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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90화 (190/211)

190화. 최후의 전투 (1)

대공이 오해 말라는 듯 말했다.

“마왕과 전쟁이 벌어진다면, 놈들은 백신 제조 필수시설을 가장 먼저 노릴 것이다. 솔직히 너희의 전력으로 마왕군과 싸워서 이곳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장현 역시 대공의 말에 납득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A동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결국 타협해야 한다.

“여기 임상, 비임상시험 연구시설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제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연구 시설 및 자료의 보안을 위해서라도 이곳에 저희가 안주하지 않으면 백신 제작에 차질이 생길 것입니다.”

“좋다. 그럼 너희 일행에게 이곳에 거주하는 것은 허락하도록 하지. 다만 연구소 시설 주위는 이미 나의 군대가 포위하고 있다. 그것은 양보 못한다.”

“알겠습니다. 대신 연구시설 안에는 누구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게 해주십시오. 백신 시설에 외부인이 들락거리다간 기껏 만든 백신이 오염될 수 있습니다.”

“그러도록 하지.”

루시퍼는 장현의 말에 언짢았지만 수용했다.

“알겠습니다. 다른 하실 말씀이 없다면 이제 물러나도 괜찮겠습니까. 지금 제 동료들이 부대를 이끌고 오고 있습니다.”

“하나만 물어보지. 백신을 제작하는 데 마력에 따라 개별적으로 백신을 제작해야 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맞나?”

“그렇습니다. 마족들은 우리 인간들과 달리 개개인의 마력에 차이가 많고, 종족 또한 다르기에 개체별로 따로 제작해야 합니다.”

“그 말은, 같은 종족이고 마력도 비슷하다면 다수에게 적합한 백신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겠지.”

“그렇습니다.”

장현은 대공이 어떤 뜻으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의아했다.

“지금부터 내가 지정하는 마족들의 백신을 우선적으로 제작해 줬으면 한다. 네가 얘기한 대로 마계 주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다.”

“혹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좋다. 마왕과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너는 마계의 마왕 자리를 자치하는 게 단순히 마왕을 쓰러트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과정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지금 상황에서는 나와 바알이 일대일로 맞싸우는 상황 자체가 오지 않는다. 먼저 세력이 비등해야 한다. 그래야만 나와 바알의 일기토 승부가 벌어질 수 있다.”

그건 장현도 몰랐다.

막연히 대공과 마왕 간에 전쟁이 벌어져서 양쪽 다 상잔하거나 대공이 마왕을 쓰러트리는 대신 막대한 피해를 입기만을 바랬을 뿐이다.

대공은 장현을 힐끗 보더니 말을 이었다.

“마계에는 총 열여섯 개의 성이 있고, 각 성에는 성주가 있다. 그중 나를 따르는 자가 다섯이고, 마왕을 따르는 자가 여섯이지. 그 외 다섯 개 성의 성주는 중립이야. 그런 중립을 표방하는 성주들의 지지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백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를 따르는 성주와 마왕을 따르는 성주의 수가 비슷하긴 하지만, 성주마다 무력이 다르고 병력의 수와 질 또한 다르니. 현재로는 내가 불리하다.”

“그런데 중립을 표방한다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마왕이나 대공께서 가만두지 않았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

중립이라는 게 말이 쉽지 절대로 쉽지 않다.

양쪽에서 끊임없이 압박이 들어온다.

마왕과 대공은 마계의 양대 산맥이다.

그 사이에 끼어서 중립을 외친다는 건,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할만한 실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들은 그럴만한 실력이 있기 때문이지. 그들 중 하나는 투스멕 성주네. 마계에서 가장 정밀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지. 마왕 측과 우리 측 모두 투스멕 성주의 시스템 반도체 제작을 의지할 수밖에 없어. 최근 헬릭스 성주가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길래 지원을 해줬지만, 아직 규모나 실력 면에서 투스멕 성주에게는 많이 부족해.”

“마계에서 가장 뛰어난 파운드리 반도체 사업을 갖고 있다니, 과연 그럴만한 실력이 있었군요. 혹시 다른 중립 성향의 성주들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뭐 어렵지 않지. 아스멜 성주는 반도체 장비를 공급하고 있어.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장비가 있어야겠지. 아스멜 성주는 그 반도체 장비를 마계에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어.”

“그렇군요. 투스멕과 아스멜 성주. 그들을 끌어들이면 마왕 측 성주들도 동요하겠군요.”

“맞아. 반도체는 내게도 마왕에게도 가장 중요하면서 민감한 사업이야. 투스멕 성주와 아스멜 성주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공장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니, 백신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지지를 요구한다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알겠습니다. 나머지 세 군데는 어디입니까?”

“일렉 성주, 에이티 성주, 플레어 성주다. 그들은 각각 에너지, 통신, 클라우드를 장악하고 있다. 그들은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포인트를 바탕으로 마계에 많은 후원을 하기에, 마왕조차도 그들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지. 그간 납부한 세금만으로도 마계 재정의 40프로를 충당할 정도니 말이야. 너희 인간들이 참여한 경기를 만드는 데 가장 큰 투자금을 댄 것도 그들이지.”

장현은 그들이 경기를 만드는 데에 투자금을 댔다는 말에 눈썹을 슬쩍 찌푸렸다.

“그들이 경기에 투자금을 댔다고 해서 마음에 안 드는가 보군.”

대공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장현은 금세 표정을 회복했다.

앞으로가 중요했다.

인간들을 마계로 잡아온 건 마왕 바알이다.

놈을 쓰러트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었다.

“괜찮습니다. 그들이 마왕으로부터 돌아서서 우리에게 힘을 보태준다면, 되레 고마운 일이죠.”

“다행이군. 그럼 그들을 위한 백신은 제작해 준다고 믿으면 되겠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백신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DNA 샘플이 있어야 합니다.”

“알겠네. 세부적인 사항은 나실 장로와 얘기하게. 그럼 이만 나가봐도 좋네.”

대공 루시퍼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축객령을 내렸다.

대공과 할 얘기는 끝났다.

이제 대공은 마왕과의 전쟁을 결심했다.

이 사실을 얼른 마르바스 성에 있는 동료들에게 알려야 했다.

장현은 시스템을 열어 아르헨을 찾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아르헨에게 메시지가 전해지지 않았다.

‘갑자기 왜 시스템 메시지가 전송이 안 되는 거지?’

장현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건 바알이 조금 전 마르바스와 캄온 일대의 통신선을 파괴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장현은 근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서둘러 캄온 입구로 향한 장현은 김덕배와 이나연 등이 부대를 이끌고 연구소로 진입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최형석 또한 그곳에 함께 있었다.

장현은 일단 그들에게 다가갔다.

현 상황부터 파악해야 했다.

김덕배가 장현에게 물었다.

“장현, 최형석한테 들었어. 대공이 여기에 와 있다고?”

“맞아. 대공이 마왕과 전쟁을 치르며 우리 플레이어들을 지지해 주는 대신 그들에게 백신을 제공해 주기로 합의했어.”

“뭐? 마족들에게는 백신을 제공 안 하기로 했잖아. 백신만 받고 우리 뒤통수를 치면 어떡하려고.”

김덕배의 말에 장현은 대공 루시퍼와 했던 얘기를 들려줬다.

김덕배를 비롯한 동료들은 그제야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떡할 거야? 여기에 있던 확진된 마족과 몬스터는 이미 다 처리해서 우리가 할 일도 없는데, 마르바스 성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냐?”

김덕배는 전투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공군이 이미 확진된 마족들과 몬스터를 모두 처리해놔서 무척 실망한 상태였다.

비록 데이몬과 전투를 치르긴 했지만, 놈이 일찍 내빼는 바람에 제대로 싸우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 여기 연구소를 지킬 인력을 제외하고는 돌아가야겠지. 아무래도 마르바스 성에 문제가 생긴 거 같다.”

장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다들 표정이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르헨에게 시스템 상태창으로 메시지를 보냈는데 전송이 안 돼.”

장현의 말에 김덕배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냥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여기로 오는 길에 마왕군을 마주친 게 신경 쓰여. 더군다나 대공 역시 마왕군이 마르바스 성으로 진격했다고 하니, 그 때문이 아닐까 싶어. 일단 내가 먼저 다시 가보도록 할게.”

장현이 김덕배에게 얘기하고는 최형석을 돌아보았다.

“최형석, A동 연구원들은 어때?”

“그들은 이상 없었습니다. 그대로 같은 곳에 있었습니다.”

“좋아. 넌 이들과 연구실 인력 및 시설을 확보하고, 안정된 걸 확인한 다음 마르바스 성으로 오도록 해.”

“알겠습니다.”

장현이 어리둥절한 동료들을 뒤로하고, 다시 마르바스 성으로 가려고 할 때.

안젤라가 굳은 표정으로 나타나서 소리쳤다.

“잠깐, 장현. 기다려. 지금 마르바스 성은 혼자 가면 위험해.”

“무슨 소리야? 안젤라. 뭔가 알고 있는 거야?”

안젤라는 회의가 끝난 후 모처럼 헬릭스와 만나서 대화를 하고 왔다.

그동안 패드로 몇 차례 연락을 하긴 했지만, 직접 만난 건 킹덤 경기가 시작된 이후로 처음이었다.

헬릭스는 그녀 마음대로 플레이어들을 따라 경기에 참가한 것에 대해 크게 꾸중을 했다.

안젤라는 장현 덕에 자신이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얘기했다.

더불어 드림히트 성과 헬릭스 성의 주민들도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녀가 장현을 따라갔기 때문이라는 것을 어필하고서야 헬릭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었다.

헬릭스는 화가 풀리고 진정이 되어서야, 현 상황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그녀에게 알려줬다.

마왕이 이미 본대를 직접 이끌고 마르바스 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공 루시퍼가 장현에게 하지 않은 얘기였다.

그는 플레이어들이 모두 죽어나가도 장현만 살아 있다면 백신을 제공받을 수 있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마르바스 성의 플레이어들이 모두 죽어나가면 장현이 어쩔 수 없이 대공 자신에게 의탁할 거라 생각한 것이었다.

마왕이 마르바스 성으로 서둘러 공격을 감행한 것은 장현과 싸웠던 데이몬 군단장 때문이었다.

데이몬 군단장은 장현과 일전을 벌인 후, 얼마 가지 않아 코로나 바이러스에 확진이 되고 말았다.

복부의 뚫린 상처를 통해 감염된 바이러스는 도저히 잡히지가 않았다.

마력을 써서 몰아내려고 하면 할수록 바이러스는 도리어 마력을 갉아먹었다.

결국 데이몬은 다른 마족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마력을 상실하고 이성마저 상실해 몬스터나 다름없게 되어버렸다.

몬스터로 변한 그는 주변의 움직이는 존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의 부하들, 마왕군 병사들이었다.

병사들은 자신들의 상관인 데이몬에게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저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상당수가 데이몬에게 공격당해 똑같은 확진자가 되었지만, 그중 살아남아서 도망친 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향한 곳이 바로 마왕 바알이 있는 본진이었다.

살아남은 병사에 의해, 데이몬이 장현 일행과의 전투를 치른 후 바이러스에 확진되었음이 알려졌다.

그 사실에 위협을 느낀 마왕은 장현 일행이 마르바스 성을 떠나 캄온 연구소를 향했음을 알고 서둘러 마르바스 성부터 공략하기로 한 것이었다.

안젤라의 말에 다들 가슴이 철렁했다.

장현이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럼 지금 이대로 있으면 안 돼, 당장 가야지! 최형석, 조금 전 말한 것은 취소다. 이곳은 대공군이 지킬 테니 모두 마르바스 성으로 즉시 돌아가자.”

비록 마르바스 성에 대다수의 주요 인사들이 있다고는 해도, 장현 일행은 큰 전력이다.

장현 자신만 해도 패드의 권능을 비롯해 음양합일신공을 대성해 무력으로는 아르헨, 마현과 견주어 뒤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신의 무기 묠니르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집단 전투에서는 이나연과 병사들 또한 큰 활약을 할 것이다.

최형석은 말할 것도 없었다.

김덕배 또한 마현의 진전을 이어받아 플레이어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가 되었다.

이런 이들이 마왕과의 전쟁에서 빠져서는 안 된다.

“장현, 서두르지 마. 지금 아버지께 들었는데 대공 전하도 마왕군의 뒤를 공격할 생각이래. 마르바스에 가려면 대공군과 같이 가는 게 좋을 거야.”

안젤라가 걱정 어린 투로 말하자, 다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더니 이윽고 장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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