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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91화 (191/211)
  • 191화. 최후의 전투 (2)

    대공이 마왕의 본진 뒤를 공격한다면, 사실 장현이 계획한 대로 진행되는 것이었다.

    원래 그가 의도한 것은 마왕과 대공이 먼저 전쟁을 치르는 것이었지, 인간 플레이어가 마왕과 먼저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젠장, 이제 거의 다 되었는데. 하필 마왕이 마르바스 성을 먼저 공격하다니.’

    장현이 예상한 시점보다 더 빨랐다.

    최소한 대공과 합의하고 대공군과 마르바스의 플레이어들이 합류할 때까지는 전쟁이 벌어지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이제 마왕군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었다.

    “장현, 안젤라 말대로 대공군과 함께 움직이는 게 낫지 않을까? 마르바스 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야.”

    이나연이 조심스레 의견을 물었다.

    그녀에게 있어 킹덤의 다른 왕국 사람들은 같은 인간 플레이어라는 점 외에는, 딱히 친밀감이나 동료애가 없었다.

    김덕배 같은 경우는 마현이라는 무림인 사부가 있었지만 이나연은 아니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들과 부하 병사들이다.

    부하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공군과 함께 마왕군의 뒤를 공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과연, 우리 도움 없이 마르바스에 있는 사람들이 마왕의 공세를 버틸 수 있을까?”

    장현은 아무래도 불안했다.

    1회차 최후의 전투가 생각난 것이다.

    당시에는 마왕군을 상대로 전투를 치른 플레이어들은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었다.

    지금은 그 당시와 다르다. 장현이 이정환과 함께 신의 무기를 만들어 동료들에게 주었다.

    마왕과 싸우더라도 1회차 때처럼 허무하게 지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인간 플레이어들의 전력도 1회차와는 달리 상당수가 죽지 않았다.

    연금술사 조각으로 백신을 만들어 접종시켰으며, 아르헨을 비롯한 마현, 율센 등에게 신의 금속으로 만든 무기를 쥐어줬다.

    제이미와 테오는 전사가 아니기에 딱히 소용이 없었지만 그들의 동료들에게도 아이템을 지급했다.

    회귀해서 이룰 목표는 이제 다 이루었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그건 신의 무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장현이 가야만 한다고 느끼는 이유는 1회차와 달라진 자신 때문이다.

    현재 창조신의 패드를 얻으면서 가진 시간 스킬과 공간 스킬의 권능은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비장의 무기나 다름없다.

    스킬의 권능을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패드의 충전시간과 상관이 있었다.

    공간 스킬과 시간 스킬에 창조신의 권능을 부여해 사용할수록 패드는 급속히 방전되어갔다.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비록 마나 포인트로 충전을 할 수는 있지만 마왕과 싸울 때를 대비해야 했다.

    지금은 권능을 사용해서라도 마르바스에 빨리 가야 했다.

    “내가 먼저 마르바스에 가볼 테니, 모두 대공군과 함께 마왕군을 공격하도록 해줘.”

    “장현, 나도 같이 갈래.”

    안젤라는 장현이 먼저 떠나려 하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

    기껏 장현을 따라 캄온에 왔는데 또 떨어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안젤라, 이곳엔 당신이 꼭 있어야 해. 부디 내 동료들을 잘 챙겨주도록 해. 나는 공간 스킬에 창조신의 권능을 사용하면 순식간에 갈 수 있어. 먼저 가볼 테니 무슨 일이 생기면 나를 불러. 음양합일신공의 표지를 통해 연락하도록 해. 지금은 시스템 메시지가 작동이 안 되서 이쪽과 연락하려면 안젤라가 이곳에 있어야 해. 부탁이야.”

    그동안은 시스템의 메시지를 이용하면 되었으나, 통신에 문제가 생겼는지 시스템 메시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일행과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은 음양합일신공의 표지를 사용하는 방법뿐이었다.

    안젤라도 그의 말을 이해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장현. 무슨 일이 생기면 표지를 써서 연락하도록 할게. 너도 도착하는 대로 연락해야 해.”

    “걱정 마.”

    그렇게 캄온에서의 일을 정리한 후, 장현은 공간 스킬을 사용해 마르바스 성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

    마르바스 성에 도착한 장현은 주위를 조심히 살피며 접근하려 했다.

    그때 표지를 통해 안젤라에게서 연락이 왔다.

    “잘 도착했어?”

    “응. 막 도착했어.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잘 도착했나 싶어서 연락해 본 거야. 왜, 우리가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연락하는 사이야?”

    ‘헉! 이 상황은.’

    안젤라의 말에 장현은 흠칫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상황이었다.

    직접 경험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야. 아무 일 없어도 연락하면 되지.”

    “그런데 왜 내가 연락하자마자 무슨 일 있냐고 그런 거야?”

    “음. 미안해. 내가 실언했어.”

    장현은 안젤라에게 표지로 연락하라고 한 것에 대해 후회했다.

    이런 식으로 표지를 사용할 거라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흥. 알았어. 봐줄게.”

    “그래. 고마워. 앞으로 조심할게.”

    안젤라가 뭘 봐준다는 건지 그리고 뭐가 고마운지는 모르겠지만, 장현은 고맙다는 말로 이 상황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안젤라와의 연락을 종료하고서야 그는 등이 땀으로 축축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몸이 긴장한 것인가.’

    그는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지금 도착한 곳은 마르바스 성 인근이다.

    공간 스킬을 사용해 성내로 바로 들어갈까 하다가 망설였다.

    성 주위를 마법진이 감싸고 있어서였다.

    그에게도 이 마법진은 익숙했다.

    대마법사 테오가 최후의 전투 때 펼친 것과 동일한 종류의 마법진이다.

    테오의 마법진이라면 금방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저 마법진이 펼쳐져 있다는 건, 아직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다는 건가.’

    장현은 아직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데 안도했다.

    그럼에도 마왕군의 위치를 확인해봐야 자세한 정황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마법진의 영향권 주위로 조심스레 이동했다.

    곳곳에 마족 병사들이 밀집해 있었다.

    ‘이미 성은 마왕군에 의해 완전히 포위되었군.’

    그가 마왕군 진영을 향해 이동하려 할 때, 멀리서 굉음과 함께 화염이 치솟았다.

    콰콰쾅!

    마법진에서 빛이 번쩍이며 성을 덮는 보호막이 생성되더니, 이내 화염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된 건가.”

    마왕군에서 성 진입을 위해 공격을 한 듯했다.

    굉음이 울리며 대지가 흔들렸다.

    순간적으로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이런 위력이라면 테오의 마법진이라도 오래 버티기 힘들지 몰랐다.

    장현은 마르바스로 올 때 공간 스킬에 권능을 부여한 이후로는 더 이상 권능을 사용하지 않았다.

    마왕과 싸울 때를 대비해 아껴둬야 했다.

    그렇다면, 그에게 남은 무기를 활용해야 한다.

    패드의 권능 없이도 공간 스킬과 시간 스킬을 사용할 수는 있다.

    대신 위력은 권능의 힘을 빌린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묠니르가 있으니 음양합일신공과 데랑스의 스킬을 섞어 쓴다면 군단장까지는 상대하는 데 무리 없을 거야.’

    장현은 마왕군의 주의를 자신에게로 돌릴 생각이었다.

    위험하지만 마왕군과 대공군이 먼저 전쟁을 치르게 하려면 시간을 끌어야 하는데, 이 방법 외에는 없었다.

    ‘소란스럽게 움직일수록 좋겠지.’

    대공으로 하여금 더 이상 간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장현이 직접 움직여야 했다.

    백신을 제조할 수 있는 장현을 마왕이 확보하게 된다면, 대공은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장현은 마왕군에게 모습을 드러내면서 공격을 시작했다.

    마왕군의 병사들은 갑자기 자신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장현을 보고는 놀라 소리쳤다.

    “여기! 적이다! 인간 플레이어야!”

    “시끄럽게 해줘서 고맙긴 한데, 넌 대신 죽어줘야겠다.”

    장현은 묠니르를 꺼내서 휘둘렀다.

    쾅! 쾅!

    순식간에 머리가 날아가면서 몸만 남은 마왕군의 시체가 부르르 떨더니 쓰러졌다.

    주위가 한순간 적막에 사로잡혔다.

    이번 공격으로 인해 그의 정체를 똑똑히 알아차린 것이다.

    그때 마왕군의 장수급 마족이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저 놈은 마왕님께 반역한 무도한 인간이다. 저 자를 사로잡는 자는 마왕님께서 친히 진혈을 내리겠노라 하셨다.”

    “와아아아아!”

    장수의 말에 병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마왕의 진혈을 복용한다면 하급 마족이라도 단숨에 고위 마족으로 탈바꿈을 할 수 있었다.

    마족에게는 그야말로 영약이나 다름없는 데다, 신분 상승까지 할 수 있는 보상이었다.

    병사들은 마왕의 진혈이라는 보상에 눈이 벌게져 장현을 잡으려 들었다.

    한편, 장현은 마족 장수의 말에 씨익 웃었다.

    그는 부하들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하지 않고 사로잡으라고 명했다.

    그렇다면 저들은 치명적인 수단을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제 마음 놓고 활개칠 수 있었다.

    그는 음양합일신공을 운기하며 내공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끌어올린 내공을 묠니르에 담아 그의 전면으로 달려오는 장수를 향해 내려쳤다.

    쾅!

    마왕군 장수는 장현의 묠니르를 막았지만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신의 금속으로 만든 묠니르는 이전의 망치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을 보여주었다.

    장현은 만족한 듯 묠니르를 힐끗 쳐다보며 쓰다듬었다.

    마왕군 장수는 몸을 일으켰지만 상당한 충격을 입었는지 피를 울컥 토했다.

    그 모습을 본 장현은 장수에게 묠니르를 휘두르는 대신 인벤토리에서 암기들을 소환해 날렸다.

    그의 인벤토리에는 최후의 전투를 대비해 준비한 암기들이 가득 있었다.

    그것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세균에 노출되어 있었던 암기들이다.

    독보다 무서운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맞지 않은 마왕군 병사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암기가 날아갔다.

    휙! 휙! 휙!

    장현의 손을 떠난 암기들이 마왕군 장수를 비롯해 병사들에게까지 가리지 않고 날아가 꽂혔다.

    퍽! 퍽! 퍽!

    그는 암기로 그들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바이러스에 확진만 시키면 족했다.

    그랬기에 마족 병사들은 암기를 맞았음에도 그 즉시 죽지는 않았다.

    대신 부상은 입었기에 암기 공격을 당한 자들은 후방으로 후퇴했다.

    그 모습을 본 장현은 씨익 웃었다.

    그가 노리던 바였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묻은 암기에 맞은 병사들은 이제 사방으로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것이다.

    ‘여기는 이 정도면 됐고, 장소를 옮겨 볼까.’

    장현이 이곳에서 소란을 일으킨 목적은 병사들을 몰살시키고자 함이 아니다.

    마왕군의 주의를 마르바스 성에서 자신에게로 옮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장소를 계속 옮겨가며 치고 빠지는 전략을 짰던 것이다.

    그때 마왕군 장수가 장현에게 소리쳤다.

    “어딜 가느냐, 이놈. 감히 마왕군을 우습게 여기다니. 고작 인간 플레이어 따위가 마왕군을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착각이란 걸 깨닫게 해주지.”

    장현의 묠니르 공격에 이어 암기까지 맞았던 장수가 독기를 품고 있었다.

    “우스워 보이니까 우습게 여기지. 당신이 어느 정도 계급인지는 모르지만, 내 공격 한방에 날아가 놓고 그런 소릴 하면 민망하지 않아?”

    “이놈! 그건 방심했을 뿐이다. 그리고 난 마왕군 2군단의 부군단장 혈불이다.”

    장현은 장수의 말에 눈을 매섭게 뜨고 살폈다.

    “혈불이라면, 당신 혹시 무림인 출신 마족인가?”

    “그렇다. 너는 무림인이 아닐 텐데, 무림인인 날 알아보는구나.”

    마왕군의 장수는 눈을 빛내며 반문했다.

    “아, 던전 레이드하면서 너 같은 놈을 상대해본 적 있어서 말이야. 너 혈염수라고 알지?”

    “혈염수라면, 전대 천마?”

    혈불이 장현의 말에 아는 듯 중얼거렸다.

    “맞아. 너 그 놈보다 세냐?”

    “음, 아마도 내가 더 셀 것이다.”

    혈불의 목소리는 약해져 있었다.

    허세임이 분명했다.

    장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내가 한번 평가해주지. 참고로 혈염수라는 놈도 내 손에 죽었다는걸 알아두고 덤벼봐. 방심했다느니 하는 그런 개소리하지 말고. 난 인간을 저버리고 마왕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너 같은 놈은 편하게 죽이지 않으니. 최선을 다하라고.”

    장현은 혈불을 상대하여 마왕군의 주의를 제대로 끌 생각이었다.

    “크하하하! 날 그냥 두지 않겠다고? 내가 할 소리다. 마왕님께선 네놈을 잡아오라고 하셨으나, 나 역시 네놈을 그냥 보내줄 생각은 없다. 본존이 형체조차 남기지 않고 네놈을 죽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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