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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83화 (183/211)

183화. 플레이어 독립전쟁 (9)

사실 장현이 연구원들을 굳이 일일이 만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이 확진된 몬스터들과 싸울 것도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마족 연구원들을 만나본다면 그중 쓸모 있는 자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장현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만나보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장현 님. 그럼 함께 가시지요.”

케미는 장현의 말에 기뻐하며 그를 안으로 이끌었다.

“잠깐, 밖에 제 동료가 있습니다. 그가 여기 곧 도착할 것이니 함께 가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밖에 확진자들이 돌아다닐 텐데 그분은 괜찮으신가요?”

“경기 영상을 봤다니, 언데드들을 일으키는 플레이어에 대해 알 수도 있겠군요.”

“아, 그분도 여기 함께 오신 거군요. 언데드 병사들을 부려 적을 쓰러트리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케미는 최형석을 언급하며 호들갑스레 반가워했다.

장현은 피식 웃고서 최형석을 기다렸다. 자신이 안으로 들어왔으니 곧 확진된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올 것이다.

최형석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백신을 접종했고, 언데드 병사들을 소환해서 전투를 치를 것이기에 직접 전투에 참여할 필요는 없었다.

장현의 생각대로 얼마 후 최형석이 입구 쪽으로 다가왔다. 다만 그는 모처럼의 전투로 인해 흥분된 상태였다.

장현은 입구를 열어 그를 안으로 들였다.

“흐흐, 형님. 놈들을 처리했습니다.”

“최형석, 직접 싸운 것이냐?”

“네. 처음에는 언데드 병사들에게 맡겼는데 구경만 하려니 답답하더라고요. 오랜만에 몸을 풀었더니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싹 풀렸습니다.”

“그럼 지금 밖에 있는 확진자들은 다 처리한 것이냐?”

“일단 이 건물 주위에 있는 놈들은 처리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건물이 3개가 있더군요. 나머지도 처리하려다 형님이 기다리고 계실 거 같아서 일단 돌아왔습니다.”

“잘했다. 지금 우리는 이곳을 정탐하러 온 거지, 여기를 정리하려고 온 것이 아니야. 나중에 동료들을 데리고 다시 올 테니 그때 실컷 싸우면 된다.”

그러다 최형석은 장현 옆에 서 있는 한 마족을 보고 의문스런 표정을 지었다.

방진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한 눈에 봐도 연구원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형님, 이 쪽은 누구입니까?”

장현이 대답하기도 전에 케미가 나서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최형석 님. 저는 이곳 연구소의 팀장을 맡고 있는 케미라고 합니다. 평소 마튜브에서 장현 님과 최형석 님의 경기 모습들을 보고 팬이 되었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아하하, 팬이라고?”

최형석은 마족의 말에 얼떨떨해하며 장현을 돌아보았다.

“그렇다는군. 지금 이 연구소의 케미 팀장이랑 다른 연구원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지금 그들을 데리고 마르바스로 가는 건가요?”

“아니. 이들은 건물 밖으로 나갔다가 바이러스에 확진될까봐 공포에 떨고 있다. 연구소 내부시설도 둘러볼 겸 어떤 자들인지 한번 만나보러 가는 거야.”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형님.”

최형석은 장현의 말에 납득했다.

이어 두 사람은 케미가 이끄는 대로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안쪽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케미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5분쯤 내려갔을 때 장현이 물었다.

“상당히 깊군. 얼마나 내려가야 하는 거죠?”

“조금만 더 내려가면 됩니다. 아무래도 백신 임상검사를 하는 연구소다 보니 상당히 깊은 곳에 있습니다.”

벌써 수백 미터는 내려왔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더 내려가야 한다는 걸 보니, 지상에서 수 킬로미터 아래에 있지 않을까 생각됐다.

“지하에 연구소가 있다면, 지상에 있는 건물은 어떤 용도입니까?”

“거기는 일상생활을 위한 용도입니다. 다른 연구소와 협업을 하는 행정적인 절차를 비롯해서, 연구원들의 복지를 위한 곳입니다. 지하에 있는 연구원들과 교대로 돌아가며 근무하죠. 아무래도 지하에만 계속 있다 보면 정신이 이상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장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누구라도 지하에 오랜 기간 머물며 연구만 하고 있으면 정신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인간이 아닌 마족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케미 팀장님은 지상에 있었던 걸 보면 지상 근무였나 보군요.”

“그렇기도 하지만 저는 팀장이다 보니 연구 자체보다는 연구원들에게 업무를 내리고 외부 연구소와 협력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외부 연구소와 협력하는 일이라면, 혹시 마르바스 성에서 의뢰해온 일도 맡았나요?”

“맞습니다. 제가 직접 맡았지요. 지금 가는 곳에서 의뢰받은 것의 결과물을 보실 수 있습니다.”

“혹시, 결과는 모두 실패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다양한 형태의 실패작입니다. 아무래도 직접 보면서 얘기를 하는 게 이해하기 쉬울 테죠.”

쿠쿵.

끼이익.

곧 엘리베이터가 아래쪽에 도착했다. 방진복을 입은 마족들 수십 명이 있었다. 그들은 케미와 함께 온 장현과 최형석을 보고는 깜짝 놀란 듯했다.

“팀장님! 저들은 누구입니까. 마족이 아닌 인간으로 보이는데, 어찌된 건가요?”

한 연구원의 말에 케미는 설명했다. 전체를 향한 대답이기도 했다.

“여러분들! 이 두 분은 경기에 참여한 분들로 장현, 최형석 플레이어입니다. 아마 경기 영상에서 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경기의 플레이어라는 말에 주위에서 아하!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장현과 최형석은 경기의 유명 인사였기에, 이곳에서도 알아보는 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분들은 현재 동료 플레이어분들과 함께 마르바스 성에 와있다고 합니다. 우리 연구소에 온 것 역시 경기에서 받은 임무라고 합니다.”

“오오, 어떤 임무인가요?”

마족들이 경기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들은 바이러스로 인해 숨어 지내면서도, 경기 때문에 연구소에 왔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우리 캄온 연구소를 정상화하고, 연구원들을 확진자들로부터 구출하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오오. 감사합니다. 제발 우릴 구해주세요!”

캄온의 마족 연구원들은 장현과 최형석이 플레이어들을 이끌고 자신들을 구하러 왔다는 말에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런데 경기가 최근 중단되지 않았었나요? 물류센터에서 확진자들과의 전투 이후에는 경기 영상을 못 봤었는데요. 언제 다시 대륙으로 넘어온 거죠?”

한 마족 연구원이 의아한 듯 물었다.

확실히 경기 애청자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경기 진행 상황과 중단된 배경까지 알고 있는 것 같았기에, 그럴듯한 설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절반의 진실과 절반의 거짓을 섞어야 상대를 속이기 쉽다

“경기가 잠시 중단되었던 건 사실입니다. 이제 다음 경기가 진행되었고, 경기가 끝나는 대로 녹화 영상이 올라가겠지요. 저희도 자세한 건 알지 못합니다.”

장현이 한마디를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확진된 마족이 경기에 투입되어 죽어갔고, 그걸 계기로 반란군이 정부를 상대로 궐기한 것을 여기 있는 이들은 모르고 있었다.

“역시. 그랬군요. 대체 뭐 때문에 경기가 중단된 건가요? 바이러스 때문에 즐길 수 있는 거라고는 경기밖에 없었는데 말입니다.”

“혹시, 경기에 확진된 마족들이 투입되었다는 것을 아십니까?”

장현이 질문한 마족에게 도리어 반문했다.

“아니, 그런 일이 있었단 말입니까. 마족들은 확진되면 모든 마력을 잃게 되는데 경기에 투입되다니. 그럼 플레이어들에게 꼼짝없이 죽을 텐데요.”

“맞습니다. 확진된 마족들은 경기에서 우리 플레이어들에게 죽임을 당했죠. 그 때문에 여러분들처럼 의문을 품는 마족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한 마족이 그럴듯한 추론을 마튜브에 올렸죠.”

“그게 뭡니까?”

장현의 설명은 케미를 비롯해 상황을 모르고 있던 모든 연구원들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 마튜버의 추론은 이랬습니다. 확진자들이 경기에 투입된 건 마계 정부에서 직접 처리하기가 곤란한 수준까지 바이러스 전파력이 강해졌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에게 경기의 일환으로 확진자들을 처리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바이러스에 확진된 마족들을 몬스터들과 함께 경기에 투입해 확진자들을 격리하고, 동시에 경기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결정이 나온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 그 마튜버의 의견이었습니다.”

“설마, 그럴 리가. 그게 사실입니까?”

“그건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마튜버가 조회 수를 끌려고 자극적인 내용을 얘기한 것일지도 모르지요.”

“음, 그 영상이 퍼졌다면 난리가 났겠군요.”

“맞습니다. 전 마계에서 산발적으로 시위가 일어나더니, 결국 반란군 세력이 등장했습니다. 그들은 확진된 마족들을 경기에 투입한 마왕과 정부를 규탄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진실이었다. 진실을 들은 연구원들의 표정은 방진복을 입고 있음에도 알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제 진실에 거짓을 섞어줄 때다.

“마왕과 정부는 반발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확진된 몬스터들과 마족이 있는 주요 성과 시설들을 정상적으로 복구하는 쪽으로 플레이어들을 투입해 경기를 진행시키기로 한 것이죠. 그렇게 해서 저와 최형석이 이곳에 온 것입니다.”

장현의 말에 연구원들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연구원들이 충분히 납득한 듯하자 장현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곳에 마르바스 성에서 임상 시험 중인 백신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싶군요.”

장현의 요청에 연구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다가 케미에게 눈짓을 했다.

‘뭔가 있군.’

아무래도 연구원들의 태도가 이상했다.

장현은 케미를 보며 독촉했다.

“케미 팀장님,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아닙니다. 장현 님.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케미의 말에 연구원 중 한 명이 우려스러운 어조로 그를 불렀다.

“팀장님! 괜찮을까요? 혹시 시험체에 대한 일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달리 방법도 없지 않느냐. 더군다나 시험체를 유지할 비용도 고갈되고 있다. 어차피 이대로면 죽을 것이야. 아니면 너한테 다른 방법이라도 있느냐?”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연구원은 사과하며 물러섰고, 케미는 굳은 표정으로 장현을 데리고 갔다.

상당히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최형석이 장현에게 나직이 귓속말을 했다.

“형님, 저놈들이 무슨 꿍꿍이가 있나 봅니다.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여차하면 저들과 싸워야 될지도 모르겠어.”

장현이 패드의 권능인 시간 스킬과 공간 스킬을 쓴다면, 이곳에서 몸 하나 내빼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최형석의 말대로 이 연구소 직원들의 태도로 보아 무언가 비밀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연구소 안쪽으로 들어가는 동안, 양쪽 벽면에는 유리로 된 시험실이 있었다.

시험실은 대략 3평 남짓한 직사각형 형태로 되어 있었다.

시험실 방마다 마족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었고. 간혹 고개를 들어 장현 일행을 발견하고는 괴성을 질러댔다.

“이들은 바이러스에 확진된 마족들이군요. 임상 중인 백신을 맞은 건가요?”

“백신이 아니라 치료약을 투입했는데 소용이 없었습니다. 임상시험용 백신을 투입한 마족들은 바로 저기 가장 안쪽 시험실에 있습니다.”

장현은 안쪽에 있다는 마족의 정체가 궁금했다.

곧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크르르르!”

퍽!퍽!

쿠콰콰콰콰쾅!

안쪽의 임상시험용 백신을 맞은 마족은 장현과 케미 등이 나타나자 시험실 유리벽을 마구 두드려댔다.

그는 몬스터나 다름없었다.

다른 확진된 마족들과 차이가 있다면, 마력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저 자는 마력을 유지하고 있군요. 바이러스에 확진되기 전의 신체 능력과 마력을 그대로 갖고 있는 거 같습니다.”

“맞습니다. 단번에 알아보셨군요.”

장현이 놀란 표정으로 말하자 케미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의 확진된 마족들은 먼저 마력를 잃고, 그 다음으로 의식이 사라진다.

그렇게 몬스터와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가는 게 코로나 바이러스에 확진된 마족들의 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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