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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38화 (138/211)
  • 138화. 플레이어 런 킹덤 (5)

    영상은 두 가지 화면으로 분리되었다.

    하나는 단밸질 형태의 백신을 맞은 사람이 있었고, 다른 하나는 아데노바이러스를 맞은 사람이 있었다.

    단밸질과 아데노바이러스를 이겨낸 두 사람의 몸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투입되었다.

    이번에는 희석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닌 온전한 코로나 바이러스였다.

    두 영상 속 사람들의 몸속 면역체계는 코로나에 맞서 힘껏 싸웠다. 두 사람의 면역체계는 이번에도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워 이겼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운 후,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해졌다.

    시뮬레이션 영상으로 그 모습을 본 두 남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럴 수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해버렸어. 정말로 백신이 만들어졌어.”

    “장현! 네가 해냈어.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었다고!”

    “하하, 안젤라님. 아직 백신을 제작한 건 아니에요. 그저 연금술사 조각의 권능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거예요. 아직 백신이 완전히 제조된 건 아니에요.”

    “그럼 지금 바로 백신을 만들어보자.”

    “그럴 생각이에요. 다만 지금 조각의 권능을 썼더니 내공이 다 소모되었어요.”

    장현은 씨익 웃으며 안젤라를 돌아보았다.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기에 안젤라는 소리를 질렀다.

    “이런 엉큼한 자식.”

    “소성주님이야말로 무슨 생각하시는 거예요? 진짜 내공이 다 사라졌다니까요.”

    장현은 억울해하며 말했다. 빤히 그를 보던 안젤라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운기행공을 하자.”

    사실 그녀도 싫지 않았다. 사랑을 나눈 이후 이미 둘 사이는 연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운기 후 내공을 충분히 보충한 장현은 이제 백신을 제작하려 했다.

    다만, 그전에 고민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안젤라에게 상담했다.

    “백신 제작 방법이 두 가지가 있는데 뭐를 선택해야할지 모르겠어요.”

    1회차 때 장현은 백신의 효과가 어떤 게 더 나은지 알 수 없었다.

    백신이 만들어질 무렵 인간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최후의 전투에서 죽어가기 시작했으니.

    “그렇다면 어차피 샘플이 두 마리 있으니까 한 마리당 한 가지 방식으로 해보는 거야.”

    “저 놈들은 종족이 달라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요. 만약 백신이 부족할 때를 대비해 살려둔 거예요. 임상은 어차피 저를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어요.”

    “아니, 나부터 맞을게. 만약 내가 잘못되면 장현 네가 방법을 찾아주면 되잖아. 네가 잘못되면 방법이 없어.”

    입술을 꾹 깨문 장현은 그 말에 고민했으나, 이윽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제가 맞겠어요. 아직 안전성 검증도 되지 않은 걸 안젤라님께 맞게 할 순 없어요.”

    그 말에 안젤라는 장현의 마음이 느껴져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쪽.

    이어 가볍게 입술에 뽀뽀를 한 그녀는 장현의 눈을 보고 말했다.

    “네가 잘못되면 백신의 불완전성을 누구도 해결하지 못해. 이건 너만이 할 수 있는 거야. 난 널 믿어. 그러니 내게 먼저 백신을 놓도록 해.”

    “안젤라님. 절 믿는다면 지켜봐주세요.”

    “……알겠어.”

    장현은 안젤라의 격려를 들으며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 나만이 이것을 완성할 수 있어. 난 반드시 해낸다. 이 백신은 안전해.’

    그는 백신을 제조하기 전, 먼저 자리에 앉아 강렬한 염원을 보냈다.

    자신이 제작할 백신을 이미지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그가 중요한 일을 앞두고 항상 반복하는 행위다.

    명상으로 시각화 작업을 하며 장현은 끊임없이 자기에게 암시를 줬다.

    지금 만들 백신은 자신뿐 아니라 안젤라에게도 투입해야 한다.

    그녀는 이제 장현에게 있어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나 마찬가지.

    명상으로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장현은 첫 번째 단백질화된 백신 방식을 선택해 제조에 돌입했다.

    동시에 그는 포프에게 받은 금속들을 연성하기 시작했다.

    백신을 만들면 그것을 신체에 투입할 주사기도 있어야 했으니까.

    장현의 손에서 빛이 나면서 두 갈래로 흩어졌다.

    하나는 녹색 알갱이를 덮고, 다른 하나는 포프에게 받은 금속들을 연성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권능을 가진 이것들이야말로 신의 금속의 재료임이 분명해. 이것으로 테세리움을 만들 수 있다.’

    장현이 회귀하면서 가진 1차 목표가 뭐였던가. 그건 바로 테세리움으로 신의 무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1회차에서 테세리움을 얻었지만 직접 연성한 것은 아니었다.

    대장장이 조각의 히든 퀘스트 보상으로 테세리움을 얻은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테세리움을 얻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 연성술이 고급으로 올라섰어. 지금이라면 테세리움을 만들어 볼 수 있어.’

    물론 재료가 있어야 한다.

    최상급 연성술사였다면 장현이 만든 금속들을 모아 연성시키면서 계속 상위 레벨 금속으로 연성하여 테세리움을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그 정도의 시간은 없다.

    정 안되면 그 방법을 해 볼 수 있겠지만.

    특별한 권능을 지녔다는 신의 금속의 가능성을 가진 패드의 부품들을 연성해 테세리움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장현의 손에서 뻗어나간 빛이 계속해서 밝게 빛났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천천히 흰색 빛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녹색 알갱이들과 특별한 권능을 가진 부품들.

    양쪽 모두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장현은 그 모습들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지켜봤다.

    곧 그의 눈앞에 알림들이 연이어 떠올랐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제조하였습니다.]

    -접종 대상 : 인간

    -백신 종류 : mRNA

    -효능 :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세포에게 가르칩니다. 이로써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신의 금속 ‘테세리움’을 연성하였습니다.]

    -오래전 천계의 멸망과 함께 사라졌던 신의 금속 테세리움을 연성하였습니다.

    -그동안 신의 금속의 가능성을 품고 있었던 금속들은 세상 곳곳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이 가능성을 모아 ‘테세리움’을 연성하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기에 최상급 연성술사로 레벨이 올라갑니다.

    “돼, 됐어.”

    장현은 눈앞에 뜬 알림들을 보고서 순간적으로 넋을 놓았다.

    그토록 바랐던 테세리움이다.

    마왕을 쓰러트릴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테세리움 금속을 드디어 얻었다.

    이제 최상급 대장장이와 상급 화염의 정령만 있으면 신의 무기를 만들 수 있다.

    장현은 화로에 불을 지피고 테세리움을 그 안에 넣었다.

    중급 화염의 정령인 쑤엉의 몸체가 테세리움을 녹이기 위해 불을 내뿜었다.

    화로 속에 한참 동안 테세리움을 넣어둔 그는 이내 모루를 꺼내 테세리움을 그 위에 올렸다.

    한손으로는 집게를 잡아 테세리움을 고정시키고, 다른 손으로는 망치를 들어 내려쳤다.

    탕!

    “헉!”

    전력을 다해 내려친 망치가 테세리움과 부딪히는 순간.

    마치 그것을 거부하듯 망치가 튕겨져 나왔다.

    그는 테세리움을 내려다보았다.

    “여, 역시 아직은 어림도 없다는 거군.”

    혹시나 해서 두들겨봤지만 역시나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1회차 때도 이랬다.

    결국 테세리움을 무기로 만들 수 없었다.

    장현은 실망하지 않았다. 어차피 예상한 일.

    테세리움을 단조할 수 있는 조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으니.

    기대하는 게 잘못이다.

    그는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금속을 꺼냈다.

    지로발을 통해 대륙 밖에서 구해온 금속이다.

    금속의 이름은 ‘콜드체인이에윰.’

    이 금속의 특징은 온도를 ‘-80도’로 지속시켜줄 수 있어, 백신이 따뜻한 환경에서도 변형되지 않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금속으로 백신 주사기와 백신 보관함을 만들 생각이었다.

    장현은 금속을 화로에 넣고 녹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금속이 가진 성질이 사라지지 않도록 연성술로 금속의 특징을 보존했다.

    동시에 그는 이 금속의 성질을 하나하나 자세히 파악했다.

    고급 연성술로도 이 콜드체인이에윰을 똑같이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최상급 연성술사로 올라선 만큼 가능했다.

    다만 대량으로 콜드체인이에윰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한 원자재가 필요했다.

    아직은 능력이 되어도 대량 생산은 불가능했다.

    잠시 후 장현은 화로 속에서 콜드체인이에윰이 충분히 녹기 시작하자, 이윽고 모루에 올려 망치를 두들겨대기 시작했다.

    주사기를 제작하기 위한 설계도면을 그린 후 그는 즉시 주사기와 백신 보관함을 만들기 시작했다.

    곧 장현의 앞에 백신용 주사기와 백신 보관함이 만들어졌다.

    새로운 아이템을 제조했다는 알림이 들리지 않을까 했지만 알림은 나타나지 않았다.

    장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후우, 힘들군.”

    장현은 이것을 만드는데 내공을 거의 다 소모했다.

    마나 포인트도 썼지만 내공 소모 또한 극심했다.

    그래도 이 백신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충분히 보람이 있으리라.

    장현은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주사기에 넣고는 그대로 자신의 어깨 부근에 주사를 놓았다.

    따끔하고 얼얼한 통증이 어깨를 중심으로 팔까지 퍼져나갔다.

    백신이 전신에 퍼질 때까지 기다린 그는 안젤라와 함께 내공운기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안젤라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얼른 내공운기를 도왔다.

    “이제 백신이 몸에 끼치는 영향은 충분히 살펴본 거 같아요. 이제 백신이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해봐야죠.”

    장현은 샘플용 몬스터들에게 다가가며 마스크를 벗었다.

    그 즉시 그를 둘러싼 보호막이 사라졌다.

    “장현, 괜찮겠어? 난 너무 불안해.”

    “날 믿는다고 했죠?”

    안젤라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더 이상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장현이 마스크를 벗고 확진자 몬스터들에게 다가가자 놈들이 크르륵 입을 벌려 그를 물려고 했다.

    화아악.

    공기 중에 퍼진 코로나 바이러스가 장현의 전신을 덮었다.

    장현은 순간 알 수 있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이 백신이 효과가 없다면 끝이다. 대신 효과가 있다면 이제 1회차와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써갈 수 있어.’

    장현이 그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안젤라가 물었다.

    “장현, 몸은 좀 어때?”

    “몸에서 살짝 열이 오르는 것 같은데, 아직 별 이상은 없는 거 같아요.”

    그는 안젤라의 물음에 자신의 몸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자신의 몸을 관조하던 그는 슬쩍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일단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효과는 있는 거 같아요.”

    “다행이야. 성공했구나.”

    안젤라가 눈물을 글썽이며 안도했다.

    이어 그녀도 결심을 한 듯 말했다.

    “이제 내게도 백신을 놓아줘.”

    “안젤라님. 진짜로 괜찮겠어요?”

    아직까지 별다른 이상 반응이 없긴 했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했다.

    더군다나 안젤라는 인간이 아닌 마족.

    인간형이라고 해도 인간은 아니었다.

    물론 그녀의 종족 특성에 맞게 새롭게 백신을 제조할 것이지만, 자신의 몸에 놓는 것과는 달리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걱정하지 마, 난 널 믿어. 설령 무슨 일이 있어도 넌 문제를 해결할 거야.”

    안젤라의 그 말에 장현은 할 말을 잃었다.

    그 누구보다 자신을 더 믿어준다. 마치 회귀 전 동료들처럼 말이다.

    “알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그렇게 장현은 다시 백신을 제조하고 안젤라에게 주사를 놓았다.

    백신 주사를 맞은 안젤라는 잠시 몸에서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이내 견딜 만해졌다.

    이후 충분히 안정이 되자 장현과 함께 운기행공을 하며 몸 상태를 안정화 시키는데 집중했다.

    “후, 몸이 조금 나른하지만 이제 괜찮아진 거 같아.”

    그러고는 그녀 역시 마스크를 벗었다.

    곧 그녀의 전신을 두른 보호막이 사라졌다.

    그 모습에 장현이 오히려 흠칫했다.

    “아직 마스크는 벗지 마세요.”

    “아니, 나도 확인을 해야지.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면 더 곤란해질 거야.”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장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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