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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78화 (178/211)
  • 178화. 플레이어 독립전쟁 (4)

    1회차 때와 달라진 점 두 번째는 무력이다.

    1회차 때는 기본적으로 그는 대장장이였다.

    물론 지금도 대장장이와 연금술사 포지션을 갖고 있지만, 무력에 있어서는 1회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심지어 아르헨, 마현과 싸워서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다만 현재 무력으로 장현을 대체할 수 있는 아르헨, 마현 같은 동료가 있기에, 전면에 나서지 않을 뿐이다.

    장현이 전투에 집중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렇기에 데랑스와는 같은 상황에서 전혀 다른 능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

    마족 강자들 중에는 쑤엉의 화염에 불타면서도 전진해오는 자들이 있었다.

    수많은 마왕군 중에 진짜 정예들이다.

    장현은 암기를 거두고 자신의 독문 무기인 망치를 꺼내들어 내공을 집중했다.

    동시에 나초를 든 손에는 새롭게 익힌 공간 스킬과 시간 스킬을 적용했다.

    적과 자신의 공간을 줄이고, 적의 공격 궤도를 조금씩 비틀었다.

    동시에 시간을 조절했다.

    그러자 적들은 당황했다.

    이런 적을 처음 상대해 본 것이다.

    당황한 마왕군이 버럭 화를 냈다.

    “이런 미꾸라지 같은 놈!”

    그의 말대로 장현은 미꾸라지처럼 피하며 망치를 들어 적들을 내려찍었다.

    두더지 잡기가 생각나는 장면.

    쾅! 콰직!

    꽤나 강한 마족인지, 한 번의 공격이 적중되어도 쉽게 죽지 않았다.

    나초를 들어 부상당한 놈을 추가 공격했다.

    동시에 공간 스킬을 사용해 적과의 간격을 축소했다.

    콰콰콱!

    저항을 받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상대방이 존재하던 공간 자체를 없앤 건지, 망치와 나초는 적의 머릿속을 파고들어 뇌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으으으. 대체 저건 뭐하는 놈이야.”

    “공격이 보이지가 않아.”

    마왕군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후로 장현은 그동안 아껴뒀던 공간 스킬과 시간 스킬을 조금씩 사용하기 시작했다.

    정예들을 상대로는 더 이상 스킬을 아낄 수 없었기에 조금씩 사용을 늘려나갔다.

    시간 스킬 또한 사용하다 보니 점차 익숙해지고 응용법을 깨달아갔다.

    시간차 공격이라는 게 있다.

    상대방이 예상한 공격보다 빨리 또는 늦게 하는 공격이다.

    장현은 시간 스킬과 공간 스킬의 조합 덕에 그들을 시간차로 상대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 번에 한 명의 적만 상대할 수 있었다.

    소모되는 체력은 그동안 충분히 벌어놓은 포인트로 회복하면서 싸웠다.

    ‘그럼에도 정신력의 소모는 어쩔 수 없군.’

    공간 스킬과 시간 스킬을 사용할 때, 포인트의 소모도 있었지만 정신력의 소모 또한 컸다.

    포인트로도 정신력의 소모만큼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고갈될 때까지 쓰고 나면 정신력의 그릇이 늘어난다.

    대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 외에는 정신력을 회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다.

    ‘결코 지지 않는다.’

    장현은 두통이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기이할 정도로 전투에 몰입할 수 있었다.

    마치 신의 무기 나초를 만들어낼 때처럼 집중하기 시작했다.

    공간 스킬과 시간 스킬을 사용하며 망치와 나초를 반복적으로 휘둘렀다.

    어느 순간, 더 이상 쓰러트릴 존재가 없을 때가 돼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의 마왕군은 쑤엉이 소멸시켜 버렸고, 쑤엉으로 상대하기 힘든 정예들은 장현의 망치와 나초에 의해 모두 쓰러졌다.

    장현은 깊은 숨을 들이쉬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여기까지는 데랑스도 해냈었다.’

    이제 최후의 보스. 마왕만이 남았다.

    장현은 이 순간을 위해 시간 스킬과 공간 스킬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며 아껴뒀다.

    이제 더 이상 아낄 이유가 없다.

    오히려 최소한의 시간 안에 끝내기 위해서는 스킬을 집중적으로 써야 했다.

    그때 장현의 전투를 처음부터 지켜보던 데랑스는 당황했다.

    ‘이럴 수가.’

    그는 자신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싸웠다.

    데랑스 자신이 공간 스킬로 적을 가두고 천중수로 찌부러뜨리는 방식을 사용한 반면, 장현은 스킬을 최소한으로만 사용해 적의 공격이 비껴가도록 했다.

    더불어 공격의 순간에는 적과 자신의 간격을 줄이며 정확하고 빠르게, 그러나 단순하게 싸웠다.

    데랑스 자신은 저런 식으로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어째서!’

    그 스킬은 그렇게 사용하는 게 아니야.

    무려 창조신의 패드 담당자의 권능이라고!

    적을 완파시킬 수 있는 스킬을 고작 공격을 비껴나게 하는 데 사용하다니.

    ‘눈을 감고 싶구나, 저런 꼴사나운 모습이라니.’

    더군다나 정령의 도움까지 받았다.

    데랑스가 후임자에게 기대한 건 그런 것이 아니었다.

    실망감이 차올랐지만 일단 지켜봤다.

    어차피 마왕을 쓰러트리지 못한다면 그는 이곳에 남게 될 것이다.

    차라리 잘된 것일지 모른다.

    그러면 앞으로는 더 이상 저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지 않을 수 있으니.

    데랑스는 인상을 찌푸린 채 장현의 모습을 지켜봤다.

    “공간 스킬! 시간 스킬!”

    쾅! 쾅! 쾅!

    ‘그래도 꽤나 효율적인데. 마왕군의 정예를 저런 식으로 쓰러트리다니.’

    마왕군의 정예까지 쓰러트려 남은 자가 얼마 없게 됐다.

    그럼에도 장현에게는 아직 스킬을 쓸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이 남아 있었다.

    데랑스에게는 의외였다.

    자신은 이 타이밍이 되면 더 이상 스킬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장현은 여전히 멀쩡했다. 비록 인상이 잔뜩 찌푸려진 채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스킬을 쓸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은 적들을 죽여 나가고 있다.

    데랑스는 이 순간 그의 모습에 집중했다.

    ‘혹시, 그는 나와 달리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마침내 장현은 마왕을 제외한 모든 마족을 쓰러트렸다.

    “후우, 후우…….”

    깊은 숨을 토해내며 숨을 고르던 장현이 눈앞의 마왕을 바라보았다.

    마왕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1회차 최후의 전투 때 상대했던 마왕과 같았다.

    당시에는 어떤 수를 써도 놈을 해칠 수 없었다.

    ‘지금은 나초도 있고, 창조신의 권능도 있다.’

    그때 불현듯 궁금한 것이 생겼다.

    마왕군을 상대하는 동안 대공을 비롯한 헬릭스 등 대공 측의 주요 고위 마족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군. 놈은 이곳에 홀로 직속부대만 거닐고 온 것이었군.’

    아마도 대공에게 창조신의 패드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였으리라.

    장현에게는 잘된 일이었다.

    “쑤엉, 힘을 좀 더 쓸 수 있겠어?”

    “이 자식. 내가 여기서 나가게 되면 진짜로 널 죽여버릴 거야.”

    “미안하다.”

    “미안한 걸 알긴 아는구나. 어휴.”

    투정을 부리는 쑤엉의 마음이 느껴진다.

    씨앗일 때부터 거뒀던 화염의 정령이다.

    지금은 정령왕에 가까워졌지만, 장현에게는 여전히 어린 정령일 때와 똑같이 느껴졌다.

    그랬기에 미안했다.

    언제나 자신의 옆에서 일만하고 전투만 치러왔기에.

    장현의 표정을 본 쑤엉이 슬쩍 말했다.

    “장현, 마왕 앞이라고 쫄지 마. 표정이 그게 뭐야.”

    “큭, 난 쫄지 않았다.”

    “흥. 그렇다고 해두지. 이제 어쩔 거야?”

    “내가 엄호할 테니 놈에게 접근해.”

    “그다음은?”

    “놈의 근처에서 주의만 끌어줘. 직접 상대하지는 말고.”

    “직접 상대하라고 해도 내가 마왕을 어떻게 상대할 수 있겠어. 그보다 괜찮겠어?”

    쑤엉은 내심 걱정되는 듯했다.

    “내게 방법이 있어.”

    장현과 데랑스의 또 하나의 차이점은 바로 신의 무기 나초가 있다는 것이다.

    장현은 망치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나초만을 손에 쥐었다.

    ‘할 수 있다.’

    모든 부하가 쓰러진 후, 마왕이 장현에게로 다가왔다.

    “놀랍군. 훌륭해. 너는 나와 싸울 자격이 있다.”

    마왕은 말을 마치더니 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세상이 순식간에 암흑으로 물들고, 사이한 마기가 삽시간에 세상을 뒤덮었다.

    ‘이제 놈이 공격해온다.’

    장현은 양손으로 나초를 힘껏 움켜쥐었다.

    그때 검은 하늘에서 거대한 붉은 외눈이 생겨났다.

    구름보다 더 큰 눈이 장현을 직시했다.

    “헉!”

    눈을 마주친 장현은 순간적으로 비틀거렸다.

    나초를 쥔 양팔을 비롯해 온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마왕의 눈에서 뿜어진 마기가 장현의 몸을 뒤덮었고, 그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공포가 장현의 정신을 장악했다.

    머리가 멍해졌다.

    ‘무, 무서워.’

    덜덜덜.

    순식간에 의식이 사그라질 것만 같은 공포심.

    아무것도 못하고 죽을 것만 같았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시시각각 장현을 쬐어왔다.

    두근. 두근. 두근.

    장현은 점점 의식 속으로 침잠해갔다.

    “장현! 정신 차려! 뭐하는 거야!”

    쑤엉이 소리쳐 그를 일깨웠음에도, 장현은 멍하니 하늘의 눈을 쳐다보며 몸을 덜덜 떨기만 했다.

    그는 의식 속에서 회귀 전 마왕과의 전투로 돌아갔다.

    마왕의 권능에 당한 것이다.

    영혼의 가장 어두운 절망을 다시 경험하게 하는 것이 마왕의 권능.

    그 속에서 장현은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어느 날 갑작스레 마계로 잡혀왔고, 사선을 넘어왔다.

    튜토리얼에서 처음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봤을 때, 또 살기 위해서 타인을 죽여야 했던 순간들.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정당화했다.

    그렇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마모되었던 인간의 감정이 되살아난다.

    죽음, 생존, 죽음, 생존.

    플레이어라는 신분으로 계속해서 치러진 전투.

    그리고 퀘스트 중 얻게 된 대장장이 조각.

    대장장이 조각을 얻게 되면서 최전선의 전투에서는 한발 물러설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죽음의 공포는 피할 수 없었다.

    장현에게 웃으면서 술 한잔을 약속하며 아이템을 받아간 동료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경기에서 죽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마계를 휩쓸 때는 플레이어간에 협력은커녕 서로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갈수록 삭막해지는 세상에서 약자를 핍박하고 포인트를 차지하는 자들이 늘어났다.

    플레이어 간에 신분이 다시 나누어지고, 약자는 더욱 쉽게 죽어갔다.

    바이러스로, 포인트의 제물로, 마족의 유흥거리와 몬스터의 먹이로 죽어갔다.

    그러던 끝에 벌어진 최후의 전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혼란과 반란군의 궐기에, 마왕은 모든 원인을 인간 플레이어들 탓으로 돌리며 인간들은 마왕군의 표적이 되었다.

    그때서야 어쩔 수 없이 인간들은 다시 협력하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자들은 서로간의 스킬과 지식을 공유했다.

    더 이상 내부다툼을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장현은 그 꼴이 우스웠고 서러웠다.

    진작 협력했다면 지금보다 나았을 텐데, 마왕군을 상대로 싸워서 이길 가능성을 높였을 텐데.

    그럼에도 자신은 목소리를 높일 수 없었다. 그럴 자격이 없었기에.

    그저 아이템을 제공해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계속해서 플레이어들은 죽어나갔다.

    크로커다일과 리자드맨 등 타종족 플레이어들과의 연합은 애당초 고려조차 않았기에, 오직 인류 플레이어들로만 싸워야 했다.

    자신이 만들어준 아이템을 받은 자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본 장현은 결국 마지막에는 스스로 전투에 나갔다.

    더 이상 아이템을 받고 싸워줄 플레이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씨발, 이제 아이템을 사용할 사람조차 없군.”

    그는 분노와 절망 속에서 직접 무기를 들고 마왕군과 미친 듯이 싸우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동료들이 쓰러지고 난 이후, 드디어 마왕이 등장했다.

    “저 놈이 마왕?”

    처음으로 본 마왕의 존재.

    명확한 형태가 보이지는 않았으나, 어렴풋이 인간 형태였던 것으로 기억했다.

    “으아아아아! 죽어!”

    아르헨이 검을 휘두르며 날아들었고, 마현 또한 묵직한 일검을 그었다.

    테오는 마력을 긁어모아 제9계 마법을 날렸다.

    성녀 제이미 또한 최고위 신성 마법을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마왕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 마냥 순식간에 회복했다.

    불사신이나 다름없었다.

    그 모습에 모든 플레이어들이 절망에 빠졌다.

    “마, 말도 안 돼!”

    “아니, 어떻게. 저런 공격을 맞고도 아무런 데미지를 입지 않다니.”

    마왕은 한참동안 플레이어들의 공격을 그대로 허용하더니, 이윽고 남은 플레이어들의 얼굴에서 희망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서 입을 열었다.

    “이제 다했나? 기대한 것보다 재미가 없구나. 그럼 이제 내 공격을 받아봐라.”

    마왕이 손을 들어 올리자, 놈의 손에 길고 거대한 창이 생성되었다.

    지옥의 화염이라고 해야 할까.

    마왕이 검붉은 마기의 화염을 두른 창을 휘둘렀다.

    그 창에 아르헨의 검이 부러졌다.

    장현이 직접 아다만티움으로 만든 신검이었으나, 진정한 신의 검은 아니었기에 결국 부러졌다.

    부러진 검에 당황한 아르헨이 주춤하는 사이, 바알이 다시 창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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