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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61화 (161/211)

161화. 던전 레이드 (8)

아르헨은 뒤쪽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돌아보았다.

장현과 최형석, 안젤라가 뒤에 남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는데. 어둡고 음침한 음차원의 마나 기운이 느껴졌다.

눈에 마나를 집중해 자세히 살펴본 그는 최형석이 바닥에 진법을 그리는 것을 보았고, 곧 주위의 죽은 여우들이 진법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렇군. 그는 사령술사였지. 아무래도 저 여우들을 언데드 병사로 만들려고 하나 보군.’

자세히는 몰라도 사령술사가 죽은 시체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라면, 이번 레이드에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르헨과 팀원들이 안쪽으로 전진해 들어갔을 때.

갑자기 던전 속 날씨가 변하기 시작했다.

비가 그치고 자욱한 운무만이 가득했다.

눈에 마나를 집중하지 않으면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운무 속에서 노란빛 두 개가 보였다.

그것은 여우의 눈동자였다.

적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앞에 적이 있어.”

아르헨이 소리칠 때까지 마현, 테오 등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노란빛이 있는 방향에서 강렬한 음파가 퍼져 나왔다.

동시에 거대한 무언가가 레이드 팀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순간 테오가 팀 전체를 감싸는 마법 실드를 펼쳤다.

콰콰쾅!

마법 실드는 충돌음이 울리면서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다.

레이드 팀원들은 저마다 대비책을 세우고 곧 닥칠 공격에 대응할 준비를 했다.

지금 공격을 가한 자가 아홉 꼬리 여우인지 아닌지에 따라 전술이 달라져야하는데, 운무 때문에 확인이 어려웠다.

테오의 마법 실드가 깨지자 제이미가 기도를 올렸다.

“여신이시여, 저희를 악적으로부터 보살펴주소서.”

제이미가 기도를 올리자 신성력이 그녀를 중심으로 뻗어 나갔다. 빛의 보호막이 레이드 팀을 다시 감쌌다.

제이미가 율센을 향해 말했다.

“율센. 내가 보호막으로 버티고 있을 테니 놈을 공격해요!”

“알겠습니다. 성녀님!”

율센이 보호막을 뚫고 나갔다.

그럼에도 보호막은 아무런 영향이 없이 여전히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레이드 팀을 보호하고 있었다.

자욱한 운무를 뚫은 율센이 노란 눈을 향해 검을 뿌리며 공격했다.

율센의 검에서 빛이 퍼져 오르더니, 이어 수십 개의 검기가 노란 눈동자를 향했다.

차차차차창!

마침내 레이드 팀을 공격한 적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율센의 검기를 막은 건 거대한 짐승의 앞발이었다.

짐승은 양발을 휘둘러 검기를 모조리 막은 것이다.

“이, 이건!”

율센은 놀란 신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검기의 충격으로 운무가 흩어지면서 드러나는 적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대략 높이만 7미터는 되는 여우였다.

여우의 등 뒤로 꼬리가 아홉 개가 있었고, 꼬리 하나하나가 3미터는 될 정도로 길었다.

율센이 크게 외쳤다.

“보스가 나타났다. 아홉 꼬리 여우야.”

율센의 외침에 팀원들은 미리 작전한대로 제이미의 보호막으로부터 빠져나와 율센의 주위로 흩어졌다.

아르헨, 장현, 안젤라, 마현. 이렇게 네 명이 아홉 꼬리 여우를 포위하듯 둘러쌌다.

율센은 다시 뒤로 빠져 제이미 옆으로 돌아갔다.

그때까지 아홉 꼬리 여우는 공격하지 않고 레이드 팀을 하나하나 훑듯이 보고 있었다.

그때 여섯 꼬리 여우를 상대하기로 한 다른 일행들이 외쳤다.

“다른 놈들도 다가오고 있어.”

아홉 꼬리 여우 주위로 여섯 꼬리 여우와 세 꼬리 여우들이 포위하듯 그들을 다시 둘러쌌다.

아홉 꼬리 여우는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듯 가장 앞에 나와 있었고, 여섯 꼬리 여우와 세 꼬리 여우들이 포위하듯 레이드 팀을 둘러싼 것으로 보아 그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막는 역할인 듯 했다.

아르헨이 굳은 표정으로 장현 등에게 말했다.

“미리 얘기한대로 마현, 장현, 안젤라 님은 나와 함께 보스를 상대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여섯 꼬리 여우와 세 꼬리 여우를 상대해주세요. 그리고 테오 마법사님은 후방에서 마법으로 위험한 곳을 지원해주십시오.”

아르헨의 외침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테오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제이미가 후방에서 외쳤다.

“저는 여러분들의 체력이 떨어지지 않게 모두에게 신성력을 부여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모두의 몸에 힘이 차오르고 자신감이 듬뿍 솟았다.

“감사합니다, 성녀님. 그럼 이제 모두 돌격!”

의견 교류는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그들은 흩어져서 여우들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

아홉 꼬리 여우는 고위 마족임을 드러내듯 주위에 보호막이 생성되어 있었다.

“천마대멸겁.”

마현이 외치며 허공에서 검을 휘둘렀다.

염라문주이기도 하지만 천마신교의 교주이기도 했던 그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천마대멸겁을 펼쳤다.

검에서 강기의 기운들이 날아가 보스 여우의 보호막과 부딪혔다.

차차차차창!

비 오듯 쏟아져 내리는 검강의 공격에, 보스 여우의 보호막이 흔들리며 사라졌다.

기뻐하기도 잠시.

보스가 순식간에 사라지듯 이동했다.

보스는 자신을 둘러싼 네 명을 상대하지 않고 후방으로 날 듯이 이동해 꼬리를 휘둘렀다.

마현이 급격히 고개를 뒤로 꺾어 보더니 소리쳤다.

“아니! 언 대주! 조심해!”

언무룡은 여섯 꼬리 여우를 상대하기 위해 검을 휘두르다 갑자기 날아온 보스의 꼬리 공격에 흠칫해 검을 세워 방어했지만 소용없었다.

쾅!

“으헉!”

언무룡은 뒤로 날아가면서 던전의 벽에 부딪히며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렸다.

아무래도 큰 부상을 입은 듯 했다.

그때 제이미가 손을 뻗어 언무룡을 향하자 그녀의 신성력이 언무룡을 덮었다.

잠시 후 언무룡은 회복된 듯 일어났지만 완쾌된 건 아닌 듯 했다.

아홉 꼬리 여우의 공격에 모두의 얼굴이 굳어졌다.

예상보다 훨씬 강했던 것이다.

여섯 꼬리 여우와 세 꼬리 여우들도 그 틈을 노려 레이드 팀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보스는 언무룡을 향해 공격한 후 몸을 돌려 제이미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녀가 언무룡을 회복시킨 것을 지켜보고 그녀부터 처치하기로 마음먹은 듯 했다.

보스가 제이미를 향해 돌진하면서 아홉 개의 꼬리를 좌우로 휘둘렀다.

3미터에 이르는 기다란 꼬리는 하나하나가 막강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더군다나 꼬리 공격은 무척 빠른 속도로 이루어져 대다수는 피하지도 못하고 막는데 급급했다.

“위험해! 제이미 성녀를 지켜!”

아르헨이 급히 소리치며 달려갔다.

성녀 앞을 지키고 나선 율센이 신성력을 검에 쏟아 부으며 보스를 향해 공격했지만, 보스의 앞발에 무력화되었다.

“아니, 이럴 수가.”

율센이 자신의 검에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보스를 보고 놀란 사이.

순식간에 보스의 주둥이가 율센을 가슴을 공격했다.

콱! 콰직!

율센이 가슴에 큰 상처를 입고 날아갔다.

가슴뼈가 함몰된 듯했다.

율센은 그 상태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팔과 다리가 괴이한 각도로 꺾여있었다.

단 한 번의 공격에 전투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다.

“율센!”

제이미는 소리 높여 율센을 부르더니, 이윽고 손을 뻗어 그에게 신성력을 몰아주었다.

율센은 성녀의 도움으로 함몰된 뼈가 회복되고 호흡이 안정화되었지만, 몸을 일으키는 그의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다.

언무룡은 뒤로 날아가면서 뼈가 부러진 듯 피를 토하며 일어나질 못했다.

아르헨과 장현 등이 그 모습을 보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보스가 확실히 엄청나게 강하군. 내가 놈을 향해 마나 그물 기술을 쓸 테니 놈이 도망치지 않게 붙잡아줘.”

아르헨이 옆을 향해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마현, 안젤라, 장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현은 강하긴 했지만 처음 그가 날린 검강 공격은 보스 여우에게 피해를 주지 못했다.

물론 보호막을 없애는 역할은 했지만 그 정도로는 보스 여우를 붙잡아두기 힘들 것으로 여겨졌다.

아르헨 자신이라도 나초 없이 단독으로 아홉 꼬리 여우를 상대로 버텨야한다면 10분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었다.

그렇다면 믿을 수 있는 건 장현과 안젤라였다.

‘저들이라면.’

장현과 안젤라의 합격술은 그가 보기에도 위력적이었다.

더군다나 안젤라의 강환 공격은 검강을 훨씬 뛰어넘는 위력.

저 둘이 더해진다면 보스 여우를 붙잡아 두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 부족했다.

그때 그의 눈에 최형석의 언데드 병사들이 들어왔다.

최형석은 좀 전에 여섯 꼬리 여우와 세 꼬리 여우들을 언데드로 소환한 후 보스가 나타나자 크레온과 그렉 마저 소환했다.

거인족은 여섯 꼬리 여우들을 상대로도 확연히 우세를 보이지 못했기에 차라리 여섯 꼬리 여우를 소환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렉과 크레온은 최형석이 심혈을 기울여 성장시킨 언데드 병사로 한명 한명이 레이드 팀원들 수준은 되었다.

더군다나 죽지도 않는 언데드이기에 보스를 붙잡는 역할로 최적이었다.

“최형석! 여기에 합류해 보스를 잠시 붙들어주시오.”

아르헨의 외침에 최형석은 주위를 포진하고 있던 여섯 꼬리 여우들을 상대하다가 몸을 돌렸다.

“이거 다들 보스에 힘을 못 쓰고 있었군. 걱정 마. 내가 도와줄 테니. 흐흐.”

그는 자신이 아르헨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에 고무되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편 장현은 안젤라에게 음양합일신공의 합격술을 펼칠 것을 제안했다.

“안젤라, 우리의 합격술이 아홉 꼬리 여우를 상대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지 않아?”

“나도 마침 그 생각을 하고 있었어. 이번엔 실력을 아끼지 말고 모든 힘을 다하도록 해.”

안젤라의 대답에 장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최형석을 향해 말했다.

“최형석, 소환 가능한 언데드를 모조리 소환해. 지금부터 아르헨이 기술을 쓸 때까지 보스를 붙잡아두도록 할 거야.”

“알겠습니다. 형님. 전투가 끝난 후 저 놈을 제 언데드 병사로 만들겠습니다.”

“그러든지.”

최형석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전에 놈을 쓰러트려야 했지만 그는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였다.

강적을 상대로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것이 과거 광전사였던 최형석의 장점이었다.

장현과 안젤라가 서로 손을 잡고 날아올랐다.

둘은 지금까지 아껴온 모든 기운을 해방시켰다.

그들을 중심으로 던전 속 기운이 휘몰아치더니, 장현의 단전을 거치고 손을 통해 안젤라의 단전을 거쳐 다시 장현에게로 돌아왔다.

평소 운기할 때 내공의 움직임이 격전 중에도 똑같이 움직였다.

원래라면 운기할 때는 움직이면 위험하다.

다만, 음양합일신공은 세상에서 가장 안정을 중시하는 내공.

장현과 안젤라는 이미 합격술을 하며 여러 번 훈련을 거쳤기에 위험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그 과정을 몇 차례 되풀이함에 따라 모인 기운은 두 사람 주위를 진동시키며 울리게 했다.

웅웅웅.

폭발적으로 증가한 기운이 마침내 임계치에 달하고, 두 사람은 동시에 기합을 내질렀다.

“천지 합일.”

“천지 무극.”

음양은 천지를 이루고 세상의 시작과 끝을 이룬다.

혼돈 역시 음양이고, 음양이 무너지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장현과 안젤라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기합과 함께 두 명의 중심에서 음양의 기운이 회오리치듯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음양의 기둥은 그 자체로 회전하는 나선의 성질을 띠고 있었는데, 앞으로 전진할수록 기운이 커지며 집약되었다.

장현과 안젤라가 쏘아낸 기둥은 아홉 꼬리 여우가 다시 생성한 보호막을 크게 뒤흔들었다.

콰콰쾅!

보호막은 몇 차례 흔들리더니 이내 못 견디고 무너졌다.

빛의 기둥은 보호막을 부수고도 기운이 약해지지 않아 아홉 꼬리 여우의 본체를 타격했다.

쿠쿠쿵!

크아아아아앙!

보스 여우는 타격을 크게 받았는지 괴성을 지른 후 분노의 기운을 드러내며 장현과 안젤라를 노려보았다.

“최형석, 이젠 네 차례야.”

장현이 최형석에게 소리치며 뒤로 후퇴했다.

최형석이 주문을 외웠다.

“움바리 사바라 움메오. 나의 병사들이여, 적을 향해 공격해라. 놈의 육신을 멸하고 어둠의 세계로 끌고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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