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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22화 (122/211)

122화. 다시 헬릭스 성으로 (8)

장현의 말을 들은 안젤라가 궁금한 듯 물었다.

“침대 두 가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거야?”

“음, 접이식 침대는 매트리스와 프레임이 일체형입니다. 프레임과 매트리스를 반으로 접을 수가 있지요. 접고 나서 이동할 수 있게 바퀴를 달았습니다. 바퀴가 달린 만큼 이동할 때 들고 다니기가 간편하죠. 다른 하나는 폼 매트리스입니다. 공기를 최대한 진공상태로 압축한 매트리스를 비닐에 담은 후 박스에 담아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건 부피를 극도로 압축한 것이라 배송과 이동에 유리합니다. 한 거점에 오래 있을 때는 어쩌면 이게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자주 이동해야 하면 진공으로 다시 압축하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귀찮을 테니 접이식이 더 편할 수 있고요.”

“그럼 침대 본연의 편안함과 푹신한 기능면에서는 어떤 것이 더 낫지?”

“그야 압축형 박스 포장이 가능한 제품이 훨씬 낫습니다. 이건 비교가 안 되는데 메모리폼 형태이기에 평소에 쓰는 침대 매트리스와 똑같습니다. 접이식 침대는 접는 부분이 등 쪽에 느껴져서 아무래도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 알겠어. 그것들을 대량 생산할 토지와 공장이 필요하단 말이지. 재난민들을 거기에 투입하겠다는 거고.”

“맞습니다. 그동안 영지에 이것들은 대량 생산할 시설을 구축하려 했는데,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지금 마스크 제작만으로도 인원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최근 이성훈 주무관에게 마계돼지와 감자두더지의 사료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고 보고 받았습니다. 리자드맨 사료 제조자와 함께 이선전에게 받아온 샘플을 연구해 더 좋은 사료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제 생산시설과 도축시설 그리고 가공육 시설까지 함께 있는 축산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좋긴 한데 너무 빠르네. 그것들을 다 지으려면 마나 포인트가 부족해. 최근 회사채까지 발행해서 차입금을 마련해왔는데, 그럴 여유자금이 있을까?”

안젤라는 머리를 한손으로 꾹꾹 누르며 골치 아프다는 듯 말했다.

“마계 재난안전센터에서 보조금이 나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재난민을 받는 조건으로 지원금을 타낼 수 없겠습니까?”

“지원금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긴 하지만,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야. 그 정도의 자금을 받으려면 마계 재난안전센터가 아니라 사업 계획서를 제출해서 중앙 정부의 지원을 받는 방법을 써야 해. 물론 그런다고 해서 꼭 받는다는 보장도 없지만.”

“헬릭스님은 대공의 최측근이시니 가능하지 않을까요?”

“일단 아버지와 의논해볼게.”

안젤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확실히 장현의 생각은 괜찮았다.

계획대로 잘된다면 헬릭스 성은 이번에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었다.

마계 상황이 심각한 만큼 보조금과 지원금 또한 충분히 받아낼 자신이 있었다.

장현 앞에서야 어렵다고 얘기했지만 권력이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

헬릭스는 그 정도 힘이 있었다.

안젤라가 입을 열어 말했다.

“공장을 짓는 비용은 지원금을 받는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어. 토지 문제야. 공장을 짓는다면 영지만으로는 불가능해. 영지밖에 지어야하는데 너도 알다시피 독 안개가 있던 땅 거기밖에 없어. 재개발 정비구역을 본격적으로 엎어버리고 그곳에 공장을 짓고 주택을 공급하도록 해야겠어. 그러면 얼추 해결될 거야.”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장현의 말에 안젤라의 미간이 좁혀졌다.

기껏 끝났나 했는데 또 뭐란 말인가.

“얘기해봐.”

“재개발 정비구역에 공급될 주택이 완공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재난민들은 할 수 없이 당분간 영지에 임시 거주를 할 수밖에 없게 되겠지요. 이미 영지는 우리가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모든 것은 성주님의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동안 가꾸고 관리했던 영지를 재난민들에게 그냥 내어줘야 한다면 반발이 클 것입니다. 그러니 임시 주거지를 제공하는 대신 그들에게 임대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러려면 먼저 저희가 합법적인 소유자임을 인정받아야 할 테지요. 그렇게 해주시면 난민들에게 매매든, 임대든, 어떤 형태로든지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들 역시 그동안 모아둔 마나 포인트가 있을 것이고. 지원금 역시 받을 것이니. 적당한 선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입니다.”

이 정도 조건이면 동료들 또한 큰 불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젤라는 장현의 요구에 눈을 크게 떴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요구 조건이었다.

“영지에 대한 소유권 인정과 부동산 거래를 허가해달라고?”

“네, 토지뿐 아니라 주거시설들과 각종 기반 시설들도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게 허락해주시기 바랍니다.”

고작 움집들을 지어놓고 주거시설이라 하기에는 민망하다.

허가만 받는다면 드워프 종족들의 도움을 받아 생활형 숙박시설과 민간임대주택을 지어서 분양할 생각이었다.

재개발 지역을 허물고 완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에.

충분히 경제성이 있었다.

그것들을 지어 분양한다면 앞으로의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요구 조건이었다.

안젤라는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그건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아버지와 의논해보고 얘기해주마.”

“알겠습니다.”

그 정도 대답이면 충분했다.

음양합일기공을 함께 수련하며 쌓아온 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요구 조건이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아직 얘기 안 끝났어.”

장현은 이제 대화가 끝났다 생각했으나, 안젤라의 용건은 끝나지 않았다.

“할아버지한테서 제안이 들어왔어. 할아버지의 계열사 중 마튜브에 공급하는 영상 콘텐츠의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를 기반으로 해서 여러 사업체를 인수하려 한 대.”

“인수하려는 목적은 뭔가요?”

“그야 마튜브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 플랫폼에 진출하려는데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지.”

안젤라의 말에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몽슈 백작의 드림히트 성은 엔터테인먼트의 본산지라고 할 수 있다.

이전 드림히트 성을 방문했을 때는 아이돌과 패션 산업밖에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마족들이 많았다.

“그렇군요.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지요?”

“너의 감별 능력이 필요해서 말이다. 지금 네게 보내주는 자료들을 보고, 어떤 회사들을 인수해야 할지와 앞으로 플랫폼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생각해보고 의견을 얘기해줘.”

“알겠습니다.”

“할아버지가 직접 네게 의견을 물어보라고 하셨어. 긴급알림을 보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짐작해낸 너의 감별 능력을 높이 평가하시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인수를 주도할 특수효과 회사는 나 또한 지분을 상당히 가지고 있는 곳이야. 어머니 지분 비율이 높은 회사였는데 상속받았거든.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나름 대주주야. 그러니 신경 써줘.”

“알겠습니다, 안젤라님. 일주일 정도 시간을 주십시오.”

“그래. 일주일 정도야, 뭐. 그럼 이제 오늘 수련을 시작해볼까?”

조심스레 말하는 안젤라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그녀가 말하는 수련은 음양합일신공을 함께 운공하는 것이었다.

장현으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안젤라의 거처에서 나온 장현은 몸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이런, 다시 옷을 갈아입어야겠군. 운공의 효과는 좋은데 아직도 몸의 노폐물이 계속해 빠져나온단 말이야.”

그는 자신의 옷에서 나는 시큼한 땀 냄새를 맡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안젤라는 운공이 끝나자 축객령을 내리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어디, 자료를 살펴볼까나.”

그는 안젤라에게 받은 인수후보 회사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거 분량이 너무 많은데. 일일이 감별 스킬을 쓸 수 있는 양이 아니잖아.”

그는 볼멘소리를 내더니 곧 자료를 덮었다.

먼저 이성훈 등에게 맡겨서 일차적으로 거른 후 자신은 최종적으로 선별할 생각이었다.

그는 성주성에서 영지로 돌아가는 길에 변화되고 있는 헬릭스 성의 모습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안젤라와 함께 수련을 하고 난 뒤 돌아가는 길에 성과 영지 주변을 둘러보는 게 요즘 그의 산책이자 휴식이었다.

“짧은 기간에 정말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어.”

그는 가만히 중얼거렸다.

집이라고는 움집뿐이었고, 농사지을 땅을 개간하느라 급급했던 그 영지가. 어느새 천지가 개벽하듯 변했다.

성 입구에는 섀도우 마스크 공장과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이 한창 건축 중이었고, 완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안젤라가 헬릭스 성주에게 허락을 받아준다면 이곳에 마계돼지 축산 농장과 도축장, 육가공 공장에 배합 사료 제조 공장까지, 거대한 축산 클러스터가 들어올 것이었다.

그리고 대대적인 재난민 수용을 위한 재개발이 이루어지겠지.

이 일의 총괄 책임자는 사실상 장현이었다.

안젤라 앞에서는 영주가 김덕배라고 말했지만, 그녀의 말대로 김덕배는 영지외의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헬릭스 성의 가장 중요한 사업인 섀도우 마스크와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보호막 형성 마스크 생산까지 모두 다 장현의 손을 거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다 영상 콘텐츠 사업까지도 맡으란 말이지.’

장현은 가슴이 무거워졌다.

스스로가 벌인 일이긴 하지만, 갈수록 규모가 너무 커지고 있었다.

지금 겪고 있는 이 일련의 일들 중 대부분은 과거 1회차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고민에 잠긴 사이, 장현은 무작정 걷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이런, 정처 없이 계속 걸었구나.’

가끔씩 이럴 때가 있었다.

산책하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생각에 잠기면 지금처럼 무작정 걷곤 했다.

‘여긴 과거 크로커다일 종족의 영지였던 곳이군.’

현재는 마계돼지 양돈장과 감자두더지 사육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마족이 되었던 크레온과 영지전의 하이라이트였던 전투가 벌어졌던 장소.

그곳에서 마계돼지와 감자두더지가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은 그에게 신선한 기분을 안겨다 주었다.

‘그래도 치열하게 산 것 만큼 보람이 있구나. 크레온의 영지가 우리에게 식량과 마나 포인트를 제공해주는 장소가 되다니.’

자신과 동료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전투의 결과가 지금 눈앞의 모습이었다.

이 또한 1회차와 달라진 결과다.

그때 장현을 향해 리자드맨 한 명이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우리 리자드맨의 친구이자 구원자이신 장현님. 전 아슬란이라고 합니다. 여기 있는 마계돼지와 감자두더지의 축산, 그리고 사료제작이라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반갑소. 장현이오. 그대에 대한 얘기를 이성훈 주무관에게 들었소. 그대를 만나고 싶어 잠시 들렀소이다.”

장현은 우연히 들른 곳에서 만난 아슬란에게 일부러 격려를 위해 찾아온 것처럼 말했다.

이성훈이 말했던 크로커다일족 밑에서 사료제작 레시피를 배워 일했다던 리자드맨.

그가 바로 아슬란이었다.

그가 있었기에 축산 클러스터를 건립할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저를요? 무슨 일이신지요.”

아슬란은 자신을 만나고 싶어 왔다는 말에 당황했다.

“하하, 그저 우리 영지에서 가장 중요한 감자두더지와 마계돼지를 사육하는 일의 총책임자에게 인사나 하러 왔소. 겸사겸사 앞으로의 일도 같이 상의하고 말이오. 그동안은 소성주님께서 지시한 일 때문에 못 왔다가, 오늘에서야 모처럼 시간이 나 들렀소.”

“아하, 그러셨군요.”

아슬란이 장현의 말에 기뻐하며 웃었다.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말에 좋아하지 않을 자가 누가 있겠는가.

더군다나 칭찬하는 사람이 영지의 실세나 다름없는 장현이다.

기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 축산시설의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설명 좀 해주시겠소?”

“물론입니다. 축산시설은 이곳에 있는 마계돼지와 감자두더지 사육장 같은 곳이 11개가 더 있습니다. 가축은 사육장 하나당 약 천 마리 정도씩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시설이 11개나 더 있다니, 대단하군. 그럼 더 이상 영지 밖을 벗어나 목숨을 걸고 사냥하지 않아도 되겠어.”

장현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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