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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46화 (146/211)
  • 146화. 왕좌의 게임 (4)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 내가 바라는 것은 인류를 경기의 플레이어라는 신분에서 해방시키는 것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마왕을 쓰러트려야 해. 그가 진짜 원흉이니까. 킹덤의 왕좌? 내게 그딴 건 목적이 아니야. 그저 인류간의 내전을 방지하고, 단합된 힘으로 마왕에 대항할 수단이지. 그러니 그건 아르헨 그대가 해라. 내가 도와주도록 하지.”

    “음…….”

    아르헨은 장현의 말에 침음을 흘렸다.

    킹덤의 왕좌를 차지하게 도와주겠다고?

    그 누구보다 왕좌에 가까운 플레이어가 장현이다.

    그런데도 그걸 자신에게 양보하면서까지 인류의 내전을 방지하겠다고 하니.

    차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왜지? 네 말대로 인류의 내전을 방지하고 힘을 통합시키겠다면 네가 왕좌를 차지하는 게 더 유리하지 않나? 이미 너를 따르는 플레이어들만 해도 수만 명이나 되는데 말이야.”

    “그러려면 아르헨 그대와 싸우는 걸 피할 수 없겠지. 설령 내가 이긴다 해도 당신은 결코 굴복할 사람이 아니지 않나.”

    장현의 말에 아르헨은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정말로 그렇다. 설령 장현과 전투를 벌이고 패하더라도 아르헨은 결코 굴복할 사람이 아니다.

    그는 지금껏 수없이 많은 전쟁에서 패배했지만 끝끝내 살아나 승리자가 되었다.

    그렇기에 고작 한 번의 패배로 포기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누군가의 밑에 들어가 그가 시키는 대로 따른다는 것은 아르헨의 성정상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리더가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혼자가 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나를 정말로 알고 있지 않고서야 저렇게 확신에 차서 말할 수가 없을 텐데.’

    더군다나 인류의 힘을 합치기 위해 저 세력을 가졌음에도 킹덤의 왕좌를 자신에게 양보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설령 그의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더라도 들어볼만하지 않겠는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나의 비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점도 그렇고. 미래에서 회귀했다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지만, 난 이미 이 마계라는 기존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으로 왔다. 그렇다면 만의 하나라도 이 자의 말이 진실일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해봐야 한다.’

    아르헨은 장현에게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궁금한 것이 있다. 나의 질문에 대답해주고 그 대답에 수긍이 간다면 너의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하겠다.”

    “좋아.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봐. 아는 선에서 대답해주지.”

    장현은 어느새 그를 좀 더 편하게 대했다.

    원래의 동료였던 아르헨에게 격식을 차린 말투를 한다는 게 어색했던 것이다.

    아르헨은 그의 말투가 변한 것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너는 마왕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했다. 그게 뭐지?”

    “그건 신의 금속인 테세리움으로 만든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너를 비롯해 마현, 테오, 제이미 그리고 나까지. 우리는 마왕에게 수없이 많은 공격을 했지만 그는 부상 자체를 입지 않았다. 아니, 입은 것처럼 보였지만 순식간에 회복했지. 반면 우리는 갈수록 지쳐갔으며 부상을 입었다. 결국 끝은 뻔했다. 그런 끝에 테오와 제이미가 마왕을 죽이기 위해서는 신의 금속이 된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게 있다면 마왕이 부상으로부터 회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그때 몰아쳐서 죽이는 거지.”

    “잠깐, 그 신의 금속으로 만든 무기가 없었다면서 어떻게 그게 효과가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거지?”

    “장담 같은 건 없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고, 아직 안 해본 방법이 그뿐인 거야.”

    장현의 말에 아르헨이 화를 냈다.

    “그럼 확실하지도 않은 방법에 희망을 걸고 마왕과 싸우라는 말인가. 단순히 네 말만 듣고 말이야.”

    “지금 뭔가를 착각하는 거 같은데, 마왕과 싸우는 건 우리의 선택이 아니야. 그건 앞으로 반드시 벌어질 일이지. 나라고 그냥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굳이 너를 설득하겠어? 그냥 내가 왕좌를 차지하고 룰루랄라 지내면 되지.”

    장현의 말에 아르헨은 화를 내려다 말았다.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 것이다.

    마왕과 싸우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마왕은 곧 킹덤의 플레이어들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느라 힘이 다할 때쯤 코로나 바이러스로 약화된 마족들을 투입하기 시작할 거야. 새로운 퀘스트가 떨어지는 거지. 그들은 백신과 치료약을 따로 만들지 못해. 그래서 확진자들을 그저 경기에 투입해서 플레이어들의 손을 빌려 처리하는 게 목적이야. 여기 킹덤은 그래, 바이러스 확진자들의 무덤이자 소각로 역할을 하게 돼.”

    “마족 확진자들의 무덤이자 소각로라고.”

    아르헨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장현의 말이 현실처럼 다가온 것이다. 그들은 이미 추적자팀의 확진된 몬스터들과 싸웠다.

    바이러스가 마계에 퍼져나가고 그것을 극복할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다면 격리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더군다나 경기의 플레이어들의 손을 빌린다면 마계 마족들의 분노가 향할 곳은 마왕보다 일차적으로 플레이어들이 될 것이다.

    “결국, 확진자 마족들을 우리 플레이어가 처리하고 나면. 그때 마왕이 우리를 공격한다 이 말인가?”

    “반은 맞아. 확진자 마족들을 인간 플레이어들이 죽였기에, 마계 주민들의 분노를 해소할 수단으로 우리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것을 택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어. 조금 전 말했다시피 그들은 확진자들은 몬스터나 마족을 가리지 않고 킹덤으로 투입하게 돼. 우리는 퀘스트라는 이유로 싸워야 되고 말이지. 그렇게 되면 마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유일한 곳이 이곳 킹덤이 돼. 결국 우리는 바이러스로 죽는 자들을 제외하고서 남는 자들은 바이러스에 면역이 된 자들밖에 없게 돼. 더군다난 그들은 수많은 마족과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일당백의 강자들. 마왕과 마족들에게 위협이 될 것 같지 않나?”

    “그래서 플레이어들을 공격한다는 거군. 씨발놈들.”

    아르헨은 장현의 말을 듣고 분노를 토해냈다.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 것이다.

    왜 장현이 킹덤의 왕좌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지, 그리고 왜 인류의 힘을 모아야 하는지 이해한 것이다.

    “알겠다. 그런데 넌 어떻게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거냐? 혹시 또 실패한다면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있는 거냐?”

    아르헨의 질문은 장현 역시도 오랫동안 고민해온 것이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 생각했을 무렵 대마법사 테오가 얘기를 꺼냈어. 드래곤 로드에게 받은 목걸이에 시간회귀 마법이 들어있다고 하더군. 다만 단 한명만 과거로 보낼 수 있다고 했어. 사실 그도 실제로 가능한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어. 우린 그때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 본 것이었어. 그리고 난 돌아올 수 있었지. 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나도 모르겠어. 과연 테오 그 분이 시간회귀 마법을 내게 양보할지도 의문이고 말이야. 설령 그 목걸이를 뺏는다고 해도 그 분이 시간회귀 마법을 발동시켜주지 않는다면 사용하기란 불가능할 거야.”

    “어쨌든 돌아갈 수단이 있긴 있다는 거군.”

    아르헨의 눈이 빛났다. 만약 앞으로의 미래가 장현의 말대로 흘러갈 경우 보험이 필요했다.

    과거로 돌아가서 반전을 노려볼만한 보험이 말이다.

    장현은 아르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이번에 모든 것을 걸었다. 다시 실패하면 한 번 더 돌아가서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무슨 권리로 그걸 요구한단 말인가.

    시간회귀 마법이 든 목걸이는 테오의 것이다.

    설령 자신에게 한 번 더 해보라고 한다면 이번에는 장현이 사양할 생각이었다.

    ‘나는 이번에 모든 것을 건다. 결코 실패하지 않아.’

    보험을 생각하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아르헨이 어쩌면 현명할 수 있었다.

    다만 장현은 그럴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스스로가 약해질까 두려웠던 것이다.

    아르헨이 장현에게 물었다.

    “좋아.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넌 그 신의 금속으로 만든 무기를 이제 얻었나?”

    장현은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표정을 본 아르헨의 눈빛이 미미하게 일그러졌다.

    “설마, 그게 유일한 희망이라면서 아직 구하지도 못한 채 날 설득하겠다고 찾아온 건가?”

    아르헨의 성난 목소리에 장현은 인벤토리에서 테세리움을 꺼냈다.

    “이게 신의 금속이야. 다만 아직 무기로 만들지는 못했다. 문제가 생겼어.”

    “문제?”

    장현은 그에게 대장장이 조각과 연금술사 조각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과거와 달라진 현재의 능력에 대해서도 말이다.

    “지금 화염의 정령 쑤엉은 중급 정령에서 상급 정령으로 진화중이야. 머지않아 상급 정령에 도달하면 화염은 갖출 수 있지만, 대장장이 조각만큼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더군. 난 지금 고급 대장장이에는 이르렀지만 최상급 대장장이가 된다고 한들 신의 금속을 단조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장현의 말을 들은 아르헨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대장장이 조각을 그럼 너 대신 다른 자가 가지고 있는 건가?”

    “그것도 확실하지는 않아. 의심되는 자가 있긴 하지만.”

    장현은 거기까지 말하다 문득 떠올랐다.

    대장장이 조각을 보유하지 않았을까 의심했던 이정환, 그는 분명 아르헨 그리고 제시카 소성주와 함께 헬릭스 성에 들르지 않았던가.

    그 당시에는 그가 대장장이 조각을 보유했다는 확신도 없었던 데다가, 그를 강제로 잡아둘 수 있는 상황도 힘도 없었다.

    ‘어쩌면 그가 지금 아르헨과 함께 있을지도 모르겠군.’

    장현은 급히 아르헨에게 물었다.

    “혹시 이정환, 그가 지금 여기에 있나? 그에게 꼭 물어볼게 있어. 어쩌면 그가 대장장이 조각을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어. 이 조각을 지닌 자는 직업 퀘스트가 계속해서 주어지고, 그것을 수행하면 급속도로 실력이 올라가. 누구보다 빨리 최고의 대장장이가 될 수 있단 말이지. 내가 지금은 고급 대장장이지만, 그 조각을 지녔다면 최상급 대장장이에 분명 올랐을 거야. 나 역시 테세리움을 연성하면서 최상급 연성술에 올랐으니까. 그가 만약 최상급 대장장이가 되었다면, 대장장이 조각을 지녔을 가능성이 높아.”

    장현의 말에 아르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장현의 말을 듣는 도중 이정환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비록 그에게 대장장이 조각이라는 것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은 없지만, 누구라도 자신이 그런 히든 피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떠들고 다니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 이정환 그는 여기에 있어. 얼마 전 최상급 대장장이에 올랐다고 했다. 그는 나의 일행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야. 대부분의 아이템들을 그가 만들기 때문이지. 어쩌면 그가 네가 말한 대로 대장장이 조각을 가졌을지도 모르겠군.”

    아르헨은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더니 밖을 향해 소리쳤다.

    “밖에 누구 있나? 당장 이정환 씨를 모셔오도록 해라. 중요한 일이라고 말씀드려라.”

    “알겠습니다.”

    밖에서 부하가 대답하더니, 이어 황급히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최상급 대장장이에 올랐다고.”

    장현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가 대장장이 조각을 지녔다면, 이제 마지막 퍼즐이 맞추어진다.

    드디어 신의 금속으로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때 이정환이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아르헨 영주님. 저를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는 내부를 훑다가 장현을 보고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그가 자신을 내어달라거나 처벌해달라고 아르헨에게 요청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곧 그는 차분해졌다.

    현재 자신이 아르헨 영지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인지 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결코 아르헨이 자신을 내어주거나 처벌할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이정환의 걱정과 다르게 장현은 그에 대한 나쁜 감정 따위는 없었다.

    이미 영지전에서 적으로 싸웠던 크로커다일 종족조차 그의 영지민이 된 상황이다.

    지금까지 그때 일로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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