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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73화 (173/211)
  • 173화. 물류창고 화재사건 (1)

    아르헨은 전투가 끝난 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익룡과 마족이 된 마교도들이 모두 죽어 널려있었고, 그 주위로 언데드 병사들이 돌아다니며 확인 사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형석은 죽은 자들 중 꽤 강했던 자들을 언데드 병사로 소환하는 마법진을 만들고 있었다.

    아르헨은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최형석, 무서운 자구나.”

    마교의 장로들은 아르헨, 장현, 안젤라 등이 맡았지만.

    익룡들과 마족이 된 무림인들은 최형석의 언데드 병사와 전투로봇이 그야말로 학살하다시피 했다.

    언데드 병사는 죽지 않기에 파괴된다는 게 적절한 표현이다. 파괴되어 쓰러지고 소멸되어도, 다시 소환되어 마족이 된 마교도들과 익룡들을 공격해댔다.

    승부의 전환점이 된 것은 죽은 익룡을 언데드 병사로 만든 것이다.

    언데드 익룡에 크로커다일이 올라타더니 마족 마교도가 탄 익룡들과 전투를 벌였다.

    결국 익룡들이 하나둘 쓰러져 죽어갔고, 그만큼 최형석의 언데드 병사는 늘어갔다.

    ‘분명 여우 던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르헨이 천천히 최형석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여우 던전 때는 언데드 병사를 소환할 수 있는 숫자가 많지 않았다.

    더불어 그때는 전투를 치르고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지쳐있었다. 정신력을 과도하게 소모한 영향이라고 들었다.

    ‘저 자도 전투를 치를수록 무섭게 강해지는군. 나와 같은 유형이구나.’

    아르헨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형석을 주목했다.

    최형석이 활약해 준 덕분에 아르헨과 장현 등이 마교 수뇌부들인 장로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최형석이 마지막으로 혈염수까지 언데드 병사로 만드는 것을 본 아르헨은 고개를 절래 저었다.

    재가 되어 사라졌던 혈염수가 마법진 위에 모습을 보이며 최형석을 향해 충성의 예를 표하고 있었다.

    일행들의 눈앞에 던전 레이드 클리어 알림이 떠올랐다.

    ***

    장현은 무림 왕국 던전 레이드가 끝나자 네오디움 왕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아르헨과 상의하며 킹덤의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모든 힘을 쏟았다.

    왕국마다 특성을 살려 국가 산업을 발굴하기 시작했고, 장현은 필요한 게 있을 때 도움을 주었다.

    기본적인 산업은 지구에서의 산업을 기본으로 했다.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산업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먹고 자는 에너지원을 얻는 농수산업부터, 마계돼지와 감자두더지의 사료 사업 및 축산 육가공 산업, 유통 산업까지.

    그 일련의 과정에서 마왕이 가장 중시하는 패드 산업과 반도체 산업을 장현은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무림 왕국 던전 레이드 이후로 킹덤의 레이드 팀이 소집될 일은 없었다.

    대부분 자체적으로 해결 가능한 소소한 던전들만 생성되었고, 그것들은 금방 클리어되었다.

    다만 가볍게 보았던 던전들이 유효시간이 지나면서 해제되어 던전의 몬스터들이 풀려나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던전의 몬스터들은 대부분 코로나 바이러스에 확진된 상태였고, 그 중 일부는 변이 바이러스에 확진되어 있기도 했다.

    장현은 그때쯤 연금술로 보다 접종하기 편하고 예방 효과도 뛰어난 바이러스 백신 제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파라셀수스의 권능을 이어받으면서 그는 연금술과 제약에 놀라운 성장을 이루어냈다.

    그 결과, 변이 바이러스까지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장현은 자신의 손바닥에 놓인 작은 캡슐형 알약을 보며 만족스레 미소 지었다.

    “드디어 먹는 알약형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었다.”

    바이러스 백신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대략 반년이 지나면 추가적인 접종을 해야 했는데, 그때마다 콜드체인과 백신 보관함, 주사기가 필요했다.

    그동안 사용한 주사기형 백신은 제작과 보관, 유통이 무척 어려웠다.

    일회용이었기에 헬릭스 성의 사업 매출은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장현은 킹덤 내 인간 플레이어들의 통합을 위해 비용 절감형 백신 제작을 고민해왔고. 그 결과가 먹는 알약형 백신이었다.

    탁탁탁.

    벌컥.

    김덕배가 장현이 자리하고 있는 집무실에 급히 달려왔다.

    “장현, 큰일이야. 클라우드 왕국의 물류창고에 화재가 발생했어.”

    클라우드 왕국의 물류창고는 대륙과 킹덤의 물류를 잇는 가장 크고 중요한 물류보관창고다.

    그곳에 화재가 났다면 당분간 모든 제품들의 운송과 공급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그곳에 백신 보관함과 주사기들이 쌓여있다는 점이다.

    화재가 났다면 물류창고에 있는 백신 보관함과 주사기들은 오염되어 더 이상 쓸 수가 없게 된다.

    먹는 알약형 백신을 만들었지만, 고작 샘플을 성공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 심각성을 알았기에 장현은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섰다.

    “대체 어쩌다가!”

    “클라우드 왕국의 던전에서 해제된 확진자 몬스터들이 물류창고로 몰려갔었어. 그곳을 지키는 헌터와 무림인들이 놈들과 싸우다가 확진자 몬스터들을 불로 태워버렸는데, 불에 탄 몬스터 중 하나가 물류창고로 뛰어드는 바람에 화재가 발생했어.”

    “피해는 어때?”

    “다행히 물류창고를 지키는 헌터들은 전투에 소환되었기에,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어. 다만 물류창고에 있던 백신 보관함과 주사기, 침대 매트리스부터 사료와 가공육들까지 대부분의 물품들이 전소됐어.”

    “이런!”

    장현은 털썩하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일단은 그곳을 복구부터 해야 했다. 그 뒤에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때 김덕배가 말했다.

    “장현, 아르헨 국왕이 도와달라고 요청했어. 킹덤 내 모든 연합왕국에 지원을 요청했어. 아무래도 상황이 단순한 것 같지 않아. 우리도 지원을 나가야 할 거 같아.”

    “당연히 그래야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해도 각국에서 알아서들 찾아갔을 거야. 아니 오지 말라고 막아도 기를 쓰고 갈 거야.”

    “맞아. 자국의 주요 물품들이 물류센터에 있으니 다들 비상일 거야.”

    “그보다 덕배, 너라면 이미 지원 나갈 인선을 꾸렸겠지?”

    “그래. 이나연, 최형석, 김태석 그리고 나도 갈 거야. 물론 너도 갈 생각이겠지. 이성훈도 가고 싶어 했지만 여기도 사람이 있어야 하니 어쩔 수 없었어.”

    김덕배가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넌 이 나라의 왕이잖아. 너까지 가면 어떻게 하냐.”

    “이성훈이 있잖아. 실질적인 일은 그가 다하니 굳이 내가 없어도 될 거야. 그리고 나, 그동안 실전을 못 겪어서 성장이 침체됐어. 이번엔 가야 해.”

    김덕배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모든 레이드에서 다 빠지게 되며 침울해 했었다.

    최근에는 왕 자리를 내어놓겠다고 외쳐대기까지 했기에, 장현도 더 이상 그를 말릴 수 없었다.

    실제로 김덕배의 무력은 이제 킹덤에서도 손꼽힐 정도가 되었다.

    마왕과 최후의 전투를 벌일 때가 다가왔기에 이제는 김덕배도 최대한 성장시켜야 했다.

    장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결국 네가 직접 날 찾아와서 얘기한 이유가 그거였군. 어쩐 일로 귀하신 몸이 직접 납셨나 했네.”

    “뭐래. 내가 널 만나러 오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 하냐?”

    김덕배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하하, 알겠다. 그럼 같이 가보자.”

    “그래. 준비는 다 되어있어.”

    “크크. 빠르군.”

    장현은 오랜만에 김덕배, 이나연, 김태석과 함께 움직였다.

    안젤라와 최형석은 빠지지 않고 함께 했지만, 다른 이들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러고 보니 킹덤으로 오면서 추적자 팀과 전투를 치른 이후 처음이구나.’

    장현은 동료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클라우드 왕국으로 향하며 대화는 킹덤의 정세에 대한 얘기로 흘렀다.

    “한동안 백신 개발에만 집중해서 최근 분위기를 잘 모르겠어. 킹덤의 물류에 대해 얘기해 줘. 클라우드 왕국과 무림 왕국, 신성 왕국, 마법 왕국이 함께 협력한다고는 들었는데 좀 어때?”

    장현이 김덕배에게 물었다.

    “그들이 협력한 건 맞고, 사업 부서를 좀 더 세분화시켰어. 컨테이너 운송사업, 지네차 운송사업, 해상 포워딩사업, 물류 시스템과 서비스, 창고와 유통. 이렇게 크게 5가지 사업을 함께 하고 있어.”

    김덕배의 말에 최형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덕배야. 해상 포워딩사업이 무슨 말이냐?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포워딩이라는 건 화물을 지정된 장소로 운반해주는 서비스를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 해상 포워딩은 해상을 통해 화물을 운반해주는 서비스지요. 즉, 대륙과 킹덤 사이 마해를 선박으로 운송해주는 사업입니다.”

    “그렇군. 그런데 무슨 단어를 그렇게 어렵게 쓰냐. 쉬운 말도 있는데.”

    “하하, 그건 아르헨, 제이미, 테오 님이 정하신 거라서요. 마현 님도 처음엔 어려워하시긴 했어요.”

    김덕배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자 최형석은 쯧쯧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여튼, 그래서 킹덤 내 연합왕국에 물류 창고를 설치했어. 그리고 대대적으로 컨테이너선을 짓기 시작했어. 그동안 리자드맨 상인들에게 의지하던 걸 자체적으로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컨테이너선이 필요했거든. 자연스레 물류창고를 설치한 연합왕국들이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투자금을 지원했어. 그 덕에 1만 3천 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111척이 거의 건조 완료됐어.”

    “그 정도 대형 컨테이너선을 111척이나 건조했다면, 물동량과 운임료가 많이 상승한 탓이겠지?”

    “그래. 킹덤에서 우리 플레이어들이 왕국을 일궈내고 점점 성장하고 있으니, 그 때문이겠지. 우리가 사업을 벌이면서 얼마나 많은 물류가 오가고 있는지 알면 깜짝 놀랄 거야. 마계까지 합치면 킹덤 경기 전보다 컨테이너선 발주량이 1200퍼센트나 증가했어.”

    “와, 그 정도나 돼? 어마어마하네.”

    옆에서 듣고 있던 이나연이 놀란 얼굴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럼 클라우드 왕국의 영향력이 가장 크겠군. 컨테이너선 건조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야. 킹덤의 왕좌를 아르헨이 차지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겠어.”

    “그렇지. 그런데 장현 넌 정말 킹덤의 왕좌를 아르헨에게 양보하는 게 아깝지 않아?”

    김덕배의 말에 장현이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김덕배 네가 아까운 게 아니고?”

    “아, 아니야. 내가 무슨. 난 네오디움 왕국의 왕 자리도 피곤해. 얼마나 신경 쓸 게 많은지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인데. 킹덤의 왕좌는 무슨.”

    김덕배가 손을 내저으며 부정했다.

    장현은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더니 말했다.

    “킹덤의 왕좌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곧 마왕군과 대대적인 전쟁이 벌어질 테니까.”

    장현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굳었다.

    그동안 계속 강조하고 주의를 줬던 일이 드디어 다가온 것이다.

    장현이 이어서 말했다.

    “아르헨은 마왕을 직접 상대해야 해. 그리고 그의 부하들이 가장 일선에 나서서 마왕군과 싸우게 될 거야. 그게 킹덤의 왕좌를 차지한 이가 짊어져야 할 의무지. 김덕배, 넌 그 사실을 안다면 왕좌를 차지하고 싶겠어?”

    “아니!”

    김덕배는 단호하게 말했다.

    던전을 레이드하며 마족 및 몬스터와 싸우는 것과 마왕과 싸우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전 인류의 운명을 짊어지고 싸워야 한다.

    그는 도저히 그 무게를 짊어질 자신이 없었다.

    “하하. 아무래도 마왕을 상대할 아르헨이 패권을 잡는 게 맞을 것 같다.”

    김덕배는 머쓱해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장현은 그의 반응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비웃을 일이 아니다.

    한 세상의 패권을 잡는다는 것은 욕망을 가진 존재라면 누구나 바랄만한 것이니까.

    그렇지만 누구나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능력이 되지 않는 자가 그 무게를 짊어진다면, 부담감으로 자멸하거나 아예 흑화될지도 모른다.

    장현은 김덕배의 그릇을 알고 있다.

    그가 진정으로 왕좌를 욕심냈다면 김덕배에게 아르헨과 싸워볼 기회를 제공했을 것이다.

    아르헨과 싸워본다면 어차피 알게 될 일이다.

    그것은 누구라도 마찬가지.

    마왕을 상대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플레이어 중 최강자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인류의 운명을 짊어진다는 부담을 이겨낼 수 있는 자여야 한다.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영역이다.

    그렇기에 두 가지를 다 겸비한 자는 드물다.

    장현이 알기로 플레이어 중에 그게 가능한 자는 아르헨과 마현 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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