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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31화 (131/211)
  • 131화. 다시 헬릭스 성으로 (17)

    지로발에게 구매대행을 의뢰해 건자재를 비롯한 원자재들까지 구해지자, 영지 개발은 척척 진척되기 시작했다.

    장현은 상황 보고를 위해 안젤라에게 갔다.

    “장현, 안 그래도 찾고 있었어.”

    “무슨 일 있습니까?”

    안젤라는 장현을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

    “지금 진행 중인 상황을 얘기해봐. 재난민이 엄청나게 들어올 거 같아.”

    “얼마나요?”

    “지금 신청한 마족만 천여 명에, 플레이어들은 대충 수만이 될 거 같아.”

    “수만 명의 플레이어라고요?”

    장현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수만이라니, 지금 공급할 주택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렇다고 수만 명의 플레이어를 위한 주택을 당장 공급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재개발 지역 건설이 완료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장현은 난처한 표정으로 안젤라를 쳐다봤다.

    “그래. 나도 이게 참 골칫거리란 말이야. 아버지께 무리라고 말씀드렸는데 아버지도 대공 전하께 요청받은 상황이라 거부할 수가 없나 보더라고.”

    “그럼 대체 어떻게 그들을 받아들일 생각이십니까?”

    “기존 성의 재개발 지역과 재건축 지역을 확대할 수밖에.”

    “재개발은 이미 진행 중이잖습니까?”

    장현의 의문어린 질문에 안젤라는 고개를 저었다.

    “거기 말고도 재개발을 원하는 지역들이 꽤 있어. 그동안 계속 반려했었지만, 어쩔 수 없군.”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자세한 건 로메드에게 물어보면 될 거야.”

    안젤라는 그 말을 끝으로 장현을 내보냈다.

    오늘은 음양합일신공조차 운기하지 않고 보낸 것으로 보아 무척 급한 사항인 것 같았다.

    장현은 곧장 로메드를 찾아 나섰다.

    그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는 경비대원들과 훈련을 하고 있었다.

    “로메드, 안녕하십니까?”

    “네 눈에는 내가 안녕한 걸로 보이냐.”

    “무척 바빠 보이는군요. 이건 무슨 훈련인거죠?”

    “재난민들이 반란이나 폭동을 일으켰을 때를 대비한 훈련이다. 혹시 그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이 되어 몬스터처럼 주민들을 공격한다면 우리 경비대 병사들이 처단해야지.”

    “그렇군요. 로메드님이 성에 있으니 든든합니다.”

    “실없는 소리하고는. 너희 영지의 이나연 경비대장도 꽤나 괜찮은 녀석이다. 영지 경비대 훈련을 시키는 것만 봐도 알지. 욕심 같아서는 내 밑으로 넣고 싶을 정도니까.”

    “죄송하지만 그건 안 됩니다. 저한테도 꼭 필요한 존재라서요.”

    “흥! 그보다 여긴 무슨 일이냐? 우리 훈련을 지켜보러 온 것은 아닐 테고.”

    “안젤라님의 명령으로 찾아왔습니다. 성내 주민들의 재개발 지역을 추가로 인가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뭐! 안젤라님이 그렇게 지시하셨다고? 혹시 재건축은 말씀 안 하셨나?”

    “재건축 또한 지시하셨습니다.”

    로메드는 과하게 흥분했다. 장현은 의아했지만 대답을 해주었다.

    “드디어 인가가 났구나.”

    부르르.

    장현이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보자, 로메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웃으며 얘기했다.

    “크하하하. 이건 우리 마을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 낡고 노후한 주거시설에서 지낸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넌 모를 것이다. 그동안 경비대원으로 일하면서 벌어들인 급여로 가족들에게 포인트를 가져다주면 십시일반 모아서 마을을 수리하곤 했지. 촌장한테 얼른 알려줘야겠군. 가자.”

    “네, 그러도록 하죠.”

    로메드가 장현을 데리고 간 곳은 성 인근의 허름한 2층짜리 건물이었다.

    현재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독 안개 지역과는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헬릭스 성 안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을 그 건물에는 무언가 글귀가 적혀있었다.

    시스템 상태창이 번역해주었다.

    [헬릭스 성 크로크마을 재개발 추진위원회사무실]

    “촌장님, 계시오?”

    로메드가 큰 소리로 외치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무실 안에는 크로커다일족 세 명이 모여서 마튜브 영상을 보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 로메드 아닌가. 지금 근무 시간일 텐데 여긴 어쩐 일이야. 어라, 그 옆엔 누구지? 어디서 본 듯한데.”

    “촌장, 여긴 성내 플레이어 김덕배 영지의 관리자 장현이라고 해. 아마 마튜브 경기 영상에서 봤을 거야.”

    로메드의 말에 촌장은 눈을 크게 뜨고 놀라워했다.

    “아, 이 쪽 인간이 장현이라고? 오! 반갑네, 반가워. 그 영상의 주인공을 여기서 실물로 보게 되다니 말이야. 난 촌장 크로크무슈라고 하네.”

    크로크무슈 촌장의 말에 장현은 난처했다.

    그 영상이라면 분명 마족화된 크레온과 크로커다일 종족들이 수없이 많이 죽게 된 전투 영상일 것이다.

    비록 지금은 크록하가 크로커다일 종족을 이끌고 영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종족을 굴복시킨 과정을 당사자들과 얘기하기는 껄끄러웠던 것이다.

    그 표정의 의미를 알았는지 크로크무슈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어차피 크록하 부족과 우리 마을의 부족은 엄연히 별개 부족이니 전혀 마음 쓸 필요 없다네. 더구나 영지전은 모든 영지에서 벌어진 경기 아니던가. 죽기 싫으면 죽여야지.”

    “하하, 그건 그렇죠.”

    촌장이 그렇게 말해주니 장현은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데 마튜브 영상의 주인공이 여기는 어쩐 일이지?”

    크로크무슈의 물음에 장현은 로메드를 바라봤다.

    장현의 눈빛을 받은 로메드가 나섰다.

    “크로크무슈 촌장. 성주님이 재개발을 허락하셨어. 재건축까지도 말이야. 이제 조합인가도 날 거야.”

    로메드의 말에 크로크무슈를 비롯해 옆에서 물끄러미 소파에 앉아 그들을 지켜보던 크로커다일 일행들까지도 벌떡 일어나 외쳤다.

    “정말인가? 로메드!”

    크로크무슈가 양손으로 로메드의 어깨를 움켜잡고 물었다.

    로메드가 장현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안 그럼 이 친구를 왜 데려왔겠어. 장현이 안젤라님께 직접 그 얘길 들었어.”

    장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사실입니다. 안젤라님께서 재건축과 재개발 인가를 지시하셨고, 로메드와 상의하라고 하셨습니다. 로메드를 찾아갔더니 저를 여기로 데려오더군요.”

    장현의 말에 촌장과 크로커다일 일행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으아아아아. 드디어! 드디어 됐다! 인가가 떨어졌다.”

    한참동안 기뻐하던 그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장현은 그들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자 입을 열었다.

    “안젤라님이 간단히 말씀하셔서 몰랐는데 이 일이 꽤나 대단한 일인가 보군요.”

    “응? 자네 우리 크로크 마을의 재개발과 재건축에 대해서 전혀 모르나? 다른 성의 투자자들도 많이 들어왔던데 말이야.”

    “아, 저는 전혀 모릅니다. 저희 영지내의 일만으로도 일이 너무 많아서 성내 다른 지역의 사정에 대해서는 거의 까막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내 설명해주지.”

    크로크무슈가 입을 열자 장현은 눈을 반짝였다.

    “여기는 헬릭스 성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이지. 벌써 우리 크로크다일 종족이 헬릭스 성에 마을을 짓고 산지 수백 년이 되었다네.”

    장현은 이들이 그렇게 오래전부터 살았던가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잠자코 듣고 있었다.

    “처음에는 움집을 지어서 주거생활을 시작했지. 여기는 호수도 있어서 우리 크로크 마을 주민이 살기에 나쁘지 않았어. 문제는 주민이 늘면서 발생했다네. 살기 편해지고 일자리를 얻으면서 자손들이 많이 생겼지.”

    “그래도 헬릭스 성은 땅이 무척 넓을 텐데요. 어느 곳에서나 터를 잡고 집을 지으면 되지 않습니까?”

    “우리 크로크 주민들은 호수가 근처에 살아야 한다네. 물도 마시고 식량들도 호수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 더군다나 직장이 성주성에 있기에 성주성과도 가까워야하지. 넓기만 하고 성주성에서 지네차를 타고 가야하는 자네들 영지나 지금 재개발이 진행 중인 독 안개 지역은 우리 마을의 주민들에게는 쓸모없는 땅이나 마찬가지였지.”

    “호수가 근처를 선호하고 직장과의 접근성도 좋아야 한다는 거군요. 이해했습니다.”

    장현 역시 지구에서 집을 구할 때 직장 근처를 우선으로 잡았었다.

    교통이 편해야했고, 집 근처에 대형마트나 식당 등 생활 편의 시설이 있는 점을 고려했던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활이 안정되면서 주민 수는 계속 늘어나는데 선호하는 지역은 한정되어 있었지. 그러다보니 집을 허물고 고층주택으로 말끔하게 지어야 하는데 성주님이 그동안 조합설립인가도 안 내주셨지. 그러니 다음단계로 진행이 안 될 수밖에. 그러면서 취직하거나 사업으로 포인트를 많이 모은 자들 중 새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자들은 외곽의 신도시로 갔지.”

    “여기에 신도시가 있습니까?”

    장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헬릭스 성지 외곽에 신도시가 있네. 계획도시라고 할 수 있지. 거기에 첨단산업 직장들이 들어오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자 하는 자들은 대부분 그곳으로 갔어.”

    “이 곳에 남아있는 분들은 그럼 어떤 분들이죠?”

    “노동자이지. 실상은 임시직 노동자에 불과해. 부족한 생활비는 성에 취직하거나 사업을 하고 있는 주민들의 후원으로 부족한 것을 보태 살지. 여기 로메드도 우리에게 후원을 해주는 고마운 이웃이지.”

    “그렇군요.”

    장현은 로메드를 돌아보았다. 로메드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 재개발이 허락됐으니, 이곳이 정비되고 나면 멋진 터전이 되겠습니다.”

    장현의 덕담에 로메드와 크로크무슈는 빙그레 웃었다.

    그때 크로크무슈가 슬며시 말했다.

    “이보게, 내 자네가 좋은 소식을 전해줘서 하는 말인데 여기에 건물 좀 사두면 좋을 거야.”

    “네? 건물을 사라고요?”

    장현은 크로크무슈를 한번 보고, 동네를 다시 한번 훑었다.

    도저히 사고 싶은 건물이 없었다.

    재개발이 되고나서 말끔해진 주거지라면 모를까 허름한 건물을 사라니.

    장현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크로크무슈를 바라보고 한마디 뱉었다.

    “촌장님. 거 좋은 분인 줄 알았는데 너무합니다. 지금 여기 집을 사라는 겁니까? 내가 그래도 좋은 소식을 들려줬는데 새 집도 아니고 헌 집을 사라니요!”

    장현이 씩씩대며 소리치자 크로크무슈는 표정이 살며시 굳어졌다가 이내 피식하고 웃었다.

    “이거, 이거. 똑똑한 친구인 줄 알았더니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였군.”

    “무슨 소립니까?”

    장현이 흥분해서 소리치자 크로크무슈는 검지를 세우더니 좌우로 흔들었다.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고 내 말을 들어봐.”

    “네, 얘기하시죠.”

    “내가 자네에게 여기 건물을 사라고 한 건 자넬 위해서야. 포인트를 벌고 싶지 않나?”

    “포인트야 벌고 싶지만 그게 여기 건물을 사는 거와 무슨 상관이죠?”

    장현은 여전히 의심의 기색을 지우지 않았다.

    “지금 여기 근처의 신축 주택들은 이곳의 주택들 가격보다 무려 세 배나 비싸다네. 곧 헬릭스 성에 외지인들이 들어오지 않나?”

    “이미 소문이 났던가요? 코로나를 피해 재난민들이 곧 성내로 들어올 거예요. 여기를 재개발 하는 것도 재난민들에게 공급해 줄 주택이 부족해서입니다. 그런데 신축 주택 가격이 세 배나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쯧쯧. 내가 말한 외지인은 재난민이 아니라 투자자를 말하는 것이야. 이 정도로 얘기를 해줘도 모른다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였군.”

    “그게 무슨 말이죠?”

    장현은 크로크무슈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화가 난다기보다 의문스러웠다.

    “며칠 전에 한 마족이 이 곳 주택의 구매의사를 밝혔다네. 그것도 주택 한 채가 아니라 수십 채를 말일세.”

    “수십 채나요?”

    “그렇다네. 놀랍지 않은가?”

    “놀랍군요. 대체 이 낡은 주택들에 무슨 비밀이 있는 건가요?”

    장현은 이제 의심스러운 기색보다 궁금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에 만족한 표정으로 크로크무슈가 입을 열었다.

    “자네, 주변 신축 주택의 시세를 알고 있나?”

    장현이 그걸 알고 있을 리 없었다. 당연히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시세가 얼마인가요?”

    “10억 포인트야.”

    “10억이요?”

    장현은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10억이라니, 무슨 집 하나가 10억 포인트나 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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