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화. 다시 모인 최후의 동료들 (1)
AI의 물음에 장현이 안젤라를 돌아보며 설명했다.
“안젤라, 점원이 말한 대로 세 가지 타입이 있어. 첫 번째는 항균 효과가 뛰어난 구리 성분이 함유된 메모리폼과 체온에 따라 온도를 조절하는 자동섬유 소재를 적용한 매트리스야. 두 번째 방수 매트리스는 세탁이 편리하게 교체형 커버를 쓰고 방수내피가 있어서 이물질의 침투를 방지하는 기능이 있지. 세 번째 압력완화 매트리스는 피부 자극이 덜하도록 삼중직 텐셀 원단을 쓴 건데, 7존 독립이라고 신체 부위에 따라 가해지는 압력이 다르게 적용되도록 한 거야. 이 중에서 뭘 고를까?”
“여기에서 사려고?”
“그럼. 매상도 올릴 겸, 킹덤까지 가져왔는데 우리도 팔아줘야지.”
장현의 말에 안젤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난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어. 그냥 네가 판단해서 골라.”
“알았어. 그럼 첫 번째 항균 매트리스로 하자. 메모리폼으로 되어 있는데다 항균 효과도 있어 그만이야. 더군다나 이동식 침대 매트리스인 만큼 위생 면에서 항균 효과가 있어서 좋을 거야.”
“그런데 우린 곧 던전 레이드를 뛰어야 하잖아. 그 때도 들고 갈 수 있어?”
안젤라는 고개를 끄덕이다 장현에게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걱정 마, 안젤라. 그렇잖아도 최대한 이동과 배송이 간편하게 만들었으니까. 이 침대는 매트리스뿐만 아니라 프레임까지도 공기를 빼고 압축시켜서 박스에 담을 수 있게 했거든.”
“정말 침대를 박스에 담는다고? 그 커다란 매트리스와 프레임을 담으려면 엄청 큰 박스일 텐데 의미가 있으려나?”
“아니야. 매트리스는 압축시켜서 공기를 빼면 돌돌 말아지거든. 프레임도 부품들을 조립할 수 있도록 부품 한 개당 크기를 작게 해놨어.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고객들이 매장 방문하기도 어려우니 기껏 제작한 걸 잘 판매하려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팔아야 할 거 아냐. 그래서 온라인으로 팔 기 위해 물류와 배송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이렇게 만들게 된 거야.”
“그렇다고 던전 레이드 때도 들고 다니기에는 좀 아닌 거 같은데.”
안젤라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걱정 마. 안젤라. 당신이 말한 대로 우리는 계속 레이드를 해야 하잖아. 무림 왕국에 오가는 동안 몇날 며칠을 지낼지 모르는데,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게 만든 거야.”
“그래, 알겠어.”
장현이 저렇게까지 말하니 더 이상 안젤라도 반대할 순 없었다.
사실 그녀도 편한 잠자리를 원했다.
그때 AI 점원이 둘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손님, 말씀 중에 죄송한데 밖에 일행이라고 하는 분이 방문했는데 일행이 맞으신가요? 이곳은 일행이 아니면 같이 입장이 안 되는 곳이라서 여쭤봅니다.”
AI의 말에 장현과 안젤라가 매장 밖을 보자, 닫힌 문 바깥에서 최형석이 소리치고 있었다.
워낙에 밀폐되어 뭐라고 말하는지 잘 들리지도 않았다.
그제야 장현은 시스템으로 최형석이 여러 차례 메시지를 보낸 걸 알아차렸다.
“아차, 최형석 보고 입구로 오라고 했었는데, 많이 기다렸겠어. 쟤는 우리 일행이 맞아.”
AI 점원은 장현의 말에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최형석이 달려와 섭섭하다는 듯 말했다.
“어이쿠, 형님. 입구에서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연락도 안 받으시고요.”
“미안하다. 깜빡 잊었지 뭐냐.”
장현의 사과에 최형석은 더 이상 뭐라 하지 못했다.
그보다 그가 대체 왜 여기 있는지가 궁금했다.
“형님, 그런데 여기 침대 파는 곳 아닙니까? 침대 사시려고요?”
“그래. 나랑 안젤라랑 침대 살려고 하는데, 너도 하나 골라봐.”
“에이, 전장에서 무슨 침대입니까. 제대로 쓰지도 못할 텐데. 전 캠핑 도구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정말? 후회할 텐데. 이건 캠핑 도구 같은 침대인데 말이야.”
장현은 안젤라에게 설명했던 내용을 다시 최형석에게 설명했다.
“그럼 저도 사겠습니다.”
최형석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바로 구입했다.
장현과 안젤라, 최형석은 침대를 구매하고 매장에서 나왔다.
“최형석, 너도 쇼핑 좀 한 거 같던데 뭐 산 거냐?”
“언데드 병사들과 전투로봇을 더 강화할 수 있는 재료들을 좀 샀습니다.”
“언데드 병사들을 강화할 수 있는 재료라고?”
장현이 궁금한 듯 물었다.
“사령술진법에 관한 정보 스크롤과 전투로봇에 대한 정보 스크롤을 샀습니다. 거기에 나온 강화 재료들이 이곳에 모두 있더군요.”
“호오, 그게 무슨 재료지?”
장현은 연금술사이자 대장장이였기에 최형석이 말한 내용에 흥미를 보였다.
“최근 연구하고 있는 부분인데 철강들을 사령술진법에 넣으면 언데드뿐 아니라 전투로봇 역시 강화시킬 수가 있다더군요. 그래서 여러 가지 철강들을 샀습니다.”
“흐음, 철강들이 사령술에 도움 된다는 말이지. 나중에 그 철강들을 내게 보여줘. 내가 연금술로 다양한 철강 재료들을 만들어 줄게.”
“감사합니다. 형님. 그렇잖아도 형님께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먼저 얘기해주시니 마음이 편하군요.”
최형석이 감사해하며 밝은 표정을 짓는 걸 보자, 장현은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최형석이 이렇게 자기 계발을 할 줄이야. 더군다나 정보 스크롤이라.’
장현은 그에게 물었다.
“최형석이 학구파일 줄은 전혀 몰랐는데 말이야. 솔직히 정보 스크롤을 샀다고 해서 놀랬어.”
“설마요. 저는 원래 무협, 판타지 같은 장르소설책밖에 안 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살기 위해 강해져야하니까 찾아보게 되더군요. 노력한 만큼 더 강해지는 경험을 하다 보니 다시 찾아보게 되더군요. 그동안 온라인에서는 구할 수 있는 자료가 제한되어 있었는데, 확실히 이곳은 다르군요.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 보니 정보 스크롤과 여러 가지 재료들까지 이것저것 너무 많이 샀습니다.”
최형석의 말에 장현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앞으로 그는 더욱더 강해질 것이고, 그만큼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그만 돌아갈까?”
“좋습니다.”
“여긴 기회 될 때마다 종종 들려야겠어.”
이제는 정말로 돌아갈 때다.
그들은 건물을 나와서 데니우스가 준비한 지네차를 타고 우선 네오디움 왕국으로 돌아갔다.
클라우드 왕국에 들르기 전, 동료들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해야 했다.
장현은 네오디움 왕국에 도착하자 김덕배를 비롯한 주요 동료들만 따로 만나 보고했다.
생체인식 센서 모듈 사업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 김덕배가 대뜸 미간을 찌푸렸다.
“장현, 여기서 일을 더 가져오다니. 너무한 거 아니냐.”
“덕배야, 킹덤에 오면서 에버 성 출신의 항다와 영지민들을 비롯해 여러 세력을 흡수했잖아. 그들을 활용해. 직접 다 하려고 하지 말고 하나씩 위임을 주도록 해. 우린 이제 왕국을 건설했고,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왕국의 주민이 될 거야. 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줘야지. 더군다나 킹덤 내에서 주도권을 가지려면 각종 사업을 벌여서 다른 왕국들보다 앞서가야 해. 이번에 각 왕국에서 던전 레이드에 참여한 것만 해도 백신 사업 덕이잖아. 그리고 그렇게 벌인 사업으로 마나 포인트를 벌었기에 아이템과 스킬을 계속해서 강화시킬 수 있었던 거야.”
“휴. 나도 무슨 말인지는 알지만, 새로 합류한 자들을 어떻게 믿고 중요한 일을 맡기냐는 말이야.”
“그럼 기존 헬릭스 성의 영지에 있을 때부터 함께했던 자들 중 새로운 관리자를 뽑아보도록 하자. 새로운 영지민들이 들어왔으니, 관리자들도 그만큼 더 필요해.”
김덕배는 장현의 얘기를 듣고 한숨을 쉬며 이성훈에게 물었다.
“이성훈, 지금 장현 얘기를 들었을 텐데, 사업을 더 벌일 여건이 되는 거 같아?”
김덕배의 말에 이성훈이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사실 지금 차폐자석만 해도 인력이 부족합니다. 아직 새로 들어온 주민들은 우리 왕국의 문화에 대해서 전혀 적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영지가 워낙 다양한 사업을 벌이다 보니 다른 영지 출신의 플레이어들과 문화적, 사회적 차이가 생각보다 더욱 큽니다. 새로 합류한 자들을 신사업에 투입하려고 해도 그들을 교육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성훈의 말을 들은 김덕배는 장현을 쳐다봤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이 담긴 무언의 눈빛이었다.
장현은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드림러닝의 스마트 러닝 시스템을 도입해야겠어. 그들에게 새롭게 합류하게 된 영지민들의 교육을 맡겨봐.”
“드림러닝이라, 마침 그들이 있었군. 알겠어. 그럼 신사업은 그들의 교육이 충분히 진행되었다고 판단될 때 진행하는 거로 하자.”
김덕배가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사람들도 동의했다.
장현은 주요 얘기가 끝나자 다시 클라우드 왕국으로 바로 이동했다.
아르헨은 장현을 반갑게 맞이했다.
“장현, 늦었구나. 성과는 있었나?”
“데니우스에게 받은 사업거리에 대해서 네오디움 왕국으로 돌아가 김덕배 국왕과 동료들에게 얘기를 전해야 해서 잠시 들렀다가 왔어. 많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혹시 마현, 테오, 제이미는 도착했나?”
“그래. 그들은 이미 도착했어. 테오와 제이미는 네가 모이라고 한 것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어. 나와 마현은 아직 그들에게 아무 얘기도 안했어. 중요한 일인 만큼 네가 직접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이제 그들을 부르도록 하지.”
아르헨은 수하를 보내 그들을 불렀다.
잠시 후 마현, 테오, 제이미가 들어왔다.
가장 먼저 제이미가 차분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장현 님, 드디어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함께 들어온 테오도 장현을 직시하며 인사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우리만 이렇게 따로 모은 이유가 뭔지 무척 궁금합니다. 아르헨 님과 마현 님은 이미 알고계신 눈치인 듯한데,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저도 아무것도 짐작이 가는 게 없습니다.”
제이미도 테오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현을 쳐다봤다.
장현은 그들의 말에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여러분을 모은 이유를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장현은 자신이 회귀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미 그 얘기를 알고 있는 아르헨과 마현은 잠자코 있었지만, 테오와 제이미는 과연 크게 놀란 듯했다.
특히 테오가 가진 목걸이가 시간회귀마법을 일으켜서 돌아왔다고 하자, 그는 격동한 듯 말을 잇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그 대신 제이미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그게 가능하다고요? 시간회귀가 말입니까? 그건 인과율의 법칙에 위배되는 것이에요.”
제이미가 테오를 바라보며 동의를 구했다.
테오는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 펜던트 목걸이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확인을 해본 적은 없지만 마탑주인 대마법사에게 대를 이어서 전해져왔지요. 저 또한 믿지 않았건만, 그것을 사용했다니. 장현 님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군요. 이 사실은 저를 제외하면 누구도 모르는 일입니다.”
테오의 대답에 장현이 물었다.
“테오 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 펜던트로 다시 시간회귀를 시도하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습니까?”
장현은 줄곧 그것이 궁금했다. 만약 이번 2회차를 또다시 실패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대비책을 미리 세워둬야 했다.
“시도는 해볼 수 있지만 확신은 못합니다. 장현 님이 회귀했다고는 하지만 그건 여러 가지 가능성이 들어맞았기에 우연히 되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미 1회차와 달리 많은 부분이 변했다고 했지요. 그럼 회귀를 하더라도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게 될지 또한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결국 시도해봐야 알게 될 뿐이지요.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회귀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회귀가 성공해서 또다시 그때의 미래가 바뀐다면 현재의 우리 또한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 말씀은 제가 회귀하면서 바꾼 사건들 때문에 회귀하기 전 동료들의 상황 역시 변화가 일어났을 거라는 말씀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