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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86화 (186/211)
  • 186화. 플레이어 독립전쟁 (12)

    아르헨의 연설에 마족 군중들이 웅성거렸다.

    “백신이래! 백신을 개발한 거야!”

    “정말? 백신 개발이 성공한 거라고?”

    그들의 표정에는 놀람과 격한 환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은 그동안 플레이어들이 확진된 마족과 몬스터를 상대로 싸우는 것은 확인했지만 백신을 접종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들을 위한 백신만 만들었기에 굳이 알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들의 반응을 확인한 아르헨은 다시 연설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우리 플레이어들은 백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그렇기에 마르바스 성에 진입하고 이곳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마르바스 성주께서는 우리가 만든 백신이 마족에게도 통한다는 것을 확인하시고는, 성주 자리를 양보할 테니 성의 마족 주민들을 위한 백신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우와아!”

    “마르바스 성주님 감사합니다.”

    “성주님 만세! 플레이어 아르헨 만세!”

    “아르헨 만세!”

    아르헨이 연설을 이어가자 마족 주민들은 기뻐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마르바스 성주와 아르헨을 부르며 연신 환호했다.

    이제 정점을 찍을 차례다.

    “여러분! 이제 우리가 여러분에게 백신을 제공하면 더 이상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마르바스 성주님과 저 아르헨을 믿어주십시오.”

    아르헨의 연설은 성공적이었다.

    이제 장현이 나설 차례다.

    장현은 속으로 몇 번이나 할 말을 되뇌며 준비를 마치고 단상에 올라갔다.

    “수고해라.”

    끄덕.

    아르헨이 큰 짐을 내려놓은 심정으로 내려가면서 장현의 어깨를 툭툭 쳤다.

    짐을 이어받은 장현은 굳은 표정으로 단상에 올랐다.

    저들로 하여금 마왕과의 전투에 앞장서게 해야 한다.

    이 연설 이후 마왕과 대공은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을 위한 연설이다.

    마계의 패권 다툼이 이로써 개막한다.

    “여러분, 저는 플레이어 장현입니다.”

    장현이 자기소개를 하고는 뜸을 들였다. 군중들에게 장현이라는 두 글자를 새기게 하기 위함이다.

    과연 그의 이름을 듣고 알아보는 자들이 있었다.

    “오오, 경기에서 맹활약한 장현이야!”

    “나도 봤어. 저 사람도 여기 있었군.”

    장현 역시 이미 대부분의 마족들에게 유명 인사였다.

    다만 그들은 백신을 개발한 사람이 장현이라는 것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장현은 대공의 박람회 경기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마족화된 크레온과의 전투는 마튜브 최다 조회수에 오를 정도로 엄청난 화제였다.

    마족 주민들은 기대 어린 표정으로 쳐다봤다.

    장현은 숨을 후 하고 내뱉더니 입을 열었다.

    “여러분! 앞서 플레이어 아르헨이 언급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은 제가 개발했습니다. 지금 마계는 모두가 알다시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백신에 대한 희망을 전해드리기에 앞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마족을 위한 백신은 지극히 만들기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 이유는 마족의 종족별 DNA가 차이 날 뿐 아니라 개인별로도 마력의 강하고 적음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마력의 크기 차이에 따라 백신은 개인별 맞춤식으로 제작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마왕에게 요청을 받았습니다. 마왕 본인과 고위 마족을 위한 백신을 먼저 제작해달라고 말입니다.”

    여기서 다시 장현은 말을 끊고 좌중을 훑었다.

    마족 군중들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조용해지더니 곧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개인별로 만들어야 한다면 우리들이 맞을 백신은 언제 만드는 건데?”

    “지들 먼저 맞는다면, 우리들 같은 하급 마족들은 다 죽은 뒤에나 만들어주겠다는 거 아니야?”

    “그러게. 개인별 마력의 크기 차이에 따라 맞춤형으로 해야 한다잖아. 우리 같은 하급 마족들은 마력 차이도 별로 안 나는데, 씨벌.”

    군중들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이제 그들을 선동할 차례다.

    “저는 일단 수락을 했습니다. 경기에 참가하게 된 플레이어로서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플레이어가 마계에 끌려와 경기에 참여하게 된 것과 마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게 된 원인이 결국 같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 인간들이 살던 세상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미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왕은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고도 인간들을 마계로 잡아왔습니다. 그 결과, 경기에 참여한 인간들에게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마족들에게 전염되면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재난이 찾아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을 져야 할 마왕과 마계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자신들을 위한 백신부터 우선 제작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장현의 연설에 군중들은 분노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씨벌! 뭐야. 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들 때문이라고. 더군다나 마왕이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면서도 경기 때문에 잡아왔다는 거야?”

    “대체 경기는 왜 만든 건데? 그것도 이 재난을 일으키면서까지.”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는 의문이다.

    장현은 의심과 불만, 분노가 퍼지도록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군중들이 충분히 분노했다고 여긴 순간 말을 이었다.

    “마계에 대재난이 발생하고 인간들이 경기의 플레이어로 끌려온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신계와의 전투에서 얻은 아이템입니다. 마왕은 그 비밀을 풀기위해 인간들을 잡아와 플레이어로 만들었습니다. 바로 마왕의 개인적인 욕심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바이러스 때문에 마족들은 마력이 사라지고 몬스터와 다름없는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살 길은 하나뿐입니다. 인간들을 본래 그들이 살던 세상으로 돌려보내고, 경기를 없애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책임을 마왕에게 물어야 합니다.”

    마족들에게 장현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얼마나 많은 마계 주민들이 바이러스에 확진되어 쓰러졌던가.

    인간들도 바이러스에 확진되면서 죽어갔지만, 마족들이 입은 피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인간은 코로나에 확진되면 체력이 급격히 약해지고 쓰러졌다. 마나 포인트조차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다.

    그럼에도 잃는 건 그저 육체적 능력뿐이다.

    반면 마족은 육체적 능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음차원의 마나로 이루어진 마력.

    코로나에 확진되면 그 마력이 사라진다.

    고위 마족과 하위 마족 간에 차이가 없어지고, 심지어 몬스터와 다름없는 존재가 된다.

    마족으로서의 모든 존엄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

    그 모든 것이 인간들이 가져온 바이러스 때문이라니.

    그것도 마왕은 모든 걸 알면서도 인간들을 경기에 투입하기 위해 잡아왔다고 한다.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장현의 말 대로였다.

    인간들이 마계에 등장하고 나서부터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없었던 바이러스였다.

    설령 바이러스가 있었다고 해도 지금처럼 심각한 적은 없었다.

    이게 다 인간들 때문이다.

    그 인간들이 마계에 나타난 이유는, 마왕이 경기에 플레이어로 투입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재난은 마왕 책임인 것이다.

    차마 내뱉을 수 없었던 마왕에 대한 분노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모두 마왕 바알 때문이야!”

    “바알은 마계를 다스릴 자격이 없다.”

    “인간들을 마계에서 쫓아내야 해.”

    “잠깐, 보내더라도 백신은 만들고 나서 보내야지.”

    “그건 당연하지.”

    “바알을 대신해 새로운 마왕이 될 마족이 누가 있지?”

    마왕 바알에게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호적수는 마계에 단 한 명뿐이다.

    “대공 루시퍼다! 대공 루시퍼가 마계를 다스려야 한다.”

    원래라면 내뱉을 수 없는 말이다.

    마왕 바알의 그 강대함을 생각한다면 감히 입에 올릴 수도 없는 말이다.

    때로는 백 가지를 잘해도 한 가지 잘못이 그 모든 잘한 것을 덮을 때가 있다.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 한 번의 잘못이 그동안 숨죽이며 참고 있던 평범한 마족 군중들의 분노를 폭발시켜 버렸다.

    “대공 루시퍼!”

    “루시퍼가 바알을 대신해야 한다.”

    “인간들을 마계에서 몰아내자! 바알은 이 사태에 대해 책임져라!”

    마족 군중들은 소리 높여 외쳤다.

    이 모습은 워즈웍 스튜디오 영상팀이 마튜브로 실시간 중계하고 있었다.

    안젤라가 물었다.

    “마튜브 반응은 어때?”

    “댓글이 폭발적입니다. 실시간 시청자 수도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어요. 대박입니다.”

    그 말에 안젤라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장현, 이제 네가 원하는 대로 됐어.’

    중계를 지켜보는 이들 중에는 마계를 지배하는 마왕 바알 그리고 대공 루시퍼 또한 있었다.

    한 쪽은 분노했고, 한 쪽은 당황스러워했다.

    “대체 저 놈은 뭐란 말이냐!”

    루시퍼는 영상을 보고 당황해 소리쳤다.

    아직 바알과는 정식으로 붙을 때가 아니었다.

    다른 자들은 몰라도 루시퍼 본인은 바알의 강대함을 잘 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바알이 없었다면 루시퍼는 진즉에 마계를 일통했을 것이다.

    그런 루시퍼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이유가 뭐겠는가.

    바알을 이길 자신이 없어서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진다는 것도 아니다.

    잘해야 양패구상.

    기껏 바알을 쓰러트린다 해도 부상 없이 이길 자신은 없었다.

    큰 부상을 입는다면, 그 틈을 노리는 수많은 승냥이 같은 마족들로부터 안전을 담보할 수 없었다.

    죽 쒀서 개주는 꼴일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참고 또 참았다.

    은밀히 반란군을 지원하며 마왕의 정부군을 약화시킬 생각이었다.

    굳이 무리해서 마왕과 전면전을 벌일 필요가 없었다.

    마왕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동안 자신은 힘을 기르고 세력을 결집시킬 생각이었다.

    그 모든 것이 저 영상 하나에 무너졌다.

    이제 마왕은 자신을 공격해올 것이다.

    ‘공격하기 빌어먹게도 좋은 명분이다.’

    루시퍼도 장현에 대해서 알고 있다.

    경기의 플레이어로 잡아온 인간에 불과했다.

    그런 자가 창조신의 패드를 복구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

    패드에 담긴 창조신의 권능은 중요하다.

    마왕 바알이 그걸 차지한다면, 앞으로도 영원히 2인자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2인자는 말 그대로 2인자일 뿐.

    마계의 주인은 오직 1인자만 될 수 있다.

    그렇기에 패드가 완전히 복구될 때 그것을 빼앗아 창조신의 권능을 얻으려 했었다.

    그때야말로 바알과 진정으로 싸울 때였다.

    하지만 이제는 틀렸다.

    이 영상은 자신뿐만 아니라 바알도 봤을 것이다.

    상황은 변했다. 장현의 연설이 실시간 라이브로 마튜브에 중계된 순간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됐다.

    바알은 자신에게 진상을 확인한다면서 불러다놓고는 화근을 없애기 위해 공격할 것이다.

    그전에 먼저 움직여야 한다.

    세력을 결집하고 반란군과 플레이어들을 받아들여서 마왕과 대적해야 한다.

    언젠가 올 것이라 생각한 일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한낱 인간에게 끌려가는 입장이라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내친걸음이다.

    이제 마계는 내전에 휩싸일 것이다.

    그 승자는 루시퍼 자신이 될 것이다.

    루시퍼는 다시 한번 영상을 바라보았다.

    건방진 인간이 연설하는 내용이 귀에 들어왔다.

    [여러분이 살 길은 하나뿐입니다. 인간을 마계에서 그들의 세상으로 돌려보내는 것입니다.]

    저 인간 종족은 화근이 될 수 있다. 힘은 보잘것없지만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를 가져와 마계를 혼란에 빠트렸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강대한 마족을 멸망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사실이 우스웠지만, 이게 현실이다.

    “인간들을 없애는 것도 괜찮지만, 괜히 그러다 놈의 말대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도 있겠지. 그냥 놈들의 원래 세상으로 쫓아버리는 게 나아.”

    루시퍼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나실 장로가 물었다.

    “대공 전하. 결심이 서셨는지요.”

    “그렇다, 나실. 이제 드디어 때가 왔다. 지금부터 마왕과의 전면전을 시작한다. 이때가 아니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나실 장로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의 눈빛에는 희열이 보였다. 드디어 기다리던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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