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화. 네오디움 왕국 (2)
김덕배는 네오디움의 국왕이 되었고 나머지 관리자들은 관료가 되었다.
명실상부하게 왕국이 된 것이다.
한편 장현이 사업가가 되며 받은 퀘스트인 차폐자석 생산은 네오디움 왕국의 국책사업이 되었다.
장현이 남부로 떠난 후 아르헨 역시 국가를 세웠다.
그의 고향 이름을 따서 클라우드 왕국으로 이름 지었다.
장현은 안젤라에게 차폐자석에 대해 물었다.
“안젤라, 혹시 차폐 자석 샘플 가진 거 없어?”
“나라고 패드의 모든 부품 소재에 대해 다 알고 있는 건 아니야. 섀도우 마스크와 힌지 모듈은 잘 알지만 차폐자석은 다른 부분이라 솔직히 잘 모르겠어.”
“할 수 없지. 일단 만들어 보는 수밖에. 그런데 그 패드 잠깐 좀 빌려줘.”
장현의 말에 안젤라가 흠칫했다. 차폐자석에 대해 묻더니 갑자기 패드를 빌려달라니. 설마 분해해서 살펴본다는 건 아니겠지.
“왜?”
“잠깐 마글에서 검색해보려고.”
다행히 장현은 패드를 분해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안젤라는 안도하며 패드를 건넸다.
“자, 마글이라면 어지간한 자료들은 다 있을 테니까. 다만 고급 정보는 유료야.”
“포인트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겠어.”
장현은 마글을 검색했다.
타타닥. 곧 데이터가 떠올랐다.
그는 그중 하나를 터치하더니 읊었다.
“응용자석에 캡을 씌운 형태의 차폐자석에 대한 설명이 있군. 여기 쓰임새도 있네. 태블릿 패드 외장 스마트커버 심재에 쓰이는 자석과 태블릿 내장제품에 쓰이는 차폐자석이 있는데, 전자파의 기기 간섭으로 인한 오작동 차단이 주목적이다. 지금은 패드에 주로 쓰이는데 전기 지네차에도 들어간다.”
장현이 차폐자석에 대한 설명을 읊은 뒤 안젤라에게 물었다.
“전기 지네차에도 들어간다면 현재차에서도 취급하겠지?”
“아마도 그렇겠지. 그런데 현재차에서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드는 건 아니고, 부품을 납품받는 곳이 있는 걸로 알아. 아마 마도라는 회사일거야. 지네차 부품에 차폐자석이 들어간다면 그것도 마도를 통해서 납품받을 거야.”
“그럼 우린 마도랑 접촉해야겠어.”
“그렇지. 그전에 일단 차폐자석부터 개발해야지. 그들이 사용하고 있던 것보다 개량된 것이어야 될 테고, 퀄이 통과되어야 양산할 수 있어.”
안젤라의 지적에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납품부터 찾은 건 이미 차폐자석을 만드는 방법이 그의 머릿속에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장현은 곧장 회의를 개최했다.
김덕배를 비롯해 관리자들이 모였다.
장현은 그들에게 말했다.
“차폐자석을 만들 방법과 납품할 곳을 찾았어. 이제 만들기만 하면 돼. 다만 파라셀수스 퀘스트가 단순히 차폐자석을 만드는 게 끝이 아니라. 패드와 전기 지네차용 차폐자석을 납품까지 해야 해. 그래서 희토류가 대량으로 필요해.”
“여기는 희토류가 널려있으니 새로 온 영지민들에게 일거리를 주면 되겠어.”
김덕배가 장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성훈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렇잖아도 새로 병합한 플레이어들 중에 에버 성에서 온 항다와 그 영지민들이 그쪽에 적합한 것 같더군요. 그들에게 시키면 될 것 같습니다.”
“에버 성의 항다라면, 그 이나연 덕에 목숨을 건진 자들 말이지?”
장현이 이성훈에게 물었다.
“맞습니다.”
“그들이 그 일에 적합하다는 게 무슨 뜻이지?”
“항다한테 들었는데 에버 성의 영지에서 하던 일이 부동산 개발이었다고 하더군요. 디벨로퍼라고 땅을 매입해서 건물을 짓고 분양하는 일을 전문으로 했다는데, 토목공사와 건축공사에 능한 영지민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희토류를 채굴하는 것 또한 다른 영지민들보다 낫지 않을까 해서요.”
“호오, 부동산 개발업을 했었다고. 좋아. 이성훈 그대가 항다와 그 영지민들에게 희토류를 채굴하는 것을 맡기도록 해.”
장현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장현의 지시에 따라 이성훈은 항다와 그의 영지민들에게 시켜 희토류를 대량으로 채굴했다.
희토류가 준비되자 장현은 대량으로 연성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먼저 그는 에레뜨 주술진이 새겨진 용광로를 꺼냈다.
그리고 자기장을 차단하는 성질을 가진 캡을 만들기 위해 금속을 용광로에 집어넣고 연성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네오디움 자석이 만들어지면 그 위에 씌울 용도였다.
캡이 만들어지자 다음은 네오디움 자석을 연성할 차례.
용광로 옆에는 희토류 금속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과연 항다와 그 영지민들은 이성훈의 말대로 희토류 채굴에 특화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장현은 용광로에 희토류 금속들을 가득 집어넣고 양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서 흰 빛이 떠오르더니 최상급에 이른 연성술이 발휘되었다.
곧 용광로 속의 희토류 금속들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장현은 그중에 네오디움을 제외한 나머지 금속들을 모조리 배출했다.
순수한 네오디움 금속만이 남자, 그는 차폐자석의 성격을 떠올리며 특성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한참의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용광로 속의 금속은 새로운 성질의 물질로 변했다.
바로 네오디움 자석이었다.
장현은 그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이제 여기에 캡을 씌우면 차폐자석이 되겠지.”
장현은 미리 준비해 둔 캡을 네오디움 자석에 덧씌웠다.
드디어 차폐자석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차폐자석을 손에 쥔 채 안젤라를 돌아봤다.
“안젤라, 차폐자석이 만들어진 거 같은데 테스트를 해봐야 할 거 같아.”
“그래. 해봐.”
안젤라의 말에 장현이 물끄러미 안젤라를 보더니 말했다.
“패드 좀.”
“설마 지금 내 패드로 테스트 해보겠다는 거야?”
“그럼. 여기 다른 패드가 없잖아.”
“장현, 이거 신상 플립이야. 남는 재고도 없어. 이거 고장 나면 나 정말 너 가만 안둘 거야.”
장현의 말에 안젤라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패드를 꺼냈다.
그러고도 한참을 머뭇거리던 안젤라는 한숨을 쉬며 패드를 내밀었다.
마치 여성들의 화장용 콤팩트처럼 접혀있는 폴더블 패드였다.
장현이 그것을 펼치자 안젤라가 다급하게 외쳤다.
“고장 내면 안 돼!”
“그래, 걱정 마.”
장현의 표정이 언짢아졌다.
안젤라의 태도는 자신이 꼭 고장이라도 낼 것 같다는 반응 아닌가.
안절부절못한 표정으로 안젤라가 옆에 다가왔다.
“나도 여기서 테스트하는 거 봐도 되지?”
“그래. 얼마든지.”
장현은 패드를 꺼내 박스부터 분해했다.
패드 디스플레이를 덮고 있는 케이스에 자석이 붙어 있었다.
장현은 그 자석을 빼내고 자신이 만든 차폐자석을 붙여보았다.
그리고 패드 내부에 있는 자석도 장현이 만든 것으로 대체했다.
“됐어. 이제 조립하면 돼.”
“제발!”
안젤라는 그 앞에서 양손을 꽉 맞잡고 간절히 빌고 있었다.
“아, 정말 신경 쓰이네.”
장현은 안젤라에게 한소리 하고는 패드의 전원을 켜 구동시켰다.
위이잉.
다행히 패드는 별다른 문제없이 정상 작동됐다.
그럼에도 퀘스트 완료 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역시 납품까지 해야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거봐, 아무 문제없잖아.”
“정말이네. 다행이야.”
“설령 문제가 생기면 또 어때. 새로 사면 되지.”
“이거 재고 구하기가 힘들단 말이야. 간신히 내꺼 하나 빼돌렸는데, 언제 받을지 몰라. 더군다나 여기가 헬릭스 성도 아니고 킹덤인데.”
“하긴. 안젤라, 그런데 이걸 이제 납품해야 하는데 납품처 좀 알아봐줘.”
“물건만 좋으면 괜찮을 거야. 이게 기존 자석보다 성능이 뛰어나?”
안젤라의 말에 장현은 감별 기능을 사용해 원래 패드 내부에 들어 있던 자석과 자신이 방금 만든 차폐자석의 성능을 비교했다.
“감별.”
[네오디움 차폐자석]
-기존 자석이 자력을 차단하기만 한 것에 비해 플레이어 장현이 개발한 네오디움 차폐자석은 자력이 필요한 부위에 집중적으로 자력을 증폭하고, 자력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하며 차단도 할 수 있습니다.
-사용처 : 패드 케이스, 전기 지네차 조향장치의 모터 센서에서 회전수를 감지하는데 사용.
장현은 감별에 나온 정보를 안젤라에게 읽어주었다.
“대단한걸. 그 정도면 충분히 납품될 거야.”
안젤라는 장현에게 고개를 끄덕여 칭찬하고는 곧장 패드로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아버지. 저예요. 장현이 새로운 패드용 차폐자석을 개발했어요. 이전보다 성능이 월등히 좋아요. 한번 검토해주세요.”
“안젤라. 백신 용기와 주사기 생산 시설을 만들어달라고 한 게 얼마 전이라고 생각하느냐. 더 이상 새로운 시설을 지을 여유가 없어.”
“걱정 마세요. 헬릭스 성이 아닌 킹덤 네오디움 왕국에 생산 설비를 구축할 테니까요. 그저 새로운 차폐자석을 개발했고, 이 제품이 이전의 자석보다 월등히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좋다. 너의 말대로 새로 개발한 차폐자석이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다면, 패드 케이스에 납품될 수 있도록 해주마.”
“고마워요. 아버지.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드릴 게 있어요.”
“또 뭐지?”
“마도에도 연락해서 납품이 될 수 있게 해주세요.”
“마도라면 현재차의 거래처 말이냐?”
“네. 이 차폐자석이 전기 지네차에도 효과가 있어요.”
“그건 나보다 네가 직접 네시스 이사에게 부탁하는 게 더 좋을 거다.”
“네시스 이사…… 말인가요.”
안젤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네시스 이사.
그는 안젤라에게 오랫동안 구애했으나, 결국 안젤라는 장현과 연인이 되었다.
이런 상태에서 그에게 연락을 한다는 것이 꺼려진 것이다.
“그래. 네시스 이사가 허락한다면 통과될 거다.”
“알겠어요.”
안젤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이건 공적인 일이야. 나는 지금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받아달라고 하는 게 아니잖아. 이건 현재차를 위해서도 좋은 거야.’
안젤라는 마음을 다잡고 현재차에 연락했다.
그때 장현이 나섰다.
“잠깐, 안젤라. 지금 현재차에 연락하려는 거야?”
“…….”
안젤라는 장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휴우, 내가 직접 연락할게.”
장현은 그녀에게서 패드를 빼앗듯이 받아들었다.
뚜루루.
장현이 패드를 집어 들었을 때, 이미 상대방과 연결이 되었다.
“안녕하시오. 현재차의 전무이사 네시스입니다.”
“안녕하세요, 네시스. 앞전에 인사드렸던 장현입니다.”
“오, 장현. 안 그래도 헬릭스 성에 레미콘차를 보냈는데 그대가 없더군. 킹덤으로 갔다고 들었는데, 지금 킹덤에서 연락한 거요?”
“그렇습니다. 킹덤의 네오디움 왕국에서 연락드렸습니다.”
“네오디움 왕국이라. 그렇군. 그런데 무슨 일로 연락한 거요?”
“제가 차폐자석을 새로 개발했습니다. 기존의 자석보다 월등히 뛰어난 제품이라 자신합니다. 현재차에 납품하고자 합니다.”
“차폐자석이라면 내가 아니라 거래처인 마도에 얘기해야 해. 아무리 나라도 그걸 바로 받아들일 수는 없어. 대신 소개장은 써주지.”
“감사합니다.”
“우리 지네차에 들어가는 부품인 조향장치를 생산하는 마도라는 협력사가 있는데, 이 조향장치에는 모터위치센서가 또 들어가. 이 모터위치센서에 차폐자석이 들어간다고 알거든. 내가 소개장을 써줄 테니 마도에 얘기해봐.”
“감사합니다.”
장현은 한숨이 나왔지만 일단 인사부터 했다.
결국 또 현재차가 아닌 마도라는 협력사를 상대해야 한다.
그래도 네시스가 소개장을 써준다니 다행이다.
만약 안젤라가 연락했다면 마도를 거치지 않았어도 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장현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차폐자석의 성능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면 네시스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네시스와 연락하는 것은 꺼려졌지만, 자신이 만든 차폐자석은 그 어떤 제품보다 뛰어나다고 확신했다.
레미콘과 시멘트를 제공해준 현재차를 배제하고 경쟁사에 먼저 차폐자석을 납품한다면.
앞으로 현재차와 무척이나 불편한 관계가 될 것이었다.
차라리 현재차나 마도에서 거절해준다면 경쟁사에 납품할 수 있는 명분이 되었다.
그렇기에 그는 불편함을 무릅쓰고 연락한 것이다.
네시스가 장현에게 말했다.
“지금 마도로 바로 연결을 시켜주지. 내가 돌렸으니 괄시하지는 않을 거야. 아참, 안젤라 양은 어디 있나? 지금 연락한 패드 번호는 분명 안젤라 양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