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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88화 (188/211)
  • 188화. 플레이어 독립전쟁 (14)

    최형석이 코웃음 치더니 다시 손을 휘저었다.

    “흥, 어디 얼마나 달라졌는지 볼까.”

    그에 따라 마르바스가 신성 방벽을 향해 재차 주먹을 날렸다.

    콰쾅!

    다시 한번 충돌음이 크게 들렸지만, 결과는 조금 전과 달랐다.

    신성 방벽에 부딪친 마르바스의 마력이 그대로 반사되어 되돌아간 것이다.

    자신의 공격에 적중한 마르바스는 보호막이 파손되며 뒤로 나뒹굴었다.

    “으음! 이건 꽤나 효과가 있었어. 이 정도라면 고위 마족한테도 쓸모가 있겠어. 다만, 결국 이나연 네가 함께 해 야해. 너 없이 병사들만으로는 무리야.”

    최형석이 낮은 신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렇겠지. 그래도 나 혼자 고위 마족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 거기다 새롭게 얻은 검이 있으니 마지막 마무리만 내가 하면 돼.”

    조금 전의 신성 방벽 스킬이야말로, 이나연과 병사들이 함께 준비한 최강의 합격진이었다.

    그 스킬에 마르바스가 큰 타격을 입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만족스러웠다.

    다만 최형석의 말대로 이나연이 없이 병사들만으로는 고위 마족에게는 부족하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그건 기대에 못 미쳤다.

    “그간 연습한 합격진이 고위 마족에게는 안 통한다니.”

    아이템으로 무장까지 했음에도 고위 마족을 상대로는 역부족이었다.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너는 전투에 병사들만 내보낼 게 아니잖아. 마지막 신성 방벽 스킬은 정말 위험했으니까. 실망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최형석.”

    “흥. 고맙긴.”

    최형석은 이나연의 고맙다는 말에 볼을 긁적였다. 괜히 낯간지러웠다.

    “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신감을 잃지 마라.”

    최형석은 그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렸다.

    장현은 최형석, 안젤라, 김덕배 및 이나연과 그 병사들을 대동해 캄온 공략팀을 구성했다.

    “자, 오늘 저녁은 캄온에서 먹는다. 가자!”

    “와아! 가즈아!”

    “누가 가즈아를 외치는가!”

    백신을 맞은 데다 강한 장수들과 함께해 사기가 끓어오른 병사들이 호기롭게 외쳤다.

    장현은 출발하는 길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마르바스 성을 벗어나 캄온으로 향하는 외곽 길에 접어들면서였다.

    한 마족이 이끄는 병사들이 그들의 길을 막아선 것이다.

    그들은 모두 보호막 형성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장현이 제작한 것과 동일한 제품이었다.

    단단히 준비하고 길을 막은 것이 분명했다.

    “저 놈들은 뭐지?”

    장현은 앞을 가로막은 상대들을 향해 의문을 드러냈다.

    혹시 백신을 얻으려는 마족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차분히 손을 들었다.

    그에 따라 일행들 역시 움직임을 멈추고 다가오는 자들을 향해 경계했다.

    다가오는 마족을 본 안젤라의 표정이 변했다.

    아는 자가 있었던 것이다.

    “저 자는 마왕의 수하 중 손꼽히는 무력을 자랑하는 혈마 데이몬이야.”

    혈마 데이몬.

    마왕의 명을 받아 마계를 다스리는 10개의 군단이 있다.

    그중 마르바스 성 인근의 군을 다스리는 군단장이다.

    그가 친히 병사들을 이끌고 나선 이유는 뻔했다.

    마왕에게 공공연히 반기를 든 장현 때문이리라.

    “네놈이 장현이겠지?”

    데이몬이 기다란 화극같이 생긴 무기를 내밀며 물었다.

    “꼴을 보니 좋은 의도로 온 것 같진 않군.”

    장현이 냉소했다.

    그가 망치를 꺼내들어 데이몬을 향해 겨눴다.

    이정환에게 받은 묠니르를 사용해보기에 적당한 상대였다.

    무공과 패드의 권능을 이용하면 마계의 군단장이라 해도 무서울 게 없었다.

    그때 김덕배가 앞으로 나서며 장현에게 말했다.

    “장현. 이번 싸움은 우리에게 맡겨줘.”

    김덕배의 말에 장현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들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다면, 굳이 자신이 나설 이유가 없었다.

    거기다 김덕배는 그간 쌓아온 무공을 실전 속에서 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나연 누나, 저 마계 군단장은 내가 맡을 테니 나머지는 누나가 병사들과 함께 맡아줘.”

    “알겠어. 걱정 마. 그렇잖아도 나도 실전이 필요했으니까.”

    이나연 역시 기꺼이 응했다. 그간 훈련해온 집단 전투를 실전에서 사용해보고 싶은 것은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군단장이라면 마르바스 활강시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그녀는 최형석에게 경고했다.

    “끼어들지 마. 최형석.”

    “그러도록 하지.”

    장현 일행들의 대화를 들은 데이몬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분노했다.

    “이것들이 감히, 날 우습게 봐. 모두 쳐라!”

    데이몬의 명령에 마왕군 병사들이 일제히 달려 나갔다.

    그들을 막아선 것은 이나연과 병사들이었다.

    한편 데이몬의 앞에는 김덕배가 나섰다.

    “이봐, 네 상대는 나야.”

    말과 함께 그는 장검을 뽑았다.

    그의 장검 역시 이정환에게 얻은, 테세리움으로 만든 장검이다.

    장검에서 염라문의 내공이 담긴 검강이 1미터 이상 솟았다.

    검강이 나타나자, 데이몬은 흠칫 놀랐다.

    “생각보다 강한 놈이었군. 네 이름은 뭐냐.”

    “김덕배. 너를 죽일 자의 이름이니 기억해두도록.”

    김덕배는 네오디움 왕국의 막강한 부를 바탕으로 마음껏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었다.

    포인트를 모조리 내공으로 전환하였기에, 그의 무공은 염라문의 비전을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김덕배가 먼저 검강을 뿌리며 데이몬에게 공격해 들어갔다.

    데이몬은 한때 방천화극을 사용해 천계의 신장들을 홀로 죽였을 정도의 강자였다.

    마력을 한껏 끌어올린 그는 번개같이 화극을 내질렀다.

    화극이 웅웅하는 소리를 내며 대기를 떨어 울렸다.

    차차창!

    김덕배와 데이몬은 동시에 물러났다. 그럼에도 차이는 확연히 났다.

    데이몬은 한 걸음 물러선 반면, 김덕배는 다섯 걸음을 물러선 것이다.

    ‘아직 힘으로는 덕배가 안 돼. 데이몬은 고위 마족이다. 검강이라고 할지라도 부족하다.’

    장현은 그 모습을 보며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염라문의 무공은 힘이 다가 아니다. 더군다나 김덕배는 신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

    힘이 부족하다면 아이템빨로 이길 수도 있는 것이다.

    강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자다.

    데이몬은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인간을 보며 살짝 놀랐다.

    그의 힘은 마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

    마튜브를 통해 경기 영상을 보며 플레이어들의 수준을 살폈었다.

    눈앞의 인간이 꽤나 강한 축에 속하긴 했지만, 자신은 마왕군의 군단장.

    “이놈 죽여버리겠다.”

    자신의 공격을 막은 것에 분노한 데이몬은 본격적으로 힘을 사용했다.

    데이몬의 몸을 중심으로 급격히 마력이 터져 나왔다.

    어느 순간 그의 몸이 이동하더니, 곧 김덕배의 옆에 나타났다.

    벼락같은 움직임에 이어, 내려치는 방천화극이 김덕배의 머리를 양단하려 했다.

    휙!

    데이몬은 눈을 크게 떴다.

    화극이 김덕배의 몸을 갈랐으나, 손에 걸리는 감촉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디냐.”

    데이몬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그때.

    스스스.

    모습을 드러낸 김덕배의 수가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건 환영. 감히 내 앞에서 이딴 잡스러운 수를 써!”

    노호한 음성으로 소리치며 데이몬은 사방팔방 화극을 휘둘렀다.

    그의 마력이 환영을 하나씩 찢어발기며 가공할 마력의 폭풍을 일으켰다.

    김덕배의 남은 환영들은 마력 폭풍에 의해 하나씩 소멸되었다.

    그럼에도 아직 남아있는 김덕배들은 데이몬의 공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력의 폭풍을 헤집으며 전진했다.

    결국 환영 중 하나가 무사히 데이몬의 바로 앞까지 접근했다.

    그것은 진짜 김덕배였다.

    붉은 화염이 활활 타오르는 신의 검을 든 김덕배가 데이몬의 마력을 뚫고 내질렀다.

    활활 타오르던 신의 검이 데이몬의 몸을 뚫는 순간.

    마치 번개가 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뇌전이 데이몬을 직격했다.

    신검의 위력에 염라문의 무공이 더해져 데이몬도 버티기 힘들었다.

    “크아아아악!”

    퍼퍼펑!

    콰지지지직.

    번쩍!

    데이몬은 자신이 이름도 못 들어본 플레이어에게 당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전신이 시꺼멓게 탄 데이몬은 큰 부상을 입었다.

    ‘물러나야 해. 할 수 없다.’

    그는 마왕군의 선발대였다. 반란군과 마르바스의 플레이어들을 쓸어버리기 위해 마왕이 직접 마왕군을 이끌고 진격하고 있었다.

    데이몬은 마르바스에서 가장 가까웠기에 플레이어들의 실력을 확인할 겸 자진해서 먼저 공격에 나섰던 것이다.

    이제 큰 부상을 입었으니 물러나야 했다.

    이미 보호막 형성 마스크조차 박살 난 상태다.

    수치스러웠지만 일단은 놈들의 전투력에 대해 보고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다음은 상처부터 회복해야 했다.

    그가 물러나기 위해 남은 마력을 짜내 몸을 뒤로 빼낼 때, 그의 상처 난 복부를 향해 무언가가 살짝 날아와 꽂혔다.

    푹!

    “뭐야, 이건.”

    데이몬은 자신의 몸에 꽂힌 것을 보았다.

    손가락보다 얇은 가느다란 암기였다.

    부상 중이긴 했지만, 고작 이정도 암기가 자신에게 타격을 줄 리는 없었다.

    다만 분노는 더욱 커졌다.

    암기가 날아온 방향을 살펴보니, 장현의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네놈, 다음번엔 반드시 죽여주마.”

    데이몬은 장현을 무섭게 노려보며 외치더니, 이내 그대로 몸을 돌렸다.

    “모두 후퇴다!”

    부하들에게 후퇴를 명했지만 이미 그의 부하들 역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나연을 필두로 한 이들의 집단 전투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밀린 것이다.

    이나연의 병사들은 고위 마족을 상대로는 부족했지만, 마왕군 병사들보다는 강했다.

    “제길!”

    데이몬은 살아남은 소수의 병사들만 데리고 후퇴했다.

    장현은 패잔병인 그들을 쫓지 않고 그대로 보내주었다.

    그의 지시가 있었기에 이나연과 병사들도 데이몬과 그 부하들을 추격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덕배 역시 데이몬이 도망치려 할 때 뒤를 쫓아 끝내려 했다.

    그러다 추격하지 말라는 장현의 메시지를 받고, 그 역시 내버려 두었던 것이다.

    “장현, 놈들을 완전 끝낼 수 있었는데 왜 추격을 말린 거야. 혹시 놈에게 던진 암기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묻어있었던 거야?”

    “맞아. 그 전까지 놈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덕배가 찌른 검에 보호막이 박살나면서 마스크도 쓸모없어졌지. 그때를 노려 암기에 코로나 바이러스 균을 묻혀서 던진 거야.”

    “놈이 확진자가 되도록 해서 바이러스가 퍼지게 하려고 한 거구나.”

    “그런 이유도 있지.”

    “그럼 다른 이유도 있단 말이야?”

    “놈들의 부대에 바이러스가 퍼진다면 백신을 원하게 될 테지. 그것도 일반 병사에서 퍼진 게 아니라 군단장을 통해서 퍼지는 거라면 문제가 꽤나 심각해질 거야. 군단장을 대신할만한 자가 흔하지 않은 데다, 놈의 지위상 병사들에게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판단했어.”

    “그렇군.”

    장현의 말에 동료들은 데이몬을 안쓰럽게 여겼다. 마족이 바이러스에 확진되면 어떤 꼴이 되는지 그동안 꽤 보았다.

    군단장급이나 되는 마족이 확진자가 되어 마력을 모두 잃는다면, 죽느니만 못할 것이다.

    더불어 그의 부하들 또한 확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뒤로 장현은 현장을 떠나기 전, 방금 있었던 일을 알림 메시지로 아르헨에게 전했다.

    군단장이 부대를 이끌고 온 점이 심상치 않았다.

    “서둘러야겠어. 마왕군이 본격적으로 쳐들어오기 전에 캄온 연구소를 확보해야 해.”

    마르바스 성과 캄온 연구소.

    두 곳을 함께 장악해야만 백신을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한시라도 빨리 캄온 연구소를 장악해야 했다.

    “일단 나와 최형석은 먼저 출발해야겠어. 너희들은 병사들과 함께 뒤따라와.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알림 메시지로 연락하고.”

    부대를 통솔해야 하는 김덕배와 이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병사들을 데리고 함께 움직이는 것은 기동성이 떨어졌기에, 장현의 말대로 해야 했다.

    “나도 함께 갈 거야.”

    그때 안젤라가 강경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현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그녀의 요청을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장현 못지않은, 아니 어쩌면 더 강할지도 몰랐기에.

    안전을 염려해서 떼어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

    할 수 없이 허락해야 했다.

    “알겠어. 같이 가자.”

    장현이 허락하자 안젤라는 기뻐했다.

    장현, 안젤라, 최형석. 세 사람은 지체 없이 신속하게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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