했을 것이라 생각하나?”
“그럼 독이라도 발랐단 말이냐?”
“독이라고, 크큭. 왜 코로나 바이러스를 발랐을 것이란 생각은 안 하는 거지? 이해할 수 없군.”
“흥. 우린 네가 만든 백신을 접종했던 몸이다. 비록 마족의 육체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백신 효과가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블록 국왕이 자신 있는 말투로 비웃었다.
그 모습에 장현은 되레 비웃었다.
“그 백신을 누가 만든 것이라 생각하지. 바로 나다. 내가 너희들이 백신을 맞은 것도 잊고 그대로 쓸 것이라 생각했나. 하하하.”
장현이 웃으면서 말하자 그들은 불안해졌다. 자연스레 공세도 중지되었다.
“이놈, 대체 바이러스에 뭔 짓을 했단 말이냐.”
“바이러스에 변이를 일으켰지. 난 연금술사. 무엇이든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설령 그것이 마계를 초토화시킨 코로나 바이러스라 하더라도 말이다. 네놈들이 맞은 암기에는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묻어있다.”
“뭣이?”
블록 국왕과 그 일행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그사이 장현은 계속해서 암기를 뿌려댔다.
푹. 푹. 푹.
장현이 뿌린 암기는 촉수들에 꽂혔다. 촉수가 워낙 많았기에, 그것을 다 피하거나 방어해낼 수는 없었다.
“크아아악!”
“으악, 암기에 맞았어. 난 바이러스에 감염된 거야.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거라고.”
블록 국왕 일행들은 신체가 촉수들로 이루어진 마족의 육체가 된 것에 대해 그렇잖아도 정신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거기에다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묻은 암기에 맞았다고까지 하니.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
자연스레 신체 내의 마력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마력 폭주.
예전에 상대했던 크레온 또한 저렇게 폭주했었다.
비록 힘은 강할지 모르지만, 이성이 없고 절제되지 않은 공격이다.
한두 명이 폭주하자 전이된 것처럼 일곱 명의 마족 모두 폭주했다.
“크아아아아!”
폭주한 마력이 연달아 터져 나오며, 그들은 오직 장현을 죽이고 말겠다는 집념만 남은 채 덤벼들었다.
비록 이성이 없는 공격이지만 위력만은 엄청났다.
그들의 촉수가 움직일 때마다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폭풍이 일어났다.
자연스레 장현에게도 공격의 여파가 미쳤다.
이런 상황을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 순간만 넘긴다면 저들은 폭주한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문제는 이 순간을 넘긴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패드의 권능에 의존할까도 생각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이미 패드를 여러 번 사용했다. 약 10프로 정도 썼다.
마왕과의 전투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고위 마족도 아닌 배신자들 따위에게 패드의 권능을 사용한다면, 진정 필요한 순간 사용하기 힘들어 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패드의 권능은 사용하지 않고 시간 스킬과 공간 스킬을 사용해야 한다.
그 경우 위력은 권능을 사용한 것보다는 못하지만, 음양합일신공과 결합해서 사용한다면 충분히 위력적일 것이었다.
패드의 권능을 제외하고서 현재 장현의 가장 큰 무기는 음양합일신공과 묠니르다.
저들의 공격을 역이용한다면 자신의 내공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마력 폭주로 이끌어낸 저들의 힘은 음에 속한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양의 기운만 끌어올 수 있다면, 자신의 내공을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만 사용해 음양합일신공으로 조화의 기운을 뿜어낼 수 있었다.
현재 장현에게는 아주 강력한 양의 기운이 있다.
자신의 기운은 아니지만, 자신의 것과 마찬가지인 양의 기운.
바로 쑤엉이 가진 화염의 기운이다.
“쑤엉, 내게 전력을 다한 화염의 기운을 부어줘.”
“감당할 수 있겠어?”
쑤엉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현재 쑤엉의 능력은 화염의 정령왕에 못지않다.
그런 화염에너지를 장현에게 전력을 다해 부어버린다면, 육신이 붕괴되고 재가 될지도 몰랐다.
“걱정 마. 내게 방법이 있어.”
장현은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쑤엉의 화염에너지를 양의 기운으로 삼고, 마족들의 폭주하는 마력에너지를 음의 기운으로 삼아 융합하는 것이었다.
“안 돼. 너무 위험해보여”
“위험해도 해볼 만해. 현재 내 음양합일신공은 대성에 이르렀어. 이것을 넘어서 또 다른 경지를 개척하려면 그동안 해보지 않은 시도를 통해 깨달음을 얻어야만 해. 성공한다면 큰 무기를 얻게 되는 거야.”
“할 수 없군. 그래도 위험하다 싶으면 내가 강제로 화염의 기운을 회수할 거야.”
“알겠어. 내가 도리어 부탁하고 싶은 바야. 쑤엉, 너의 도움이 필요해. 화로에서 불의 기운을 조절했듯이 저 폭주하는 마력에너지를 네가 다루어줘.”
“너는 내게 갈수록 어려운 걸 요구하는구나.”
쑤엉은 한탄하듯 말했다.
장현은 화로에서 불의 기운을 증폭시키는 것에 빗대어 말했지만, 폭주하는 마력에너지에 맞추어 불의 기운을 증폭시키며 균형을 맞추는 것은 난이도가 차원이 달랐다.
화로 속의 불의 기운은 스스로의 기운만 조절하면 된다.
바람을 이용해 스스로의 화염에너지를 조절하는 것은 외부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
반면 폭주하는 마력에너지는 그 자체로 아주 강한 외부의 기운이다.
마력의 에너지 강약을 파악하는 것만도 보통 일이 아닌데, 그것에 맞춰 자신의 화염에너지 또한 조절해야 하는 일이다.
쉬울 리가 있겠는가.
“내가 조율할 테니, 나를 믿어.”
장현의 말에 쑤엉은 어쩔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결심이 확고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이것저것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쑤엉은 자신이 가진 모든 화염의 기운을 장현에게 주입하기 시작했다.
화아아아.
화르르르.
장현의 장심에서 막대한 불의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불의 기운이 다가오는 마력의 기운에 맞섰다.
팽팽하게 맞서던 마력의 기운과 화염의 기운은 결국 충돌해 폭발을 일으켰다.
퍼퍼펑!
폭발한 기운은 허공으로 솟아올라 마치 버섯 같은 모양을 이루었다.
큰 에너지가 상쇄되어 소멸되었지만 아직 남은 에너지가 장현을 위협하고 있었다.
남은 에너지조차 장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컸다.
그의 장심에서는 여전히 화염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쑤엉이 모든 힘을 끌어내 외부의 마력에 대항해 강약을 조절했다.
“쑤엉, 마력과 너의 화염에너지를 완전히 일치시켜.”
“크윽! 있어봐. 너무 힘들어.”
쑤엉이 뿜어내는 화염에너지가 마족들의 마력에너지와 완전히 같은 크기의 힘이어야 음양합일신공으로 조화시킬 수 있었다.
쑤엉이 기운을 조절하는 동안, 장현의 신체에서도 근육이 찢어지고 핏줄이 터지기 시작했다.
과도한 에너지가 그의 육체를 중심으로 경합을 이루었기 때문에, 육체가 버티지 못하는 것이었다.
“쑤엉, 아직 멀었어?”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봐.”
쑤엉은 정령으로서의 정신력을 극도로 소모하고서야 마침내 화염에너지를 똑같은 크기로 조율할 수 있었다.
“됐어. 장현.”
쑤엉의 말이 들리자, 장현은 음양합일신공을 즉시 끌어올렸다.
마력과 화염에너지가 겹쳐있는 공간에 내공을 접촉시켰다.
‘한순간이라도 흐트러지면 대폭발이 일어난다.’
그는 두 기운에 접촉하는 순간 깨달았다.
음과 양이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균형이 깨지는 순간 폭발이 일어날 것이고, 그것은 미증유의 힘으로서 그가 결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장현은 모든 정신을 집중해 음양합일신공으로 두 기운을 감쌌다.
마력과 화염에너지가 이룬 균형에 조심스럽게 접근해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외부를 감싸고 두 기운의 경계에 자신의 음양합일신공을 진입시켰다.
그러자 두 기운은 꿀렁하고 한 차례 움직이더니 음기운의 마력에너지는 아래로, 양의 기운인 화염에너지는 위로 움직여 태극을 이루었다.
‘성공이다.’
장현은 흘러내리는 땀을 닦지도 못했지만 만족스레 미소 지었다.
너무 긴장해서 심장이 여전히 두근거렸다.
태극은 만물의 근원이자 그 자체로 혼돈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이 기운을 원할 때 뽑아 쓸 수 있다면, 그는 패드의 권능 외에도 강력한 무기를 하나 더 갖게 되는 것이었다.
“장현, 네놈! 뭔 짓을 한 것이냐.”
블록 국왕이 분노와 두려움이 혼재된 얼굴로 외쳤다.
자신조차도 통제하지 못한 마력의 폭주였거늘, 장현은 그 기운을 받아들이고 흘려내지 않았나.
완벽하게 중화시켜 허공으로 폭발을 이끌어낸 수는 경이롭다 못해 두려웠다.
눈앞에 떠있는 거대한 기운의 공. 그는 태극을 몰랐으나 공처럼 둥근 기운을 이루고 있는 게 자신들의 마력이라는 건 알았다.
그것이 어떻게 얌전하게 장현의 앞에서 뭉쳐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알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아주 무서운 위력을 지녔으리라는 것이었다.
“막아! 지금 저놈을 해치우지 않으면 우린 모두 죽을 거야!”
블록 국왕이 옆의 일행들에게 외쳤다.
그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괴이하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어조에 담긴 심각성은 충분히 전해졌다.
일행들 역시 그와 똑같은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마력의 폭주로 이미 모든 힘을 다 쓴 상황이었지만 이대로 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도망칠 수도 없다.
마왕군의 제오 장로는 장현을 잡아오거나 죽이라고 했다.
마르바스 성으로 후퇴할 수도 없다.
“이익! 죽어라!”
일곱 마족은 각자의 촉수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장현에게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이미 그들은 마력 폭주로 대부분의 마력을 소모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음양합일신공으로 감싸고 있는 기운을 이제 다스릴 수 있었다.
이것에 어떤 이름을 붙일까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좋은 이름이 떠올랐다.
태극으로 이루어진 기운과 어울리는 이름.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드러내는 이름이었다.
“태극기, 이제부터 이 기운의 이름을 태극기라 부르겠다.”
그의 손에서 태극기가 날아올라 인류를 배신한 마족들에게 날아들었다.
콰콰쾅!
번쩍하는 빛과 함께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
일곱 마족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태극기의 위력은 장현조차도 놀랄 정도였다.
기대 이상이었다.
비록 몸이 한순간에 텅 빈 것 같았지만, 강대한 기운을 쏟아낸 반작용은 겪지 않았다.
그렇게 큰 무리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상대의 폭주하는 마력과 쑤엉의 화염에너지를 바탕으로 태극기를 생성했지만, 한 번 해본 경험이 있으니 다음번에는 조금 더 수월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어떤 놈을 보낼 것이냐.”
장현이 중얼거리는 모습은 상공의 드론을 통해 마계 전역으로 송출되었다.
태극기가 일곱 마족을 말살시킬 때는 한순간 기의 폭풍으로 화면이 흔들리긴 했지만, 곧 정상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