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60화 (160/211)

160화. 던전 레이드 (7)

마나 그물이 여우들을 포획하자 아르헨은 다시 한 차례 기운을 중첩해서 나초에 밀어 넣었다.

그러자 마나 그물이 조여들면서 포획하고 있던 여섯 꼬리 여우들의 신체를 일제히 절단했다.

후드득.

그러고도 계속해서 조여들던 그물은 결국 뭉쳐 촘촘한 공처럼 변했다.

이어 공의 한 쪽에서 구멍처럼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르헨은 그 모습을 보더니 공을 회수했다.

아르헨의 신위에 모두가 놀란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다만 장현은 익히 알고 있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저 정도의 능력이 되니 그가 신의 무기를 아르헨에게 준 것이다.

아르헨으로 인해 레이드 팀원들은 기운을 내 여우들을 몰아붙였다.

마현도 염라문의 무극신공을 발휘해 혼돈의 기운을 뿌려댔다.

혼돈의 기운이 여우들을 휩쓸자 여우들은 부들거리면서 쓰러졌고, 어떤 놈들은 흔적도 남지 않고 소멸하기도 했다.

그때 장현의 의식 속에서 쑤엉이 소리쳤다.

“장현, 나 저 놈들을 잡아먹고 싶어. 저들을 잡아먹으면 난 한층 더 강해질 거야.”

“쑤엉, 저 놈들 코로나 바이러스에 확진된 여우들이야.”

“괜찮아. 내 화염으로 충분히 녹일 수 있어.”

장현은 잠시 머뭇거리다 쑤엉의 요청을 들어주기로 했다.

불의 정령인 쑤엉이 바이러스에 확진될 거 같지도 않았지만, 만에 하나라도 확진된다면 그가 쑤엉에 맞는 백신을 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쑤엉은 모습을 드러내 전신의 화염을 불태우며 여섯 꼬리 여우들에게 접근했다.

그러면서 고민하듯 중얼거렸다.

“음, 어떤 모습을 하는 게 나을까. 그래, 저 놈들처럼 나도 여우의 모습을 해볼까.”

쑤엉은 중얼거리더니 모습을 키워 화염으로 불타는 여우의 모습으로 바꾸었다.

화르륵!

곧 쑤엉은 3미터에 달하는 화염의 여우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변화에 장현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쑤엉은 전신에 끓어오르는 화염을 두른 채 여우들에게 달려들었다.

“모두 피해! 저건 쑤엉이야.”

장현의 경고성에 사람들은 쑤엉을 볼 수 있었다.

“헉! 지독한 불길이야.”

쑤엉은 던전에 가득 차 있던 녹색의 연기를 그대로 태우며 연기를 허공으로 몰았다.

쑤엉이 장현을 도와 바람의 움직임을 조절하면서 생긴 능력이었다.

쑤엉이 화염으로 불타는 여우의 모습으로 여섯 꼬리 여우들과 전투를 벌이자 그 여파는 화염 폭탄으로 번졌다.

커다란 불씨가 허공에서 내려왔다.

플레이어들은 급히 피했으나 일부는 스쳐서 화상을 입기도 했다.

화르륵!

크아아아앙!

쑤엉은 여섯 꼬리 여우 한 마리를 덮쳐 완전히 불태우며 그 기운을 그대로 흡수했다.

여우를 불태워 잡아먹으면서 바이러스 균도 함께 불에 타 사라진 듯 던전 내 공기가 점점 깨끗해져갔다.

다만 뜨거운 열기는 여전해,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쑤엉 근처로 다가가기도 힘들었다.

쑤엉은 이어서 세 꼬리 여우마저도 홀로 덮쳤다.

그때 쑤엉을 노리던 여섯 꼬리 여우가 녹색 안개를 쏘았다.

쏴아아.

이번 안개는 퍼지듯이 쏘아지지 않고, 회오리치는 모양으로 한 곳에 집중되어 쑤엉에게로 향했다.

끄아아앙.

이번에는 쑤엉도 크게 타격을 받았는지 비명을 질렀고, 어느새 여우 모습의 변신도 강제로 풀려버렸다.

쑤엉은 부들부들 떨면서 후퇴했다.

그걸 놓치지 않고 여섯 꼬리 여우들이 달려들었지만, 그때 적절하게 장현이 암기들을 날리며 견제해 무사히 쑤엉이 후퇴하게 도왔다.

쑤엉은 힘이 약해져 장현에게 돌아왔다.

“쑤엉, 괜찮아? 무리하지 말랬잖아.”

“여섯 꼬리 여우 한두 마리는 괜찮았는데 아직 다수를 상대하기에는 무리였던 거 같아. 그래도 놈들을 잡아먹은 게 있으니 소화시키면 이전보다 강해질 수 있을 거야. 지금은 좀 쉬면서 회복해야겠어.”

“그래. 이제 쉬면서 회복하고, 뒤는 우리한테 맡겨.”

“알겠어.”

쑤엉은 다시 장현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쑤엉까지 활약하고 나자 전장은 곧 마무리되었다.

남은 여섯 꼬리 여우를 쓰러트리는데 아르헨과 테오의 합작이 큰 힘을 발휘했다.

둘은 이번에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는데,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호흡이 잘 맞았다.

테오가 마법으로 여섯 꼬리 여우를 붙잡아두면 아르헨이 마나 그물로 놈들을 포획해 절단하는 식이었다.

간혹 그들이 놓치는 놈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이 처리했다.

김동석과 차준우 역시 왕국의 대표로 참가한 플레이어들이었기에 제 몫을 다했다.

둘은 여섯 꼬리 여우를 사냥하는데 성공하자, 기뻐하며 더욱 힘을 내 적극적으로 전투에 뛰어들었다.

제이미는 신성력으로 부상당한 사람들을 치유해주고 소모된 원기를 회복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녀의 신성력은 치유면에서 테오의 힐링 마법보다 더 월등했기에, 전투에 뛰어드는 것보다 후방에서 부상자들을 돕는 역할을 맡는 게 훨씬 나았다.

애초부터 성녀는 그런 목적으로 데려온 것이기도 했다.

제이미의 옆에는 성기사 율센이 함께 있었다.

신성 왕국에서 참가한 플레이어들은 그 둘이었다.

율센은 신성 왕국의 기사단장으로, 그가 단장으로 있는 신성 왕국의 기사단은 1회차 때 킹덤에서 손꼽히는 무력 단체로 성장했었다.

그는 여우들이 제이미 근처로 다가오지 못하게 철저하게 보호했다.

율센 역시 신성력으로 검에 날을 세워 검강에 못지않은 강한 위력을 뽐냈다.

그의 무력은 아르헨이나 마현보다는 뒤처졌지만 아모레, 제란 등 기사단장 정도는 되었다.

그의 임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성녀 제이미를 근접 호위하는 것이었다.

전투가 마무리되자 레이드 팀원들은 다시 휴식을 취하며 부상을 회복하는데 힘썼다.

아르헨 또한 전방에서 전투를 벌이느라 부상을 입었다.

제이미가 그를 치료하면서 물었다.

“이제 아홉 꼬리 여우 보스만 남았을까요?”

“모르지요. 이번 여섯 꼬리 여우 구역에서도 놈들은 세 꼬리 여우들과 나타났습니다. 안젤라 님의 얘기를 들어보니 보스인 아홉 꼬리 여우 곁에는 근접에서 호위하는 여섯 꼬리 여우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제이미는 아르헨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고 치료에만 전념했다.

곧 아르헨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고는 주위의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보스를 잡아야 레이드를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체력이 있을 때 가능한 빨리 보스를 잡아야 합니다. 보스를 상대하기 전에 여섯 꼬리 여우들과 세 꼬리 여우들을 계속해서 상대한다면 결국 우리의 체력은 한계에 도달할 겁니다. 그래서 다음 보스 구역에 들이닥치면 가능한 빨리 보스를 처치하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성기사 율센이 아르헨의 말을 받았다.

“하긴 보스가 몸을 피하고 부하들을 내세우면서 시간을 끌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봐야겠군요. 성녀님도 신성력을 많이 소모하셔서 늦을수록 우리에게 불리합니다. 그럼 아르헨 님, 어떤 전략을 짜야 할까요?”

“일단 보스가 나타날 때까지는 전면을 뚫고 강행해야 할 거 같습니다. 놈들이 우릴 포위하지 않게 무조건 직진으로 돌격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만약 보스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때는 안쪽까지 들어가서 여섯 꼬리 여우들부터 처리해나가는 겁니다.”

“보스가 나온다면 어떻게 할 거죠?”

언무룡이 물었다.

아르헨은 잠시 그를 쳐다보더니 그 옆의 마현을 보며 말했다.

“저와 마현 님, 장현 님, 안젤라 님. 이렇게 네 명이서 보스를 상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여섯 꼬리 여우들이 보스를 돕지 못하도록 막아주십시오.”

아르헨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에 진입한 후로 서로간의 실력을 확인했다.

이곳의 최강자들은 방금 아르헨이 언급한 자들이다.

더군다나 아르헨은 던전 레이드 경험이 풍부하다.

일행들은 이의 없이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때 안젤라가 장현에게 슬쩍 말했다.

“장현, 아홉 꼬리 여우가 고위 마족에 준하는 존재라는 걸 잊은 거 같은데. 우리 네 명이서 상대할 수 있을까?”

“안젤라 말대로 위험하긴 하지만, 여섯 꼬리 여우들을 상대할 자들도 있어야 해. 일단 아르헨 말을 따르도록 해야지. 그리고 나초를 가진 아르헨이라면 아홉 꼬리 여우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을 거야.”

장현은 아르헨이 아홉 꼬리 여우를 상대로 밀릴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의 저력은 이곳의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지고, 강자를 상대할수록 더욱 강해지는 사람이 아르헨이다.

마왕을 상대할 때까지 가능한 빨리 그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죽지 않는 한에서 최대한 강자와 붙도록 해야 했다.

“그래. 알겠어.”

안젤라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무언가 찜찜한 표정이었다.

그런 그녀를 보는 장현도 어느 정도 심적 부담이 생겼다.

그는 아홉 꼬리 여우를 1회차 때 상대해본 적이 없었다.

레이드가 성공했다는 사실은 기억하지만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지는 모른다.

‘부디 희생자가 없이 무사히 클리어할 수 있길.’

불안한 마음을 추스르며 장현은 최형석을 불렀다.

“최형석, 저기 죽은 여우들을 언데드로 만들 수 있겠나?”

“형님, 모두를 언데드로 만드는 건 어렵지만 몇 마리 정도는 가능합니다.”

“좋아. 어차피 모두를 언데드로 만드는 것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았어. 일단 가능한 만큼 여섯 꼬리 여우들을 언데드 병사로 만들어봐.”

“예. 포인트는 넉넉하니 한번 해보겠습니다.”

최형석은 바닥에 사령술로 된 주술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 바닥에 그리는 진법은 이전과 다른 거 같은데?”

“맞습니다. 이건 대규모의 사령술을 펼칠 수 있는 진법입니다. 최근 사령술의 숙련도가 올라가면서 펼칠 수 있게 된 겁니다. 얼마 전 준비한 게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바로 이겁니다. 다만 이 정도로 강한 마족들을 상대로 펼쳐보기는 처음입니다.”

그의 말에 장현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지켜보았다.

곧 진법이 완료되고 발동되었다.

진법에서 검은 빛이 반짝거리며 웅웅하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형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좀 도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진법 모서리에 손을 올려주십시오.”

최형석의 말에 장현은 바닥에 앉아 손을 진법에 갖다 대었다.

쑤우욱.

손을 통해 빠져나가는 마나 포인트가 급격히 증가했다.

1000만 포인트, 2000만 포인트, 3000만 포인트…

결국 7000만 포인트까지 빨려나가자 더 이상 포인트가 소모되지 않았다.

최형석을 힐끗 보니 그 역시 장현과 비슷하게 마나 포인트를 소모한 듯 했다.

더군다나 그는 진법을 운용하느라 정신력을 많이 썼는지 코에서 코피가 흐르고 안색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그 모습을 본 장현은 진법에 집중했다.

진법에는 어느새 거대한 검은 구멍이 생겨났다.

곧 검은 구멍에서 소용돌이가 일어나더니 쓰러진 여우들을 휩쓸었다.

소용돌이는 세 꼬리 여우는 젖혀두고 여섯 꼬리 여우들을 먼저 휩쓸었다.

여섯 꼬리 여우들이 진법 속 검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자, 소용돌이는 아직 부족한지 남은 세 꼬리 여우들마저 검은 구멍으로 끌고 갔다.

잠시 후 검은 구멍 속에서 괴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쿠아아아아앙.

짙은 어둠으로 가득한 구멍은 대체 어떤 공간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세계였다면 검은 구멍 속 공간이 마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마계에서 언데드를 소환할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잠시 후 소리가 잠잠해졌다.

곧 진법 속 검은 구멍에서 찌그덕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모든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해골만 남은 여우들이었다.

여섯 꼬리 여우 여덟 마리와 세 꼬리 여우 여섯 마리였다.

밖으로 빠져나온 언데드 여우는 해골 주위로 검은 연기를 두르고 있었다.

최형석이 헉헉대며 말했다.

“형님, 다행히 성공했습니다. 도와주신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완전히 탈진한 상태였다.

“수고했다, 최형석.”

장현 또한 막대한 포인트가 소모된 데다, 내공과 정신력 모두 소모했지만.

최형석의 상태를 보니 불만을 드러낼 상황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결과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라면 보스를 상대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