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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85화 (185/211)

185화. 플레이어 독립전쟁 (11)

최형석에게도 마르바스 성주를 활강시로 만드는 작업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얼마 후 진법과 마르바스가 호응하더니, 마르바스의 마력이 진법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최형석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형님, 이제 1단계는 끝났습니다. 이제 이자의 정신을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마르바스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의 정신은 메타버스 속 세계에 있을 텐데도 이제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것을 확인한 최형석은 안심하고 마르바스의 머리에 손을 얹고 음차원의 마나를 주입했다.

마나와 음차원의 마나는 엄밀히 말하면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배척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같은 기원에서 파생된 에너지다.

마르바스의 의식을 지우고 새로운 의식을 대체로 집어넣어야 한다.

기존의 의식은 장현이 만든 메타버스 속 세계에 영원히 가둬둘 것이다.

그 작업을 위해 장현이 나섰다.

“이제 내가 작업을 하도록 할게.”

“네. 형님.”

이미 사전에 얘기가 되어있었기에 최형석이 자리를 비켜주고 장현이 이어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연성술을 사용해 빛이 가득한 손으로 마르바스의 의식을 가둔 메타버스 세계관을 구체화했다.

동시에 마르바스의 눈을 연성술로 변형하고, 신체 전체를 연성술의 빛으로 감쌌다.

이번 작업은 활강시로 만들기 위해 마르바스의 신체를 변형하는 것이다.

장현이 연성술을 사용하면서 마르바스의 육체가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감정.”

감정 스킬로 살펴보니 기존의 육체보다 탄력적이며 질겨졌다.

어지간한 상처는 그대로 튕겨낼 것만 같았다.

‘이정도면 된 거 같군.’

문득 마르바스의 본래 의식이 머물 메타버스 세계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장현이 모르는 곳은 만들 수 없다.

눈으로 봤거나 구체적으로 상상이 가능한 세계여야 한다.

그래서 마르바스의 본래 의식을 가둬둘 세계를 만들 때 참고한 것이 데랑스와 마왕이 격돌하던 상황이었다.

그 속에서 마르바스는 만족스런 전투를 계속해서 해나갈 것이다.

어차피 가상의 공간이기에 데랑스에게 미안할 것도 없었다.

‘굿바이, 마르바스. 그곳에서는 행복할 테니 너의 육체는 내가 쓰도록 하마.’

장현은 모든 작업을 마쳤다.

“최형석, 이제 끝났다. 그를 조종해보도록 해!”

“네, 형님. 아참 활강시는 바이러스에 확진되거나 하진 않겠죠?”

아무래도 살아있는 강시다 보니 언데드 병사와 다르게 바이러스에 확진될까 신경 쓰였나 보다.

“괜찮을 거 같긴 한데, 지켜봐야 할 거 같다. 일단 수시로 진단키트를 사용해 확인해 봐.”

“알겠습니다.”

“자. 이걸로 직접 검체를 채취해봐.”

장현은 인벤토리에서 자가진단키트를 꺼내 건넸다.

안젤라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 제품이다.

성능을 개선시키는 데 장현이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마초가 장현과 안젤라에게 진단키트를 요청했었다.

최형석은 장현에게 진단키트를 건네받고 당황해했다.

“형님, 이거 어떻게 쓰는 겁니까?”

“잘 배워둬. 한 번만 가르쳐준다.”

장현은 마르바스의 입을 벌려 진단키트를 쑤셔넣었다.

툭.

진단키트가 마르바스의 목구멍에 닿는 순간, 키트에서 반응이 일었다.

우우우웅.

“봤지. 별거 없어. 그냥 입에 넣은 뒤 포인트를 써서 작동시키면 알아서 작동돼. 이제 5분 정도 기다리면 돼.”

잠시 후 키트에서 음성 판정이 떴다.

“오, 신기하군요. 이렇게 간단히 확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니.”

“그러니 전 마계에서 어마어마하게 주문이 들어오잖아. 얼마 전에 반란군의 수장 마초도 대공의 부탁을 받아서 백신과 진단키트를 얻으려 했잖아.”

“크으. 형님은 지구에 계셨으면 재벌 되셨을 겁니다. 마계에 계신 게 안타깝습니다.”

최형석은 진심이었다.

마계에서 장현의 행보를 지켜본 그로서는 장현의 성향을 알고 있었다.

그는 타고난 발명가이자 사업가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계에서 사냥으로 포인트를 벌 때, 그는 상점 주인에게 독점 납품권을 주고 장사를 시작했다.

회귀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회귀자라고 다 저렇게 돈을 잘 벌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는 절대 무리야.’

보호막 형성 마스크와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제작한 것만 해도 엄청나다.

그 외에도 마계돼지를 사육하고 사료 제작까지 직접 추진했다.

그뿐 아니라 워즈웍 스튜디오라는 영상 제작 회사를 안젤라로 하여금 인수하도록 부추겨, 플레이어들의 홍보와 언론 행위 용도로 사용하기까지 했다.

최형석의 말에 장현은 가볍게 웃었다.

“마계라서 포인트를 벌 수 있게 됐을지도 모르지. 한국에서는 그저 월급쟁이였어.”

“만약 저희가 다시 원래 세상으로 돌아간다면, 형님은 지금 스킬이나 권능을 다 잃고 맨몸으로 가도 부자가 되실 겁니다.”

“일단 돌아가기나 했으면 좋겠다.”

“그렇죠. 우선 지금은 마르바스 성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그래. 이제 이곳에서의 볼일은 다 끝났다. 저 연구원들은 이대로 여기에 있을 거라고 했으니 우린 돌아가면 된다.”

“저들을 그대로 둬도 괜찮을까요?”

“보아하니 여긴 지금 통신도 막혀 있는 상태고, 설령 저들이 지금 우리가 경기를 수행하고 있다는 게 거짓이라는 걸 알게 된다고 해도 이제 상관없다. 이미 큰 약점이 생겼으니 말이야.”

“이 활강시 말씀이시죠.”

“그래. 저들은 잘못된 백신을 마르바스 성주에게 접종해 이상상태에 빠지게 만들었다. 앞으로 마르바스 성주가 활강시가 되어 우리의 꼭두각시가 되어도 저들은 결코 입을 열지 못할 것이야. 그 원인이 바로 자신들 때문이니까.”

“하긴, 저들은 더 이상 마왕의 정부군을 따를 수 없을 겁니다. 어떡하든 우리에게 붙으려고 할 겁니다.”

“그렇겠지. 더불어 대공이 반란군 뒤에 있다는 것도 곧 알게 될 거다.”

“곧 전쟁이 벌어지겠지요.”

“아마도 그렇겠지. 그래야 하고.”

장현과 동료들이 이끄는 플레이어들은 반란군과 마왕 정부군이 전쟁을 치르도록 부추길 것이다.

반란군이 플레이어들의 도움으로 백신과 진단키트를 제공받기 시작하면, 결국 대공은 전면으로 나서서 마왕과 싸울 것이라는 게 장현의 생각이었다.

“이제 전쟁이 시작될 거야. 안되면 되게끔 해야겠지.”

장현은 중얼거리며 몸을 돌려 시험실을 나섰다.

그의 뒤를 최형석과 마르바스 활강시가 따랐다.

“앗! 장현 님, 최형석 님. 성주님은 어떻게 된 겁니까?”

“일단 어느 정도는 안정이 되셨습니다. 다만 임시조치에 불과하기에 어서 빨리 마르바스로 가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그 말에 케미가 크게 기뻐했다. 마르바스 성주가 완치만 된다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자신들의 죄는 사라지고, 그를 구한 공이 생길 것이었다.

“다행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장현 님. 그럼 어서 마르바스 성으로 돌아가셔야겠군요.”

“그렇습니다. 케미 팀장님과 연구원분들은 이곳에 있을 거라고 하셨으니, 가능한 빨리 지원군을 보내겠습니다. 더 이상 확진자가 생기지 않도록 이 건물에 대한 소독과 방역을 지시토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현 님. 기다리겠습니다.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지 말씀하십시오.”

“다행이군요. 앞으로 케미 님의 도움을 받을 일이 많을 것입니다.”

장현이 웃으며 말하자 케미는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인사 차원으로 한 말이었는데 진지하게 얘길 하니 당황한 것이다.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네, 곧 알게 될 겁니다. 미리 알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하하하.”

장현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케미 팀장님은 여기서 기다리세요. 저희는 이대로 떠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장현 님. 조심히 가시고 곧 돌아와 주시길 기다리겠습니다.”

장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닫힘 버튼을 눌렀다.

우우웅.

엘리베이터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번 캄온 연구소행은 꽤나 소득이 많았다.

마르바스 성주를 활강시로 얻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저 기존 마르바스 연구소에서 임상시험을 맡긴 백신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고, 결과물을 확인하고자 했을 따름인데 예상외의 소득이 생겼다.

백신 부작용을 확인함으로써 마족들을 위한 백신은 현재로서는 장현 외에는 누구도 만들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장현은 만족스레 미소를 지으며 마르바스 성으로 돌아갔다.

장현과 최형석이 마르바스 성주를 데려오자 모두가 당황했다.

아르헨을 비롯한 장현의 동료들이 이미 성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성내에는 여전히 마족들이 꽤나 있었다.

그들은 시스템 마비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마르바스 성을 장악한 플레이어들에게 협조하고 있었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들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성주가 멀쩡히 돌아왔으니 곤란해진 것이다.

마르바스 성을 인간 플레이어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면, 성주가 가만있을 리 없으니 당연히 그의 살아남은 부하들은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성주는 그들을 보고도 아무런 질책도 하지 않았다.

마르바스 성주는 성의 모든 마족들을 불러 모으더니 단 한마디만 했을 뿐이다.

“나는 마르바스 성의 성주로서 위기에 빠진 성을 구출해준 인간 플레이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모든 전권을 플레이어들의 대표인 아르헨에게 위임하는 바이다.”

성주의 폭탄 같은 발언에 마족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혹시 성주가 정신이 나간 것인지, 아니면 가짜 성주가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보는 마족이 있을 정도였다.

지금 마르바스 성주가 말하는 것은 전부 최형석이 지시한 내용이다.

“형님, 시키신 대로 했습니다.”

“수고했다. 최형석.”

장현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대로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마족들의 발을 묶어뒀다.

조직에 속한 자들은 최고 상사의 말을 거역하지 못한다.

책임을 상사에게 돌리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괜히 나섰다가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책임을 져야한다.

지구와 마계를 불문하고 조직생활을 하는 자들은 책임을 지기 싫어한다.

책임을 지는 자들은 대부분 수장이다.

수장이 책임을 지기에 아랫사람들은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다.

지금 마르바스 성주가 플레이어에게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한 것은, 그에 대한 책임까지 자신이 지겠다고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상황을 대신 해결할 자신이 없는 한 수장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

“아르헨, 이제 네가 나설 차례다.”

장현이 아르헨을 향해 나설 것을 요청했다.

이제 마르바스 성주에게 전권을 이양 받은 플레이어의 대표로서 아르헨이 연설을 할 것이다.

이로써 마르바스 성의 마족들은 아르헨을 그들의 대표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아르헨은 마르바스가 연설한 단상 위로 올라갔다.

좌중을 둘러보던 그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고향 클라우드 제국에서 그는 공작 가문의 서자였다.

서자의 한을 풀기 위해 헌터 일을 했던 그였다.

비록 마계지만 이제는 인류의 대표가 되어 마족 군중들 앞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저는 플레이어 아르헨입니다. 경기에서 봤던 분들도 있을 것이고, 처음 본 분도 있을 것입니다. 작금의 마계는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그것은 비단 마족에게만이 아닌 우리 플레이어들에게도 위협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플레이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훌륭하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진단키트와 보호막 형성 마스크 그리고 무엇보다 백신 덕분이었습니다.”

여기서 아르헨은 한차례 말을 끊고 마족 군중의 반응을 살폈다.

장현의 지시였다.

‘마족들은 겉으로는 티를 안 내도 성주가 플레이어에게 전권을 이양한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자들이 많을 거야. 그 행위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명분을 얻어야 해. 중간중간 연설하다가 한 번씩 끊어주고 주위의 반응을 살펴봐.’

과연, 백신을 언급한 순간부터 마족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그들은 바이러스에 확진된 마족들이 몬스터나 다름없이 변하는 걸 봤기 때문이다.

아르헨의 말을 듣고서야 그들은 왜 성주가 그에게 전권을 위임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플레이어들이 개발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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