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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48화 (148/211)
  • 148화. 왕좌의 게임 (6)

    장현의 말에 아르헨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존에 하던 일을 한다면 서로 싸울 일도 없겠군.”

    “맞아. 그리고 우린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을 거야. 앞으로 킹덤으로 가져올 물류가 많을 텐데, 그 하역과 배송을 너희에게 의뢰하게 될 테니 말이야.”

    “좋군. 그럼 제일 중요한 걸 얘기해야 될 거 같은데. 각 영지의 수입원은 누가 어떻게 관리할 거지?”

    이 부분은 무척이나 민감한 사안이었다.

    장현의 경우, 영지의 사업 대부분이 안젤라를 비롯한 몽슈 백작과도 엮여 있어서 함부로 양보할 수 없었다.

    “겹치지 않는 기존의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포인트는 각자 그동안 관리하던 대로 하기로 하지. 킹덤이 통일되고 아르헨이 왕좌에 오르게 되면 그때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로 하고, 그때까지는 현상 유지를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장현의 말에 김덕배 등은 안도했고, 아르헨은 가만히 듣고 있더니 피식 웃었다.

    “좋아. 그러도록 하지. 그럼 내가 왕좌에 오르기까지는 일종의 연합관계라고 할 수 있겠군.”

    “그런 셈이지.”

    “부디 이 연합관계가 깨어지지 않길 바란다.”

    아르헨이 웃음을 지우고 말했다.

    “물론.”

    장현은 마주보며 대답했다.

    그렇게 아르헨과 장현의 영지민들은 같은 지역에 거주하게 되었다.

    서로 하는 일은 달랐기에 부딪히는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인간은 별 것 아닌 일에도 자존심 때문에 종종 싸우기도 했고, 양쪽 다 영지전에서 승리한 자들이 모였기에 생각보다 영지민들의 싸움이 잦았다.

    부우웅.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선박들이 항구에 도착했다.

    항구에는 이미 장현과 아르헨을 비롯한 양측 세력의 주요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드디어 장현이 드림오션을 통해 운송을 요청한 물품들이 도착한 것이다.

    쿠웅. 쿠웅.

    아르헨의 영지민들이 선박에서 컨테이너들을 하나씩 육지로 내렸다.

    장현 일행들은 컨테이너들을 열어보며 물품들을 확인했다.

    화아악.

    문을 열자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백신 보관함과 주사기에 빙계 마법처리가 되어 있었다.

    “드디어 왔구나.”

    장현은 그것들을 하나씩 들어 살펴봤다.

    혹시나 자신이 만든 것과 차이가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다행히 이상은 없었다.

    이제부터 백신을 대량 접종할 수 있었다.

    다만, 한동안은 백신을 만드는데 모든 시간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

    장현은 컨테이너 가득 담긴 백신 보관함과 주사기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걸 대체 언제 다 채우나.”

    ***

    장현은 그동안 킹덤에 백신 제작용 클린룸을 설치했었다.

    그곳에서 근 한 달간 쉴 새 없이 백신을 생산했다.

    장현이 백신을 제작해 백신 보관함에 넣으면 영지민들이 곧장 접종실로 옮겨 영지민들에게 접종했다.

    영지민들에 대한 접종과 관련된 일은 이성훈이 전담했다.

    “백신 접종하실 분들은 출신별로 그룹을 지어 모여주세요.”

    그는 공무원 출신답게 백신 접종을 조직적으로 해나갔다.

    포프나 리자드맨 상인 같은 이종족의 경우, 장현이 특별히 그들을 위한 백신을 제작해 접종해주었다.

    어차피 헬릭스 성의 영지민들 중에도 이종족들이 있었기에 해야 할 일이었다.

    다만 백신 접종 과정에서 사소한 다툼들이 벌어지곤 했다.

    “이봐! 거기 줄서야지. 새치기 하지 말고.”

    “무슨 소리야, 내가 먼저 와있었는데. 잠시 화장실 갔다 온 거라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하지 마!”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플레이어들은 서로 백신을 먼저 맞으려고 다투었다.

    장현과 아르헨이 연합체를 이루면서 플레이어들 간 기 싸움의 성격이 더해진 것도 한 원인이었다.

    물론 그런 자들을 관리할 사람 또한 있었다.

    “시끄러워! 너 화장실 다녀왔다는 놈. 네 앞뒤에 있던 자들이 누구냐? 엉, 기억이 안나? 이 씨발 새끼가 어디서 새치기하고 소릴 질러. 너 내가 우습게 보이지? 이리와.”

    “뭐, 감히 누구더러… 아, 갓 오브 곡괭이.”

    김태석이 곡괭이를 휘두르며 소리치자 새치기하려던 자는 기가 죽었다.

    이미 그에게 덤벼들었다가 부상을 입은 자들을 여럿 봤기 때문이다.

    저 곡괭이가 움직이는 속도는 번개 같았다.

    비록 봐준다고 머리를 노리진 않았지만 곡괭이 자체가 둔기에 가까웠다.

    슬쩍 스치듯 휘두르기만 해도 보통의 플레이어들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이나연은 그런 김태석을 흐뭇하게 보며 지나갔다.

    “역시, 저런 일은 최형석이나 김태석이 제격이라니깐.”

    킹덤의 입구까지 살아온 플레이어들은 기본적으로 수많은 전투를 거치고 살아남은 백전의 용사들이다.

    그런 자들을 제압해서 말을 듣게 하려면 무력이 일단 강해야했다.

    최형석을 저런 일에 투입할 수는 없지만 김태석 정도면 적격이었다.

    한편 그때 최형석은 접종실에 있었다.

    영지민들 간의 다툼은 접종실에서도 일어나고 있었고, 접종실에서의 싸움은 위험했기에 최형석이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백신을 맞은 영지민들이 침상에 누워 저마다 몸에서 생기는 변화들을 호소하고 있었다.

    “후, 백신을 맞았더니 몸에서 열이 오르는데.”

    “나도 목이 타는 듯 하고 머리가 아파.”

    그런 그들의 이상 유무를 살피는 의료진 영지민이 상태를 살피더니 안심시켰다.

    “너무 걱정 마. 나도 맞아봤는데 충분히 쉬니까 금방 괜찮아지더라.”

    “혹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사람은 없었나요?”

    “아직 부작용이 크게 나타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의료진의 대답에 접종을 맞은 영지민이 안도했다.

    “다행이군. 장현 씨의 능력이 정말 대단해. 부작용도 없는 백신을 개발하다니.”

    “확실히 대단하군. 저런 사람이 아르헨 님을 지지하다니, 아르헨 님은 역시 인복이 있다니깐.”

    그들은 아르헨 휘하의 영지민들이었다.

    그동안 그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들을 보며 무척 두려워했다.

    마족이고, 몬스터고, 인간이고 가리지 않는 바이러스였다.

    확진이 되면 치료할 시간도 없이 죽어버린다.

    어차피 치료약조차 없었다.

    그런 바이러스의 백신을 개발했다는 것만으로도 칭송받아 마땅했다.

    자연히 영지민들 사이에 장현의 인망이 올라갔고, 그런 장현과 협력 관계를 맺은 아르헨에 대한 충성심 또한 올랐다.

    대부분의 영지민들은 백신을 만든 장현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했다.

    “그 장현이라는 자는 혹시 마법사가 아닐까?”

    “마법사? 아니야. 장현과 그 일행들은 마법이 없는 지구라는 세계에서 왔다던데.”

    “이 백신이라는 게 꼭 마법의 시약이나 다름없는 거 같은데. 그럼 신성력인가?”

    아르헨 휘하의 사람들에게 장현의 백신은 마법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김덕배 영지의 사람들이 비웃었다.

    “푸하하, 그쪽 세상에는 약도 마법사가 만드나봐. 이 사람들 백신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 아니야?”

    “그러게, 완전 촌놈들이구만.”

    그 말을 들은 아르헨쪽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너 이 새끼들 뭐라고 했냐?”

    “저 놈들이 죽고 싶어서 또 까부네. 한 번 자근자근 밟아줘야 정신을 차리지.”

    양측이 다시 소란스러워 질 무렵 언데드 크로커다일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크레온이었다.

    크르륵.

    “헉! 저건 뭐야? 언데드 몬스터야!”

    “뭐? 몬스터가 어떻게 여기까지!

    언데드 크레온을 처음 본 아르헨의 영지민들이 추적자팀의 몬스터가 나타난 줄 알고 놀라 일어났다.

    “저건 적이 아니야. 바보들아. 최형석 씨의 부하야.”

    크레온을 알아본 김덕배 영지의 사람들이 외쳤다.

    “언데드를 부린다고? 혹시 네크로맨서인가?”

    언데드 크레온이 최형석의 부하라는 말에 놀란 자들이 수군거리자 자연스레 양쪽의 싸움은 그쳤다.

    그때 최형석이 들어섰다.

    “힘이 남아도는 녀석들은 여기 이 크레온이 상대해주지. 아니면 닥치고 몸이나 회복해라, 이것들아. 곧 적들과 실컷 싸우게 될 텐데 쓸데없이 여기서 힘 빼지 말고.”

    최형석이 사령술사 특유의 어두운 기운을 뿜어내면서 말하자 주위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그의 뒤를 따라 장현과 아르헨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몸은 괜찮은가? 힘이 남아돌면 확진된 몬스터나 마족 사냥에 동참해도 좋다만. 던전 레이드를 뛰어도 좋고 말이야.”

    아르헨의 말에 조금 전까지 싸울 태세였던 자들이 모두 침대에 드러누워 끙끙 앓는 시늉을 했다.

    “아이고, 영주님. 머리가 아프고 열이 올라 지금은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저도요. 접종하고 나면 한동안 쉬어야 한답니다.”

    여기저기서 힘 빠진 소리가 나오자 아르헨의 입가에 절로 웃음이 맺혔다.

    “훗, 입이 산 걸 보니 다행히 다들 괜찮은 거 같군. 이번에도 후유증이 생긴 자들은 없는 거 같아.”

    장현은 아르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이제 신의 무기를 만들어볼까.”

    “드디어 때가 되었군.”

    아르헨이 흥분에 겨워 말했다.

    장현은 신의 무기를 제작하면 아르헨에게 줄 거라고 했었다.

    그렇기에 그는 기대감으로 얼굴이 상기되었다.

    그동안 이 순간을 계속해서 기다렸던 것이다.

    장현이 신의 금속으로 된 무기를 만들 시도를 할 수 있게 된 건 쑤엉이 드디어 긴 수면에서 깨어났기 때문이었다.

    마침 장현이 백신 작업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쑤엉은 상급 정령에 올라 이미 경지를 안정화시킨 상태였다.

    장현은 포프와 이정환을 자신의 대장간으로 불렀다.

    그들이 도착할 때까지 장현은 작업 준비를 했다.

    화로 앞에서 그는 쑤엉을 불렀다.

    “쑤엉, 이제 상급 정령이 된 너의 능력을 보여줘!”

    “장현. 경지를 안정화시키면서 예상외의 소득이 있었어. 그동안 오래 잠들었던 건 상급 정령을 넘어서는 힘을 가지기 위함이었지.”

    “상급 정령의 힘을 넘어선다니, 그럼 정령왕?”

    “아니, 정령왕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머지않았어. 지금의 내 상태는 최상급 정령이라고 할 수 있어.”

    쑤엉의 말에 장현은 크게 기뻐했다.

    상급 정령의 화염은 테세리움을 단조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정령왕이 되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최상급 화염 정령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상의 제작 조건이었다.

    “쑤엉, 바로 일 시켜서 미안한데 너의 힘이 필요해. 내가 약속한대로 너에게 세 배로 보상해줄게. 원하는 건 뭐든지 말해.”

    “에휴. 내 팔자야. 알았으니 작업부터 끝나고 얘기하자. 이번엔 뭘 만들 거야?”

    쑤엉은 한숨을 내쉬더니 물었다.

    그 역시 최상급 정령에 도달한 만큼 자신의 힘을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신의 금속을 제련해서 검을 만들 거야. 마왕을 죽일 수 있는 그런 검 말이야.”

    “그런 거창한 검이라면 내 힘을 전력으로 쏟아볼만하겠어. 그런데 너의 대장장이 실력으로는 아직 신의 금속을 다루기엔 무리일 거 같은데.”

    “나 혼자만 하는 게 아니야. 새로운 동료들을 얻었어. 그들은 둘 다 최상급 대장장이야. 그 중 한명은 대장장이 조각까지 지녔어.”

    “호오, 내가 잠든 사이에 많은 일을 벌인 모양이구나.”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장현은 쑤엉이 없던 사이 일어난 일들을 간략히 설명해주었다.

    쑤엉은 대공의 박람회에 참가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다.

    장현은 그에게 마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진 일부터 다시 경기가 재개되어 영지를 떠나 킹덤으로 오게 된 일, 오는 길에 테세리움을 연성해 최상급 연성술 레벨에 오른 것, 마지막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제조하게 된 일까지 설명했다.

    “와아. 내가 잠든 사이 그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다니. 좋아, 모처럼 힘을 좀 써보도록 할게.”

    그 사이 대장간에 도착해 그 모습을 지켜보던 포프, 이정환과 아르헨은 신기하게만 바라볼 뿐 둘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았다.

    장현이 곧 작업을 시작하며 쑤엉에게 지시했다.

    “쑤엉, 화로에 불을 지펴줘.”

    “알겠어.”

    쑤엉은 장현의 요청대로 화로에 불을 지폈다.

    화로속의 불길이 점점 커지며 온도 또한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빛이 붉은색에서 주황색을 거쳐 점점 하얗게 변해갔다.

    대략 5000도 정도쯤 될 무렵 쑤엉이 물었다.

    “장현, 이 정도면 돼?”

    “아니, 더 높아야 돼.”

    쑤엉이 다시 화력을 쓰기 시작했다. 장현은 쑤엉에게 힘을 북돋아 주고자 마나 포인트를 대량으로 전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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