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56화 (156/211)
  • 156화. 던전 레이드 (3)

    아르헨의 물음에 장현이 웃으며 말했다.

    “백신을 맞고 나서 마스크를 안 쓰다 보니 잊었나보군. 여기 클라우드 왕국과 네오디움 왕국을 제외한 다른 곳은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단 말이지.”

    “그렇군. 보호막 형성 마스크와 백신 소식을 듣는다면 먼저 찾아오겠지.”

    “그래. 단지 소식만 퍼트리면 돼. 그동안은 물량이 부족했지만 이미 클라우드 왕국과 네오디움 왕국의 접종률은 90프로를 넘어섰으니 이제 슬슬 다른 왕국에도 백신을 수출해야겠지.”

    “연합왕국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백신과 마스크를 수출해줄 거고?”

    “맞아. 우선은 던전 레이드에 참가하는 자들만 우선 접종시켜주고, 레이드가 끝나면 정식 수출을 허락하면 돼. 어차피 물량을 한 번에 생산할 수도 없어.”

    “좋은데. 혹시 비용이 많이 들면 얘기하도록 해. 우리도 분담하도록 하지.”

    “당연하지. 포인트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음.”

    아르헨은 괜한 소리를 했나 싶었다.

    장현은 아르헨과 공동 성명으로 킹덤 내 모든 왕국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킹덤 내 모든 왕국에게 알립니다. 인간에게 최적화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네오디움 왕국에서 개발했습니다. 접종실은 클라우드 왕국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보호막 형성 마스크도 팔고 있습니다. 이 마스크는 5나노미터 반도체가 탑재되어 전신을 보호막으로 감싸줘 백신이 호흡기에 침입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백신과 마스크가 필요한 왕국은 클라우드 왕국으로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메시지가 퍼진 후, 클라우드 왕국으로 주문이 폭주했다.

    담당자는 시스템 접속자가 폭주해 온라인 접속이 어려우니 왕국의 계약 및 재정권을 가진 자의 현장 방문을 요청한다는 자동응답 메시지만 남겼다.

    장현의 계획대로 킹덤 내 모든 왕국의 고위직들이 하나둘씩 클라우드 왕국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중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흑발의 남자가 있었다.

    “무룡, 이곳은 사람이 많구나. 다들 백신을 구하고자 몰려든 거 같은데, 우리가 쉽게 받기 어려울지도 모르겠구나.”

    “국왕전하. 무림 동도들이 괴질에 쓰러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결코 백신을 양보할 수 없습니다. 그렇잖아도 전대 천마가 이곳에서 마족이 되어 던전 보스로 나타나 우릴 노리고 있는데 백신이 없다면 정말 위험합니다.”

    “전대 천마가 마족이 되어 던전 보스로 나타날 줄은 나도 상상 못한 일이다. 원래 나와 비교해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 무력을 지녔던 그가 마족이 되어 더욱 강해졌으니. 던전을 공략하기에 난항을 겪을 것 같구나. 던전이 해방된다면 분명 우리를 노릴 것이다. 그래도 던전의 유효기간이 있으니 그가 당장은 던전에 갇혀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까지 대응책을 마련하고 우선은 백신부터 구하도록 하자. 다행히 장현과는 인연이 있으니 기대해볼만 하다.”

    “네, 알겠습니다.”

    흑발의 두 사람은 마현과 친위대장인 언무룡이었다.

    그들은 차례를 기다리다 이윽고 자신의 차례가 되어 궁전으로 들어갔다.

    궁전의 입구에는 안내인이 있었는데 그는 방문자의 소속 국가와 지위, 이름을 받아 적고 있었다.

    “어디에서 온 누구입니까?”

    “무림 왕국에서 온 언무룡 기사단장과 마현 국왕전하이십니다.”

    언무룡의 설명에 안내인은 일어나서 정중하게 인사했다.

    “무림 왕국의 국왕전하께서 직접 와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안내인은 인사와 함께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에게 두 사람을 안쪽으로 이동하게 했다.

    그러자 먼저 와서 입구 쪽에 앉아 있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항의했다.

    “이것 봐! 왜 우리는 여기에서 기다리고 저들은 안쪽으로 들어가는 거야? 지금 차별대우하는 거 아니야?”

    “안으로 들어가시는 분들은 국왕전하가 직접 오셨을 경우입니다. 국왕전하가 아니신 분들은 대기해주셔야 합니다.”

    “으음. 알겠소.”

    남자는 먼저 왔음에도 접견이 늦어지자 애가 타는듯했다.

    “마현 전하, 대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접 오신 보람이 있어 다행입니다.”

    언무룡의 말에 마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킹덤 내 왕국들마다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했다.

    킹덤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왕국간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렇게 한 국가에서 독점적으로 백신을 제조해버리게 되면 다른 국가들은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부디 이들이 대의를 생각하는 마음이 변치 않았어야 할 텐데.’

    그는 장현을 어느 정도 알지만, 국가 간 이익이 부딪칠 경우 개인의 선함이 묻혀버린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킹덤의 왕좌라는 퀘스트는 강한 힘을 가질수록 포기하기 어렵다고 느꼈다.

    마현이 생각하기에 이미 백신으로 인해 킹덤 내 패권 다툼에 있어 클라우드 왕국은 몇 발짝이나 앞서있다.

    설령 백신이 없더라도 다른 일반 보호막 형성 마스크보다 훨씬 성능이 높은 반도체가 탑재된 마스크는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에 필수품이나 다름없었다.

    그 모든 것을 공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클라우드 왕국에 대해 마현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접견실에 도착했다.

    그곳에 들어선 마현과 언무룡은 장현을 볼 수 있었다.

    대공의 박람회에서 헤어진 이후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

    “장현, 자네가 과연 여기 있었구만. 김덕배 국왕에게 연락했더니 자네가 백신을 생산했다던데, 사실인가?”

    “하하하. 그렇습니다. 저희 네오디움과 아르헨 국왕의 클라우드 왕국이 함께 백신을 제조하면서 왕국끼리 연합을 이루었습니다. 그렇잖아도 마현 국왕전하께 연합에 가입해줄 것을 요청드릴 참이었습니다.”

    “그랬군. 연합이라.”

    마현은 장현에게 인사한 후, 이어 그 옆에 앉아있는 아르헨을 보며 중원식 예를 갖춰 인사했다.

    “아르헨 국왕전하 반갑습니다. 대공의 박람회 이벤트 경기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르헨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춰 인사했다.

    “클라우드 왕국의 국왕을 맡고 있는 아르헨입니다. 저 또한 마현 국왕전하의 무위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참입니다. 그리고 장현에게 마현 국왕전하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호오, 혹시 어떤 얘기를 들으셨을까요?”

    마현은 반문하며 슬쩍 장현을 쳐다봤다.

    아르헨 또한 회귀 전의 일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묻는 눈빛이었다.

    그 의미를 짐작한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현은 장현의 반응을 확인하고서 본론으로 들어가고자 화제를 돌렸다.

    “아르헨 국왕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제가 여기에 직접 온 건 백신을 우선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까 해서입니다.”

    마현의 두 눈이 아르헨을 직시했다. 아르헨도 진지하게 본론을 얘기할 때였다.

    “백신을 우선적으로 공급해드리기 위해 조건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조건을 수락한 국가에 우선적으로 백신과 마스크를 공급할 것입니다.”

    “어떤 조건입니까?”

    “조건을 얘기하기에 앞서 한 가지 제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여기 장현에게 들으셨겠지만 그가 이미 한 차례 이 세계를 경험하고 회귀했다고 하더군요. 그 얘길 믿습니까?”

    마현은 아르헨의 얘기에 이번에는 장현을 보지 않고 아르헨을 직시하며 말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만. 지금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확신은 아니지만 믿는다고 봐도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럼 얘기가 잘 되겠군요. 저는 장현의 요청대로 마왕을 쓰러트리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와 힘을 합쳐 왕국끼리 연합하는 연합왕국을 결성했습니다. 우리와 함께 연합왕국에 가입해주십시오.”

    “그게 조건이군요. 혹시 연합왕국에 가입한다면 어떤 의무 사항이 있는가요?”

    “서로의 어려움에 공동 대응하는 것입니다. 특히 마왕과 마족에 대항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반드시 공동 대응하는 게 원칙입니다. 왕국 내 처리하기 곤란한 던전이 생성되었을 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왕국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반드시 지원을 해야 합니다.”

    마현은 아르헨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공동으로 마왕과 마족뿐 아니라 해결하기 어려운 던전 레이드까지 함께한다면, 자신들의 문제도 그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저도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 무림 왕국에 저로서도 해결하기 힘든 던전이 생성되었습니다. 그 던전의 보스는 무림 시절 저와 다투었던 자입니다. 그가 마족이 되어서 던전의 보스로 나타났습니다. 이 문제도 연합왕국 차원에서 공동으로 나서줄 수 있습니까?”

    마현의 말에 장현과 아르헨이 순간 서로 눈을 마주쳤다.

    바라던 바였다. 애초에 킹덤의 왕국들을 모으게 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아르헨이 마현에게 정중히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사실 저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르헨과 마현은 자신들의 왕국에 나타난 던전과 던전의 보스들에 대해 서로 정보를 나누었다.

    대화가 끝난 후 마현은 연합왕국에 합류하는 것을 결정했다.

    아르헨은 좋게 결정이 나자 편한 마음으로 마현에게 말했다.

    “하하하. 이제 중요한 얘기도 끝났으니 저희가 만든 특제 술을 한잔 드셔보시겠습니까?”

    “특제 술이라고요? 본인도 술을 즐기는 편이니 마다할 수 없지요.”

    아르헨은 마현의 대답에 기꺼워하며 그와 언무룡을 연회실로 안내했다. 장현 또한 당연히 함께했다.

    아르헨은 연회실의 직원에게 예전처럼 오크 맥주통들을 가져오게 했다.

    “우리 클라우드 왕국의 주 사업이 된 맥주 양조장에서 나온 맥주입니다.”

    마현은 아르헨이 내놓은 맥주통들을 힐끗 보더니, 이어 하나씩 수도꼭지를 열어 마셨다.

    맥주는 그에게 있어 지금껏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종류의 술이었다.

    술의 도수가 너무 낮아 독한 술을 즐기는 그의 취향에는 맞지 않았지만, 풍미는 좋았다.

    “맛있긴 한데 술의 도수가 좀 약하군요. 물대신 마셔도 될 거 같습니다.”

    “하하하. 알고 보니 마현 국왕께선 술을 아주 즐기는 분이셨군요. 말씀대로 도수가 약한 대신 물처럼 즐기는 음료입니다. 다행히 맛이 있다고 하시니 다양한 종류를 더 드셔보시지요.”

    아르헨은 마현의 말에 기분 나빠하지 않고 웃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베어울프 맥주와 나초 디저트가 MG리테일을 통해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MG리테일과 수익을 나눠야 했지만, 클라우드 왕국에 큰 이익을 주는 사업원이었기에.

    베어울프 맥주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컸다.

    그런 그에게 마현이 하는 말은 조금도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원래 주머니가 풍족하고 배가 부르면 너그러워지는 법이다.

    그는 술이 몇 잔 들어가자 마현에게 자신의 맥주 사업을 자랑하고 싶어졌다.

    “이 베어울프 맥주가 얼마나 팔리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말씀을 들어보니 꽤나 잘 팔리는 거 같군요.”

    마현은 사실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자랑하고 싶어 하는 의중을 파악했기에 맞춰줬다.

    백신을 구하러 온 입장에, 상대방의 자랑을 못 참고 아니꼬워할 소인배는 아니었다.

    아르헨이 자랑하고, 자신이 맞장구쳐줄수록. 백신 협상에 유리할 것이었다.

    “개당 300포인트가 이익으로 돌아오는데 벌써 300만 개나 주문이 들어왔다지 뭡니까. 하하하.”

    “대단하군요. 벌써 선주문이 그렇게 들어오다니, 클라우드 왕국의 앞날이 밝습니다. 허허허.”

    아르헨의 말에 마현은 거짓이 아닌 진심으로 놀랐다.

    맥주만으로 벌써 9억 포인트 수익을 확보했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우리 제품은 맥주만 있지 않지요. 비스킷과 소시지도 있답니다. 하하하. 마음껏 드십시오.”

    “오, 여기 이 비스킷이라는 과자와 소시지라는 고기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물류배송과 던전 레이드밖에 포인트 벌거리가 없었는데, 이런 일들이 생기니 너무 기뻐서 주책을 부렸군요.”

    “아닙니다. 저라도 아르헨 국왕전하의 입장이 된다면 그렇게 기뻐할 것 같습니다.

    마현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자신도 무림 왕국을 위해 사업거리를 준비해야하나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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