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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27화 (127/211)

127화. 다시 헬릭스 성으로 (13)

그가 두 사람을 돌아보자 그들도 씨익 웃었다.

“장현, 이제 이런 일은 시간을 충분히 줬으면 좋겠어. 차라리 회계 서류를 만지는 게 나을 정도로 빡셌단 말이야.”

이나연이 툴툴 거렸다.

이성훈은 김덕배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영주님도 고생 많이 했습니다. 저는 이나연님과 영주님이 찾은 데이터를 취합한 거밖에 없어요.”

“이성훈 주무관, 취합은 아무나 하나. 그 흩뿌려진 데이터를 정리해서 보기 좋게 만드는 거, 보통 일이 아닌데. 자신의 수고를 굳이 깎지 않아도 돼.”

장현은 그를 격려하고 김덕배에게 받은 서류를 훑었다.

서류 헤드라인에 적힌 첫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워즈웍 스튜디오에 대한 분석?”

장현의 반문에 김덕배가 대답했다.

“응, 먼저 인수할 주체인 워즈웍 스튜디오에 대해서 알아야겠더라고.”

“하긴 그 말이 맞지. 그래서 첫 내용이 워즈웍 스튜디오에 대한 분석이다, 이거군.”

장현은 서류를 넘겼다.

장현이 서류를 보는 동안 김덕배가 설명을 이어갔다.

“그 회사는 이전에 텍스트 같은 특수효과 회사와 경쟁관계였지만 이제는 Now, 에이스레전드, 판엔터테인먼트, 그린드래곤 이런 회사들과 경쟁관계가 될 것 같아.”

“호오. 그러고 보니 여기 에이스레전드에 대한 설명을 보니 최근 대작을 만든 거 같은데.”

장현이 눈앞에 떠오른 상태창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다.

그가 가리킨 에이스레전드는 ‘언데드왕국’을 제작한 업체였다.

‘언데드왕국’은 튜토리얼을 마친 플레이어들이 본경기에서 처음 맞은 미션인 ‘살고싶어? 그럼 노오력 해야지!’의 기차역 씬을 각색해 만든 영상 콘텐츠였다.

이미 마튜브에서 최고의 히트작 반열에 오른 작품이었다.

장현은 그 내용을 보고는 쓴 웃음이 나왔다.

그를 비롯한 일행들에게 가장 큰 상처로 남아있는 기억이 기차와 기차역에서 언데드와 몬스터들을 상대한 경기였다.

이나연은 기차에서 마족화가 될 뻔했고, 최형석과 김태석은 만티코어에게 수하들을 잃었다.

아픈 기억이 떠오르게 하는 ‘언데드왕국’이 아무리 성공한 콘텐츠라 하더라도 플레이어들에게는 호감이 갈 수 없는 이유다.

“워즈웍 스튜디오는 뭐 대단한 콘텐츠 만든 거 없나?”

장현의 물음에 김덕배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있더군. 다행히 우리들을 내용으로 한 건 아니야.”

“호오, 어떤 작품이지? 여기 적혀있군. ‘마왕의 막내아들’이라고?”

“그래, 그 작품이 패드 웹소설 콘텐츠로 크게 히트 친 작품이라고 하던데? 이번에 마튜브 시리즈물로 나온대.”

“그걸 워즈웍 스튜디오가 만든다 이거지?”

“맞아. 그리고 그 ‘마왕의 막내아들’ 웹소설을 영상 콘텐츠로 만든 걸 보고 웹소설과 웹툰 회사를 인수후보로 넣었어.”

“난쟁이 스튜디오?”

“그래, 이 회사가 아주 유망한 거 같더라고. 웹툰과 웹소설 둘 다 하거든. 그럼 그 지적재산권 가져와서 위즈웍 스튜디오에서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마튜브에 공급하면 좋을 거 같아.”

“오호. 좋은데. 수고했어.”

장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했다.

난쟁이 스튜디오 외에도 인수후보 회사들이 여러 개 나왔다.

장현은 그 모든 것을 체크하고 난 후 말했다.

“좋았어, 이 정도면 충분해. 너희들이 고른 업체는 내가 봐도 괜찮은 거 같아. 모두 수고 많았어. 이 자료를 소성주에게 전해주도록 하지.”

김덕배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뭐, 피곤하지만 재밌긴 했어. 워즈웍 스튜디오가 영상 콘텐츠 회사다보니 인수후보 회사들을 고르면서 여러 영상들을 봤거든. 빡치게 하는 영상들도 많았지만 그 중에 우리의 활약을 다룬 영상들도 꽤 있었으니. 좋은 경험이었어.”

장현은 김덕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생사를 걸고 싸운 전투가 마족들의 유흥 콘텐츠가 된 것에는 분한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크로커다일과의 영지전 전투 장면을 제3자 입장에서 바라보니, 전투 당시와는 다른 뿌듯한 감정이 드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었다.

이제 안젤라의 과제도 해결했기에 그는 세 족장들을 불렀다.

이제부터 다룰 내용은 영지 전체에 관한 사항이다.

잠시 후 크록하, 린에이지, 포프 족장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들은 초췌한 표정의 관리자들을 보고 잠시 놀랐지만 며칠간 그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알고 있었기에 자신들이 동원되지 않은 것에 감사해했다.

장현이 크록하를 보며 말했다.

“크록하. 콘크리트 파일을 건넸는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지 다른 관리자들 앞에서 얘기해주시오.”

“알겠습니다.”

크록하는 장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시오. 관리자 여러분. 방금 장현 관리자님의 얘기대로 우리 크로커다일족은 지금 땅을 파고 콘크리트 파일로 건축물의 토대가 되는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있소. 영지 내 재난민들이 지낼 생활형 숙박시설과 민간임대주택을 위한 기초공사를 하고 있고, 영지 밖 재개발 정비구역 또한 기초공사를 진행 중이오. 건축 방식은 이주해올 재난민들 종족이 다양한 것을 고려해 주택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건축할 계획이오. 더군다나 이주해올 재난민 중 성주였던 마계 귀족들도 있는 만큼, 그들을 위한 고급 주택도 지을 예정이오. 아직 결정이 난 건 아니지만 프리미엄 리조트 시설로 계획 중이오. 이 그림을 봐주시오.”

크록하는 시스템을 통해 모여 있는 관리자 및 족장들에게 이미지 파일을 보냈다.

그것은 마계 숲을 배후로 삼고, 전면에는 하천과 호수가 있는 입지에 세운 고급 리조트였다.

“이것의 이름은 마난티로, 마계에 유행하는 귀족들의 리조트이외다. 객실 타입은 펜트하우스, 디럭스스위트, 그랜드빌라 이렇게 3가지로 나눴소.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영지의 전경과 호수가 보이는 뷰를 가졌소이다. 그리고 수영을 할 수 있는 프라이빗 풀과 직접 낚시한 물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캠핑 시설도 갖췄소이다.”

“와아, 나도 저기서 살고 싶은데.”

김덕배가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나연과 최형석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장현이 웃으며 말했다.

“저기 객실 중 하나는 수고하는 관리자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해보지.”

“그게 정말이야?”

김덕배가 눈을 크게 뜨며 반문했다.

“물론. 우리 관리자 뿐 아니라 영지민 중에서도 공을 세운 자가 있다면 사용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포상으로 숙박권을 주는 것도 좋을 거 같군. 몇 개동은 주택으로 지을 거지만 몇 개 동은 호텔로 지을 거야. 임시로 지낼 자들은 호텔에서 지내면 될 거야.”

“정말 좋은 생각이야. 지금 열심히 일하는 영지민들이 꽤 많은데 그들의 사기도 크게 오를 거 같아. 물론 우리 경비대원들도 따로 일은 안하지만 마찬가지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어. 그들을 배제하지는 않겠지?”

이나연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장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물론 경비대원들도 포상을 누릴 자격이 있지. 훈련을 성실히 수행한 자들을 추천해서 포상 후보에 올리도록 해.”

“고마워.”

장현이 이나연의 눈빛에 뜨끔해서 서둘러 대답하자, 이나연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어보였다.

그러자 각 업무를 맡고 있는 관리자들의 표정도 변했다.

모두 이나연과 같은 눈빛으로 장현을 쳐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알았어. 다들 포상 후보자를 추천해서 올리도록 해. 그 중 순서를 정해서 숙박권을 지급하도록 하지. 물론 소성주의 허락이 떨어져야 확정된다는 것은 잊지 말도록.”

“옛썰. 감사합니다.”

관리자 회의를 마친 후 장현은 안젤라를 찾아갔다.

안젤라는 여느 때처럼 자신의 숙소에서 파자마차림으로 디저트 과자와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꼬리가 달린 것을 제외하면 사람과 거의 흡사한 외모, 마족 서큐버스라는 것을 몰랐다면 엘프가 아닐까 생각했을 만큼 아름다운 외모였다.

‘이거, 내가 유혹하려다가 도리어 유혹당하겠어. 정신 차리자.’

아직 안젤라의 사랑을 얻으라는 퀘스트는 완료 알림이 뜨지 않았다.

썸을 타고 있긴 했지만 그녀의 사랑을 얻은 것은 아니다.

그때 안젤라가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던 장현을 향해 물었다.

“무슨 생각해?”

“아닙니다.”

장현은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이어 그는 안젤라가 또 엉뚱한 소리를 할까봐 서둘러 본론을 꺼냈다.

“말씀하신 과제를 해왔습니다. 지금 시스템으로 서류를 보내겠습니다.”

“생각보다 빠른데. 어디 읽어보고 있을 테니 여기 앉아서 잠시 기다리려무나. 홍차랑 디저트 좀 먹고 있도록 해.”

안젤라는 파자마 차림으로 직접 홍차를 따라 장현에게 건넸다.

거부할 이유가 없었기에 그는 안젤라 앞에 마주 앉아 홍차와 디저트를 먹었다.

“음. 맛있군요.”

장현은 홍차를 한입 마시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감탄했다.

안젤라는 장현의 반응에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맛있지? 내가 이걸 할아버지께 받아서 손 좀 봤어. 가향을 했거든. 어때, 맘에 들어?”

“네, 정말 좋은걸요. 뭔가 카라멜 향 같은 게 나는 거 같아요. 가향이라는 말은 향기를 더했다는 거겠죠?”

“그래. 할아버지는 단일산지에서 채엽한 찻잎으로 만든 클래식 티를 선호하시는데 나는 좀 다르거든. 이것저것 섞어서 블랜딩 차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지금처럼 향이 나는 꽃을 섞은 가향 차도 좋아해. 어때, 가향차가 더 좋아?”

“네, 확실히 저도 이 취향인 거 같습니다.”

“하하, 너도 맘에 든다니 기분이 좋은걸. 그럼 이것도 마셔봐. 이 홍차 이름이 뭔지 알아?”

안젤라는 신난 듯 장현에게 또 다른 차를 타주었다.

“글쎄요.”

“그랜드웨딩이야. 우리 어머니께서 내가 어릴 적에 나만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살길 바란다는 뜻에서 꽃씨를 가져와 성내에 심은 거지. 새콤하면서 풋풋한 과일 향이 날거야.”

그녀는 장현에게 따라주고는 한 잔을 더 따라서 자신도 마셨다.

“표정이 별로인거 같은데? 이건 별로 맛이 없어?”

“아뇨. 좀 전에 달달한 카라멜 맛이 나는 차와 달리 새콤한 맛이 좋습니다. 다만 좀 전의 차향이 강해서인지 이건 상대적으로 차향이 은은하고 약한 듯 느껴지네요.”

“하긴.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안젤라는 뭔가 못마땅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장현은 안젤라의 표정을 보고 흠칫했다.

‘내가 또 실수한 건가.’

그랜드웨딩 가향차의 재료인 꽃은 안젤라의 어머니가 훗날 안젤라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살길 바란다는 뜻에서 심은 것이었다.

장현에게 이전 차보다 못하다는 반응을 들어 안젤라의 심사가 뒤틀렸던 것이었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눈치가 너무 부족했다.

갑자기 싸늘해진 표정의 안젤라가 말을 돌렸다.

“그럼 과제를 잘 했나 보도록 하지.”

안젤라는 이제 본격적으로 장현이 제출한 링크 속 서류 파일을 살폈다.

한참동안 살핀 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난장이 스튜디오 이 회사를 탑픽으로 꼽은 이유는 웹툰과 웹소설 때문인 거야?”

입에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던진 질문에, 장현은 침을 삼키며 조금 전 김덕배들에게 들은 설명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네. ‘마왕의 막내아들’ 콘텐츠가 마튜브에 영상으로 공급되는 것처럼, 앞으로도 웹툰, 웹소설 회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 같아서 말입니다.”

“흠. 나쁘진 않은데 그것만으로는 좀 약해. 장기적으로 성장할 전망도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성장 전망도 나쁘지 않은 거 같더군요. 지금 마튜브뿐 아니라 파인애플도 OTT쪽에 진출한다고 하더군요. 거기에다 마튜브와 더불어 마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상 콘텐츠 플랫폼인 마플릭스에서도 공격적으로 영상 콘텐츠 회사들에게 투자를 하려하다 보니, 지적재산권을 가진 웹툰, 웹소설 회사들의 몸값 또한 크게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말씀하신 성장성 측면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너도 알려나 모르겠지만 콘텐츠라는 게 결국 재미가 있어야 되거든. 여기에 스타 작가가 누가 있지?”

안젤라의 질문은 핵심을 짚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것 역시 장현은 미리 파악하고 있었기에 대답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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