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47화 (147/211)

147화. 왕좌의 게임 (5)

아르헨이 이정환에게 말했다.

“이정환 씨, 바쁘실 텐데 불러서 죄송합니다. 중요한 얘기가 나와서 이정환 씨의 의견을 꼭 들어야 했습니다.”

이정환은 궁금한 표정으로 아르헨을 쳐다보았다.

“말씀하시지요. 아르헨님.”

“얼마 전에 최상급 대장장이에 오르셨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이정환의 대답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의 대답에 아르헨이 장현을 쳐다보았다.

이제는 그가 알아서 물어보라는 뜻이었다.

장현이 이정환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정환 씨, 이건 정말로 중요한 얘기기에 반드시 사실대로 대답해주셨으면 합니다. 혹시 대장장이 조각의 보유자이신가요?”

“아, 아니, 그걸 어떻게!”

이정환은 순간적으로 놀라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본래 사실을 털어놓을 생각이 없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 나왔기에 놀라서 반사적으로 대답한 것이다.

“역시!”

“흐음.”

이정환의 반응으로 그가 대장장이 조각의 보유자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장현이 그에게 말했다.

“이정환 씨, 저는 연금술사 조각의 보유자입니다. 당신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유형의 히든 피스이죠.”

“당신이 연금술사 조각의 보유자라고요? 히든 피스라고 하는 것을 보니, 혹시 대장장이 조각에 대해서 무언가 아는 것이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궁금한 것을 모두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얘기가 길어질 거 같으니 여기 앉으시죠.”

이정환은 의혹어린 시선으로 아르헨과 장현을 번갈아보다가 의자에 앉았다.

“좋습니다. 먼저 제가 대장장이 조각을 가진 걸 어떻게 아셨지요?”

“이정환 씨, 저는 튜토리얼에서 우연찮게 히든 피스인 연금술사 조각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나 역시 당신과 같은 대장장이 조각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이 대장장이 조각을 소유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장장이 조각은 퀘스트와 권능으로 하여금 누구보다도 빨리 대장장이 능력을 습득하게 도와주지요. 최상급 레벨이 되면 대장장이 조각의 소유자는 헤파이토스 퀘스트를 얻게 될 것입니다. 혹시 헤파이토스 퀘스트를 받으셨나요?”

“아앗! 맞아요. 신의 금속인 테세리움 금속을 찾아서 제조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헤파이토스의 능력을 모두 가질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테세리움 금속.”

장현은 아르헨에게 보여줬던 테세리움 금속을 이정환의 앞에 놓았다.

과연 그는 1회차의 장현과 같이 헤파이토스 퀘스트를 받았다.

장현이 1회차 때 히든 퀘스트로 테세리움을 얻게 되었을 때가 최상급 레벨에 오른 이후였다.

지금 그는 연금술사 조각의 보유자로 최상급 연성술에 도달했지만, 파라셀수스 퀘스트를 받지는 못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문은 있었지만 어차피 답을 아는 자는 없었기에 생각을 접었다.

이정환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테세리움을 집어 들더니 오랫동안 그것을 살펴보았다.

아마도 감별을 하고 있는 중일 터.

장현은 그를 방해하지 않았다.

잠시 후 이정환은 손을 벌벌 떨면서 장현에게 테세리움을 건넸다.

“제가 대장장이 조각을 지녔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고, 이것을 보여주었다면. 제게도 바라는 것이 있겠군요. 퀘스트에서 알려준 테세리움의 행방에 대한 단서가 워낙에 모호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찾게 될 줄이야. 부디 제게 이 금속을 넘겨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제가 아이템을 만들어서 장현님께 넘겨드리겠습니다. 저는 그저 이 금속으로 아이템을 제작하기만 하면 됩니다. 제게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이정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장현이 과거 대장장이 조각의 소유자였다고 한 말 조차 까먹을 정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궁금한 것들이 많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테세리움 금속만 얻을 수 있다면, 불가능한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다 들어줄 생각이었다.

장현이 그런 이정환을 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는 진실입니다.”

그는 이정환에게 회귀한 과거와 테세리움에 얽힌 비밀까지 모두 털어놓았다.

그가 믿든 말든 거짓을 얘기할 수는 없었다.

그의 전격적인 협조가 없다면 신의 무기를 만들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군요. 그렇지만 사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습니다. 제가 이 테세리움 금속으로 검을 만들 수 있게만 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다만 그 작업에는 저와 드워프족의 족장이 함께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작업 시기는 저와 계약한 화염의 정령이 상급 정령이 되고난 이후로 해야 합니다. 지금 진화중이니 머지않았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두 분이 제작을 돕는 걸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정환은 잠시 망설였으나 이윽고 장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회귀니 마왕이니 하는 말을 믿지는 않았으나 그에게 말했다시피 상관없었다.

헤파이토스의 권능을 오롯이 얻기 위해, 퀘스트를 클리어하기만 하면 되었다.

“고맙습니다. 드디어 목표까지 7부 능선은 다가간 것 같군요. 아르헨, 약속한대로 그대가 킹덤의 왕좌가 되는 걸 돕겠다. 그 증거로 이정환 씨와 함께 만들게 될 신의 무기는 그대에게 선물하기로 하지.”

“정말로 신의 무기를 내게 준다고?”

아르헨은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지금 장현을 만나고, 테세리움을 확인하고, 이정환이 대장장이 조각을 지녔다는 말을 듣기까지.

그는 여러 가지 생각에 휩싸였다.

정말로 장현이 회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신의 금속으로 제작한 무기를 자신에게 준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아르헨을 믿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내가 이런 건 또 약한데. 할 수 없군.’

아르헨은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믿어주고 신뢰하는 자에게 뒤통수치는 자는 결코 아니었다.

장현이 그런 그의 성향까지 알고 이렇게 행동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어느새 장현에게 마음을 열고 있었다.

장현은 아르헨에게 계획을 설명했다.

“킹덤에서 세력을 끌어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백신을 이용할 거야.”

“백신?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말하는 거 맞나?”

“그래. 내가 연금술사 조각의 권능으로 백신을 만들었어. 지금 헬릭스 성에서 백신 보관 용기와 주사기를 양산하고 있어. 곧 선박을 이용해서 킹덤으로 수송될 거야.”

“그 백신을 이용해서 플레이어들의 세력을 흡수한다는 말이지.”

“그래, 곧 킹덤에서는 왕좌를 노리고 세력들 간의 패권 다툼이 일어날 거야. 원래라면 크게 무림, 마법 세계, 헌터 세계, 지구. 이렇지만 무림 세계에서 온 메지옥 성 출신의 영주인 마현님과는 이미 얘기가 되었어. 그 분도 너를 도울 거야.”

“호오. 마현이라. 그는 네 말을 믿던가?”

“아르헨 그대처럼 처음에는 불신했지. 그러나 그분과 나는 과거 사제지간이었어. 둘만 알 수 있는 비밀이 더욱 많을 수밖에 없었지.”

“하긴, 그렇겠어. 그럼 이제 대마법사 테오와 성녀 제이미만 남았군.”

“맞아. 그런데 그들은 일단 접근하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아. 거리도 여기서 멀고.”

“뭐. 만나게 될 자들은 결국 만나게 될 거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여차하면 왕좌 다툼을 위한 전투를 치를 때 만날 수 있겠지.”

아르헨의 말에 장현은 바로 우려를 드러냈다.

“말했다시피 인류의 힘은 낭비되어서는 안 돼. 더군다나 마법사와 사제, 성기사들은 특수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야.”

“알겠어. 일단은 장현 네가 그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지. 그래도 안 되면 다른 방법이 없지.”

“음.”

장현은 아르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설득해볼 생각이었다.

그때 아르헨이 물었다.

“이제 먼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가까운 얘기부터 해볼까? 내가 왕좌를 차지하는 걸 돕는다는 부분부터 말이야.”

“좋아. 그럼 세부적인 부분은 양쪽의 관리자들을 모아서 얘기하도록 하는 게 어때?”

“그러도록 하지.”

아르헨과 장현은 힘을 합치기로 합의를 보았다고 각자 관리자들에게 얘기했다.

일행들은 일순 당황했지만 곧 수긍했다.

어쨌거나 굳이 싸울 필요 없이 평화적으로 협상이 된다면 좋은 일이었으니까.

평화적인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사항들이 중요했다.

그걸 논의하기 위한 회담이 즉시 개최되었다.

장현 측에서는 영주인 김덕배와 관리자인 이성훈, 이나연 그리고 장현이 회담에 나섰다.

안젤라는 장현이 아닌 아르헨이 왕좌를 차지하기로 했다고 하자, 씩씩거리며 분노해 자리를 떠나는 바람에 회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르헨 측에서는 영주인 그 자신 외에 관리자 중 행정 사무를 담당하는 헥터와 이정환, 김혜정이 참석했다.

이정환과 김혜정의 등장에 잠시 소동이 있었지만 장현과 아르헨이 나서서 좋게 마무리 되었다.

김덕배가 말문을 열었다.

“일단 논의하기에 앞서 킹덤에서 각자 포인트를 어떤 식으로 벌어들일 건지에 대해서 의논하기로 하지요.”

“우리는 몬스터 사냥과 숙박시설 운영, 주점 운영 그리고 물류 하역하면서 벌고 있어.”

아르헨이 김덕배의 말에 대답했다.

“음, 물류 하역이라면 무역업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아니, 말 그대로 리자드맨 상인들이 선박에 싣고 오는 컨테이너들을 육지에 내리고 옮기는 일을 하면서 포인트를 벌고 있어.”

“허, 포인트를 버는 일이 그게 다란 말입니까?”

김덕배가 황당해하며 물었다.

장현을 제외한 이나연, 이성훈의 반응도 김덕배와 마찬가지였다.

“영지에서는 던전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일 외에는 다른 일이 없었다. 여기 킹덤에서도 추적자들을 사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나 포인트를 벌 수 있는데. 또 무슨 일을 하라는 거지?”

오히려 의아해한 건 아르헨이었다.

제넥스 성은 헬릭스 성과 달리 영지 곳곳에 던전이 있었다.

영지민들이 헌터 세계에서 온 헌터들이었기에, 그들에게 익숙한 환경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아르헨은 헬릭스 성 역시 제넥스 성과 마찬가지로 던전들이 곳곳에 생성되고 플레이어들은 던전을 레이드하고 있는 줄 알았던 것이다.

두 영지의 차이를 몰랐기에 벌어진 일이다.

“영지에 던전이 있다고요?”

“뭐? 영지에 던전이 없어?”

김덕배와 아르헨은 서로 질문하더니 곧 장현을 쳐다보았다.

회귀자인 장현 외에는 이 상황을 설명해 줄 사람이 없었다.

결국 장현이 한숨을 내쉬며 처음부터 얘기했다.

“영지민들의 출신지에 따라 영지 환경이 달라. 헌터가 영지민인 제넥스 성의 영지에는 던전이 생성되었지. 반면 지구에서 온 우리의 영지에는 농사부터 시작해서 각종 산업을 키우는 쪽이 발전한 거야.”

“그럼 여기 킹덤은 어떤 환경인 거야?”

장현의 설명을 들은 김덕배가 물었다.

“킹덤은 영지를 키웠던 경험을 좀 더 확장시킨 것에 가까워.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영지의 플레이어들을 흡수해야 하지. 그러면 그들의 마나 포인트 수입원이었던 일거리도 흡수해야 하는 거야. 우리는 영지에서 감자두더지를 기르고 감자 농사를 하면서 마나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어. 그 다음에는 헬릭스 성주의 사업을 돕기 시작했고. 그렇게 여러 가지 사업을 하게 됐지. 반면 아르헨의 영지에는 각각의 던전들이 있었어. 처음에는 1등급의 던전부터 시작해서 레벨이 오를수록 상위 등급의 던전이 나타나다가 결국 5등급의 던전까지 생성되었지. 헌터들인 그들의 수입원은 당연히 던전 레이드에서 얻은 몬스터 사체와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 들일거야. 그걸로 상점에서 마나 포인트로 교환해서 식량이나 필수품을 샀을 거고. 내 말이 맞나?”

장현은 아르헨에게 물었다.

“맞아.”

아르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른 영지도 자신들과 같을 거라 생각했다가 조금 전 영지 문화의 차이를 알게 된 후 머리가 복잡해졌다.

단기간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너무나도 많았던 것이다.

장현이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킹덤에서도 각자 자신들에게 익숙한 일을 하면 돼. 우리 헬릭스 성 출신은 기존에 하던 사업을 하고, 아르헨 쪽은 던전 레이드와 몬스터 사냥, 그리고 물류 쪽 일을 계속하는 거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