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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33화 (133/211)

133화. 다시 헬릭스 성으로 (19)

최형석은 남자를 데리고 크로크마을로 향했다.

그는 다른 자들이 나이가 많다고 해서 존중해주지 않았다.

자신보다 위냐, 아래냐. 그것만이 존재했다.

50대 남자는 영지민으로, 그보다 아래였다. 최형석에게 중요한 건 그것이 다였다.

“넌 이름이 뭐냐?”

“김명도입니다.”

“그래. 부동산 전문투자자였다고?”

“네.”

“돈 좀 만졌겠네?”

“소싯적에 좀 그랬었죠. 지금은 그냥 포인트도 별로 없는 영지민에 불과합니다. 하하하.”

김명도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최형석은 그의 표정을 훑었다.

“일 잘하면 포인트 좀 만지게 해줄게. 그럼 관리자는 몰라도 영지민중에서는 널 함부로 할 수 있는 자가 없게 될 거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형석 관리자님.”

김명도가 큰 소리로 인사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때부터 김명도는 자신이 알고 경험했던 것들을 알아서 떠들기 시작했다.

최형석이 그에게 물었다.

“넌 어쩌다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게 됐냐?”

“그런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부동산 불패. 그것도 강남이 개발된 이후로 강남 부동산은 장기적으로 불패라고 말입니다.”

“들어본 것도 같군. 난 부산 출신이라 서울 부동산, 그것도 강남 부동산은 잘 모른다.”

“제가 마계에 오기 전이야 부동산으로 자수성가했었지만, 젊은 시절에는 흙수저였습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온갖 일을 다 했습니다. 중국집 짜장면 배달부터 밤에는 주유소 알바도 했고요. 순대 공장에서 순대 속 집어넣는 일하다가 졸면서 손가락이 기계에 말려들어갈 뻔도 했었죠. 그렇게, 악착같이 돈을 모았습니다. 제가 그 돈으로 제일 하고 싶었던 게 뭐였을 거 같습니까?”

“글쎄. 집이었냐?”

“네, 맞습니다. 내 집 하나 장만하는 거였죠. 그런데 그렇게 제 집을 사놓고 나니, 제 집은 안 오르는데 저희 집보다 더 낡은 집이 갑자기 오르는 겁니다.”

“더 낡은 집이 가격이 올랐다고?”

최형석이 의아해서 물었다.

김명도가 대답했다.

“네, 그게 바로 재개발이 된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도 살던 집을 급매로 처분하고 재개발로 갈아탔습죠.”

“그 얘기를 좀 더 해봐.”

“네, 처음 재개발에 투자했을 때였습니다. 여차여차 매물을 샀죠. 사실 인기 있는 지역은 매물도 별로 없는데다 현장 분위기가 달라요.”

“현장 분위기?”

“네. 일단 재개발이 제대로 진행되는 곳은 부동산 소장부터가 갑질을 합니다요. 살 사람이 많으니 안살 거면 그냥 가라는 식이죠. 상대하면 열이 뻗쳐요. 명색이 고객이 왔는데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있나, 싶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곳이 진짜 재개발이 되는 곳이에요.”

“호오, 신기하군.”

최형석은 김명도의 얘기가 재밌었다.

김명도는 최형석이 자신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자 신이 났다.

“동네 슈퍼마켓이나 미용실도 가봤습니다. 거기서도 사람들이 온통 재개발에 대한 기대로 그 얘기만 가지고 수다를 떨어요. 지역 주민들이 흥분의 도가니가 되어있는 거죠. 그런 곳에 저 같은 투자자들이 와서 기웃거리고 있는 겁니다. 그걸 보고나서 저는 바로 그 소장한테 가서 계약했습니다.”

“그렇게 계약하면 끝나는 거냐?”

“그게 다일리가요. 이제 시작인데요. 이제 매물을 샀으니 들어가서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돈이 많다면 전세 끼고 샀을 텐데, 첫 투자인데다 말씀드렸다시피 흙수저 출신에 악착같이 모은 돈이 다 그 매물을 사는데 들어가서 남는 돈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저와 제 가족은 재개발 빌라에 들어가서 살아야 했어요. 그게 바로 몸테크입니다.”

거기까지 말한 최명도가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회상에 잠겨있었다.

최형석은 가만히 그를 쳐다보면서 기다렸다.

이어 김명도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때 제일 힘들었던 게 뭔지 아십니까? 재개발 진행 절차? 그런 건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모르는 건 찾고 공부하면 됐거든요. 절 진짜 힘들게 했던 건 그 집에 세 들어 살고 있던 사람이 나가지 않으려던 거였어요.”

그 말에 최형석이 반문했다.

“왜? 돈을 쥐어주면 나갔을 텐데. 이주비 같은걸 안 내준 거 아니야?”

“무슨 말씀을요. 이주비도 넉넉히 챙겨주겠다 했습니다. 그런데도 안 나가고 여기서 평생 살 거라는 말을 하더군요.”

김명도의 말에 최형석이 의아해 물었다.

“뭐야. 자기 집도 아니잖아. 세 들어 사는 사람이 평생 산다니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김명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집주인도 아닌 세 들어 사는 사람이 그러니까 어이가 없는 거죠. 그 사람은 그냥 절 엿 먹이고 싶었던 거예요. 다른 데 이사 가시라고 했는데도 절대 이 동네 안 떠날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냐? 쫓아내면 되지.”

“예. 쫓아냈지요. 그런데 그게 참 힘들었습니다. 나가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을 억지로 쫓아내야 저와 제 가족이 들어가서 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게 법이 있어서 마음대로 들어가서 내쫓을 수는 없었어요.”

“그래. 넌 조폭이 아니니까 그러긴 힘들었겠지. 그래서 어떻게 했냐?”

“저는 명도소송을 해서 세입자를 내보냈습니다. 결국 소송하고 내보내는 데까지 상당히 고생했지요. 그 일이 해결되고 나니 내가 산 물건의 가격이 몇 배로 뛰더군요. 제가 몇 년간 일해서 모은 돈을 우습게 넘겨버리더군요. 그렇게 되고 나니, 일만 해서 돈을 모으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하락장에는 제가 가진 자산이 다 경매 잡힐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투자란 게 다 그런 거죠. 한번 위기를 겪고 살아남게 되니 그다음부터는 승승장구했습니다.”

김명도의 말에 최형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김명도의 얘기를 듣는 사이 그들은 곧 크로크마을에 도착했다.

그때 입구에 한 크로커다일이 나타났다.

“못 보던 분들 같은데, 어디에서 왔습니까?”

최형석이 그에게 말했다.

“우리는 헬릭스 성의 김덕배 영지에서 온 플레이어들이다. 넌 촌장은 아닌 거 같은데, 촌장을 불러라.”

“알겠습니다. 김덕배 영지에서 오신 분이셨군요. 절 따라 오십시오. 이미 언질을 받았습니다. 전 무슈라고 합니다.”

“무슈? 촌장이 크로크무슈라고 들었는데. 넌 그와 어떤 관계냐?”

“아들입니다.”

“그렇군. 그런데 넌 어디에서 싸웠나보군. 몸 상태가 왜 그렇지?”

최형석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닌 게 아니라, 마중 나온 무슈는 옆구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조합 설립을 추진하는데 방해하는 자들이 있어서 다툼이 있었습니다.”

“다툼이 있었다고? 그래서, 그놈들은 어디에 있지?”

최형석은 무언가 재미난 것을 발견한 듯 그를 재촉했다.

싸움이라면 그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것이다.

최근 경기도 없어져서 훈련만 하고 있는 것이 지겹던 차에, 싸움거리가 있다는 얘기를 듣자 귀가 번쩍 뜨인 것이다.

“위험합니다. 그들은 유흥가를 잡고 있는 폭력배들입니다.”

무슈가 최형석을 말렸다.

촌장인 아버지를 찾아온 손님이자 크로크마을의 숙원인 재개발을 이뤄줄 헬릭스 성주의 측근이다.

그는 최근 소성주가 보낸 플레이어 장현이 재개발을 인가하겠다는 소식을 전달한 것을 들었다.

최형석은 그런 장현이 보낸 사람이다.

그런 그가 조직 폭력배들과의 싸움에 휘말린다면 재개발 진행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것만은 안 된다.

마침 무슈의 그 생각은 김명도의 생각과도 같았다.

“최형석님, 제가 주제넘게 나설 상황은 아니지만 지금은 재개발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게 우선 아닐까요? 조직 폭력배들이라면 상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문제는 김명도와 무슈 둘 다 최형석이 어떤 인물인지를 제대로 몰랐다는 것이다.

“이봐, 김명도. 주제 넘는다는 걸 안다면 그냥 보고 있어. 내가 누군지 보여주지.”

최형석은 원래부터가 조폭 두목이었다.

이곳 마계에서도 장현이 아니고서는 그를 컨트롤할 수 있는 자가 없었다.

“재개발을 방해한다는 놈이잖아. 큰형님 일이기도 하지만 이제 내 일이다. 내 일을 방해하는 놈을 내가 가만둘 수가 있나. 이 구역의 주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알게 해줘야지. 어서 앞장서라.”

최형석이 다시 무슈를 재촉하자, 그는 할 수 없이 크로크마을의 유흥가로 안내했다.

크로크마을은 빈민촌이었다.

재개발이 필요할 정도인 만큼 거주 여건은 열악했고, 직장을 구하거나 사업을 시작한 자들은 마을을 떠났다.

남은 자들의 일부는 자연히 어둠의 길을 걸었다. 폭력을 행사하며 사창가를 만들고 운영해왔다.

그들이 바로 크로크마을의 한 구역을 차지하고 있는 그렉 무리였다.

그렉 무리 중 한 명이 구역 입구를 지키고 있다가 최형석 등을 보고 소리쳤다.

“어라, 인간이다! 인간이 왔다!”

“여기에 올 인간이라면 영지의 플레이어밖에 더 있겠어? 저 옆은 조금 전 쳐 맞고 간 무슈 놈이잖아.”

“무슈 놈이 영지의 플레이어를 데리고 왔군.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거 같은데, 이번엔 저 인간 놈까지 같이 패주자.”

그렉 무리 졸개들은 자기들끼리 의논하더니 이내 최형석을 향해 건들거리며 다가갔다.

“어이, 넌 누구냐. 영지에 있다는 인간 플레이어 놈들 중 하나인가 본데 감히 여기가 어디인줄 알고 왔느냐.”

최형석은 자신에게 건방떠는 크로커다일 졸개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고는 피식 웃고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사시미를 꺼냈다.

이런 놈들에겐 언데드를 소환할 필요도 없었다.

더군다나 그는 싸움에 목말라 있었다.

그가 사시미를 휘두르자 크로커다일 조폭 무리들이 순식간에 온몸에 칼자국이 난 채 쓰러졌다.

“크아아악. 이놈이 감히, 넌 죽었다.”

“보통 놈이 아니야. 안에 얘기해.”

“대장! 그렉 대장! 어떤 놈이 쳐들어왔어.”

입구에 있던 크로커다일 무리가 쓰러지면서 피운 소란은 곧장 안에까지 울려 퍼졌다.

무리의 대장 그렉은 옆에 여자 크로커다일을 끌어안고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그때 부하 한 명이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렉은 부하를 향해 소리쳤다.

“뭐냐, 왜 이리 소란스러워. 누가 쳐들어오기라도 한 거냐!”

“그렉 대장, 무슈 놈이 돌아가서 인간 플레이어를 데리고 왔는데, 실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인간 플레이어들의 영지는 여기랑 멀리 떨어진 곳일 텐데 어쩐 일로 여기에 온 거지. 재개발 인가가 났다더니 그 때문인가. 혹시 그놈이 크레온과 싸워 이긴 놈이더냐?”

“그,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흠, 그 놈이라면 몰라도, 다른 놈이 여기에서 소란을 피운단 말이지.”

그렉은 몸을 일으키며 부하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때는 이미 최형석이 유흥가 입구뿐 아니라, 안으로 들어오며 마주친 그렉 부하들을 모조리 쓰러트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때 그렉이 최형석에게 다가왔다.

“넌 누구지. 영지에서 온 놈이냐?”

“맞아. 난 최형석이다. 네가 이놈들의 대장인가 보군.”

최형석은 대번에 그렉이 이들 무리의 대장임을 알아봤다.

그에게서는 조폭 대장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마족화된 크레온 못지않은 강한 기운.

최형석이 기다리던, 싸울만한 상대였다.

그렉은 최형석의 태연한 반응에 화가 치밀었다.

“영지의 플레이어가 여기에서 내 부하들을 공격하다니. 죽고 싶은가 보군. 소원대로 해주지.”

그렉은 상대가 영지의 플레이어든, 성주의 병사이든 봐줄 생각이 없었다.

곧 그는 거대한 칼을 들고 최형석에게 돌진했다.

최형석은 사시미를 들고 씨익 웃으며 마주 달려들었다.

채채챙!

창창!

슈우욱.

그렉의 칼이 여러 방향에서 최형석을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최형석은 한동안 칼의 궤적을 읽어 공격을 피하며 틈틈이 사시미를 휘둘렀다.

둘은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상대방의 수준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어느 정도 견적이 보이자 최형석은 사시미를 집어넣었다.

이제 언데드를 소환할 생각이었다.

본래 힘을 다 쏟아 붓지 않고는 쉽게 이기기 힘든 자였기 때문이다.

그렉은 크로크마을의 유흥가를 휘어잡는 수장답게 사시미 공격만으로는 쓰러지지 않았다.

최형석은 그렉을 상대할 언데드로 크레온을 소환했다.

“움바리 사바라 움메오. 크레온, 나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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