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69화 (169/211)

169화. 다시 모인 최후의 동료들 (2)

장현의 질문에 테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그들은 이미 그때와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지금 우리가 장현 님이 바꾼 세계에 살고 있고 회귀 직전의 시기는 지금보다 미래일 테니, 우리의 미래가 되겠지요. 과연 장현 님의 회귀 전 우리와 지금으로부터 미래의 우리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니겠지요. 다른 분들은 몰라도 나와 아르헨만큼은 확실히 달라졌으니까요.”

장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의 말을 아르헨은 이해했다.

그가 만들어준 신의 검 나초.

이 검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비교가 불가능했다.

가히 한 인간을 신격으로 끌어올린 것과 유사했다.

나초를 사용하면서, 점점 창조신의 권능을 이끌어내는데 익숙해질수록 더욱 그 점을 실감했다.

그때 테오가 장현에게 물었다.

“알겠습니다. 장현 님이 회귀한 걸 사실이라고 전제할 때,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전략을 짜둔 게 있습니까?”

“우선 마왕군과 전쟁을 벌이기 위해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양성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무력을 키우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전체 플레이어 전력을 상향평준화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1회차 때는 소수의 최정예를 키우는 데 집중했지만 그것은 실패했습니다. 마왕과 고위 마족은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끝없는 군단을 내보내 우리의 전력을 소모시켰습니다. 그렇기에 마왕의 군단을 상대할 수 있는 대다수 일반 플레이어들의 전력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최상위 정예들 역시 아이템과 스킬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 즉 마나 포인트가 필요하죠. 그건 제가 맡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사업을 벌여왔던 것이니까요.”

장현의 말에 모두는 서로를 마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장현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전투에 적합했다.

제이미는 부상자들의 치료와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들에게 돈벌이를 시켜서는 안 된다는 게 장현의 생각이다.

‘각자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해.’

장현 역시 패드의 스킬을 얻음으로써 무력으로는 이제 나초를 든 아르헨과도 해볼 만하다 싶었지만, 군대를 유지할 보급을 맡을 사람은 장현 외에는 없었다.

장현을 말을 들은 아르헨이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잠깐, 사업 얘기가 나온 김에 나도 말할 게 있어.”

“뭐지? 말해봐”

장현이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우리 왕국의 국민들은 대다수가 헌터다. 그러나 레이드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강자들은 몇이 안 되지. 대부분은 현재 포인트를 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할 수 있을 만한 게 있더라고.”

“그게 뭐지?”

“물류 사업.”

“물류 사업이라면 재화의 운송, 보관, 하역 같은 그런 것을 말하는 것 맞지?”

장현이 반문하자 아르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킹덤에 진입하기 전 입구 동쪽 해안가에서 컨테이너 하역하던 일을 했었지. 당시에는 몸이 좀 힘들긴 했지만, 마나를 베이스로 몸을 단련하는 일을 하던 우리 헌터들에게는 그 자체가 육체 단련이나 마찬가지였어. 최근 왕국의 헌터들에게서 컨테이너 하역하던 일거리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와. 그러다 보니 아예 물류 사업을 하는 게 어떨까 싶더군.”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신성력으로 신선한 식재료를 배송할 수 있습니다.”

아르헨의 말에 제이미가 당장 나섰다.

그러자 테오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우리도 마법을 통해 물류 배송에 파손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신선 배송은 마법사들도 가능하다는 걸 알아주셔야죠.”

“대신 마법사는 체력이 약하지 않습니까?”

아르헨이 테오의 말에 반발하자 갑자기 분위기가 시끄러워졌다.

장현은 고개를 저었다. 마나 포인트를 벌어들이는 사업 얘기가 나오니, 서로들 양보를 하지 않았다.

결국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건 당장 급한 건 아닌 거 같아. 일단 세 왕국에서 다들 물류 배송 사업을 하겠다고 하니, 각자 하도록 하지. 결국 중요한 건 소비자의 선택이니까 시장에 맡겨버리면 돼. 도태될 곳은 도태될 테니.”

장현의 말에 세 사람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입을 다문 그들에게 장현이 말했다.

“다들 던전 레이드에 대해서는 자신 있나 보군요. 사업 얘기를 꺼내는 걸 보니 말입니다. 알겠지만 물류 사업을 하려면 킹덤 안에서만 있을 순 없습니다. 킹덤 밖 마해를 건너 다른 대륙에 오가야 할 거예요. 그럼 필연적으로 확진자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에 있는 분들이야 모두 백신을 맞았겠지만 사업에 참가할 일반 플레이어들은요? 아직 킹덤 내 플레이어들 백신 접종률은 고작 10프로도 안됩니다. 물류 사업을 하겠다고 한 세 왕국 역시 클라우드 왕국을 제외하면 다를 바 없어요.”

장현의 말에 아르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 클라우드 왕국은 다행히 백신을 일찍 맞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확진자 몬스터를 상대하더라도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

“우리도 던전 레이드에 참가한 만큼 곧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물류 사업에 종사할 플레이어들에게 먼저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고, 접종이 끝난 자들을 투입하면 됩니다.”

제이미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말했다.

“그건 우리 또한 마찬가지지요.”

테오도 질수 없다는 듯 나섰다.

장현이 이들의 말에 고민하다가 결국 내버려두기로 했다.

저들이 사업에 욕심을 낸다면 그건 그들이 알아서 하면 될 일이다.

전체 플레이어들을 아이템과 스킬로 무장시키기 위해서는 마나 포인트가 막대하게 필요하다.

그렇기에 저들은 각자 자국민 보호를 위해 쉽게 양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장현에게도 그게 오히려 나았다.

모든 마나 포인트를 장현에게 의지한다면 아무리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품고 있는 네오디움 왕국이라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반면 킹덤 내 필요한 산업을 자체적으로 육성한다면, 포인트가 왕국 내에서 순환한다.

그렇다면 킹덤 내 왕국들의 재정이 탄탄해지고 자국 플레이어들의 육성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마현이 고민하더니 아르헨에게 말했다.

“아르헨 국왕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무림 왕국도 그 일이 맞을 거 같습니다. 같이 했으면 합니다.”

마현이 나직이 말했다. 다행히 아르헨은 마현을 좋게 보고 있었다.

무림인과 헌터들은 상당한 부분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무림 왕국이라면 우리와 잘 맞을 거 같습니다. 협업을 하거나 분담해서 하는 것을 논의해보도록 하지요. 이참에 마족들과의 전투나 던전 레이드에 대비해서 훈련을 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아르헨 국왕과 어찌 이렇게 잘 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그냥 편하게 아르헨이라고 하셔도 됩니다.”

“하하, 어찌 그럴 수가 있나요. 흠, 정말 그래도 될까요?”

“하하. 물론이지요. 대신 저도 말을 편하게 하겠습니다.”

“좋지, 좋아. 하하. 아르헨 자네는 말이 참 잘 통하는군.”

“마현 자네도 나랑 잘 맞아.”

나이차도 꽤 나는 둘이서 낄낄대는 모습이 살짝 어처구니없게 느껴졌다.

그래도 보기는 좋았다.

그때 테오가 말했다.

“우리 마법 왕국도 클라우드, 무림 왕국과 함께 협업을 하면 어떨까요. 물류 운송에는 마법이 무척 큰 효과가 있을 겁니다. 보안뿐 아니라 파손에 대비해서도 말입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마법사들이 도와준다면 물류 사업에 큰 도움이 되겠죠. 전투에서도 원거리 마법과 광역 마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전력 향상이 될 것이고요.”

아르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테오가 빙그레 웃었다.

“감사합니다. 아르헨 국왕 전하.”

“테오 대마법사께서도 편하게 대하시면 됩니다.”

테오는 조금 전 아르헨과 마현의 대화를 보았기에, 그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대마법사임에도 꼰대가 아니었다. 평소 유연해야 마법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생각에 격식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아르헨의 태도는 그의 성미에 맞았다.

“허허. 알겠네, 아르헨. 자네도 말을 편하게 하도록 하게.”

“좋군. 좋아.”

아르헨이 신나하자 옆에 있던 제이미가 뿔난 표정으로 항의했다.

“이거 나만 외톨이 되는 느낌인데요. 그럼 저희 신성 왕국도 독자적으로 배송 사업을 벌이느니 신선식품 같은 종류에 한해서 신성력으로 돕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동참하도록 할게요.”

“신성 왕국에서도 동참한다면 좋지요.”

“그럼 나도 말 편하게 놓을게. 아르헨.”

당돌하게 먼저 말 놓는 제이미에, 아르헨은 벙 쪘지만 금방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성녀 제이미가 이렇게 호탕한 성격일 줄이야. 놀랐군, 놀랐어.”

“흥! 밖에서는 따르는 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지. 그건 당신들도 다 비슷할 거 아니야.”

“뭐, 그건 그렇지.”

제이미의 말에 아르헨은 머릴 긁적이며 말했다.

각 왕국의 수장이나 마찬가지인 이들이라 모두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평소에는 맡은 지위 때문에 격식을 차려야했지만, 그들도 한 명의 보통 사람.

이렇게 편한 자리가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더불어 장현에 의해 1회차 때 마왕과 끝까지 함께 싸웠던 동료라는 생각이 자리 잡아 거리감이 줄어든 영향도 있었다.

“여기서는 다들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군. 물론 장현 자네도 포함해서 말이야.”

끼어들 틈을 놓치고 있던 장현을 위해 아르헨이 대신 말해줬다.

과연 무리의 리더다운 배려심이었다.

“이렇게 함께 지내니 정말 회귀 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거 같아. 더군다나 사업 때문에 싸울 거 같아 마음이 불편했는데, 다행히 모두가 협업할 수 있게 돼서 안심했어.”

장현이 피식 웃으며 얘기하자 깜짝 놀란 아르헨이 손을 내저었다.

“워워, 장현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끼리 사업거리 때문에 싸우다니. 그러느니 그냥 내가 물류 사업을 접고 말지.”

아르헨은 말과 함께 장현에게 윙크했다.

그의 그런 모습에 장현은 피식 웃고 말았다.

모임이 끝난 후, 아르헨은 던전 레이드에 참여했던 왕국들에 연락해 백신을 나눠주겠다고 말했다.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 한 차례 다시 확진자 몬스터들 사냥에 나서야했지만, 백신이 하루 빨리 제조되길 기다리던 왕국들은 자발적으로 확진자 몬스터들을 사냥해서 갖다 바쳤다.

그렇기에 장현은 회의가 끝난 후부터 계속해서 확진자 몬스터에게서 바이러스 결정체를 추출하고 백신을 제작하길 반복했다.

“허어. 아이구, 허리야. 이제 몸 좀 펴겠네.”

장현은 허리를 두들기며 몸을 풀었다.

2차 백신 생산이 끝났다.

이 정도면 던전 레이드에 참가한 왕국들에게 우선 배정할 백신 물량은 확보가 되었다.

그때 즈음 헬릭스 성에서 생산한 백신 보관용기와 주사기가 동쪽 해안을 따라 컨테이너 선박에 담겨서 왔다.

끼이이.

거대한 킹덤의 성벽 입구 문이 열리면서 운송용 지네차가 들어왔다.

운송용 지네차 주위로 호위용 지네차가 앞뒤 좌우로 둘러싸고 있었다.

곧 운송용 지네차에서 리자드맨이 내렸다.

“이곳의 책임자는 누구죠? 저는 헬릭스 성에서 발송한 백신을 배송대행한 책임자 배더지라고 합니다.”

리자드맨 배더지가 말하자 미리 소식을 전해 받고 나와 있던 장현이 나섰다.

“헬릭스 성에서 왔다고? 수고 했다. 배송 중 별다른 문제는 없었나?”

리자드맨은 장현을 보더니 바로 인간식으로 인사하며 말했다.

“장현 님, 안녕하십니까. 확진자 몬스터들의 습격이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물리쳤습니다. 배송된 물품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주시고 서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배더지는 서명을 받기 위해 패드를 내밀었다.

장현은 패드를 건네받고 물품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기 위해 직접 지네차의 뒷부분으로 갔다.

그러자 지네차의 꼬리 끝부분에 큰 구멍이 생겨났다.

구멍 밖으로 컨테이너가 하나씩 내려왔다.

장현은 컨테이너를 열었다.

그러자 극저온의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사이로 빼곡하게 차있는 백신 보관함과 주사기가 보였다.

그는 하나하나 점검을 하더니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패드에 서명했다.

“수고했다. 여기서 좀 쉬었다 가도록 해라.”

“감사합니다. 장현 님.”

리자드맨이 인사하고 물러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