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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84화 (184/211)
  • 184화. 플레이어 독립전쟁 (10)

    백신을 맞은 마족이 뿜어내는 기운을 장현은 인지했다.

    그가 보았던 어떤 마족보다도 강해보였다.

    장현 본인이라도 패드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자의 정체가 뭐길래 이렇게 강한 마력을 뿜어내는 거죠?”

    “그게 사실, 이 분은 마르바스 성의 성주인 마르바스 님이십니다.”

    케미의 말에 장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마르바스 성의 성주라면 고위 마족이다.

    안젤라의 아버지인 헬릭스와 같은 급이다.

    그런 마족조차도 이런 상태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연구원들이 처음에 머뭇거렸던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마르바스 성주는 처음에 올 때 확진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백신 부작용으로 이렇게 된 것이죠.”

    “그렇군요. 마르바스 성주가 여기에 이렇게 있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는데, 혹시 마계 정부에 보고는 했었습니까?”

    장현은 의식이 사라진 채 시험실에 갇혀있는 마르바스 성주를 보며 옆에 있는 케미 팀장에게 물었다.

    “미처 보고를 못했습니다.”

    케미는 찔끔한 표정으로 변명하듯 말했다.

    당연히 장현은 이것이 케미의 약점이 될 거라는 것을 알았기에 순순히 놓아줄 수 없었다.

    “마르바스 성주를 이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마르바스 성을 우리가 확보했으니 데려가서 제대로 된 백신을 접종하든지, 아니면 경기 운영 위원회에 얘기라도 해야겠습니다.”

    장현이 이렇게 나오자 케미는 다급해졌다.

    전 마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혼란스러운 가운데, 마계 바이러스 연구소가 있는 마르바스 성의 성주가 캄온 연구소에 의식을 잃은 채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책임을 피하기 어려웠다.

    “잠깐만요. 장현 님. 그분을 옮기려다가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케미는 필사적으로 마르바스 성주의 문제가 불거지는 걸 막았다.

    장현도 양보하지 않았다.

    “그럼 이대로 놔두고 가라는 말씀입니까? 그러다가 성주가 폭주해 시험실을 부수고 밖으로 나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장현 님은 지금 경기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연구소를 정상화하고 우리 연구원들을 무사히 탈출시키는 게 경기의 임무라고 하셨지요.”

    “맞습니다.”

    “그러면 장현 님과 플레이어분들이 곧 이 지역을 확진된 몬스터들로부터 정화시킬 것이 아닙니까?”

    “곧이라고 하기에는 꽤나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마르바스 성에서 캄온 연구소 일대까지 확진자들을 격리하고 정화 작업을 하면서 나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케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털썩!

    결국 그는 장현에게 무릎을 꿇었다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성주님이 이곳에서 백신을 맞고 이상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 알려지면 우리 모두는 죽은 목숨입니다.”

    “그런데 내게 성주를 보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당연히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나요?”

    “장현 님께서 마족에게 효력이 있는 백신을 제작하셨다고 해서 보여드렸습니다. 성주님을 원래대로 돌릴 수도 있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렇군요.”

    케미는 정작 그가 마르바스 성주를 치료하기보다는, 정부에 보고하겠다고 말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주도권을 뺏기고 이렇게 대화가 흘러간 것이었다.

    “백신 부작용이 일어난 마족을 정상으로 돌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저도 모릅니다.”

    물론 연금술사 조각의 권능을 사용하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굳이 그걸 알릴 필요는 없지.’

    지금 마르바스 성은 킹덤의 플레이어들이 차지한 상태.

    마르바스 성주가 제정신을 차리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할 수 없군요. 어차피 마르바스 성주님까지 이렇게 된 이상, 우리의 목숨도 이제 플레이어분들께 달렸습니다.”

    케미는 낙담한 듯 공손하게 조아리며 말했다.

    그러자 다른 연구원들도 장현에게 고개를 숙였다.

    “장현 님, 도와주십시오.”

    “도와주십시오.”

    마족 연구원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내는 소리가 지하를 울렸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삶에 대한 절박함이 있었다. 사실 연구원들에게 있어 지금 중요한 것은 처벌이 아니다. 생존이다.

    그런 점에서 케미는 눈치가 무척 빨랐다.

    인간인 장현에게 넙죽 엎드려서 처분대로 하겠다는 태도는, 마족 입장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긴급 상황에서 목숨을 구하는 것은 허세가 아닌 눈치다.

    장현은 그의 태도가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마족을 대상으로 한 백신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임상 및 비임상 시험을 거쳐야 했다.

    자신이 직접 일일이 다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일을 맡아서 할 연구원들이 협조적으로 나오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마르바스 성주는 일단 우리가 데려가겠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이 연구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어쩔 수 없습니다. 대신 정부에 보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현 님.”

    케미는 다시 한번 머리를 조아렸다. 그나마 정부에 보고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안심이었다.

    케미를 비롯한 연구원들이 장현의 처분에 따른다고 했으니, 굳이 그가 자신들에게 거짓말을 할 리도 없었다.

    “그런데 성주는 어떻게 데려가실 겁니까?”

    “그건 나와 최형석이 알아서 할 테니 우릴 성주가 있는 시험실에 넣어주십시오.”

    “헉,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성주가 의식은 잃었어도 전투력은 그대로입니다. 자칫하다가는 목숨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케미는 장현이 죽을까 봐 적극 말렸다. 장현이 죽으면 자신들마저 이대로 연구소에 방치되어 죽을 수 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린 경기에서 수많은 전투를 치르면서도 살아남아 승리했습니다. 의식이 있는 상태의 성주라면 몰라도, 지금의 성주는 우리 상대가 아닙니다.”

    장현의 뜻이 완강하자 케미는 더 이상 말릴 수 없었다.

    장현은 최형석을 불렀다. 케미와 다른 연구원들이 듣지 못하게 공간 스킬로 주위를 차단하고는 말했다.

    “최형석, 마르바스 성주를 산 채로 언데드 병사처럼 만들 수 있을까. 활강시처럼 말이야.”

    “해봐야 알 수 있지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만 그렇게 하면 항상 데리고 다녀야 합니다. 언데드가 아니라서 소환 해제가 안됩니다.”

    “상관없어. 어차피 그게 어렵다면 죽일 생각이었다. 죽인 다음에는 어차피 언데드 병사로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다만 살아있는 채 조종할 수 있다면 따로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얘기해 본 거야.”

    “그렇다면 시도해보겠습니다.”

    “대신 그의 의식을 조종할 수는 있는 거지?”

    “그렇습니다. 지능은 언데드 병사보다 높을 테지만 원래의 자아로는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좋아. 성공만 한다면 강력한 활강시를 얻게 되겠군.”

    장현은 처음 마르바스 성주를 볼 때부터 그를 최형석의 사령술을 이용해 활강시로 만들려고 했다.

    그를 죽여 언데드로 만들어도 강력할 테지만, 활강시는 더욱 쓸모가 많다.

    우선 성주의 이름으로 마족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의 휘하에 있는 마족은 상당수가 확진이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마족이 멀쩡히 있다.

    마르바스 성주를 이용하면 그들을 장현의 뜻대로 부릴 수 있을 것이다.

    마왕과 대공의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전면에 나서서는 안 될 것이다.

    마르바스 성주는 그런 점에서 자신들의 좋은 방패가 되어줄 것이다.

    케미 팀장은 장현과 최형석을 마르바스 성주가 갇혀있는 시험실로 데려가 문 쪽에 지문을 갖다 대었다.

    “이제 보안을 해제 했습니다.”

    “어라. 이 생체인식 보안, 우리 네오디움 왕국에서 최근에 제작한 생체인식 보안 모듈이군요. 패드용은 아니고 광학식 알고리즘 방식을 적용한 바이오 인식시스템인데, 최근 패드의 메신저 코드로 인증할 수 있도록 했으니 그걸 써보는 걸 추천하지요.”

    “아하, 그런 보안용 제품이 나왔군요. 알겠습니다.”

    “지금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진 시기에는 아무래도 지문인식용 보안은 방역에 안전하지가 않으니까요. 패드의 메신저 코드를 써보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현 님. 이렇게 챙겨주시고.”

    “아닙니다. 그럼 이만 저희는 들어가 보겠습니다.”

    장현은 그렇게 케미 팀장에게 신규 제품을 홍보하고 나서 마르바스가 있는 시험실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는 마르바스가 침입자를 발견하고 입으로 괴성을 질러댔다.

    크으아아아아악!

    “최형석, 내가 그를 잡아둘 테니 어서 시작해라.”

    “알겠습니다. 형님.”

    최형석이 즉시 바닥에 사령술진을 그린 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장현은 그를 엄호하기 위해 직접 마르바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먼저 공간 스킬을 사용해 마르바스와 자신의 공간을 벌렸다.

    ‘최형석이 준비될 때까지 시간만 끌면 돼.’

    공간 스킬로 마르바스와 거리를 벌리면서 그의 공간을 구속했지만, 마르바스는 기합을 한차례 넣는 것만으로 벗어났다.

    “이런!”

    장현은 음양합일신공을 즉시 운용해 피하는 한편 자신의 보법에 시간 스킬을 중첩해 속도를 높였다.

    쾅! 쾅!

    다행히 마르바스 성주는 스킬을 사용하진 않았다. 아니 못하는 것이라고 하는 게 옳을지 모른다.

    의식을 잃고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기에 육체적인 능력에만 의지해 공격해왔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수준 또한 아니다.

    고위 마족의 마력이 그대로 담겨있는 공격이다.

    대체 이 시험실이 어떻게 만들어졌길래 저런 공격에도 버텼는지 새삼 궁금해질 정도였다.

    ‘최형석은 아직 멀었나. 오래 버티기는 힘든데.’

    흘깃 뒤를 돌아 그를 보았다.

    그는 여전히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잠깐 고민해본다.

    창조신의 패드를 갖고 있지만, 이대로 써야 할까.

    패드의 권능을 쓰면 일단 공간 스킬과 시간 스킬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 마르바스 성주를 제어하는 정도는 일도 아니다.

    문제는 패드의 권능을 소모할 경우, 다시 재충전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에 못쓰게 될 수도 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본다.

    “쑤엉. 도와줘.”

    쑤엉을 부르면서도 내심 미안했다. 그렇잖아도 필요할 때만 부른다는 오해를 사고 있거늘. 할 수 없다.

    마르바스가 이성을 잃고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상태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어쩌면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장현, 또 무슨 일이야?”

    “쑤엉, 잠시만 저 마족을 맡아줘.”

    “뭐야! 이건 또 무슨 미친 마족이야. 거기다 이 강대한 마력은 보통 마족이 아니잖아.”

    “고위 마족이야. 그런데 지금 이상한 백신을 접종해서 상태 이상에 빠져있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쑤엉이 화난 듯 쏘아대며 물었다.

    “내가 새로운 스킬을 쓸 테니 잠시만 그를 맡아줘.”

    “잠시라면 알겠어.”

    쑤엉이 받아들이자 장현은 즉시 새로운 스킬을 준비했다.

    공간 스킬과 시간 스킬을 결합해 가상의 공간을 만드는, 일종의 환상을 상대방에게 심어주는 스킬이다.

    [스킬-메타버스]

    [공간 스킬을 극대화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공간 안에 새로운 시간 법칙이 적용되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상대를 속이는 데는 이만한 게 없습니다.]

    장현의 새로운 스킬 ‘메타버스’가 발현되었다.

    동시에 마르바스는 더 이상 눈앞의 장현을 바라볼 수 없었다. 이미 그의 오감은 메타버스 세계 속에 있었다.

    크르릉!

    마르바스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눈앞에 있는 장현과 최형석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한숨 돌렸군.”

    장현은 새로운 스킬인 메타버스에 대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상대방이 자신보다 월등히 강하면 메타버스 스킬을 무너뜨릴 수도 있겠지만, 이성이 사라진 마르바스라면 충분히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과연 마르바스는 자신이 만든 공간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장현은 뒤를 돌아보며 최형석에게 물었다.

    “최형석, 아직 멀었나?”

    “이제 다 되었습니다. 형님.”

    때마침 최형석이 준비를 마치고 활강시로 만드는 사령술을 마르바스에게 걸기 위해 다가갔다.

    마르바스는 그때까지도 여전히 눈이 풀린 채 허우적대고 있었다.

    최형석은 마르바스 발 주위에 음차원의 마나를 뿌려 활강시로 만드는 진법을 그렸다.

    마나 포인트가 순식간에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크으으윽.”

    고통어린 신음을 흘리며 최형석은 안간힘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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