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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81화 (181/211)
  • 181화. 플레이어 독립전쟁 (7)

    곧 마르바스 성에서는 장현과 이정환이 나서서 테세리움으로 아이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 왜 또 내가 일해야 하는 거야. 정말 짜증나!”

    “미안해, 쑤엉. 좀 도와줘. 이제 정말 끝이 다가오고 있어.”

    장현이 쑤엉에게 사정했다.

    테세리움으로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쑤엉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어휴. 이번 일만 하고 난 정령계로 돌아갈 거야.”

    “알았어. 이번 일만 해줘.”

    장현의 부탁에 쑤엉은 짜증내면서도 체념하고 일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정환은 식은땀을 흘렸다.

    ‘뭔가 남녀 간의 다툼 같군.’

    곧 쑤엉이 합류하면서 대장간은 활발하게 아이템을 생산했다.

    그뿐 아니라 플레이어들의 백신 역시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백신의 재료인 확진자들은 성 밖에 넘쳐났으며, 플레이어들은 아르헨의 지휘 하에 확진된 마족과 몬스터를 상대로 매일같이 전투를 치르며 백신 원료를 구해왔다.

    과연 마르바스 성은 마계의 대표적인 제약 바이오 연구소라 할만했다.

    클라우드 성의 클린룸 백신 설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큰 것은 물론, 첨단 시설 또한 많았다.

    아쉽게도 일부는 파손되어 있었지만 장현이 백신을 생산하는 데는 문제없었다.

    킹덤의 던전 레이드에 참가한 왕국의 관리자급들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은 백신을 맞았지만, 레이드에 참가하지 못한 왕국의 영지민 플레이어들은 아직까지 접종받지 못한 자들이 많았다.

    장현이 마르바스 성에 합류한지 반년이 지났을 무렵.

    마르바스 성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드디어 백신 접종을 마쳤다.

    김덕배를 비롯한 이성훈과 이나연 등 행정 업무를 담당한 플레이어들의 눈 밑에는 짙은 다크 서클이 생겼다.

    그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것이다.

    김덕배가 기지개를 켜며 환호성을 질렀다.

    “으아, 드디어 끝났구나.”

    “덕배야, 수고 많았어. 아니 덕배 국왕 전하.”

    이나연이 그를 격려했다.

    “국왕은 무슨. 세상에 어떤 국왕이 이렇게 일을 많이 해?”

    “원래 위대한 왕들은 나랏일로 잠을 거의 못 잤다던데. 세종대왕께서도 잠도 안자고, 운동도 안하고, 일만 했다는 거 모르지? 그렇게 고생하셔서 한글이 만들어진 거예요.”

    “세종대왕님이야 역사에 남을 정도로 위대한 왕이시니 그런 거고. 나는 이름만 왕인데 무슨.”

    “쳇! 기껏 띄워줬더니. 그래도 우리가 진짜로 마왕으로부터 독립한다면, 넌 진짜 네오디움 왕국의 국왕이 될 거야.”

    “나연 누나. 우리가 정말 마왕을 쓰러트릴 수 있을까?”

    “될 거야. 하나씩 해나가고 있잖아. 끝에는 분명 마왕을 쓰러트리고, 우린 독립왕국을 만들 수 있을 거야.”

    그때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이어 연합왕국의 한 플레이어가 다가와 말했다.

    “네오디움 국왕 전하, 지금 중요한 회의가 있다고 즉시 회의실로 모이시라고 하십니다.”

    “무슨 일인데?”

    “마족 반란군의 주요 인사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연합왕국의 국왕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 처음 보는 마족이 참석했다.

    그는 반란군의 수장 마초였다.

    장현 역시 1회차에서는 이름만 들어보았을 뿐, 실제로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현이 그를 처음 본 순간 느낀 감정은 ‘강하다’였다.

    머리에 뿔이 나있고 등에는 날개가, 엉덩이 쪽에는 꼬리가 있는 모습은 여지없는 마족 그 자체.

    ‘이 마족 역시 불을 다룬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마도 마초 역시 자신처럼 바이러스가 확진되지 않도록 화염으로 확진자 몬스터나 마족들을 처리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아르헨이 장현을 마족 반란군에게 소개했다.

    “장현, 어서와. 이쪽은 마족 반란군 지휘부 인사들인데, 우리랑 손잡고 싶다며 찾아왔어.”

    “반갑습니다. 반란군을 이끌고 있는 마초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장현입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은 장현을 마초는 계속해서 쳐다봤다.

    그 시선이 의아해 장현은 물었다.

    “내게 할 말이 있습니까?”

    “마튜브에서 그대를 많이 봤습니다. 튜토리얼 영상부터 대공의 박람회에서의 경기까지 말입니다.”

    “그랬군요. 나는 그대를 보는 게 처음입니다.”

    장현의 말에 마초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웃었다.

    “그렇군요.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을 겁니다.”

    제법이라고 생각했다.

    도발을 했음에도 태연했다.

    섣불리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장현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 볼 수 있을 거라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플레이어분들께 제안할 게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에는 장현 님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죠.”

    “무슨 일인지 궁금하군요.”

    “킹덤의 핵심 분들은 얼추 다 모이신 거 같으니, 이제 본론을 얘기해도 될까요?”

    마초는 장현과 아르헨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장현과 아르헨은 서로 마주보며 눈빛을 교환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적인 것은 아르헨이 담당한다. 거기에 마초가 직접 장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으니, 두 사람이 이번 일에 핵심이었다.

    “우리는 공공의 적을 두고 있습니다. 바로 마왕이 이끄는 마계 정부군이지요. 그러나 지금 아시다시피 마계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마왕군이 위축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상호협조를 통해 마왕군에 대항해 싸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각자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을 겁니다.”

    “각자 원하는 것이라니, 우리가 원하는 게 뭔지는 알고 있는 겁니까?”

    아르헨이 물었다.

    “플레이어 신분에서 벗어나는 거겠지요. 플레이어분들이 강제로 경기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도록, 자유를 쟁취할 수 있게 돕겠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건 마왕을 대신해 마계를 집어삼키는 건가요?”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가 바라는 건 그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되겠죠. 절대권력자가 휘어잡는 마계가 아니라 세 개의 세력으로 권력이 분리되는 것이야말로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

    “그대 반란군, 그리고 우리 인간 플레이어. 또 하나는 어딥니까?”

    “대공의 세력입니다.”

    마초의 말에 좌중은 놀란 눈을 치떴다.

    아르헨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대공이면 마왕과 더불어 마계의 2인자가 아닙니까. 그가 우리와 마계 권력을 나누려고 할까요?”

    “나중에는 어떨지 몰라도, 현재는 나눠서라도 마왕을 쓰러트리고 1인자가 되길 원하더군요.”

    “혹시 대공과 만나본 겁니까?”

    “그렇습니다. 대공께 직접 들었습니다. 다만 대공이 연합을 위해 요청한 게 있습니다.”

    마초가 주저하듯 말했다.

    “그게 뭐지요?”

    아르헨이 물었다.

    “백신과 진단키트 제공을 요청했습니다.”

    “백신과 진단키트?”

    아르헨은 마초의 말에 장현을 돌아보았다.

    이 부분은 아르헨 마음대로 정할 수 없었다.

    왜 마초가 장현이 핵심이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짐작한 일이기도 했다.

    “장현, 가능해?”

    “얘기했다시피 마족은 개체별로 유전자 정보가 상이해서 백신 제작할 때 맞춤형으로 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려. 그리고 진단키트라면 그건 나와 상관없는걸.”

    “진단키트 업체의 대주주가 안젤라 님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는 안젤라 님이 안 계시군요. 장현 님과 같이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만.”

    마초는 차분히 말했다.

    이 자리에는 킹덤의 각 왕국 간부들만 있다. 안젤라는 엄밀히 말하면 장현의 측근일 뿐 플레이어가 아니기에 이 자리에는 함께하지 않았다.

    아르헨이 장현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장현, 안젤라 님을 모실 수 있겠나? 아무래도 함께 들어야 할 거 같군.”

    “알겠어.”

    곧 장현이 안젤라를 데리고 들어왔다.

    안젤라는 스윽 주위를 둘러보더니 마초를 힐긋거린 후 아르헨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날 찾았다고?”

    “그렇습니다. 안젤라 님. 이쪽은 마왕군에 대적하는 반란군의 리더 마초입니다. 우리 킹덤의 플레이어들과 연합을 제안했습니다. 다만 요구 조건이 백신과 진단키트 제공입니다.”

    “백신은 장현에게 얘기했으면 될 텐데, 날 굳이 부른 건 진단키트 때문이겠군.”

    그때 마초가 나서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의 요청으로 안젤라 님을 모셨습니다. 진단키트 업체들의 지분을 몽슈 백작님이 안젤라 님의 명의로 대량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헬릭스 성주님께서도 몽슈 백작님께 강요를 하기는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몽슈 백작님을 설득할 수 있는 건 안젤라 님뿐이라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막 창궐하기 시작할 때쯤 안젤라 님께서 진단키트 업체들을 인수 추진하셨다는 소문이 자자하더군요. 대단하신 안목입니다.”

    “호호호, 그건 어디서 들은 거죠?”

    “얼마 전에 대공성에 갔었습니다. 그때 나실 경께서 드림히트 성과 헬릭스 성의 얘기를 들려주더군요. 최근 두 성에서 무섭도록 자본을 풀어 마계의 주요업체들을 인수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업체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업체들일지 저도 궁금하군요.”

    “진단키트 업체와 영상제작 업체들을 다수 인수하셨더군요. 그리고 사료 회사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인수를 추진하셨더군요. 그것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마계에 창궐하는 시점에서 추진하셨기에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혹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내가 그걸 왜 말해줘야 하지?”

    “동료가 될 사이니까요.”

    “웃기는군. 설령 협력을 하더라도 나는 엄밀히 말하면 플레이어 편이 아니야. 그냥 장현과 한편인 거지. 내가 이익도 없이 그냥 내 사업의 비밀을 너에게 알려주라는 말이야? 내가 호구로 보이는가 봐.”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안젤라 님.”

    “흥! 제안이나 똑바로 해. 나는 이익이 되어야 움직이니까. 엄밀히 말해, 나는 킹덤과는 별개야.”

    “알겠습니다.”

    안젤라는 장현에게 슬쩍 눈짓을 했다.

    이 상황을 그가 잘 써먹길 바랐다.

    “맞습니다. 안젤라는 저와 개인적인 관계일 뿐, 킹덤과는 별개입니다. 애초에 마초 님의 요청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함께 있지도 않았겠죠. 그러니 제게 백신을 요구하는 것과는 별개로 대해야 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진단키트에 대해서는 안젤라 님께 별도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끄덕.

    다들 큰 불만은 없어보였고, 지금은 백신에 대해서만 다루기로 했다.

    “대공께서는 백신과 진단키트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지원을 약속하셨습니다. 진단키트는 안젤라 님께 따로 말씀드리겠지만, 장현 님께서는 백신을 제공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현재 여기 마르바스 성에서는 우리 인간들을 위한 백신만 생산했기에, 마족의 경우 백신 제작이 가능한지 아직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진정 대공이 마왕에게 등을 돌려 우리와 함께 싸워준다면 백신을 제공해 줄 용의가 있습니다.”

    장현의 대답에 마초의 표정이 밝아졌다.

    최소한 백신은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생산 가능할까요?”

    “마족을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할 때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CRO를 통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해서 안전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 마르바스 성은 마침 그런 쪽으로 준비가 잘 되어 있더군요.”

    CRO는 제약회사가 신약개발비용 절감을 위해 임상시험 진행 설계, 컨설팅, 데이터 관리, 허가 업무 등을 아웃소싱하는 전문기관이다.

    마르바스 성에 와서 보고받은 바로는, 인근 CRO에 마르바스 연구소장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질 초기에 자체적으로 백신과 치료약 제작을 임상 의뢰했었고 아직 결과는 받지 못했다고 했다.

    어찌 됐든 인간과 달리 마족을 위한 백신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이 필요했고, 임상시험수탁 전문기관들이 근처에 있었다.

    “CRO라면 이곳 마르바스 성의 인근에 업체들이 몇 군데 있을 겁니다.”

    마초가 장현에게 말했다.

    장현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곳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예전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그곳의 위치가 적힌 지도가 있으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 제안을 받아들이는 겁니까?”

    “그건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니군요.”

    장현은 마초에게 대꾸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아르헨을 비롯한 동료들에게 불만이 있을 리 없었다.

    다만, 아르헨은 실속주의자였다

    “그럼 반란군에서는 우리에게 뭘 제공할 겁니까?”

    “이 마계에서 생존할 수 있게 해주지요.”

    “생존? 그게 무슨 소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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