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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26화 (126/211)
  • 126화. 다시 헬릭스 성으로 (12)

    [연금술 레벨이 고급 연성술에 도달하였습니다.]

    [물질에 특성을 부여하는 능력이 보다 강화됩니다.]

    [연금술사의 특수 스킬 ‘감별’ 이 진화합니다.]

    [연성하고자 하는 물질을 3D 입체 도면 형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급 연성술에 이르러서야 얻게 된 새로운 능력이 눈에 보였다.

    ‘3D 입체 도면 형태로 물질을 살필 수 있다고.’

    새로 얻은 능력은 대장장이에게 무척이나 필요한 능력이었다.

    그동안은 도면을 직접 그려야만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는 크록하에게서 전해 받은 콘크리트 파일을 가지고 새로 얻은 연성술의 능력을 사용했다.

    그의 눈앞에 콘크리트 파일 도면이 3D 입체 형태로 펼쳐졌다.

    콘크리트 파일은 크로커다일족이 요구한 것을 그대로 제작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럼에도 장현의 욕구가 ‘그저 적당히’ 해도 될 일을 ‘보다 강하고 정밀하게’ 만들고자 했다.

    고급에 달한 그의 대장장이 능력은 빠르게 설계도면을 이해했다.

    비록 콘크리트 파일은 처음 만들어보는 것이었지만 설계도면이 있다면 처음 제작하는 것이라도 그리 어렵진 않다.

    한참을 몰두하던 장현은 땀을 닦으며 난감함을 표했다.

    ‘PC강선이라. 이 부분이 꽤나 어려운데.’

    다만 그에게도 쉽지 않은 게 있었으니.

    콘크리트 파일에 쓰일 PC강선이라는 철강재의 강도를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크록하가 전해준 도면에 있는 파일의 인장강도는 1860MPA였다.

    강화시키려면 그 이상은 되어야 할 터.

    진화된 ‘감별’ 스킬은 그것이 2360MPA까지 강화될 수 있다고 알려줬다.

    문제는 그의 강화 스킬로도 더 이상 강화가 안 된다는 것.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눈앞에 PC강선을 놓고 고민했다.

    인장강도는 건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그가 마계상점 리스트에서 알아본 바로는 1860MPA까지의 인장강도만이 있었다.

    즉, 2360MPA의 PC강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앞으로 재개발 건설을 비롯해 다양한 주택을 공급해야하는 상황에서 콘크리트 파일을 자체 공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나 포인트를 벌어들일 수 있는 경쟁력이 있었다.

    그런데 여태껏 없었던 2360MPA의 PC강선을 만들어낸다면?

    그 이익은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

    ‘물론 가성비도 있어야겠지만.’

    어쨌든, 이것을 성공시킨다면 크로커다일들을 활용해 영지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사업거리가 또 하나 생기는 것이었다.

    장현은 PC강선을 여러 방법으로 터치하다 이윽고 한 방법을 떠올렸다.

    ‘이런 바보같은. 에레뜨의 주술진을 얻어놓고 잊고 있었다니.’

    그는 리자드맨의 주술사를 승계했었다.

    연금술사 조각의 권능과 대장장이 능력에 주로 의지하다보니 주술진을 고려하지 않았다.

    PC강선에 에레뜨 주술진을 활용해 인장강도를 강화하는 주술진을 새겼다.

    그러자 그의 감별 스킬에 드디어 알림이 떠올랐다.

    [PC강선이 강화되었습니다. 인장강도 2360MPA까지 도달했습니다. 현재 강화할 수 있는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마계상점 리스트에 장현이 강화한 PC강선-2360 MPA제품이 등재되었습니다]

    ‘됐다. 마계상점 리스트에도 올라갔어.’

    에레뜨의 주술진을 사용하자, 고민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쉽게 해결이 됐다.

    장현은 만족한 듯 미소를 짓고 크록하 족장에게 연락했다.

    “정말 콘크리트 파일을 만든 것이오?”

    크록하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당신이 보내준 것에서 강화를 했소. 어디 한번 직접 확인해보시오.”

    크록하는 장현의 말에 콘크리트 파일을 자세히 살폈다.

    곧 그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정말 강화가 됐구려. 대체 이 PC강선의 인장강도는 얼마인 것이오?”

    “이건 2360MPA이오. 기존에 없던 제품일 것이오.”

    “정말로 이걸 만드셨구려.”

    콘크리트 파일 안쪽에 박혀있는 PC강선을 만져본 크록하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그는 사실 장현이 콘크리트 파일을 강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일족을 무시하고 배척했던 장현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고자 했었던 요구였다.

    그걸 정말로 해내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장현은 그런 그를 보며 말했다.

    “그대 요구대로 이 제품을 개발했으니, 대량생산 할 수 있도록 설계도를 만들어주겠소. 이제 크로커다일족이 직접 콘크리트 파일을 제작하도록 하시오. 필요한 원자재는 지로발 상인에게 말하면 될 것이오.”

    장현은 얼마 전 지로발을 찾아 앞으로 사업을 계속해 확장할 것이니 원자재를 최대한 확보해달라고 요청을 했었다.

    조만간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원자재 가격들이 모두 급격히 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전에 최대한 많이 확보해둬야 했다.

    지로발은 난감해했지만, 입 꼬리가 귀에 걸린 것이 무척 즐거워보였다. 그도 상인으로서 레벨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크록하는 장현의 말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소. 이 PC강선이라면 튼튼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을 것이오. 그리고 마계상점 리스트에 올라갈 테니 마계 전역에서 주문이 들어올 것이오. 앞으로 영지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소.”

    “좋아. 그거면 충분하지. 재개발 지역은 어떻게 잘 진행되고 있는 거요?”

    “그게, 지금 김덕배 영주와 이성훈 두 사람이 요청한 것이 있어서 말이오. 영지 내 생활형 숙박시설과 민간임대 아파트를 짓는다고 먼저 땅을 다지는 기초공사를 해달라고 해서 말이오. 지금 그 일부터 하고 있소. 우리 크로커다일 말고는 그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없소.”

    “그렇군, 알겠소. 그럼 일단은 그것부터 하면 될 거요.”

    크록하는 PC강선을 받아들더니 잠시 머뭇거린 후 말했다.

    “이제 콘크리트 파일이 준비되었으니 기초공사가 끝나는 대로 시멘트가 필요할 것이오.”

    한 가지 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일이 닥쳤다. 장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시멘트라, 알겠소. 그것도 준비해보겠소. 그동안은 콘크리트 파일부터 쓰는 게 어떻겠소. 대규모로 건축물을 지으려면 꽤나 시간이 걸릴 텐데 말이오.”

    “재촉했다면 미안하오, 장현. 그대 말대로 당분간은 기초공사를 하는데 매진하도록 하겠소. 그럼 준비되면 그때 얘기해주시오.”

    “알겠소.”

    크록하가 몸을 돌려 가려하자 장현이 다시 그를 불렀다.

    “잠깐, 크록하. 고생하는데 줄 것이 있소.”

    “줄 것이라니?”

    그는 의문어린 표정으로 장현을 보며 말했다.

    “이번에 좋은 술을 만들어서 그대를 부른 김에 같이 술도 한잔 하려고 했는데. 별로 반응이 좋지 않은 것 같군. 이런 반응이라니.”

    장현은 크록하를 부르기 전 그가 좋아하는 와인을 미리 챙겨뒀었다.

    와인 통을 손에 들고 흔드는 장현을 본 크록하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하하, 그런 거라면 뜸들이지 말고 바로 말을 하지 그랬소. 하하하하.”

    크록하는 장현의 예상대로 그 자리에서 바로 술을 퍼마시기 시작했다.

    일을 맡겼으니 격려도 해줘야 하지 않겠나.

    자고로 당근 없이는 채찍을 휘두르지 말라고 했다.

    “크록하, 여기 마계돼지 스테이크도 있소. 술에 안주가 없으면 되나. 흐흐흐.”

    “오, 장현 그대는 역시 영웅호걸이구려. 하하하.”

    “그대도 웃을 줄 아는 사람, 아니 크로커다일이었군.”

    “우리 크로커다일은 원래 즐겁게 일을 하지. 육체노동을 신성하게 여긴다네.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고 나서 술로 피로를 푸는 것이 우리 크로커다일이야. 맛있는 술에 음식까지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소. 하하하하.”

    장현은 크록하와 술을 주거니 받거니 마시다가 적당히 취기가 돌았다.

    그때 크록하가 예상외의 말을 꺼냈다.

    “오늘 장현 그대한테 아주 놀랐네. PHC 파일은 사실 내가 아는 크로커다일이 만들어서 마계 상점 리스트에 등록한 거요. 그는 PHC에 미친 자였지.”

    “뭐? 이 PHC를 만든 자가 크로커다일이었다고?”

    드워프도 아닌 크로커다일이 PHC를 만들었다니.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래. 정확히는 크레온과 족장 자리를 다투던 자였어. 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요”

    “그렇군.”

    장현이 헬릭스 성에 오기 전의 일이었을 게 분명했다.

    크로커다일과 리자드맨이 먼저 자리를 잡았고, 인간들은 그 후에 왔으니.

    아무래도 장현이 알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크랑은 포인트를 버는 감각이 탁월했소. 하지만 크레온의 눈 밖에 벗어난 데다 민심 또한 잃었지. 독선적이고 자기 밖에 모르는 자였소. 비록 크레온이 나중에는 마족화가 되며 잘못된 길로 가서 우리 종족을 위기에 처하게 만들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거든. 특히 자신을 따르는 아랫사람들한테 베푸는 것을 잘했지. 실로 정치 감각이 탁월한 자였소. 물론 다른 종족에게는 그렇지 않았지만 말이오. 여튼 크랑은 한사코 자신이 영주가 되길 원했지. 결국 크레온과 충돌했고, 그는 패배해 떠났소.”

    “호오. 크레온이 그를 죽이지 않은 건가?”

    보통 영주 자리를 놓고 덤벼든 자는 대부분의 영주들이 살려두지 않는다.

    그런 자를 살려뒀다가는 후에 쿠데타가 일어날 수도 있었기에.

    장현은 크로커다일족과 영지전을 벌이면서 크레온을 죽였다.

    물론 크레온은 마족화가 되었긴 했지만 강신배 또한 기회를 봐서 처리할 생각이었다.

    비록 그전에 놈이 도주하고 말았지만.

    그런 장현이었기에 크록하의 말을 듣고 새삼스레 크레온을 다시 보게 되었다.

    영주 자리를 걸고 싸웠던 자를, 그것도 재능도 엄청난 자를.

    그 크레온이 살려두었다니.

    크록하는 다시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입을 열었다.

    “난 사실 건설 쪽에 잔뼈가 굵은 크로커다일이오. 내가 만든 PHC로 그가 만든 것을 뛰어넘고 싶었어. 뭐 마음만 그럴 뿐 여태껏 그러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오.”

    크록하의 말을 들어 보니, 그의 가슴에 맺힌 한이 어떤 느낌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럼 내가 만든 PC강선으로 PHC를 그대가 만들어봐. 나와 함께 힘을 합쳐 그가 만든 것을 능가하면 되는 거지.”

    “고마운 말이군. 자네가 강화한 PC강선은 강도가 큰 게 무척이나 큰 강점이다. 이 제품이라면 그가 만든 것을 충분히 능가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이건 내가 만든 게 아니야. 장현 그대가 만든 거지.”

    “크록하, 내가 개발은 했지만 앞으로 이걸 대량생산해서 실제로 사용할 자는 그대야. 그러다가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면 그대가 보완하면 되지 않겠나? 어차피 나는 건설 쪽의 전문가도 아니니. 이걸 만든 것도 결국 그대가 가져온 샘플이 있었으니 가능했던 것이야.”

    “이걸 대량양산하고, 또 계속해서 개량한다는 말이지.”

    크록하는 자신의 손 아래에 있는 콘크리트 파일을 쓰다듬었다.

    “좋은 제안이군. 이건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고, 우리 크로커다일족에게도 도움이 되겠어.”

    크록하의 말에 장현은 씨익 웃었다.

    “크록하. 넌 분명 크레온과 크랑, 그 누구보다 훌륭한 족장이 될 것이다. 내가 보증하지.”

    “훗, 나쁘지 않은 말이군. 아니 무척이나 듣기 좋은 소리야. 고맙군, 장현.”

    크록하는 웃으며 술을 들이켰다.

    장현 역시 크로커다일족을 포용하려는 게 목적이었기에 그와 즐겁게 마셨다.

    며칠 후, 장현은 다시 관리자들과 회의를 가졌다.

    안젤라가 요청한 일의 마감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장현은 안색이 어두운 일행들의 면면을 보았다.

    하나같이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와 있었다.

    특히 이성훈은 안구까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의 이나연은 머리가 잔뜩 떡져있는 상태였다.

    그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것은 물론, 씻지도 못한 듯 했다.

    “다들 얼굴이 왜 이래? 혹시 일한다고 잠도 제대로 못잔 거야?”

    “어우, 그럼 뭐 때문에 이러겠어. 며칠 동안 잠도 못자고 이 일에만 매달려 있었잖아. 무슨 자료가 그렇게도 많은지.”

    김덕배가 반쯤 감긴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그래도 표정에 자신감이 차 있는 걸로 보아, 성과는 있었던 것 같았다.

    “고생했다, 덕배야. 어디 밤새서 준비한 걸 나도 좀 볼까.”

    “그래. 이 작업 하느라 나도 고생했지만 주무관과 나연 누나가 가장 고생했어.”

    공을 이성훈과 이나연에게로 돌리는 덕배의 태도는 장현을 흐뭇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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