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54화 (154/211)

154화. 던전 레이드 (1)

장현이 기억하기로, 클라우드 왕국은 총 10개의 기사단이 있었다.

던전 레이드를 담당하는 가장 큰 단위로, 제1단장은 아르헨이다.

그렇다면 2단장은 아르헨 다음 가는 강자이자 이전 영지의 관리자급이라는 얘기다.

네오디움 왕국에서 보자면 김덕배, 이나연, 최형석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물론 헥터라는 자도 있었지만 그는 이성훈과 비슷한 행정업무를 맡는 자였다.

아모레는 무력을 담당하는 기사단장.

‘내가 직접 오길 잘했군.’

이번 던전 레이드에서 클라우드 왕국 기사단의 제대로 된 무력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2단장 아모레의 안내로 곧 장현 일행은 아르헨과 만날 수 있었다.

“장현, 직접 왔군.”

아르헨은 꽤나 기뻐하는 기색이었다.

장현, 안젤라, 최형석이면 장현이 데리고 올 수 있는 인원 중 가장 강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최형석은 언데드 병사를 부리는 사령술사.

그가 있다면 숫자의 부족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물론 그들 외에도 김덕배와 이나연이 있지만 그들은 국왕과 왕실 기사단장의 위치인 만큼 함부로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장현은 아르헨의 모습을 보고 실소했다.

황금 왕관과 판금갑옷에 붉은 망토까지 걸친 그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허리춤에 찬 신의 검 나초를 보니

‘엑스칼리버를 든 전설의 아더왕 같구나.’

김덕배가 영주 시절과 다름없이 평범한 의상을 입고 있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장현이 그에게 인사했다.

“연합왕국으로서 첫 협력을 요청했는데, 이 중요한 행사에 내가 빠질 수야 없지.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움직인 거 같은데 뭔가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거야?”

“그게 말이지. 퀘스트가 주어졌는데 그게 우리 클라우드 왕국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수준이더라고. 그래서 이왕 우리가 킹덤에 연합왕국을 만들기로 했으니, 동맹관계인 왕국들 간에 던전 레이드를 함께하면서 교분을 쌓는 게 어떤가 해서 말이야.”

아르헨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클라우드 왕국에서 해결하기 힘든 수준의 퀘스트라고?”

장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은 던전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마족이 나올 때가 아니다.

킹덤에 온 각 영지의 플레이어들이 왕국을 세우고 정착할 때까지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혹시 또 과거와 달라진 것일까.

문득 짚이는 게 있었다.

1회차였다면 지금쯤 킹덤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플레이어들의 전투가 한참 벌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연합왕국으로 네오디움 왕국과 클라우드 왕국, 무림 왕국이 동맹을 맺으면서 내전 자체가 실종된 상태다.

경기는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편집되어 마튜브에 중계되고 있을 것이다.

경기 운영 주최 측에서 과연 지금처럼 내실만 다지는 상황을 반길까.

‘그건 아니겠지.’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싸우지 않는다면 전투가 일어날 상황을 만들 것이다.

어쩌면 아르헨이 장현에게 도움을 요청한 이유는 그 때문일 수 있었다.

그때 아르헨이 장현에게 말했다.

“자세한 얘기는 자리를 옮겨서 하도록 하지. 널 위해 술을 준비했다. 다함께 연회실로 가도록 하지.”

술이라는 말에 장현과 안젤라가 반색했다. 그들도 와인을 즐겼기 때문이다.

“술이라면 와인인가?”

“아니, 맥주다.”

“맥주?”

“이번에 왕국을 건국하면서 영지민들의 요청에 따라 맥주 제조공장을 차리게 됐다. 원래 우리 영지에서는 소소하게 우리가 즐길 정도로만 만들어 마셨는데, 이번에 킹덤으로 이주하면서 제대로 맥주 양조를 사업화하기로 했어. 너희들은 아마 처음 맛보게 될 거야.”

아르헨은 연회실로 향하며 말했다.

그 말에 가장 크게 반응한 건 최형석이었다.

“여기 맥주가 있다고요? 얼른 가보자구요! 크으, 맥주맛이 얼마나 그리웠던지. 드디어 마셔보는구나.”

최형석 만큼은 아니지만 장현도 맥주가 그리웠었다.

설마 아르헨이 맥주 양조장을 차렸을 것이라곤 생각 못 했다.

자신이 사업을 벌인 영향일까.

1회차와는 달리 색다른 사업을 스스로 찾아서 벌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곳에서 맥주를 먹어보게 될 줄이야. 어디, 지구에서 먹던 맥주맛과 비슷하려나.”

“너희 세계의 맥주가 어떤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맥주만큼은 우리를 따라 올 자가 없을 거라고 자부한다.”

아르헨의 말에 장현은 기대가 되었다.

잠시 후 연회실에 도착한 그들의 눈에 익숙한 주점 형태의 내부가 보였다.

항구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주점과도 비슷했는데, 처음부터 작정하고 술을 마시기 위한 장소로 보였다.

“이곳이 연회실이라고?”

“하하, 연회실이라면 마시고 즐기기 좋아야 하는 곳 아니겠어.”

“확실히 술 마시기에는 좋아 보이네.”

장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연회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영지민 직원이 드럼통 모양의 오크 맥주통을 가져왔다.

얼핏 봐도 한 통에 10리터는 될 것 같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직원들이 저마다 맥주통을 들고 오더니 연회실 테이블 옆에 일렬로 세워뒀다.

맥주통에는 수도꼭지 같은 것이 있어 병을 갖다 대고 꼭지를 틀기만 하면 되었다.

“자, 맥주통마다 각기 다른 맛이니 취향껏 골라 마시면 돼.”

맥주병을 손에 쥔 장현은 병에 붙은 브랜드를 봤다.

두 다리로 서 있는 늑대인간의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 아래에는 베어울프라고 적혀 있었다.

장현은 고개를 돌려 오크 맥주통을 유심히 살펴봤다.

모든 오크 맥주통에 같은 그림과 베어울프라는 글자가 새겨져있었다.

“베어울프?”

“그래. 우리 클라우드 제국에서 유명한 종족이었던 베어울프다. 나는 헌터 길드에 들어가 베어울프를 사냥하면서 진정한 헌터로 인정받았지. 그걸 기념하기 위해 맥주 브랜드를 베어울프라고 지었다.”

“그렇군.”

벌컥 벌컥.

장현은 병의 뚜껑을 따고 맥주를 들이켰다.

“크으! 좋구나.”

맛은 달달한 복숭아 같기도 했는데, 가볍고 싱그러운 맛이 있었다.

“어때, 너희 와인보다 좋지? 흐흐흐.”

장현의 반응을 본 아르헨이 실실거리며 웃었다.

맥주 한잔 들이키며 ‘크으.’ 하는 소리와 함께 짓는 상쾌한 표정은 진정한 주도를 아는 사람이었다.

아르헨은 뿌듯한 감정을 느끼며 껄껄껄 웃었다.

장현은 맥주를 한 병째 들이킨 뒤 물었다.

“확실히 맛있군. 좋은 술이야. 이걸 누가 만든 거지?”

“브로이라고, 기사단의 3단장이야. 그가 원래 고향에서 수제 맥주 양조장을 하던 아버지를 돕는 일을 했다더군. 영지에서도 그가 만든 수제 맥주를 즐겨마셨는데 이번에 국책사업으로 맥주 양조장을 설립한 거지. 흐흐.”

“과연! 그런데 맥주만 마시니까 입이 심심한데 혹시 안주는 없나?”

장현이 안주를 찾자 아르헨은 옆에 시립하고 있던 직원을 불렀다.

“이봐, 디저트와 소시지 좀 가져와.”

“알겠습니다.”

아르헨의 명령을 받은 직원이 잠시 후 쟁반에 비스킷과 갓 구운 소시지를 잔뜩 담아왔다.

안젤라가 안주를 보고는 반색하며 물었다.

“오호, 이건 비스킷이네. 그리고 이 소시지 혹시 우리 헬릭스 성에서 가져온 거 아냐?”

“맞습니다. 헬릭스 성의 감자두더지와 마계돼지로 만든 육가공 소시지가 어제 항구에 들어왔더군요.”

“오호, 이게 우리 축산 클러스터에서 생산한 소시지라고? 아직 네오디움 왕국에도 도착 안 했는데. 클라우드 왕국에서 먼저 먹어볼 줄이야.”

장현도 아르헨의 말에 소시지를 한입 베어 물었다.

맥주와 함께 먹으니 끝내주게 맛있었다.

“이야. 이거 역시 소시지는 맥주랑 먹어야해. 정말 맛있네. 그렇지 않냐, 최형석.”

“예. 맞습니다. 형님.”

최형석은 소시지를 우걱우걱 씹으며 맥주를 들이키느라 말도 하지 않다가, 장현이 묻자 그제야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장현은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려 비스킷을 보았다.

안젤라가 특히 비스킷 종류의 디저트를 좋아했기에 그도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아무래도 같이 먹다보니 그도 즐기게 된 것이다.

그동안 지구에서 온 장현의 일행들이 만든 디저트들만 먹었기에.

클라우드 제국에서 온 인간들이 만든 디저트는 어떨지 관심이 갔다.

“이건 우리 궁전 주방장이 만든 디저트네. 내 검의 이름을 따서 나초라 지었지. 세 가지 맛을 만들었는데 한 번 먹어봐.”

“나초? 그건 우리 고향에서도 즐겨 먹던 비스킷인데. 생긴 것도 그러고 보니 비슷하네. 맛은 어떠려나.”

장현은 아르헨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집어먹었다.

안젤라와 최형석도 나초를 입에 넣었다.

바사삭.

입에 넣고 한입 베어 물자, 바삭한 식감이 느껴지더니 이어서 달콤하면서 느끼한 짠맛이 느껴졌다.

안젤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이건 무척 맛이 특이한데. 맛있어.”

“하하, 그건 버터와 꿀을 넣어서 만든 소스를 디저트에 묻힌 겁니다. 주방장이 고안한 메뉴죠. 저도 이걸 처음 먹어봤을 때는 깜짝 놀랐답니다.”

안젤라가 특이한 맛에 놀란 반면, 장현은 익숙한 맛에 놀랐다.

“이건 우리 고향의 유명한 허니버터맛인데. 주방장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우리 고향의 맛을 잘 살렸구나. 혹시 주방장이 우리 고향 사람인가?”

장현이 중얼거리면서 아르헨을 쳐다보자 아르헨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맞아. 우리 주방장은 너희 세계에서 온 사람이야. 장현 너도 아는 사람일 거야.”

“내가 안다고?”

장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가 아는 사람 중 아르헨 밑에 있는 사람이라면 둘밖에 없었다.

이정환과 김혜정. 이정환은 대장장이 조각의 최종 퀘스트를 푼 대장장이. 그가 주방장일 리 없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한 명.

“혹시 김혜정?”

“맞아. 소개해주지.”

이정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가 손짓하자 직원이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곧 한 여성이 연회실로 들어왔다.

김혜정이었다.

그녀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여서 김혜정이라는 언급이 없었다면 알아보지 못할 뻔 했다.

예전의 사납고 요사스럽던 모습이 아닌, 차분하고도 편안한 표정의 요리사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는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장현 씨. 오랜만이군요. 음식은 마음에 드셨나요?”

“오랜만입니다. 김혜정 씨. 당신이 클라우드 왕국의 요리사가 되었다니 놀랐습니다. 더군다나 이 비스킷을 만들었다니, 요리 실력이 대단하시군요. 솔직히 당신을 클라우드 왕국에 뺏긴 게 아쉬울 정도입니다. 쩝.”

“호호,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예전에 가졌던 안 좋은 감정 따위는 이미 없었다.

이정환과 함께 신의 검을 제조하기도 했는데, 김혜정에게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

그는 더 이상 그런 일에 연연할 정도의 위치가 아니었다.

다만 이 정도 디저트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놓친 게 아쉬울 뿐이었다.

비록 김민우가 있었지만, 김혜정이 함께한다면.

마계의 요식문화를 네오디움 왕국이 주도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정환과 김혜정.

생각할수록 두 사람을 놓친 게 아까웠다.

그렇지만 꼭 같은 왕국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마왕을 쓰러트린다는 목적 하에서는 동료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는 아쉬움을 털고 김혜정에게 비스킷에 대해 칭찬했다.

“지구에서 먹던 허니버터 과자맛과 거의 흡사하더군요. 이곳에서 이런 과자를 먹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원래 요리사였던가요?”

장현의 물음에 김혜정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한 때 제과제빵학원을 다닌 적은 있지만 그저 취미에 불과했어요. 장사할 생각은 없었고, 그저 먹는 걸 좋아해서 이것저것 만들어 먹어보는 건 많이 했었죠. 마계에 온 뒤로 제대로 먹을거리가 없었는데 최근 킹덤에 온 뒤로 온갖 재료의 물류가 들어오더라고요. 재료도 충분하겠다, 이 정도면 꽤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어볼 수 있을 거 같아서 만들어봤는데. 아르헨 국왕전하께서 좋아해 주시더군요.”

“덕분에 저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맥주 사업화를 하면서 비스킷도 같이 사업화를 하겠군요.”

“맞아요. 그렇잖아도 MG리테일에 출점하기 시작했어요.”

김혜정은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그녀의 말에 장현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MG리테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