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21화 (121/211)

121화. 다시 헬릭스 성으로 (7)

장현은 이번 2회차에서 대장장이 조각 대신 연금술사 조각을 얻었다.

연금술사 조각의 연성술은 금속뿐 아니라 모든 물질의 성질을 바꿀 수 있었다.

백신이라는 것이 생 바이러스를 약화시켜 면역력이 항체를 생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 연성술로 충분히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아직 그의 앞에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았기에, 백신을 제작할 시도를 못 했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포프와 함께 드워프족과 영지민들을 이끌고 공장 건축에 집중하고 있던 장현은 안젤라의 호출을 받았다.

“부르셨습니까, 안젤라님.”

안젤라는 미간을 찌푸린 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현,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무서울 정도야. 전 마족들을 위협하고 있어. 이미 서부지역에서 벗어나 중부 지역으로 퍼지고 있는 중이야. 조만간 우리 헬릭스 성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할지 몰라.”

처음에는 대부분의 마족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안젤라 역시 마찬가지.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확진세가 심상치 않았다.

안젤라는 몽슈 백작에게 부탁해 진단키트와 마스크의 물량을 확보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마스크를 제작하는 게 급했다.

장현의 말대로 현존하는 마스크는 예방율이 무척 낮은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갈수록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직 치료제와 백신은 개발되지도 않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진원지인 마르바스 성뿐 아니라, 서쪽 마계는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초토화가 된 상태였다.

바이러스에 확진된 마족은 마나 포인트가 모두 소멸되었고, 그 후유증이 여러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단순히 마나 포인트를 잃기만 한 마족은 그나마 다행.

신체가 영구 훼손되어 앞으로 마나 포인트를 모을 수가 없게 된 마족들이 속출했다.

그들은 곧 이성을 잃고 살육과 식욕의 본능만 남은 몬스터로 변해갔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마족이 아닌 몬스터였다.

이러한 소식은 마계뉴스와 마튜브 영상을 통해 전 마계에 급속히 퍼져나갔고, 이에 마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미 마계 상점에서 진단키트와 마스크는 품절된 지 오래였다.

“외할아버지 몽슈 백작님께서 지젠, 세놀루션, 바이온 세 업체에 연락했는데 모두 재고가 없다고 해. 남은 진단키트도 없고, 마스크도 더 이상 구해지지 않아.”

“한 달 정도만 있으면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이 완공될 것입니다. 1공장은 폴더블 패드용 반도체를 생산하지만 2공장은 마스크용 반도체를 생산하기로 했으니. 곧 마스크가 제작 될 것입니다.”

“뭐, 반도체는 그렇다 치고. 그 후는? 마스크를 완제품으로 만들려면 나머지 공정을 더 거쳐야 되잖아. 그 준비는 잘 되고 있어?”

“네. 지금 영지민들 모두 마스크 제작에 달라붙어 있습니다. 반도체만 생산 되면 바로 보호막 형성 마스크가 만들어집니다.”

“그럼 문제는 진단키트인데.”

안젤라는 테이블을 손가락을 톡톡 두드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각 지역의 성주들은 다급히 치료약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 속.

시도해볼 수 있는 거라고는 기존 바이러스 치료약이라도 투입해서 효과를 테스트 해보는 것이었다.

원래라면 임상시험을 거쳐야했지만, 그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장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몬스터로 변해버리는 상황이었다.

확실하지 않은 치료약이라도 사용해봐야만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치료약조차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백신과 제약 회사 및 연구소는 대부분 마르바스 성에 허브단지를 구축해 모여 있었다.

그런 마르바스 성이 이미 바이러스로 초토화된 상황. 치료약을 가지고 있는 연구소와 제약회사들도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그 안 역시 이미 확진된 마족들이 몬스터처럼 돌아다니고 있었다.

자칫 치료약을 구하러 갔다가 확진자만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그러자 성주들은 치료약을 구하는 것마저 포기하고, 철저히 성문을 걸어 잠근 채 성 밖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외지인들의 방문은 필수품을 유통하는 상인들 외에는 금지됐고, 그들 역시 출입할 때마다 진단키트로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그로 인해 진단키트들이 순식간에 품절상태가 되어버렸고, 생산양은 수요량에 절대적으로 모자라게 되었다.

진단키트 주문이 계속 밀려오면서 마계의 대표적인 진단키트 제조 3사인 지젠과 세놀루션, 바이온은 24시간 풀가동으로 공장을 돌리게 되었다.

현재 마계 상황은 장현이 한달 전 경고한 상황 그대로 정확히 흘러가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헬릭스와 안젤라는 그제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장현이 입을 열었다.

“이미 예견했던 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긴급알림을 받고나서 몽슈 백작님께 진단키트 회사로부터 물량을 선점해달라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그렇군. 네 말이 맞았어. 선점하긴 했지만 그 물량조차도 조만간 동날 것 같아. 그리고 지금, 골치 아픈 문제가 하나 생겼어. 혹시 너에게 대처방안이 있을까 해서 불렀어.”

“골치 아픈 문제라고요?”

장현은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반문했다.

큰 문제가 나올 만한 타이밍이 아니었다.

마스크와 진단키트의 재고가 곧 동날 것이라 예상되긴 했으나, 그다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었고 그 이후에는 반도체가 생산된다.

장현 자신이 설계한 마스크는 이미 1회차에서 검증된 제품이다.

마스크가 파손만 되지 않는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의 확진을 예방할 수 있었다.

진단키트가 없다고 해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때 안젤라가 입을 열었다.

“지금 서부지역의 마족들과 플레이어들이 우리 성으로 귀순을 요청했어. 문제는 우리가 거부하기 힘들다는 거야. 마계재난안전센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해 귀순을 요청하는 자들을 재난민으로 인정하기로 했어. 전 고위 귀족에게 공문을 보냈고, 마왕과 대공이 이걸 승인했어. 앞으로 진단키트와 마스크는 재난민을 받아들이는 성에 우선 공급돼. 그래서 재난민이 우리 성에 귀순을 요청하면 우리는 받아줄 수밖에 없어.”

“혹시 재난민이 우리 성에 귀순 신청하면 무조건 받아줘야 하는 건가요? 인원 제한도 없습니까?”

“무조건은 아니지. 일단 진단키트로 검사를 해서 확진되지 않은 자들만 받아. 그리고 귀순을 승인하면 마계재난안전센터 그들의 거주에 들 자금을 우리에게 보조금 형태로 지원해줘. 물론 보조금이 넉넉하지는 않고 인당 최소한으로 정해져 있어. 신분이 높고 마나 포인트가 많은 자들은 개별적인 협상으로 원하는 수준의 대우를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받을 수 있지.”

“비용을 지불한다면 꼭 나쁘지만은 않은 거 같군요. 더군다나 지금은 마나 포인트가 많이 필요한 상황임을 생각해보면요.”

“그렇기도 하지. 문제는 우리 성에 귀순을 요청한 자들이 너무 많다는 거야. 그리고 성주급 마족뿐 아니라 거기에 속한 영지민들도 있어. 그들을 받아들이게 되면 자연스레 그들이 거주할 곳은 자연스레 저희 영지가 될 거야. 가능한 곳이 너희 영지밖에 없거든.”

안젤라는 말을 하면서 장현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결국, 그 귀순하는 성주급 마족들이 데려오는 영지민들을 장현네가 받아들여줘야 한다는 말이었다.

영지의 주인은 공식적으로 영지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덕배와 관리자들이다.

영지전과 그 보상은 엄연히 플레이어들이 참가한 경기의 규정.

헬릭스나 안젤라가 고위 마족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결정을 할 수는 없다.

규정이 무너지는 순간 경기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안젤라는 은근슬쩍 장현에게 말을 흘린 것이다.

그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안젤라와 장현은 썸을 타고 있는 사이였기에, 장현에게 함부로 말하기가 망설여지는 것이었다.

헬릭스 성에 돌아온 이후로 매일같이 음양합일신공을 함께 수련하고 있는 사이다.

장현 역시 그런 안젤라의 생각을 알기에 피식 웃었지만,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쉽게 내어주지는 않았다.

“그렇군요. 확실히 고민되시겠습니다. 저희 영지를 제외하면 드워프족들이 차지한 공장 지역뿐인데, 정말 곤란한 상황이군요.”

장현이 이런 식으로 대답하자 안젤라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런 의뭉스러운 녀석 같으니라고.

속으로 욕을 했지만 겉으로는 표를 내지 않았다.

이윽고 직접적으로 말을 꺼냈다.

“장현, 너희들 영지에 재난민들을 받아주겠어?”

“저희 영지에요? 그건 좀 곤란하군요. 제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영주는 김덕배잖습니까. 더군다나 저희 영지에는 리자드맨 종족과 크로커다일 종족, 얼마 전 이주해온 붉은 산맥의 드워프 일족까지 있습니다. 재난민들이 드워프 일족처럼 영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몰라도, 무작정 받아들이는 건 저 혼자 결정할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소성주님.”

안젤라는 장현의 대답이 못마땅한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인상을 쓰며 쏘아붙였다.

“야, 김덕배가 영주라지만 사실상 네가 영주의 주인이나 마찬가지잖아. 다들 네 부하 아니야?”

“안젤라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영주는 엄연히 김덕배입니다. 제가 마음대로 한다면 결국 김덕배뿐 아니라 다른 관리자들의 불만 역시 함께 커질 것입니다. 자칫 내분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장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1회차 때 인류가 결국 코로나19에 비실대던 마족들에게 무너진 이유가 뭐였던가.

물론 마왕과 대공을 비롯한 고위 마족들의 저력이 심후한 원인도 있겠지만, 그보다 인간종족 내 갈등으로 인한 내분이 더 큰 원인이었다.

플레이어들은 마왕군과 싸우며 이권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패권 다툼을 벌였다.

생필품 분배부터 적을 쓰러트리고 얻은 마나 포인트 분배까지.

이권이 보일 때마다 다투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전장을 차지하기 위해서도 다투었다.

그 과정에서 파벌이 생기고, 그런 파벌 안에서도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다시 또 파벌이 생겨났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마왕군도, 바이러스도 아닌 인간들끼리의 내분으로 죽어갔다.

그 후 들이닥친 마왕군의 공격에 인간들은 개별적으로 대항하다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물론 지금의 김덕배를 비롯한 일행들은 순수하게 장현을 따르기에 그 마음대로 결정한다고 해서 당장 내분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마음속 드러나지 않은 불만이 내분의 씨앗으로 자라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인간을 충분히 겪어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휴. 알겠어. 그럼 동료들과 상의하고 얘기해줘. 혹시 요구 조건이 있으면 얘기하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런데 먼저 안젤라님께 허락을 구할 일이 있습니다. 동료들과 상의하기에 앞서 먼저 안젤라님의 허락을 받는다면 그들을 설득하기 수월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장현은 안젤라의 말을 듣고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그게 뭐지?”

안젤라가 의문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봤다.

“블랙펑키 애들에게 만들어줄 아이템들을 완성했습니다. 이것들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토지와 공장을 제공해주셨으면 합니다.”

“오호, 벌써 그 제품들을 다 완성했다고? 그런데 왜 그걸 여태 얘기 안 한 거야? 그동안 매일 만났으면서.”

안젤라는 눈을 흘기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장현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한꺼번에 보여드릴 생각이었죠. 더군다나 요즘 계속 반도체 건축 공장과 마스크 생산 과정에 신경을 쓰고 있다 보니,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그래. 알겠어. 그보다 블랙펑키 멤버들에게 줄 아이템으로 뭘 만들었어?”

“앞전에 안젤라님께 드린 후리스는 아실 테고요. 후리스는 로시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아우터를 원해서 그녀에게 줄 생각입니다. 그리고 수안이 요구한 마사지기는 나비형 패드를 붙일 수 있는 클럭 마사지기로 만들었습니다. 제인은 인형을 요구했는데 예전에 안젤라님께 만들어드린 만티코어 조형물을 인형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리안은 다양한 종류의 네일 스티커를 요구했고요. 우선 스무 종류의 네일 스티커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니는 이동식 침대를 원했는데, 두 가지의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반으로 접을 수 있는 형태고요. 다른 하나는 돌돌 말 수 있는 형태의 매트리스 침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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