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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62화 (162/211)
  • 162화. 던전 레이드 (9)

    최형석이 주문을 마치며 손을 휘젓자 그의 몸에서 어두운 음차원의 마나가 폭발적으로 생성되더니, 이내 전면 바닥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구멍은 마치 다른 차원과 연결된 듯 텅 비어있었으며 암흑으로 가득 차 있었다.

    던전에 흩어져 적을 상대하던 언데드 병사들이 사라지고 구멍을 통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그렉과 크레온이 나타나더니 이어 여섯 꼬리 여우들과 거인족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최형석의 손짓에 따라 언데드 병사들이 일제히 아홉 꼬리 여우에게 돌격했다.

    직후 최형석은 모든 마나 포인트를 다 소진한 듯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하며 몸을 비틀거렸다.

    “괜찮나, 최형석?”

    장현이 걱정스레 물으며 마나 포인트로 그의 회복을 도왔다.

    “감사합니다. 형님.”

    최형석은 인사와 함께 수결을 맺으며 언데드 병사를 지휘했다.

    아르헨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나 그물 공격을 시전할 준비를 했다.

    팀원들이 시간을 벌어준 덕에 이제 충분한 양의 기가 모였다.

    아르헨이 나초를 흔들어대며 마나 그물을 넓게 펼치기 시작했다.

    허공에 아홉 꼬리 여우를 포획하기 위한 넓은 형태의 마나 그물이 생성되었다.

    이것은 아르헨 본연의 힘에 나초에 깃든 창조신의 힘까지 더해진 기운이었다.

    그 순간, 아홉 꼬리 여우는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흠칫!

    고개를 돌리자 위험한 기운을 품고 있는 검을 휘두르는 인간 주위로 오밀조밀한 예리한 기운이 느껴졌다.

    위기를 느낀 아홉 꼬리 여우는 그 인간을 향해 입을 벌려 녹색 광선을 쏘았다.

    그때 아홉 꼬리 여우를 향해 돌격하던 거인족이 대신 녹색 광선에 맞고 말았다.

    녹색 광선을 맞은 거인족은 즉시 소멸되었고, 연이어 언데드 여섯 꼬리 여우들이 사방에서 보스 여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아앙!

    자신의 부하였던 여섯 꼬리가 언데드가 되어 자신을 공격하자 아홉 꼬리 여우는 분노해 날뛰었다.

    그때 그렉과 크레온이 보스 여우의 양옆에서 파고들며 크로커다일 꼬리를 날려 보스 여우를 공격했다.

    보스 여우는 분노한 와중에도 그 공격을 무시할 수 없어, 앞발로 두 크로커다일족의 꼬리 공격을 막았다.

    퍼퍽!

    크으윽!

    아홉 꼬리 여우는 분노에 이르러 괴성을 지르며 공격을 막았던 두 앞발로 크레온과 그렉의 꼬리를 움켜쥐고는 몸을 앞으로 뛰어 아홉 개의 꼬리를 날렸다.

    보스 여우의 꼬리가 크레온과 그렉을 휘감으며 때렸다.

    크레온과 그렉은 그대로 박살나서 소환 해제되었다.

    그때 남아있던 언데드 여섯 꼬리 여우들이 보스 여우의 뒤쪽에서 꼬리를 하나씩 잡고 물었다.

    크아아앙!

    보스 여우는 고통과 분노에 휩싸여 꼬리를 맹렬히 휘둘렀다.

    쾅! 쾅! 쾅!

    언데드 여우들은 보스가 꼬리를 휘두르는 대로 허공에 떴다가, 바닥에 부딪치고 자신들끼리 부딪치면서 박살났다.

    결국 여섯 꼬리 여우마저 소환 해제되자 보스 여우는 아르헨을 향해 고개를 돌려 짓쳐들었다.

    “흥! 이미 늦었다.”

    이때 아르헨은 그물망을 막 완성한 상태였고, 그대로 보스 여우를 향해 손짓했다.

    넓은 허공에 펼쳐졌던 촘촘한 기의 그물이 순식간에 보스 여우를 중심으로 축소되기 시작했다.

    아홉 꼬리의 보스 여우는 서둘러 주위를 살피며 도망칠 곳을 찾았다.

    그때 마현이 보스 여우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놈! 감히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염라현신!”

    마현이 외침과 함께 검을 떨치자, 허공에서 거대한 신장이 번개와 함께 등장하더니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수많은 낙뢰가 아홉 꼬리 여우를 향해 떨어졌다.

    콰지직! 콰지직! 콰지직!

    염라현신은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는 공격이었기에, 넓은 범위에 무차별적으로 낙뢰가 쏟아졌다.

    보스 여우는 그 공격을 무시하지 못했고, 피할 곳마저 차단되어 도망칠 수 없었다.

    그때 축소되던 기의 그물이 보스 여우를 덮치고 조여들기 시작했다.

    크아아앙!

    고통과 분노에 휩싸인 채 보스 여우는 괴성을 질러댔다.

    축소되려는 그물의 힘이 신체를 절단하려하자 보스 여우는 저항하며 입에서 녹색 연기를 내뿜었다.

    녹색 연기가 그물을 통과해 아르헨에게로 향했다.

    “헉! 이건 뭐야!”

    아르헨이 당황할 때 장현의 눈이 번뜩였다.

    보스 여우가 뿜은 녹색 연기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체였다.

    “안젤라, 도와줘.”

    장현은 재빨리 음양합일신공의 내공을 극대화하며 안젤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둘은 손을 맞잡고 내공을 운기하며 아르헨에게 달려갔다.

    녹색 연기가 아르헨에게 도착하기 직전.

    장현과 안젤라가 아르헨을 둘러쌌다.

    “장현, 뭐하는 거야?”

    “저 녹색 연기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체야. 보호막 형성 마스크로도 어쩌면 막을 수 없을지 몰라. 다만 우리가 보호막을 이중으로 덧씌우면 변이체 바이러스라도 막을 수 있을 거야.”

    “알겠다.”

    장현은 아르헨의 곁에서 녹색 연기가 어떤 식으로 그들의 보호막을 침범할지 지켜보았다.

    치이이익!

    녹색 연기가 보호막을 부식시키기 시작했다.

    아르헨의 보호막 형성 마스크에서 생성된 보호막이 녹색 연기에 의해 소멸되었다.

    그때 안쪽에서부터 장현과 안젤라에 의해 덧씌워진 보호막이 뻗어 나오며 녹색 연기를 밀어냈다.

    다행히 이중 삼중으로 펼친 보호막은 변이체 코로나 바이러스마저 이겨냈다.

    위기를 피한 아르헨이 나초에 힘을 불어넣으며 외쳤다.

    “이제 그만 죽어라!”

    모든 힘을 쏟아내 마나 그물을 강화시키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보스 여우는 온몸이 그물에 절단되었고, 결국 남은 사체는 그물 공에 말려들었다.

    털썩!

    아홉 꼬리 여우가 소멸되자 여섯 꼬리 여우와 세 꼬리 여우들마저 사라지기 시작했다.

    레이드 팀원들은 여우들이 사라지자 아르헨을 돌아보았고, 보스 여우가 소멸된 걸 알았다.

    “끝난 거야?”

    “헉. 헉. 보스 여우를 죽였어.”

    “으아아아. 이겼다!”

    팀원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누웠다.

    그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살아남은 기쁨을 만끽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곧 알림이 모든 팀원들에게 울렸다.

    [아홉 꼬리 여우 던전의 레이드를 클리어했습니다.]

    레이드 팀원들은 희생자 없이 무사히 마쳤음을 기뻐했다.

    장현은 씨익 웃으며 안젤라를 돌아보았다.

    “진짜로 끝났구나. 수고했어, 안젤라.”

    “응. 우리가 이겼어. 장현, 너도 수고했어.”

    그녀가 장현의 손을 잡고 웃었다.

    둘은 마주보더니 끌어안으며 기뻐했다.

    “어이구, 형님. 저도 죽겠습니다.”

    최형석은 그런 둘 옆에서 엄살을 떨었다.

    서둘러 포옹을 푼 장현은 멋쩍어하며 최형석을 칭찬했다.

    “최형석, 네가 없었으면 이번 레이드는 성공하지 못했어. 정말 큰 역할을 해줬다.”

    “흐흐흐, 역시 저의 수고를 알아주는 사람은 형님뿐이군요.”

    인사치레가 아니라 정말로 최형석이 마지막에 아홉 꼬리 여우를 붙잡아두지 못했다면 아르헨도 최후의 필살기를 성공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마현도, 장현과 안젤라도 그리고 모두가 제 역할을 해줬기에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었다.

    이번 레이드로 인해 최형석을 바라보는 팀원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그에 대한 평가가 상향 곡선을 그렸다.

    물론 그래도 이번 레이드의 최고 영웅은 아홉 꼬리 여우에게 최후를 선사한 아르헨이었다.

    던전에서의 레이드 과정은 마계 전역에 마튜브를 통해 중계되었다.

    아르헨은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였다.

    레이드 팀원들이 던전을 나오자 소식을 들은 왕국들에서 환영 인사를 대거 보냈다.

    그뿐 아니라 마족 기자 및 마튜버들 또한 취재와 인터뷰를 위해 아르헨 등에게 카메라를 들고 다가왔다.

    아르헨과 팀원들은 그들을 무시하고 일단 돌아가려했지만, 한 명의 마족을 보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 자는 데니우스였다.

    그는 예전과 같은 모습이었지만, 말투나 행동이 전과는 달랐다.

    “아홉 꼬리 여우 던전을 클리어한 영웅들을 만나 반갑습니다.”

    “데니우스, 여긴 어쩐 일이지?”

    장현이 그를 향해 잠재되어있던 분노를 터트리며 물었다.

    “하하. 이번 던전 레이드가 우연히 여러분들의 결정에 의해 이뤄졌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이 또한 킹덤에서 이루어진 경기의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전 이번 경기의 관리자죠. 오늘 이렇게 온 것은 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친 여러분께 다음 레이드할 던전에 대한 정보를 드리고자 해서입니다.”

    데니우스는 여전히 능글맞게 말했다.

    아르헨이 데니우스에게 대답했다.

    “이번 레이드가 당신들이 의도한 경기였다고? 물론 예상했던 바다. 그보다 다음에 레이드할 던전에 대한 정보라니. 그것은 궁금하군.”

    아르헨의 태연한 말투에 데니우스는 그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여러분의 레이드 실력은 이미 아홉 꼬리 여우 던전을 클리어하며 검증되었습니다. 불필요한 시시한 던전은 더 이상 관중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법이죠. 화끈한 던전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정보와 함께 드릴 제안이 있습니다.”

    “정보와 제안이라고?”

    아르헨이 물었다. 다음으로 레이드해야 할 던전이 있다면 알아두어야 했다.

    다른 일행들 역시 아르헨과 같은 생각이었는지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없었다.

    “다만 이곳에서는 깊은 대화를 하기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군요. 여러분들을 회의 장소로 모시겠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주실까요?”

    데니우스의 제안에 아르헨은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이들은 모두 한 왕국의 국왕 또는 그에 준하는 위치를 지닌 자들.

    자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었다.

    “여러분은 데니우스의 제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르헨의 물음에 테오가 나서며 물었다.

    “다음 레이드 던전에 대한 정보는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듣고 싶습니다. 쉬는 건 나중에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대부분의 팀원들이 데니우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자 했다.

    아르헨은 팀원들의 반응을 살펴본 후 데니우스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회의 장소로 가서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여러분들을 회의 장소로 모시겠습니다.”

    데니우스가 그들을 안내하며 어디론가 신호를 보냈다. 곧 지네차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타시죠. 회의 장소 겸 상점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장현과 일행들은 지네차를 타고 이동했다.

    한참을 지네차로 달린 그들이 지루해할 때쯤.

    지네차가 멈추었고, 그들의 앞에 커다란 건물이 나타났다.

    건물에는 ‘더 현재 오브 킹덤’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한눈에 봐도 쇼핑을 위한 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양한 상품 판매 사업을 추진해온 장현은 의아한 듯 건물을 보더니 데니우스에게 물었다.

    “데니우스. 이곳은 백화점인 것 같은데, 이곳에서 회의를 한다는 얘기요?”

    “이곳은 우리 마계에서 가장 유력한 쇼핑 회사이자, 고위 귀족인 디파트 자작께서 출점한 새로운 형태의 백화점입니다. 이곳 귀빈실에는 회의를 위한 장소도 마련되어 있지요. 여긴 일반 플레이어들은 올 수 없으며, 마계에서도 특별한 귀족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곳입니다. 특별히 여러분은 킹덤 내 왕국들의 VIP로서 초대받았기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물론 안젤라 님은 언제나 입장이 가능하십니다.”

    데니우스는 안젤라를 힐끗 쳐다보고는 설명을 덧붙였다.

    장현과 일행이 그를 따라 건물로 들어설 때.

    어딘가에서 몰려든 마족들이 둘러서서 그들을 보며 수군거렸다.

    “저 인간들이 아홉 꼬리 여우를 레이드한 플레이어들이라며?”

    “저 금발 머리 인간이 아르헨이야. 역시 잘생겼네.”

    “쟤는 헬릭스 성 소성주 안젤라잖아. 인간 플레이어랑 눈 맞아서 경기에 뛰어들었다더니, 진짜였네.”

    “어머, 정말이야? 별꼴이다, 얘.”

    마계 귀족들은 플레이어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았고, 그들이 안젤라에 대해 수군거릴 때 안젤라가 노기를 드러내며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들 중 일부가 찔끔해서 고개를 돌렸다.

    찰칼! 찰칵!

    그럼에도 누군가는 패드를 꺼내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댔고, 또 누군가는 영상을 찍어 마스타그램에 올렸다.

    안젤라를 제외한 아르헨 등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그런 마족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데니우스를 따라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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