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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82화 (182/211)

182화. 플레이어 독립전쟁 (8)

아르헨의 반문에 마초는 설명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마왕으로부터 독립해서 생존할 수 있도록 뭐든지 돕겠다는 뜻입니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마계 주민들이 있습니다. 이미 마왕에게 대적한 사람들이기에 무슨 일이라도 다하려고 합니다. 더군다나 대공 또한 돕기로 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마계에서 자리 잡고 세력을 일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쁘진 않군요.”

아르헨이 대답하며 장현을 쳐다보았다.

장현은 원래 마족들에게는 백신을 줄 생각이 없었지만, 그들이 자신들과 동맹을 맺는다면 충분히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렇다고 그냥 무료로 지원해 주진 않을 것이다.

마왕과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포인트는 막대하게 필요하다.

설령 포인트가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이권이나 전쟁에서의 전략에 있어서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다.

“백신 제작이 쉽지는 않지만, 노력하겠습니다.”

장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대답만 했다.

마초에게는 그 말만으로도 충분했다.

장현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킹덤 측과 반란군이 동맹을 맺으면서. 안젤라도 흔쾌히 진단키트를 제공하기로 했다.

전쟁에 관한 세부적인 전략은 아르헨을 비롯한 수뇌부들에게 맡기고 장현은 백신 제조에 집중하기로 했다.

마초에게 CRO업체들 위치를 전해 받은 장현은 즉시 떠났다.

부아아앙.

장현이 탄 지네차가 마르바스 성을 떠났다.

목적지는 캄온. 마르바스 연구소에서 제작한 백신의 임상시험을 위탁받은 곳이다.

앞으로 제작해야 할 백신은 다품종 소량 생산 형태로 진행되기에 CRO업체의 확보는 필수적.

문제는 그곳에 확진된 몬스터들이 가득하다는 것.

놈들을 처리해야 한다. 그렇기에 다수와의 싸움에 적합한 인물을 동행시켰다.

일당백 역할을 할 수 있는 최형석이 바로 적임자다.

“최형석, 네 역할이 크다.”

“맡겨주십시오, 형님.”

확진된 몬스터와 마족 모두를 쓰러트릴 필요는 없다.

놈들은 백신의 원료가 될 존재들이기에 한 쪽에 몰아놓기만 해도 된다.

지네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최형석은 캄온 연구소 입구에서 몬스터들에게 소리쳤다.

“야, 이놈들아. 니들이 찾는 게 누구냐? 나한테 덤벼들 용기가 있는 놈이 있다면 나서봐라.”

그는 평소와 달리 연구소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 확진된 몬스터들의 눈에 띄기 위해 펄쩍 뛰면서 춤까지 추며 시선을 끌었다.

크르르륵!

의식이 사라져 본능만 남은 확진된 몬스터들이 최형석을 발견하고 달려들었다.

“크흐흐. 오랜만에 형님 앞에서 성과를 보이겠구나.”

최형석은 자신의 언데드 병사들을 소환했다.

땅에서 구멍이 열리고, 최형석의 언데드 병사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최형석, 몬스터들을 모두 죽일 필요 없어. 놈들을 유인하기만 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형님.”

최형석은 직접 뛰어들어 손맛을 느끼고 싶었지만,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확진된 몬스터들을 유인했다.

장현은 그 틈을 타 건물 입구로 들어갔다.

연구실처럼 생긴 건물은 세 개동. 한 개는 추가로 짓다가 만 것처럼 보였다.

어슬렁거리는 확진된 몬스터들이 보였다.

‘아직 바이러스에 확진되지 않은 연구원들이 이곳에 있을까.’

어쩌면 이곳에는 바이러스로부터 살아남은 마족 연구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자체적으로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다면, 필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체를 다루고 있었을 것이다.

장현이 개발하고 헬릭스 성에서 보급한 반도체가 탑재된 마스크나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하며 방역에 힘썼다면, 안전을 확보했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조심히 연구소 건물을 하나씩 뒤졌다.

장현은 건물 한편에 숨어있는 마족들을 보았다.

그들은 건물 출입문 안쪽에서 바깥을 경계하고 있었다.

‘저들은 확진되지 않았군. 역시, 살아남은 연구원들이 있었어.’

출입문 안쪽에 있는 자들은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기 위해 전신을 방진복으로 감싸고 있었다.

연구소의 바이러스 연구원들이었다.

연구소장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직원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방진복을 입고 있었던 덕에 확진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가 클린룸인가. 방진복 덕에 저들은 바이러스 확진을 피했군. 저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연구소를 장악해 사용하기 좋을 텐데.’

장현이 직접 설비를 파악해서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무척이나 비효율적이며 시간도 많이 걸린다.

주위를 둘러보니 간간히 확진된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 방진복을 입은 마족들에게는 두려운 존재겠지만 장현에게는 아니다.

그는 연구원 마족들이 숨어 있는 입구 쪽을 서성이는 몬스터를 단숨에 처리하고는, 출입문에 다가가 노크했다.

똑. 똑.

건물 내부에 있던 연구원들은 난데없는 노크소리에 흠칫했다.

몬스터들은 저렇게 노크의 형태로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크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부술 듯이 몸을 부딪쳐 올 뿐이었다.

“누구십니까?”

건물 내부에서 조심스런 목소리로 누군가 물었다.

“당신들을 구하러 온 인간 플레이어입니다.”

“마족이 아닌 인간 플레이어라고?”

장현의 대답을 들은 자는 문 밖의 존재가 인간 플레이어라는 말에 깜짝 놀란 듯 했다.

“그렇습니다.”

그는 문 밖의 장현을 슬쩍 훑어보더니, 곧 문을 열어 안으로 들였다.

“일단 들어오시오. 밖에는 확진된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있어 위험합니다. 당신이 정말 경기에 나오던 인간 플레이어가 맞습니까?”

“맞습니다.”

“플레이어가 이곳에 있다는 건, 지금 이곳을 배경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는 건가요?”

연구원은 긴장감과 흥분이 도는 기색으로 물었다.

“뭐,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경기의 내용은 마족과 몬스터를 상대로 살아남는 미션이 대부분이 아니었던가.

“오호, 그렇다면 혹시 이번 경기가 이곳의 확진된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우리들을 구출하라는 것입니까?”

마족의 질문에 장현은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상대방이 알아서 스토리를 만들어주니, 거기에 호응해 주면 일이 쉽게 풀릴 거 같았다.

“비슷합니다. 확진된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연구소의 마족 연구원을 구출해서 연구소를 정상화시키는 게 임무입니다.”

“그런 경기가 벌어졌다니. 확실히 정부는 우리 연구소를 버리지 않았어. 우릴 중요하게 여긴 거야.”

마족 연구원은 감격한 듯 기뻐했다.

“그렇겠죠. 이곳이 중요한 장소인가 보군요.”

“후훗. 이런 상황에서 자랑하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이곳은 확실히 무척이나 중요한 장소랍니다.”

“뭐 때문에 중요한 장소죠? 혹시 경기 미션을 클리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실까요?”

“하하핫! 이거, 제가 경기에 참여하게 되는 거군요. 완전 신납니다! 저도 경기의 애청자였거든요. 최근 경기가 갑자기 중단됐던데, 여기는 마튜브가 끊겨서 소식을 못 듣고 있었어요.”

“경기의 애청자셨다면 제가 이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힌트를 좀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대신 절 여기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물론이죠. 마르바스 성으로 데려가겠습니다. 괜찮습니까?”

“좋습니다. 그런데 거기는 확진자들이 없나요?”

“있었죠. 몬스터뿐 아니라 마족들도 확진된 채로 있었습니다. 마르바스 연구소의 디레지 소장과 연구원들이 모두 확진됐었죠.”

“역시 모두 확진되었군요. 마르바스 성을 확보했다면 그들은 이미 처리했겠죠?”

“경기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우리가 그들의 목숨을 거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 얘기를 들어보니 그곳은 지금 안전할 거 같군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자체 백신을 제작하고 바이러스 진단키트로 수시로 검진하고 있습니다. 당신들 역시 마르바스 성으로 온다면 검진부터 하고, 백신이 제작될 때까지는 당분간 격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잠깐만요. 백신이라고요? 그게 설마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말하는 겁니까?”

마족 연구원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마치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렇습니다. 백신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인간 플레이어용 백신부터 제작했습니다. 경기 진행을 위해서였죠. 곧 마족들을 위한 백신도 제작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연구소가 중요합니다. 임상시험을 해야 해서요.”

장현의 말에 남자는 격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정말 백신을 만들었나 보군요. 뭐든지 말씀하세요. 도울 수 있는 것이라면 전력을 다해 돕겠습니다.”

마족 연구원의 태도에 장현은 안심했다.

일이 쉽게 해결될 것 같았다.

그는 일단 연구소에 대한 것부터 물었다.

“여기 임상시험 연구시설은 멀쩡한가요?”

“일부 파손된 것은 있지만 핵심시설은 아직 사용 가능합니다. 캄온의 연구원들은 핵심시설에서 대부분 방진복을 입고 있었기에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아 피해가 적었죠.”

“그럼 연구소 직원들은 지금 당신과 다 함께 있는 겁니까?”

“이곳 캄온에는 A동, B동, C동이 있습니다. 여기 A동에 있는 연구원들만 저와 같이 있었습니다. A동은 안전성 검사를 하는 곳이라 가장 많은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연구원도 제일 많습니다.”

연구원의 말에 이곳의 세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장현은 좀 더 많은 정보를 원했다.

“B동과 C동은 무슨 일을 합니까?”

“B동은 유효성 검사를 하고, C동은 안전성과 유효성 외의 시험 의뢰가 들어오면 그 시험을 합니다.”

“그럼 당신은 안전성 검사를 주로 했겠군요.”

“그렇기도 하지만 저는 좀 특수한 위치에 있습니다. 신약 연구개발을 하다가 이직해왔기에,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르바스 성에서 의뢰해온 백신에 대한 검사도 제가 직접 전 과정에 참여했었지요.”

장현은 연구원과 대화를 하던 중 그가 꽤나 유능한 마족인 것을 느꼈다.

“얘길 들어보니 당신은 꽤나 높은 직위에 있었을 거 같군요.”

“사실 제가 임상 진행 팀의 팀장을 맡고 있었지요. 안타깝게도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은 모조리 실패했었습니다.”

침울한 표정의 연구원을 본 장현이 그를 위로했다.

“이제부터는 다를 겁니다. 제가 있으니까요. 전 장현이라고 합니다. 인사가 늦었군요.”

“전 케미라고 합니다.”

“케미 님, 혹시 확진된 몬스터와 전투가 가능한 인원이 있습니까?”

“죄송합니다. 저희들은 연구만 하던 마족이라 비전투형입니다. 일반 몬스터와의 싸움도 어려운데, 확진된 몬스터라면 아무도 안 싸우려고 할 거예요. 사실 이곳에 계속 있는 것도 나가서 싸우는 게 두려운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케미의 말에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전투형 마족들이라면 전투를 꺼릴 수 있었다.

자신만 해도 지구에서 평화롭게 살 때는 전투는커녕 격투기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럼 이곳을 떠나기는 쉽지 않겠군요.”

“그렇습니다. 혹시 이곳을 그냥 떠나실 건 아니죠? 경기의 임무가 연구원을 구출하고 시설을 정상화하는 거라고 하셨잖습니까.”

케미는 조마조마한 듯 애원했다. 현시점에서 장현 같은 플레이어를 제외하고는, 자신을 구할 수 있는 이는 없다고 생각했다.

“제가 연구원을 구하고 연구소 시설을 정상화하기 위해 온 건 맞지만, 아무도 떠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구할 수가 있겠습니까?”

“마르바스에 있는 동료 플레이어분들과 여기를 공략해서 구조해 줄 순 없습니까?”

케미의 말에 장현은 고민하는 척했다.

그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캄온은 공략해야만 한다.

그렇더라도 가능한 연구원들의 부탁을 받아 나서는 게 좋았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 돕는 것과 상대방의 부탁에 따라 돕는 것은 이후에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잠깐 생각해 본 장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연구원분들이 무리하게 싸우다가 확진되면 귀중한 인력이 사라지게 될 수도 있으니, 백신 접종까지 맞은 우리 플레이어들이 해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장현의 대답에 케미는 깊은 감명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장현 님. 저는 이 소식을 연구원들에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 연구원들에게 장현 님을 소개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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