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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30화 (130/211)

130화. 다시 헬릭스 성으로 (16)

네시스는 장현의 표정을 보았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안젤라에게는 들었다. 레미콘 차량을 원한다고 하더군.”

“그렇습니다.”

“그보다 너에 대한 소문은 들었다. 마도공학 박람회 이벤트 경기에서 34킬을 달성해 플레이어 1위를 차지했다지. 훌륭하군. 안젤라가 아낄만 해.”

“감사합니다.”

“레미콘 차량은 기존에 우리가 공급하고 있는 게 있으니 한번 살펴보도록 하고, 따로 원하는 게 있다면 얘기해.”

네시스는 장현을 데리고 새로운 지네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게 레미콘 지네차야.”

네시스가 커다란 지네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것은 장현이 알던 기존의 지네차와 외형이 꽤 달랐다.

레미콘 지네차는 일단 머리 크기가 다른 지네차보다 컸다.

“엄청 크군요. 머리부터 꼬리까지, 전부.”

장현이 놀란 얼굴로 감탄했다.

네시스는 뿌듯한 얼굴로 설명했다.

“머리에서 이어지는 몸통의 크기는 레미콘을 담아야 해서 높고 둥글어야 해. 꼬리는 믹싱이 된 레미콘을 타설하기 위한 용도라 길 수밖에 없지.”

“이 정도면 차에서 거리가 멀더라도 충분히 레미콘을 타설할 수 있겠군요.”

“물론이지. 어떤가, 이 지네차면 되겠나?”

“충분합니다. 이걸로 보내주시면 되겠습니다.”

“좋아, 그러도록 하지.”

우우웅.

그때 저 멀리서 울리는 소리에 장현은 저절로 시선이 갔다.

의문어린 표정으로 네시스를 돌아보자, 그는 별일이 아니라는 듯 말했다.

“저건 시멘트를 레미콘으로 만들 때 나는 소린데, 새로운 주문이 들어왔나 보군.”

“여기 지네차에서 시멘트를 레미콘으로 만드는 게 아니고, 따로 만드는 장소가 있습니까?”

장현의 의문에 네시스는 잠시 황당하다는 듯 그를 보더니 웃었다.

“보아하니 여기가 어딘지 몰랐나보군. 여긴 현재차의 본사다. 자회사들도 같이 있지. 소량으로 레미콘을 만들 때는 레미콘 지네차에서 만들지만, 대량으로 레미콘을 만들 때는 저 곳에서 만들어. 레미콘을 만들면 곧장 타설해야 되기에 먼 곳은 안 되고 가까운 곳으로만 가능하다.”

“그런데 레미콘을 대량으로 만들려면 시멘트가 충분히 있어야 할 텐데 그것은 어디에서 가져왔습니까?”

“우리 자회사 중에 시멘트를 생산하는 회사가 있다. 원래는 드래곤 종족이 운영하던 사업체였지만 마왕님과 대공 전하께서 드래곤 종족들을 멸망시킬 때 우리가 빼앗았지. 지금은 더블드래곤 시멘트 회사라는 이름으로 우리 현재차의 자회사로 속해있다. 바로 저기다. 마침 지금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을 테니 잘됐군. 보여주도록 하지.”

네시스는 장현에게 과하게 친절하게 안내했다.

그가 안젤라가 보낸 플레이어였기 때문이었다.

장현은 네시스를 따라 시멘트 공장으로 이동했다.

거대한 기둥과 원통형 배관들이 거대한 지네처럼, 마수의 내장처럼 얽혀 있었다.

그 위로는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가득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게 시멘트 공장이군.”

장현의 중얼거림에 네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여기에서 생산된 시멘트가 지네차에 옮겨지고, 지네차의 회반죽기에서 물과 다른 재료들을 섞어 레미콘이 되지. 그렇게 만들어진 레미콘은 헬릭스 성과 제넥스 성에 공급된다.”

“그럼 지금 생산되는 시멘트는 주문이 들어온 겁니까?”

“당연하지. 네가 오기 전에 안젤라에게서 연락이 왔다. 시멘트를 부탁하더군. 지금 재고가 있는 석회석으로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지만, 우린 재고를 항상 쌓아두지는 않는다. 수요를 예측해서 생산하지.”

“지금 쌓여있는 재고와 추가 주문 시 걸리는 시간을 알고 싶군요.”

“그건 시멘트 팀장을 불러야 알 수 있는데. 소개해줄 테니 그와 얘기해보도록.”

네시스는 시멘트 팀장을 호출했다.

잠시 후 한 마족이 나타났다. 그는 검은 용을 축소시킨 듯한 외모였다.

장현도 익히 들어본 인물이었다. 만나본 적은 없었지만 이미 1회차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자였다.

그는 다름 아닌 마왕과의 전투에서 패한 드래곤 종족의 몇 안 되는 생존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블랙드래곤 정키.

레드드래곤 정크와 함께 시멘트 회사의 원래 공동 주인이었던 드래곤 가문의 가주였다.

그들은 가문의 유지를 조건으로 마왕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자진 굴복했다.

어디에나 그런 자들은 있다. 모두가 종족과 세계의 수호를 위하지만은 않는다.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찾는 자들이 사실은 훨씬 많다.

그래서 목숨과 가족을 희생한 채 적과 맞서 싸운 이들을 영웅이라고 하지 않겠나.

장현은 과거 이 드래곤들을 경멸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도 1회차 때 실패해본 적이 있었기에.

마왕에 대항해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난 포기하지 않는다.’

잠시 후 블랙드래곤 정키가 먼지를 뒤덮은 채 다가왔다.

“네시스 전무이사님, 부르셨습니까?”

“정키 팀장, 이쪽은 헬릭스 성의 안젤라 소성주께서 보낸 플레이어 장현이네. 우리 레미콘 차량과 시멘트를 발주하러 온 고객인데, 시멘트 재고와 주문 가능량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하는군. 자네가 질문에 대답 좀 해주게나.”

“알겠습니다.”

정키 팀장은 고개를 돌려 옆에 서있는 장현을 쳐다봤다.

무심한 표정에서는 어떤 기색도 읽을 수 없었다.

“플레이어 장현님. 시멘트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저에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지금 시멘트 재고가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재고는 충분히 있습니다. 연간 생산량이 대략 천사백만 톤 정도 되는데 아직 납품한 건 이백만 톤 정도입니다. 대략 천이백만 톤 정도가 가능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발주를 넣는다고 해서 곧장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당장 필요한 게 얼마나 됩니까? 설마 천이백만 톤을 지금 당장 다 쓸 거라는 건 아니겠지요? 한 성을 새로 건축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 양은 소모 못할 텐데.”

“물론 지금 당장 쓰겠다는 건 아니지만 헬릭스성 에서 지금 벌이는 사업이라면 머지않아 천이백만 톤을 다 써야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얘기해주도록 하지요. 지금 당장 있는 재고는 오백만 톤 정도입니다. 한 달에 이백만 톤씩 추가로 생산된다고 보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오백만 톤에 월 이백만 톤씩 추가 생산된다면 거기에 맞게 계획을 수립해야겠군요. 협조해줘서 감사합니다.”

“다른 질문이 없다면 저는 이만 하던 일이 있어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정키 팀장은 이어 네시스에게도 인사를 하고는 돌아갔다.

네시스가 장현에게 물었다.

“궁금한 건 해결 되었나 모르겠군.”

“네시스님 덕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레미콘과 시멘트의 발주는 안젤라 소성주님께서 하실 겁니다. 전 안젤라님의 명을 받아 확인했으니 이만 돌아가도 될 거 같습니다.”

“알겠네.”

네시스는 장현을 보냈고,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안젤라가 아끼는 플레이어라고 해서 자세히 살펴보긴 했지만, 뭔가 찜찜한데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군.”

그는 연적을 향한 본능적인 불쾌감이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장현은 현재차에서의 볼일을 마치고 돌아와 안젤라에게 보고했다.

“수고했다. 현재차에 가 본 소감은 어떻더냐?”

“네시스 그는 생각 외로 예의가 바르더군요. 그리고 안젤라님에 대한 마음이 깊어보였습니다.”

장현은 떠보는 듯 말했다.

“흥! 난 그런 녀석 따위 관심 없어. 레미콘 차에 대해서나 얘기하거라.”

안젤라의 대답에 입가에 슬쩍 만족한 미소를 띠운 그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레미콘 차는 기존 지네차보다 더 큰데다 몸통에는 회반죽을 만들 수 있는 시설도 되어 있어 레미콘 차를 영지내로 가져올 수 있다면 바로 필요한 장소에 레미콘을 타설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흠, 좋아. 그럼 레미콘 차도 있으니 재난민들을 위한 주택 공급 문제는 해결이 되겠지?”

“잠시만요, 소성주님. 집을 짓는데 레미콘 차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시멘트도 있어야하고 유리와 페인트, 조명 등등 필요한 건자재가 많습니다.”

“그 건자재들을 현재차에서 얻어올 순 없으려나?”

“시멘트는 그곳에서 얻을 수 있겠지만 나머지는 무리입니다.”

“그럼 어디서 조달하지?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 현재차가 아니고서는 구하기가 어려울 텐데 말이야.”

“마계 상점을 통해 알아봐야 할 거 같습니다.”

“넌 마계 상점 주인 지로발과 꽤 친분이 있는 거 같던데. 알아볼 수 있겠어?”

“네, 지로발에게 요청해보겠습니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해. 적당히 수수료 챙겨주면 열심히 할 거야.”

“네, 적당히 챙겨주도록 하겠습니다.”

“알았다. 그만 가봐.”

안젤라는 피식 웃으며 손짓했다.

장현은 안젤라에게 보고하고 나서 영지를 걸으며 생각했다.

최근 너무 많은 일을 벌였다.

하나같이 1회차에서 경험해보지 않았던 일들이다.

‘난 잘하고 있는 걸까. 이대로 가서 과연 마왕을 쓰러트릴 수 있을까.’

장현은 고민을 하다 고개를 흔들었다.

할 수 있다고 믿고 가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안되면 또 회귀하지, 뭐.’

장현은 지로발을 만나 필요한 건자재를 비롯한 원자재들을 얘기했다.

“이봐, 장현. 그 많은 것을 어떻게 구하라고? 아니 구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감당이 안 돼. 구해오려면 먼저 지불을 하고 가져와야 하는데 내가 그만한 마나 포인트가 없어. 무리야. 무리.”

“결제는 소성주님이 해줄 거야. 네게는 수수료를 줄 테니 해봐. 수수료로 매입가의 6프로 지급해줄게.”

장현은 6프로라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매입가의 6프로. 총 매입가를 말하는 거 맞지?”

“맞아.”

지로발은 장현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금 장현이 요구한 양은 어마어마한 양이다.

자신의 마나 포인트로는 감당하기 불가능한 정도.

그걸 결제도 안젤라 소성주가 해주고, 자신은 거기에서 6프로의 마진을 남긴다?

‘리스크? 그게 뭐가 있어. 난 그냥 발품만 팔면 되는데.’

지로발은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보더니 당장 받아들였다.

“좋아. 내게 맡겨둬. 반드시 해낼 테니. 필요한 목록을 전부 넘겨줘.”

장현은 그의 대답에 만족했다.

필요한 아이템 목록을 정리해서 지로발에게 건넸다.

생필품부터 주택공급에 필요한 건자재들까지 대량으로 넣었다.

그뿐 아니라 김태석과 아슬란이 구축할 축산 클러스터에 필요한 물품들도 목록에 추가했다.

지로발은 장현에게 받은 목록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보자, 역시 포인트를 버는 것이 쉽지가 않군. 대부분의 물품들이 여기 근방에서는 구할 수 없는 거야.”

할 수 없다.

지로발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이번 건수만 해결한다면 그는 작은 상점 주인이 아닌 대상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인근 성에서 구할 수 없다면 마해 건너에서 알아보는 수밖에 없겠군.’

지로발은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현재 장현이 요구한 물품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마해를 건너 다른 대륙으로 가야만 했다.

마해는 대륙과 대륙 사이에 존재하는 바다다.

원래라면 마해를 넘어 대륙에서 물건을 구해오기 위해선 무조건 직접 가야만 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오바오몰이라는 게 생겨, 그걸 이용해 다른 대륙의 상인들과 소통을 할 수 있었다.

“이걸 쓰는 건 처음이지만 할 수 없지.”

지로발은 마오바오몰에 가입했다.

마오바오몰에는 인근에서 구할 수 없었던, 장현이 요구한 물품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그는 하나하나 찾기 시작했고, 이어 메신저를 이용해 다른 대륙의 상인들과 연락했다.

“이거 물건은 겨우 구했는데, 배송대행지를 또 구해야 하는군.”

문제를 하나 해결하니, 또 새로운 문제에 부딪혔다.

마오바오몰을 통해 다른 대륙의 물품을 구입해도 해당 물품이 헬릭스 성까지 배송이 되지 않았다.

배송지는 그 대륙 내에서만 설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해를 넘어 배송하기 위해서는 그 대륙에서 물품을 대신 받아서 해양선박을 통해 헬릭스 성으로 배송해줄 배송대행지를 구해야 했다.

“어휴.”

한숨을 내쉰 지로발은 다른 상인들에게 연락을 돌리면서 배송대행지를 구했다.

“하, 구했다. 이제 드디어 끝난 건가?”

지로발은 한숨을 내쉬며 배송대행지에 연락해 의뢰했다.

그렇게 지로발은 장현 덕에 강제로 상인 레벨이 올라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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