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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23화 (123/211)
  • 123화. 다시 헬릭스 성으로 (9)

    아슬란이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맞습니다. 식량, 그것도 마계돼지와 감자두더지의 고기를 구할 수 있으니까요. 감자두더지의 감자로 마나 포인트까지 얻을 수 있으니. 제 자랑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마계를 휩쓸게 되어 식량수급이 힘들어진다면, 그땐 이곳이 헬릭스 성의 가장 중요한 시설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이렇게 기를 수 있었던 이유가 전부 아슬란 그대가 만든 배합사료 덕분이라고 들었소.”

    “하하. 사실 크로커다일족 밑에서 레시피를 배우긴 했지만, 직업과 스킬이 활성화되면서 좀 더 효율이 올라갔습니다.”

    아슬란의 말에 장현의 눈이 뜨였다.

    “직업과 스킬? 혹시 어떤 것을 얻었소?”

    “저는 ‘동물사육사’와 ‘사료제조가’라는 두 개의 직업을 얻었습니다. 스킬은 ‘급속성장’입니다. 스킬 레벨은 현재 3이고, 사육하는 동물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스킬입니다.”

    “대단한 직업과 스킬이군. 이 사료 공장과 축산 농장을 운영할 수 있는 건 아슬란 그대가 있기 때문이겠소.”

    “하하하, 어찌 제 혼자의 힘만으로 가능하겠습니까. 영주님과 관리자분들이 지원해주시고 저를 돕는 리자드맨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죠.”

    “그래도 그대가 없었다면 이런 규모의 사료 공장과 축산 농장을 동시에 운영한다는 것은 아마 어려웠을 것이오.”

    장현의 칭찬에 아슬란은 헤벌쭉해졌다.

    그는 기쁜 얼굴로 사료 공장과 축산 농장의 이곳저곳을 소개하더니, 이어 그를 육류 가공 공장으로 안내했다.

    “이곳은 축산 농장에서 기른 마계돼지와 감자두더지를 도축해 가공하는 곳입니다. 인간 플레이어분들이 좋아하는 소시지와 햄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저도 이런 식으로 고기를 가공하는 방법은 몰랐었는데, 저번에 김태석 씨한테서 배웠습니다.”

    “음? 태석이가 이런 레시피를 만들 줄도 알았던가.”

    장현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중얼거렸다.

    아슬란이 그에게 대답했다.

    “저는 잘 모르는 곳이지만, 김태석 씨가 예전에 마장동이라는 축산시장에서 일했다고 하더군요.”

    “마장동? 태석이가 거기에 있었다고?”

    장현은 김태석의 과거를 최형석도 아닌 리자드맨 아슬란에게서 듣는 것이 신기했다.

    아슬란이 대화를 계속했다.

    “장현님, 여기 이 고기로 오늘 저랑 같이 식사하시겠습니까?”

    아슬란의 제안에 장현은 잠깐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소시지와 햄은 정말 오랜만인데. 먹고 가도록 하지. 고맙소.”

    “하하, 이제 말 편하게 하십시오. 우리 리자드맨의 은인 아니십니까.”

    “좋아, 알겠어. 그런데 아슬란은 말투가 다른 리자드맨들과 다르군.”

    “아무래도 저는 주로 인간 영지민들과 함께 일하다보니 그들의 말투가 저절로 옮은 거 아닐까 싶습니다.”

    “어쩐지, 말투가 아주 자연스럽더라고.”

    아슬란은 장현에게 와인을 한 잔 따라주었다.

    소주 생각이 났지만 아쉽게도 소주가 없었다.

    ‘와인을 마시면서 소주를 생각하다니. 나는 역시 한국인이군.’

    소주가 생각나는 스스로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장현은 아슬란과 함께 고기와 와인을 먹으며 친분을 쌓았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후, 장현은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장현은 이성훈, 김덕배, 이나연, 최형석, 김태석 등 주요 동료들을 비롯한 각 종족의 족장들을 회의실로 불렀다.

    안젤라의 얘기를 전하고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자, 다들 모였으니 이제부터 안젤라 소성주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겠다. 오늘은 그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이렇게 불러 모은 것이다.”

    “소성주가 대체 무슨 요구를 했길래 이렇게 다들 모인 거지?”

    김덕배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는 장현이 독공을 잃고 음양합일신공을 안젤라와 함께 수련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장현과 안젤라는 연인이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결국 안젤라의 사랑을 얻는다는 퀘스트를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도 나연 누나와 사귀고 싶은데.’

    힐끔 이나연을 쳐다봤지만, 그녀는 장현의 얘기에만 귀 기울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지금도 영지민들을 훈련시키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김덕배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때 리자드맨 족장 린에이지가 입을 열었다.

    “혹시 새로운 사업거리가 생긴 것입니까?”

    한 때 그는 리자드맨 종족의 영주였으나 현재는 영지민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비록 그는 관리자 신분은 아니었지만 영지의 주요 종족인 리자드맨 종족의 대표자로서 회의에 참가할 수 있었다.

    린에이지의 표정은 초조해보였다.

    리자드맨 종족은 비록 영지전에서는 패했지만, 인간 플레이어들이 영지전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었다.

    물론 장현의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도 리자드맨족은 자신들이 인간들에게 있어 가장 든든한 우군이라고 생각했다.

    아탑, 아투렉 등의 활약은 리자드맨들로 하여금 장현과 친구가 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또한 축산과 사료 제조를 담당하고 있는 아슬란만 해도, 직접 조제한 배합사료를 바탕으로 마계돼지와 감자두더지의 사육량을 폭발적으로 늘리는데 기여하지 않았던가.

    그런 리자드맨의 위상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드워프들의 등장 때문이었다.

    붉은 산맥의 드워프 종족의 집단 이주는 리자드맨들에게 묘한 경쟁심과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영지의 실질적인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장현부터가 대장장이이며 연금술사이다.

    그런 그에게 뛰어난 손기술을 가진 붉은 산맥의 드워프 종족은 천군만마와 다름없는 존재였다.

    지금 헬릭스 성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인 섀도우 마스크 공장과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역시 드워프 족장 포프의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리자드맨의 대표인 린에이지로서는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 이상 이대로 있을 순 없어.’

    기회를 노리는 린에이지에게 역전의 기회가 왔다.

    보호막 형성 마스크에 주술진을 새기는 일을 린에이지와 리자드맨의 주술사들이 맡게 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판을 치고 있는 현 시점.

    보호막 형성 마스크는 표현 그대로 필수품 of 필수품이었다.

    거기에 성능을 강화하는 주술진을 새기는 일은 드워프들의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못지않게 비중 있는 일이라고 자신했다.

    그리고 다시 장현이 소성주의 요구를 받아 회의를 열었다.

    ‘분명 새로운 사업거리를 가져온 것이 틀림없어.’

    린에이지는 이번에도 중요 역할을 함으로써 드워프들보다 리자드맨들이 더 중요한 존재임을 각인시켜 줄 생각이었다.

    장현은 린에이지의 질문과 표정에서 그의 감정을 어렴풋하게 느꼈다.

    이전부터 그는 포프에게 경쟁심을 공공연히 내비치곤 했었다.

    장현은 이런 모습을 도리어 반겼다.

    앞으로 벌일 사업거리들을 생각하면, 인간 플레이어뿐 아니라 모든 종족을 총동원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볼멘소리를 내면 어쩔까 걱정했던 판국에 알아서 열의를 불태워주니 고마울 뿐이었다.

    그는 안젤라와 나눈 얘기 중 먼저 블랙펑키에게 만들어줄 아이템인 인형, 네일 스티커, 침대, 클럭 마사지기, 후리스를 대량생산할 수도 있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헉, 그토록 많은 사업거리가 있다니. 우리 리자드맨에게 맡겨주시오.”

    린에이지가 큰소리로 외쳤다.

    “이봐, 린에이지. 아직 확정된 건 아니야.”

    “괜찮소. 확정된다면 우리 리자드맨족에게 먼저 일거리를 배정해주시오.”

    “음, 뭐 그러도록 하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장현, 이성훈과 김덕배 등은 황당한 얼굴로 린에이지를 쳐다보았다.

    일 폭탄이 떨어진 상황. 저렇게 먼저 나서서 하려고 하는 게 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리자드맨들이 나서주며 일은 다소 줄어들게 됐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사업에 심적인 부담은 늘어만 갔다.

    “형님, 사업거리가 계속 늘어나는군요. 더 이상의 경기는 없는 겁니까?”

    최형석이 불만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이성훈과 김덕배는 조금 전 린에이지를 바라볼 때와 같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목숨을 건 전투를 치러야 하는 경기.

    그걸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그가 이해되지 않았다.

    김덕배는 무공을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전투경험이 늘어나는 걸 원했었지만, 지금은 사부 마현도 없었기에 그저 이나연과 함께 수련하는 것을 더 선호했다.

    자칫 경기에 나섰다가 이나연이 다치기라도 할까 걱정되었던 것이다.

    반면, 김태석만은 ‘역시 형님이군.’ 하는 표정으로 최형석을 바라봤다.

    “최형석, 넌 경기를 뛰길 원하냐?”

    “네. 사령술로 땅이나 뒤집고 공장 건설하는 거나 돕고 있으니 좀이 쑤셔 죽겠습니다. 피 터지게 싸울 수 있는 경기를 뛰고 싶군요.”

    최형석이 하소연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장현은 그의 마음을 이해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최형석은 지금 드워프들과 함께 공장을 짓고 땅을 개간하는데 동원되고 있다.

    그가 언데드를 부려 작업에 동원함으로써 노동력이 엄청나게 절약됐다.

    거기다 조만간 영지 밖을 재개발할 때, 그의 언데드 병사의 필요성은 더욱 더 커질 것이었다.

    장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영지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중지된 거 같다. 소성주한테 듣자하니 당분간은 경기가 벌어질 것 같지 않는다는군.”

    “답답하군요. 저는 경기에 나가서 전투를 치러야 언데드 병사가 늘어나고 사령술 레벨이 늘어나는데 말입니다.”

    최형석이 한탄하듯 말했다.

    순간 장현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너의 사령술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결국 마나 포인트를 많이 벌면 사령술 레벨도 올릴 수 있지 않느냐. 굳이 경기를 뛰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건 그렇지요. 마나 포인트를 가장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이 경기라서 그렇지, 다른 방법으로도 많이 벌 수 있다면 상관없습니다.”

    “좋아. 그건 이따가 따로 얘기해주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형님. 감사합니다.”

    최형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장현은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혹시 건의할 사항 같은 건 없나?”

    장현의 말에 이나연이 나섰다.

    “그렇잖아도 얘기할 게 있었어.”

    “얘기해봐.”

    “영지의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를 개최했으면 해.”

    “행사라니?”

    이나연의 말에 장현이 의아한 눈빛으로 반문했다.

    안 그래도 사업거리가 넘쳐나는 판국에, 행사까지 하자는 말에 놀란 것이었다.

    일단 어떤 행사인지는 그녀의 말을 들어봐야 알 것이었다.

    김덕배가 이나연을 돌아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나연과 같이 영지민들을 훈련시키며 수많은 대화를 나눠왔다.

    그런 그 조차 행사 얘기는 지금 처음 듣는 것이었다.

    이나연이 입을 열었다.

    “그동안 영지민들을 훈련시키면서 고민거리가 하나 있었어. 우리 영지는 지금 다양한 종족들이 같이 어울려서 지내고 있지. 인간, 리자드맨, 크로커다일. 거기에 이번에 새로 합류한 드워프 종족까지. 우선은 같이 잘 지내는 거처럼 보일거야. 하지만 집단 훈련을 하고 있으면 느낄 수 있어. 지금 우리 영지민들은 훈련 중임에도 서로 간에 거리감이 무척 커. 내가 기대한 전우애 같은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아. 목숨을 건 영지 쟁탈 전투를 얼마 전에 치렀기 때문이기도 하고, 서로 종족이 달라서인 것 같기도 해. 갈등으로 내분이 터져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야.”

    이나연의 말에 모두가 침음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란 것을 그들 또한 알고 있었다.

    승리한 인간 영지민들은 기득권이 되고자 했고, 패배한 영지민들은 그런 이들을 아니꼬워했다.

    그 때문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패배한 영지민들은 레벨과 마나 포인트가 초기화되었기 때문에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영지에 계급사회가 형성된 것이었다.

    장현이 이나연에게 물었다.

    “그래서 다 같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열자는 거지? 즐길 수 있는 축제 같은 거 말이야.”

    “맞아.”

    짝, 짝.

    장현은 그녀의 말에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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