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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77화 (177/211)
  • 177화. 플레이어 독립전쟁 (3)

    곧 데니우스가 보낸 지네차가 도착했다.

    장현은 안젤라와 함께 차를 타고 더 현재 오브 킹덤으로 떠났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데니우스가 마중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장현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직접 마중까지 나오고, 고맙군요.”

    “장현 님께서 현재 마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요도를 볼 때, 제가 당연히 마중 나와야 마땅한 일입니다.”

    “저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줄 몰랐습니다.”

    장현의 말에 데니우스의 눈이 커지더니, 예전의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 아직 본인의 위치가 어떠한지 잘 모르시군요. 지금 킹덤의 플레이어들이 마해를 건너 대륙으로 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장현 님께서 직후 연락주시지 않았다면 그들은 아마 무사하지 못했을 겁니다.”

    “역시 플레이어들의 동향에 대해 알고 있었군요. 더 이상 이곳에 백신으로 제조할 확진자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마족분들을 위한 백신을 제조하려면 대륙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현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데니우스를 속일 수 없었다.

    어차피 그들이 모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마해를 건너는 것을 저지당한다면, 백신을 제작할 원료인 확진자들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할 생각이었다.

    플레이어들이 마르바스 성에 간 것 또한 백신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대기 좋았다.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마족의 백신은 확진된 마족 원료만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면 그만이었으니까.

    “후훗. 장현 님께서 연락을 주셨기에, 그런 목적에 대해 짐작할 수 있었죠.”

    “다행이군요. 그럼 이제 패드가 있는 곳으로 가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데니우스의 안내로 장현은 창조신의 패드가 보관되어 있는 더 현재 최상부에 도착했다.

    사전에 약속한대로 안젤라는 패드가 있는 곳까지는 동행하지 않았다.

    “그러면 테스트를 진행하신 후 일이 끝나는 대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아시겠지만 이곳의 상황은 모두 영상으로 녹화되고 있으니 허튼짓은 하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데니우스는 한차례 경고를 주고는 패드가 있는 공간에서 빠져나갔다.

    자신이 작업하는 모습을 데니우스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모두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모르는 게 장현에게는 있었다.

    그는 공간 스킬과 시간 스킬을 발동했다.

    이것이 없었더라면 그는 시도해 볼 생각 자체를 못했을 것이다.

    그는 패드의 힌지 모듈을 교체한 후 다시 데랑스의 스킬을 사용해 원본 패드를 작동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패드는 예전처럼 장현의 생체 인증을 거치자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데니우스와 관계자들 또한 보고 있었다.

    장현은 정상적으로 작업을 끝낸 다음, 이제 패드의 전원을 끄는 척하며 시간 스킬과 공간스킬로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을 바깥 공간보다 아주 느리게 움직이도록 설정했다.

    이제 저들은 자신을 지켜보고 있어도 제대로 보지 못할 것이다.

    장현은 자신이 설정한 공간의 시간 흐름을 확인한 후 데랑스에게 인정받은 패드의 담당자 자격을 원본 패드에 인증했다.

    [패드에 접속하였습니다.]

    [사용자 인증이 완료되었습니다. 패드 담당자임을 확인하였습니다.]

    ‘됐다.’

    장현은 자신이 복제한 패드를 꺼내 원본 패드의 권능이 복제되도록 했다.

    [블루투스로 동기화를 시작합니다. 동일 제품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패드의 권능을 복사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장현은 서슴없이 ‘예’를 선택했다.

    이 때문이었다.

    이전에 왔을 때는 설계도대로 패드를 복제하긴 했지만, 원본에 담긴 창조신의 권능은 제대로 가져오지 못 했었다.

    그 때문에 창조신의 권능을 제대로 발현하는 게 어려웠던 것이다.

    ‘이제는 창조신의 권능을 복사했어.’

    장현은 권능 복사가 끝나자 공간에 걸린 스킬을 해제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변화가 생겼다.

    장현은 갑자기 낯선 공간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그는 전임자와 만나고 있었다.

    “어서 오게. 난 창조신의 패드 담당자, 데랑스일세.”

    “데랑스, 당신이 진짜 창조신의 패드 담당자입니까?”

    “의심이 많군. 내가 스크롤에 남긴 기록 영상을 봤을 텐데.”

    “그렇긴 합니다만,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건 다르지 않습니까?”

    단순히 자신의 기억을 영상 장치에 남겨 기록으로서 후대에 전하는 것과, 생전의 의식을 가지고 후인과 대화하는 것은 전혀 별개였다.

    “분혼을 남겨둔 것이다. 원래의 나는 이미 소멸했지만 당시의 의지를 가진 내가 후임자에게 전할 말이 있어서였지. 그대가 남긴 것을 제대로 이었다면 우린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창조신의 권능을 완전히 얻기 위해서는 나를 만나야만 하도록 했으니.”

    “그렇다면 이제 제가 제대로 된 후임자가 될 수 있는 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데랑스의 말에 장현은 안도했다.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장현이 물었다.

    “제게 전할 말이 무엇입니까?”

    “후임자,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지?”

    “장현입니다. 지구에서 온 인간 장현. 그것이 바로 저입니다.”

    “아마도 그대는 패드의 권능으로 공간 스킬과 시간 스킬을 극대화시켜, 마왕을 쓰러트릴 무기로 삼으려고 하거나 그대의 세상으로 돌아가길 원할 것이다.”

    장현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완전히 옳은 말도 아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이곳에 독립된 인간 세계를 구축하는 것 또한 바라는 바다.

    “맞습니다.”

    어쨌든 데랑스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가장 원하는 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데랑스의 분혼은 그런 장현을 보고 말을 이었다.

    “난 창조신의 패드의 담당자. 그런 내게는 공간 스킬과 시간 스킬, 창조신의 권능이 있었다.”

    끄덕. 끄덕.

    장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그런데도 나는 천계를 지키지 못했다. 후임자여 방심하지 마라. 너는 분명 너의 세계를 지킬 힘을 갖게 될 것이지만 마왕은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 그가 패드의 권능을 얻게 된다면, 그는 창조신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것이 할 말의 다입니까?”

    “장현, 내가 직접 너에게 창조신의 권능을 사용하는 방법을 보여주겠다. 너는 권능을 사용해 나를 이겨라. 그러지 못한다면, 마왕으로부터 세계를 구한다는 희망은 헛된 바람이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게는 긴 시간이 없습니다. 곧 마족 관리자가 들이닥쳐서 저를 여기서 내보낼 것입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나를 만난 순간부터 이곳의 시간은 멈췄다. 이제 전투를 위한 공간을 만들 테니 준비하거라.”

    데랑스의 말과 함께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이곳은.’

    본 적이 있다.

    전임자 데랑스가 홀로 패드를 지켜내며 싸우다가 최후를 맞이한 곳이다.

    “이곳은 내가 마왕과 싸우다 죽은 장소다. 내가 그때와 똑같은 환경으로 복구한 가상공간이다. 이곳에서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마왕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 내가 당신에게 죽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럼 결국 너도 어차피 마왕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일 테니, 이곳에서 나와 함께 다음 후임자를 기다리는 게 나을 것이다.”

    “말도 안 됩니다.”

    “나는 창조신의 패드를 소유한 자로서 마왕을 막아야 했다. 천계는 무너졌고, 천족의 비기를 다른 종족인 너에게 맡기게 되었다. 그럼에도 마왕에게 네가 패한다면 나는 더 큰 죄를 짓게 된다. 이곳에서 나를 이겨라. 그렇지 않다면 어차피 너도 죽을 것이니, 돌려보내봐야 개죽음에 불과할 뿐이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부디 그러길 바란다. 그럼, 시작하겠다.”

    데랑스의 선언과 함께 장현은 과거 데랑스의 몸으로 바뀌었다. 다만 아이템과 스킬은 현재 자신의 것과 같았다. 더불어 아르헨에게 준 나초까지 있었다.

    ‘그렇군. 여기는 엄밀히 말하면 현실이 아니야. 그렇기에 내가 현재 지니고 있지 않지만, 원한다면 가질 수 있는 무기는 모두 사용이 가능한 거군.’

    나초는 아르헨에게 부탁하면 잠시 빌리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자신이 소지한 아이템에 나초가 포함된 것일 테다.

    ‘나초만 있어도 해볼 만해.’

    전투가 시작되자 마왕으로 변신한 데랑스는 마족 군대를 먼저 장현에게 보냈다.

    장현이 본 데랑스의 기억 영상 속에서도 마왕은 처음부터 그를 직접 상대하지 않고 소모전을 벌였다.

    당시 데랑스는 공간 스킬을 활용해 사각의 공간을 만들어 천중수 스킬로 적들을 압착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권능을 지속적으로 소모하는 수밖에 없었다.

    장현은 그런 소모적인 방법을 쓸 생각이 없었다.

    예전 전투 영상을 보면서 데랑스의 문제가 뭔지 느꼈었다.

    그는 실전 경험이 부족했다.

    마왕을 상대할 때까지는 비장의 무기를 가능한 아껴야 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 전투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장현은 공간 스킬과 시간 스킬을 최소한으로 쓰면서 마왕을 상대할 때를 대비해 아껴두었다.

    그 대신 순수하게 무술로 마족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음양합일신공이 운용됐다.

    공간 스킬은 마족을 잡아두는 데 쓰지 않고, 그저 적의 공격을 살짝 비껴가는 정도로 사용했다.

    시간 스킬 또한 상대방의 시간을 조금만 느려지도록 해 타점을 흐리게 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장현은 간결하게 나초를 휘둘러 적의 빈틈을 만들어내어 베고 찔렀다.

    동시에 다른 한손으로는 암기를 계속 던졌다.

    암기는 넘치도록 있었기에 얼마든지 사용이 가능했다.

    ‘육체가 피곤하지 않아. 내공도 줄어들지 않는다.’

    공간 스킬과 시간 스킬을 사용할 때만 체력이 소모되었다.

    아무래도 데랑스가 만든 공간의 특수한 설정인 듯 했다.

    그는 스킬 외 전투 기술은 보잘 것 없는 능력으로 본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이런 설정을 한 것이리라.

    대신 스킬을 사용한 수치를 표시한 게이지가 따로 있었다.

    스킬을 사용하자 공간 스킬과 시간 스킬의 게이지가 나타나더니 줄어들기 시작했다.

    창조신의 패드에서 얻은 권능과 스킬을 제외한 나머지는 얼마든지 사용해도 상관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장현에게는 충분했다.

    데랑스가 보낸 마왕군과 장현이 계속해서 싸웠다.

    끝도 없이 적이 몰려들었지만, 그는 수세에 몰리지 않았다.

    마왕군 중에는 1회차 때 장현이 상대해 본 마족도 있었고, 처음 본 마족도 있었다.

    1회차 때와 지금의 장현은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는 쑤엉의 존재.

    화염의 정령왕에 준하는 존재로 변한 쑤엉은 그동안 아이템 제작에 큰 힘을 주었다.

    최근 다수와의 전투를 벌일 일이 없었지만,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쑤엉의 화염은 다수의 마족을 상대로 강한 위력을 보일 것이다.

    “쑤엉! 도와줘!”

    장현의 외침에 쑤엉은 모습을 드러냈다.

    천족이 만들어낸 공간이라 하더라도 쑤엉은 장현의 몸속에 있었기에 함께 소환된 것이다.

    “장현, 이 나쁜 놈! 대체 얼마 만에 날 부르는 거야! 세 배로 보상한다더니 정작 한 번도 안 찾다가, 또 무슨 일을 시키려고 부른 거야?”

    장현은 쑤엉에게 미안했지만 일단은 한시가 급했다.

    “나중에 다 보상해 줄게. 지금 위험에 처했어. 이것부터 해결해 줘!”

    “어휴! 내가 못 살아!”

    장현의 부탁에 쑤엉은 주위를 둘러봤다.

    굳이 보지 않아도 이미 느끼고 있었다. 쑤엉은 장현의 체내에서 그와 감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미 장현의 속에서 데랑스가 하는 말을 들었기에 상황을 알고 있었다.

    쑤엉은 내키지 않았지만 그를 이 공간에서 영원토록 지내게 할 수는 없었다.

    마왕군을 상대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퍼펑!

    쑤엉은 몸을 쪼개 수천 조각의 화염 덩어리로 분리되더니, 이내 마왕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장현은 웃었다.

    “쑤엉의 불은 꺼지지 않는 지옥불이다. 이놈들아, 맛이 어떠냐.”

    쑤엉의 화염이 옮겨 붙은 마왕군은 혼비백산하며 불을 끄려했지만, 전혀 소용없는 짓이었다.

    화염은 삽시간에 그들의 몸을 불태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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