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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34화 (134/211)

134화. 플레이어 런 킹덤 (1)

전사에서 사령술사로 전환한 최형석은 크레온을 앞세워 그렉을 공격했다.

“넌 크레온! 아니, 이미 죽어 언데드가 되었구나. 칫, 한심한 놈!”

그렉은 욕을 하며 크레온에게 덤벼들었지만 크레온은 이미 의식을 잃은 완벽한 언데드 전사였다.

크레온이 그렉을 상대하자 최형석은 틈을 노려 그렉을 공격했다.

양쪽의 협공을 받자 순식간에 그렉은 수세에 몰렸고 곧 쓰러졌다.

그렉이 쓰러지자 그렉 무리들은 모두 항복했다. 어차피 더 이상 싸울 상대가 없을 정도로 다들 부상이 심한 상태였다.

최형석은 무슈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 재개발을 반대하는 놈들은 더 이상 없는 거냐?”

“네, 이들이 다입니다.”

무슈는 경악한 눈으로 최형석과 그렉 무리들을 보더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 모습에 최형석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힘을 썼더니 포인트가 많이 소모되었군.”

그는 그렉의 머리를 잡고 물었다.

“이봐. 살고 싶으면 네 목숨 값만큼의 마나 스톤을 바쳐라.”

“마나 스톤을 바치면 살려주시는 겁니까?”

그렉은 자신도 크레온처럼 언데드로 만들어버리진 않을까 두려워했다.

“네 목숨 값만큼이라 판단되면 살려주지.”

“알겠습니다.”

최형석은 감정 없이 그렉을 쳐다보며 말했고, 그 모습이 그렉에게는 더 두렵게 다가왔다.

그렉은 자신의 방으로 최형석을 데리고 들어가더니, 이내 벽 쪽의 금고를 열었다.

다량의 마나 스톤이 보였다.

“호오, 잘됐군. 이 정도쯤이면 널 죽이지는 않으마.”

“감사합니다.”

“대신 나의 병사로 삼아주지. 넌 나의 부하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이런, 씨발.”

그렉이 저항하려던 순간.

최형석이 그의 목을 잡고 사시미로 가슴을 찔렀다.

이어 피 흘리는 그렉에게 사령술을 쓰자 그렉의 신체가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검은 연기의 회오리 속에서 그렉은 언데드가 되었다.

“나와 맞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녀석을 그냥 놓아줄 순 없지. 전력이 크게 향상되겠어.”

최형석은 그렉을 언데드 병사로 만들고 나서 다시 주문을 읊었다.

“움바리 사바라 움메오. 네가 가진 마나 스톤이 더 있느냐?”

“있습니다.”

“가져오너라.”

“네.”

언데드가 된 그렉은 금고 안쪽의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금고가 폭발하면서 안쪽에 한 평의 공간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최형석에게 바쳤던 스톤들보다 몇 배나 많은 마나 스톤이 있었다.

“역시 이럴 줄 알았지. 나라도 곧이곧대로 다 갖다 바치진 않았을 테니까.”

최형석은 남은 마나 스톤들을 모조리 긁어모아서 포인트로 흡수했다.

그는 일을 마무리되자 무슈와 김명도를 데리고 촌장에게로 향했다.

크로크무슈 촌장은 아들인 무슈에게 얘기를 듣고 놀라워하며 최형석을 반겼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놈들은 우리 사업을 뺏으려던 놈들이었는데. 감사합니다, 최형석님.”

“그래? 잘됐군. 그건 그렇고 재개발 물건이 있다던데 우리한테 안내 좀 해줄 수 있나?”

“물론이지요. 마침 제가 그곳으로 가는 중이었는데 지금 바로 안내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좋아. 가보지.”

촌장은 최형석을 허름한 건물로 데려갔다.

그것은 거의 쓰러져가는 주택이었다. 비가 오면 빗물이 다 흘러들어갈 것 같은 정도였다.

“용케 안 무너졌네. 어떻게 이런 건물이 다 있지.”

“이건 무허가 건축물입니다.”

“무허가 건축물? 이런 것도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단 말이야?”

최형석이 김명도를 보며 말했다.

“무허가 건축물이라도 항공사진이 있고 재산세 납부내역 같은 게 있다면 입주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건 가격이 더 저렴하죠.”

“막상 산다면 찝찝할 거 같은데.”

“그래서 보통 가격이 쌉니다.”

“그렇군.”

“이곳에는 여기 무허가 외에 빌라주택이 또 있는데, 이번에는 그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오호, 빌라도 있었나?”

“제가 사는 빌라입니다만, 저와 아들이 1층에 살고 있고 나머지는 매물로 내놓았습니다. 당장 실제 거주해도 괜찮을 물건입니다.”

“좋아. 그럼 김명도! 네가 잘 알 테니 확인해봐.”

“알겠습니다. 최형석님. 맡겨주십시오.”

김명도는 최형석한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최형석은 김명도를 보내고 조금 전 언데드로 만든 그렉을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재개발 지역 임장이라고 해서 따라왔더니 별로 재미가 없었다.

차라리 부동산을 잘 아는 김명도에게 전부 맡기는 게 나았다.

‘저 놈한테 시켜보고 잘한다 싶으면 키우는 게 낫겠군. 내가 옆에 있는데 딴 짓을 하진 못하겠지.’

어차피 자신을 속인다 하더라도 이익 볼 것도 얼마 없었다.

그러다가 걸리면 언데드로 만들어 버릴 테니 감히 딴 짓은 못하리라.

최형석은 이번 재개발 업무를 맡으면서 좋은 부하와 언데드 그렉을 얻은 것으로 만족했다.

김명도가 촌장과 함께 빌라를 보고 오는 동안, 최형석은 그렉과 크레온을 소환해 이런 저런 전투를 시켜보며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어서 경기나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군.’

장현이 지시를 하고 한 달쯤 지났을 무렵.

헬릭스 성은 피난민들이 이주오기 시작했다.

“이봐, 진단검사 받기 전에는 못 들어와. 줄서라고!”

크로커다일 병사가 성의 입구에서 피난민들을 받으며 바이러스 확진 검사를 하고 있었다.

확진자가 한명이라도 있을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이미 여러 개의 성이 코로나로 인해 초토화 되었기에 병사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멀리서 안젤라 소성주와 장현이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장현, 수고했어. 네가 할아버지께 강하게 어필한 덕에 진단키트를 충분히 구할 수 있었어. 저 인원을 보니, 과연 어쩔 뻔 했나 싶어.”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장현은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래도 아직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혹시 확진자가 나타난다면 소성주님의 안위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재난민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게 아쉽습니다.”

“할 수 없지. 대공 전하께서 명령하셨으니. 그래도 이제 보호막 형성 마스크가 준비가 되었으니 그나마 안심이야.”

안젤라는 마계재난안전센터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지만 장현 앞에서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당장 닥친 문제에 대해 관심이 더 많았다.

“드워프들을 활용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은 잘 되어가나?”

“네, 그것도 현재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스크 생산에는 아무런 차질도 없을 것 같습니다.”

장현의 말을 들은 안젤라가 안도를 하더니 이내 조심스레 말했다.

“그보다, 문제가 좀 생겼다.”

“어떤 문제입니까?”

“앞전에 얘기한 적 있을 거다. 플레이어들 경기가 다시 시작된다고 통보가 왔어. 경기명은 플레이어 런 킹덤. 일주일 후 플레이어들은 영지를 벗어나 경기에 참여해야 한다.”

안젤라의 경기 재개 통보에 장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때 장현을 비롯한 모든 플레이어들의 상태창에 알림이 떨어졌다.

[경기 메인 퀘스트 ‘플레이어 런 킹덤’ 재개]

-모든 플레이어는 경기장으로 소환됩니다.

-각 성에 소속된 플레이어들은 지금부터 1주일 후 경기장으로 전송됩니다.

갑자기 떠오른 알림창이었지만 대부분의 얼굴에는 각오가 서려 있었다.

이미 장현이 관리자들에게 알리고 준비를 시켰기 때문이다.

다만, 1회차 때보다 전개가 좀 더 빠르다.

“소성주님, 경기가 재개되었다는 알림이 방금 떴습니다.”

“그래.”

“혹시 경기가 재개된 이유가 따로 있는 겁니까?”

장현이 안젤라에게 물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젤라는 고개를 돌려 성에 들어오는 재난민들을 보며 말했다.

“저 바이러스 때문에 마계주민들 불만이 들끓었기 때문이야. 코로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마당에, 경기를 무작정 연기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여론이 생겨났기 때문이지.”

안젤라는 담담히 말했다.

“마계주민들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함이란 말입니까?”

“그런 셈이지. 마계주민들의 쌓인 분노가 정부로 향하게 하지 않기 위함이지. 경기를 즐기며 해소하라는 것이겠지.”

결국 이 모양이다.

마족들에게 플레이어들이란 그저 소모품에 불과하다. 어떻게든 저들에게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평화와 안정은 일시적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제 시작될 플레이어 런 킹덤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플레이어들은 킹덤으로 향하면서 자신들만의 왕국을 세우게 될 테니까.

이 경기의 진실한 목적은 플레이어들을 마계주민으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다.

물론 경기의 요소를 넣기 위해 킹덤으로 향하는 플레이어들을 몬스터와 마족이 쫓을 테고, 플레이어들은 그들로부터 살아남아야 한다.

세이프존 경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마튜브의 영상 시청률이 가장 높았던 경기에서 힌트를 얻어 즉흥적으로 만든 경기였다.

안젤라는 장현에게 몸을 돌리며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내가 널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필요할 때는 꼭 도움을 주도록 하마.”

그녀의 눈빛에도 안타까운 감정이 깃들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서 경기에 대한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끄덕.

안젤라는 장현이 몸을 돌려 나가는 모습을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운기행공을 같이 하는 것도 이제 끝이었다.

장현이 방을 나가고 안젤라는 창가에 서서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마음이 요동치고 있었다.

이 마음의 원인은 장현 때문일까.

그가 떠난다고 생각하니 허전했다.

어쩌면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안젤라는 앞으로 벌어질 경기가 어떤 것일지 알고 있다.

플레이어들을 마족들로부터 격리시켜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이상 퍼지지 않게 만든다고 하지만.

이미 정부에서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제 경기에 참전할 상대들은 이전의 경기보다 훨씬 더 강한 자들이다.

어쩌면, 킹덤에 도착할 때까지 장현이 살아남지 못할지도 몰랐다.

‘앞으로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을지도.’

문득 안젤라는 자신이 왜 그에 대해 이리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

고작 인간 플레이어가 아닌가.

그녀 자신도 플레이어들을 노예나 다름없게 여겼었다.

그랬던 자신이 이제 고작 플레이어 하나 때문에 고민을 하다니.

고개를 흔들었다.

이러면 어지러운 마음이 풀릴까.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상상 속으로도 해보지 않았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내가 혹시 그를 좋아하는 걸까?’

헛웃음이 나온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자신은 대 마계의 고위 귀족인 헬릭스의 후계자이자 소성주.

그런 자신이 고작 인간 플레이어를 좋아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정하려면 할수록 마음이 요동친다.

“칫!”

입술을 깨문다.

문득 손목에 차고 있는 팔찌가 보였다.

장현이 선물한 팔찌다.

고개를 돌렸다.

만티코어 조형상이 있었다.

머릿속에서 영상이 떠오른다.

장현이 화로 앞에 앉아서 팔찌를 만들고 세공을 넣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어 그가 만티코어를 조형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근육질의 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

그것은 오직 안젤라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제야 깨닫는다.

“장현은 내 것이다.”

그래, 이건 좋아하는 게 아니다. 소유욕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대 헬릭스 성의 소성주. 누구도 내 소유물을 뺏을 수 없고, 나의 허락 없이 죽일 수 없다. 그것이 한낱 플레이어라고 할지라도.”

결심을 굳힌 안젤라는 통신을 켜서 연결했다.

띠리리.

“안녕하세요. 플레이어 경기 운영지원팀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경기에 참여할 마족을 지원받는다고 들었습니다.”

“네. 플레이어 추격팀에 합류 신청하시나요?”

“아니요. 플레이어팀에 합류 신청합니다.”

“네. 플레이어 추격팀, 아니 플레이어팀이라고요?”

“네. 플레이어팀입니다. 문제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의외라서 실수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소속과 성함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소속 헬릭스 성, 이름은 안젤라입니다.”

“네, 헬릭스 성의 안젤라님. 정상적으로 신청되셨습니다.”

통신을 끊고 나서 안젤라는 한숨을 쉬었다.

이게 잘한 일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으나, 이대로 있으면 후회를 할 것만 같았다.

“잘한 일이야, 잘한 일. 나는 안젤라. 후회할 만한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중얼거리며 밖을 쳐다보는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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