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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76화 (176/211)

176화. 플레이어 독립전쟁 (2)

수문장은 마초가 내뿜는 기운의 압박에 몸을 움직이기 어려웠다.

그는 마초의 말을 머릿속에서 생각하며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판단했다.

수문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초는 그제야 수문장을 압박하던 기운을 풀어줬다.

“헉, 헉! 알겠습니다.”

수문장은 두려움에 잠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뛰어갔다.

수문장과 함께 있던 병사들은 상황을 파악하고서 침묵을 지키며 대기하고 있었다.

그 시각 나실 장로는 패드로 마계 폭동 상황을 보면서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아이고, 저 놈들. 갈수록 크게 사고 치네. 이거 보통일이 아닌데.”

나실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소파에 묻었다.

지네의 몸을 가진 터라 협착증이 있어서 앉아있는 것보다 눕는 게 더 좋았다.

“역시 이 맛에 패드를 쓴다니깐. 누워서 패드로 영상 감상이나 하는 게 딱이야.”

그는 폭도들의 영상을 넘기다가 최근 킹덤에서 벌어진 확진자 마족의 물류센터 공습 현장에 관한 영상을 봤다.

“어라. 이거 확진된 마족들이잖아. 요즘 이거 때문에 떠들썩하더니. 쯧쯧. 마계가 어찌되려고 이러는지 몰라. 확진된 마족까지 경기에 투입하다니. 그러니 이런 폭동이 일어나지. 확진된 몬스터로 그쳤어야 했어.”

그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때 비서가 문을 열며 들어왔다.

“나실 장로님. 지금 성의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이 긴급히 나실 장로님을 만나 뵈어야 한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래?”

“그게, 직접 말씀드려야 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수문장이 그랬단 말이지.”

나실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수문장이 자신을 직접 만나서 꼭 해야 한다는 얘기가 뭘까 생각해봤으나 떠오르지 않았다.

“들어오라 해라.”

“알겠습니다.”

잠시 후 수문장이 들어왔다.

“나실 장로님. 긴밀히 말씀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말해라. 직접 만나 얘기해야 할 내용이 무엇이길래 이런 소란을 피운 거냐.”

“반란군의 수장 마초가 대공 전하를 뵙길 청하고 있습니다.”

“뭐? 그가 지금 여기 왔다고?”

나실은 허리 통증도 잊을 만큼 놀라 소파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상태창 코드 체크는 해봤느냐. 바이러스에 확진된 건 아니고?”

“자신의 신분 때문에 상태창 코드 체크를 거부했습니다.”

“흐음. 신속 진단키트는 있느냐?”

“5분 만에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가 비상용으로 일부 있습니다.”

“그걸로 그자의 확진 여부를 확인하고, 이상 없을 경우 내 방으로 데리고 오도록. 직접 만나 얘길 들어봐야겠다. 가보도록!”

“알겠습니다. 장로님.”

수문장이 나가고 난 후 나실은 고민하다가 대공 루시퍼의 집무실로 향했다.

이것은 자신의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잠시 후 나실은 루시퍼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대공 전하, 반란군의 수장 마초가 찾아와 대공 전하를 뵙길 청하였습니다.”

루시퍼는 의자에 앉아 권태로운 표정을 짓다가 나실의 말에 호기심을 보였다.

“그를 만나 보았느냐?”

“아직 만나지는 않았습니다. 성 입구에서 확진 여부를 확인하는 중입니다.”

“그래. 나실, 그가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루시퍼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

나실은 그의 의중을 파악하고자 잠시 루시퍼를 흘깃 쳐다보고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반란군들은 지금 정부군에 쫓겨 궁지에 몰린 상태입니다. 이대로 가면 궤멸될 게 분명하니 대공 전하께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네 생각에는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으냐?”

“주군께서 마계의 권좌를 차지할 생각이시면 그를 품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나실은 말을 하고나서 루시퍼의 반응을 살폈다.

위험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루시퍼의 생각을 짐작하고 있다.

직접 속내를 내비치지는 않았지만, 대공은 마왕 못지않은 지고한 존재.

그가 2인자의 위치에 만족할리 없었다.

동시대에 마왕의 재목을 타고난 자가 두 명이나 된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

“마계의 권좌라, 나쁘지는 않군. 그런데 그것과 반란군을 품는 게 어떤 연관이 있길래 그를 품어야 한다는 것이냐?”

“이대로 마계에 변화가 없으면, 대공 전하께는 마왕의 자리를 노릴 기회가 오지 않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창조신의 패드를 마왕이 복구하게 된다면 아마도 이 상황이 고착되겠지요. 이 상황을 뒤집기 위해서는 마왕이 창조신의 패드를 복구해 창조신의 권능을 확보하기 전에 대업을 도모해야 합니다. 마침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마계에 유례없는 질병이 퍼졌고, 그로 인해 마계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원래라면 벌써 진압되고 남았을 반란군들이 오히려 바이러스 때문에 계속 활개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하면 기존의 마계 질서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대공 전하께서 반란군들을 품고 지원해주는 것이지요. 살 길을 제공해준다면 반란군들은 대공 전하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걸 마왕에게 숨길 수 있다고 보느냐?”

루시퍼는 진지하게 물었다.

마계의 모든 사건을 놓치지 않는 AI 시스템. 그리고 CCTV 카메라와 드론.

그걸 파괴하는 것 또한 무리수에 가깝다.

마왕이 알아챈다면 도리어 선제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었다.

마왕 또한 루시퍼를 거추장스러워하고 있기는 마찬가지.

루시퍼는 서서히 마음을 굳혔다.

그는 결코 2인자의 위치에서 안주할 생각이 없었다. 그 역시 마왕과 비교해 딱히 쳐지지 않는 인물이었다.

‘만약 마왕이 바이러스에 확진된다면.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루시퍼가 금세 고개를 저었다.

바이러스는 결코 마왕을 확진시킬 수 없다. 그건 자신이 잘 알았다. 자신 역시 고작 코로나 바이러스 따위에 확진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주 강한 변이 바이러스라도 나타난다면 모를까.

현재의 바이러스는 대공이나 마왕에게는 위협적이지 않다.

다만 마왕의 세력을 약화시킬 수는 있겠지.

사실 그 정도만 되어도 충분했다.

마왕과 대공이 싸운다면 세력전으로 가야 했다.

대공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좋다. 나실, 그를 내 앞에 데려오너라. 얘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겠어.”

“알겠습니다. 대공 전하.”

나실은 밖으로 나가 수문장에게 마초의 바이러스 확진 결과를 듣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자 그를 대공 루시퍼에게 데려왔다.

마초는 망토를 벗고 루시퍼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공 전하.”

***

킹덤 연합왕국의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컨테이너선에 올라타 마해를 건넜다.

그들이 마르바스 성을 향해 진격하는 동안, 장현은 일행과 떨어져 따로 움직였다.

마르바스 성 공략에는 다른 플레이어들로 충분했다.

아르헨, 마현 등을 비롯해 김덕배, 이나연 등 그의 동료들이 모두 마해를 건너 대륙으로 갔지만 장현은 남았다.

동료들이 마르바스 성을 장악할 때까지 장현에게는 할 일이 있었다.

바로 창조신의 패드를 탈취하는 것이다.

앞전에 복제했던 패드에서 창조신의 권능을 획득하는 데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원본 패드를 살펴봐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다시 창조신의 패드가 보관된 장소로 가야 했다.

다만 안젤라만은 그와 함께 있었다.

김덕배를 비롯한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안젤라를 설득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안젤라, 이번엔 나 혼자 가야해.”

“싫어. 지금 나를 떼어놓고 가면 내가 마음이 편할 것 같아? 나도 함께 갈 거야. 저번에도 같이 갔잖아.”

“이번엔 달라. 데니우스가 경계하게 될 거야. 지금 마계 내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잖아. 마왕과 대공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거라고. 이때 대공의 오른팔이나 마찬가지인 헬릭스 성주의 딸이 패드에 접근하려 하면, 내가 일을 도모하는 게 더 어려울 수 있어.”

“정 그렇다면 건물 입구까지만 따라 갈게. 더 현재에 머무르는 VIP들 중에는 나와 안면이 있는 자들이 있어. 그들을 만나 동향을 파악하도록 할게.”

그것까지는 막을 명분이 없었다. 더군다나 꽤 괜찮은 생각 같기도 했다.

패드에 접근하지만 않는다면 데니우스의 경계심도 약화될 테지.

“알겠어. 그럼 같이 가도록 하자. 대신 행동 조심해야 돼. 우린 지금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어.”

“걱정 마. 내가 지금 마튜브 영상제작팀을 이끌고 있는데 그걸 모르겠어.”

안젤라는 장현이 동행을 허락하자 어느새 기분이 풀렸는지 신난 말투로 대꾸했다.

뭔가 믿음이 안 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안젤라가 플레이어들의 계획에 합류한 건 전적으로 장현 때문.

그녀에게 다른 자들은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홀로 놔뒀다간 도리어 다른 동료들의 계획에 방해가 될지도 몰랐다.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그녀는 마족 서큐버스의 몸. 변덕이 죽 끓기도 하고, 신경질적이면서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헬릭스 성의 소성주였다.

장현은 데니우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제작해주는 대가로 요구를 할 생각이었다.

데니우스에게 연락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비상시에 언제라도 연락할 수 있도록 상태창의 연락 코드번호를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장현은 그 번호로 연락했다.

“어라, 장현 님! 연락을 주셨군요. 혹시 제가 설레발을 치는 것은 아니겠죠?”

“데니우스, 이번에는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씀은 백신 제조를 해주시겠다는 말씀인가요?”

“네, 그렇지만 앞전에 미리 말씀드렸다시피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더군다나 마족분들은 개인별 특성이 워낙 다양해서 같은 백신으로 모두에게 접종할 수가 없습니다. 개인별 맞춤 생산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백신 접종 대상자를 선별해주시기 바랍니다.”

“일전에 같은 말씀을 해주셔서 윗선에 보고를 했습니다.”

“그럼 대상자가 결정되었겠군요.”

“그렇습니다. 가장 고귀한 분들께서 먼저 맞으셔야 한다고 결론이 났습니다.”

“그 말은 마왕님과 대공님을 말씀하는 건가요?”

“맞습니다. 그리고 제 것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야 물론이지요.”

장현의 예상대로였다.

백신이 없어도 상관없다 할지라도, 가장 먼저 맞는 것은 마왕과 대공일 거라고 짐작했다.

고위 마족들에게 일반 마족주민들은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

그들의 임상 결과가 나와 봤자, 자신들과는 다를 테니.

차라리 마왕을 비롯한 고위 마족들이 먼저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장현은 입가가 씰룩이는 것을 참았다.

“그래서 그때 약속했던 보상은 가능한 장현 님께서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마왕님과 대공님의 안전이 걸린 일이니만큼 큰 보상이 주어질 것입니다. 혹시 원하는 보상이 따로 있으신가요?”

드디어 보상 얘기가 나왔다. 장현이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앞전에 더 현재에서 봤던 패드를 한 번 더 보여줄 수 있나요?”

“패드 말씀인가요? 그건 왜 그러시죠?”

“앞전에 생체인식 모듈 샘플을 삽입해서 테스트했잖아요. 이번에는 헬릭스 성에서 만든 폴더블 패드용 힌지 모듈을 테스트해보려 합니다.”

그는 데니우스가 자신의 제안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았다.

마계에서 생산되는 패드의 부품은 모두 파손된 패드를 복구하기 위해 연구 및 개발되고 있다.

창조신의 패드 또한 폴더블 패드인 만큼, 장현이 폴더블 패드용 힌지 모듈을 개발했다는 것을 알면 분명 테스트를 허락할 것이다.

그들이 지구의 인간들을 마계로 잡아와 경기에 투입한 이유도 결국 그 때문이니까.

예상대로 데니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현 님의 요청이니만큼 특별히 수용하도록 하죠. 제가 그 정도 즉결 허가 권한은 있답니다.”

“잘됐군요. 그럼 지금 바로 패드를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데니우스는 장현의 요구를 수락했다.

마왕의 충실한 종인 그로서는, 주인의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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