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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19화 (119/211)
  • 119화. 다시 헬릭스 성으로 (5)

    장현이 포프를 향해 물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단순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고 해서 부족을 전부 이주했다는 게 솔직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확진자가 아직 발생 안한 것이 맞습니까?”

    장현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엄청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확진된 드워프가 이들 무리에 끼어서 영지에 합류했다면 영지가 위태로워진다.

    장현의 그런 표정을 보았는지 포프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예리하시군.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미 확진자가 발생하긴 했었소. 그대 말대로 그렇기에 우리도 이주를 결심하게 된 것이지. 그렇다고 해서 확진자를 헬릭스 성에 데리고 온 건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이미 헬릭스 성으로 올 때 전원이 진단키트로 검진까지 마쳤고, 양성으로 나온 자는 이곳에 오지 않았으니 말이오. 확진자와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온 자들은 붉은 산맥에 그대로 남았소.”

    “일단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한 달 정도는 기존 거주민과의 접촉을 가능한 피해야 할 것입니다.”

    장현은 혹시 진단키트에서 발견하지 못한 확진자가 있을까봐 조심스레 말했다.

    포프 역시 그의 뜻을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장현을 보며 말했다.

    “우리가 헬릭스 성으로 이주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대 때문이기도 하오 장현.”

    “저 때문이라고요?”

    장현은 어리둥절했다.

    포프가 자신을 알고 있기라도 했단 말인가.

    장현은 지금 대장장이 조각도 없었다.

    부족의 이주라는 중대할 결정의 이유. 그게 자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 역시 마튜브를 즐겨본다오. 그리고 우리는 술과 맛있는 음식을 즐기지. 그게 우리 드워프족의 몇 안 되는 취미이자 유흥이라네. 우리는 장현 당신의 튜토리얼 통과 과정과 영지전, 그리고 마계대공 박람회의 경기까지 다 보았소.”

    포프의 말에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저의 경기를 보고 호감을 느낀 것입니까?”

    “물론. 당신의 전투력은 뛰어났지만 내가 주목한 건 전투력이 아니오.”

    “그럼 무엇입니까?”

    “바로 새로운 금속과 아이템들을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당신의 그 능력이오. 튜토리얼에서 무리늄을 최초로 만들고, 오크뿔이에욤과 오크뼈에욤을 필요한 아이템으로 변환해 난관을 극복하는 그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소. 더불어 리자드맨의 에레뜨 팔찌까지 복원했다는 것을 알았을 땐, 솔직히 나 또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었지. 에레뜨 금속을 만들고 팔찌까지 원형을 복원하는 것은 오래전 리자드맨 종족이 우리에게 의뢰했던 일이었소. 그것을 리자드맨도 드워프도 아닌 인간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소.”

    포프는 뜨거운 눈빛으로 장현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장현이 헛기침을 큼큼했다.

    “우리 드워프족은 그때부터 장현 그대를 주목하고 있었소. 결정적으로 그대를 따라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은 마계대공 박람회 때였소. 헬릭스 성의 소성주이신 안젤라님과 함께 전시회에 나가서 힌지 모듈로 제넥스 성과 공동 우승을 차지하고, 경기에서도 1위를 한 그대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걸어볼만한 상대라고 느꼈소. 사실 섀도우 마스크의 비중에 비하면 힌지 모듈은 그렇게 어려운 기술이 아니오. 물론 패드 신모델인 패드 폴더와 패드 플립에는 필수적인 부품이긴 하지만 우리가 주목한 건 안젤라님이 시연회 때 당신을 대동하고 갔다는 것이오.”

    “흠.”

    장현은 가만히 포프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안젤라님의 총애를 받기까지 하는 그대는 분명 남들이 모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소. 이미 그동안 보여준 능력 외에도 말이오.”

    “그래서 저를 보고 부족을 이주했다는 말입니까?”

    “그렇소. 지금 마계는 전대미문의 격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오. 인간 플레이어들이 마계에 오면서 공학기술에 있어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지. 그것도 단시간에 말이오.”

    “그 말씀은, 우리가 오기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는 말입니까?”

    장현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렇소. 리자드맨과 크로커다일족이 오면서 주술이 한 때 유행하긴 했지만, 사실 그 정도는 특별할 것 없었소. 공학과 과학이야말로 마계를 급변시킨 문명이오. 지금 우리가 만드는 패드의 부품들은 불과 이십년 전만해도 존재조차 모르던 것들이오.”

    장현은 그의 말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역시 천계가 무너지고 창조신의 패드를 마왕이 얻으면서 그것의 복구를 위해 마계가 대대적으로 변한 거군.’

    이미 짐작한 바였기에 장현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만 있었다.

    “우리는 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질병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소. 아마도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 생각하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가능성 높은 주역에게 우리의 미래를 걸고 따르기로 결심한 것이오.”

    “그게 저라고 생각한 거군요.”

    “그렇소.”

    “저를 높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족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만큼 대단한 인물이 아닙니다.”

    장현은 고개를 저으며 겸양의 말을 했다.

    드워프족이 자신을 주목할 정도라면 마왕과 대공 측 역시 자신을 주목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 이상의 관심은 사양이었다.

    창조신의 패드와 테세리움을 얻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

    장현은 그제야 테세리움이 떠올라 급히 물었다.

    “포프님 한 가지 더 물어볼 게 있습니다. 제게 아주 중요한 일이기에 꼭 사실대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대체 무엇을 물어보겠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내용이라면 사실대로 얘기해주겠소.”

    “혹시, 테세리움에 대해서 아십니까?”

    “테세리움? 들어본 것도 같기도 한데. 떠오르지 않는군. 희귀한 금속인가 보오.”

    포프의 말에 장현은 크게 실망했다.

    포프조차도 테세리움을 모른다고 한다면, 대체 어디에서 테세리움을 얻으라는 말인가.

    장현의 실망한 표정을 본 포프.

    그가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대에게 정말 중요한 금속인가 본데, 혹시나 알게 되면 바로 얘기해주도록 하겠소. 도움이 못 되서 미안하군.”

    “아닙니다. 혹시 알게 되신다면 그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실망이 너무 컸던 장현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아직 반도체 파운드리와 힌지 모듈 생산 등 중요한 할 얘기들이 남아있었던 포프는 장현의 표정을 보고서 지금은 얘기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는, 이내 인사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방금 오신 분을 붙잡고 너무 많은 얘기를 한 거 같아 미안하구려. 나머지 얘기는 차차 하면 되니 우리는 이만 물러가겠소.”

    “알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얘기를 나누지요.”

    장현은 포프의 인사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대화를 들은 동료들의 표정 역시 좋지 않았다.

    장현이 그동안 테세리움의 행방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드워프 족장에게 희망을 걸고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현, 너무 실망하지 마. 언젠가는 테세리움을 찾게 될 거야.”

    “그래. 내가 실망한 걸 너무 드러낸 것 같아서 미안하다.”

    “아니야.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일단은 너도 쉬는 게 좋을 거 같다.”

    “그래. 고맙다.”

    장현은 자신의 거처로 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거처는 영지 안쪽에 그대로 있었다. 먼지가 없는 것으로 보아 꾸준히 관리해온 모양이었다.

    장현은 자리에 앉아 음양합일신공을 운공하며 차분히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안젤라는 헬릭스를 만나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안젤라, 몽슈 백작은 잘 지내더냐?”

    “네. 여전히 활발하셔요. 최근에는 여자 아이돌을 키우기 시작하셨더군요.”

    “그 양반이 그런 쪽으로 상당히 뛰어나긴 하지. 배리어소년단으로 대히트를 치더니 이젠 여성 아이돌을 키우려고 하나보군. 그 여자 아이돌 그룹 이름은 뭐지?”

    “블랙펑키에요.”

    “블랙펑키라, 어쩌면 머지않아 마계의 스타가 될지도 모르겠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해요.”

    안젤라는 드림히트 성에서 만났던 대디와 블랙펑키들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혹시 몽슈 백작이 네게 사업 얘기는 꺼내지 않더냐?”

    헬릭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안젤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안젤라는 몽슈 백작의 하나뿐인 딸 헤라가 남긴 유일한 혈육이다.

    몽슈 백작이 자신의 재산을 물려준다면 그 상대는 안젤라밖에 없었다.

    헬릭스 본인이 안젤라에게 사업거리를 하나씩 맡기면서 후계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몽슈 백작 역시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 여겼다.

    “그렇잖아도 할아버지가 저한테 블랙펑키가 쓸 아이템들을 제게 찾아보라고 하더군요. 굿즈로 판매되면 대량 생산은 우리 성에게 맡긴다고 하셨어요.”

    안젤라의 말에 헬릭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여성 아이돌은 남성 아이돌보다 돈이 별로 안 되는데, 배리어소년단 굿즈 생산을 받겠다고 얘기해보지 그랬냐.”

    “배리어소년단과 관련된 굿즈 상품은 이미 할아버지쪽 사람들이 다 잡고 있어요. 그들 것을 빼서 우리에게 주기란 쉽지 않았을 거예요. 블랙펑키 그룹은 이제 막 데뷔를 준비하는 아이돌이라 기회가 있는 거고요.”

    “흠, 아쉽군. 남성 아이돌이라면 모를까, 여성 아이돌의 굿즈는 별로 안 팔릴 텐데. 팬덤이 강한 건 남성 아이돌이야. 아이돌 관련으로 지갑을 여는 건 주로 여성들이지. 여성 아이돌의 팬덤이 주로 남성층인 것을 생각해보면, 큰 기대를 하긴 힘들어.”

    “꼭 그렇지도 않을 걸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여자 아이돌이 사용하는 아이템과 패션은 실제로 일반 여성들이 사용하기도 하거든요. 유명 아이돌이 사용하는 백이나 옷이 순식간에 완판이 된다는 걸 모르시는군요.”

    “하긴, 그럴 수도 있겠어. 특히 옷이나 백이라면 여성들이 주로 쓰는 상품이니, 여성 아이돌이 쓰는 제품을 따라 구입할 수도 있겠어.”

    “거봐요. 여자가 남자보다 포인트를 못 버는 게 아니라고요.”

    “흠. 내 말을 오해했나보구나. 소비력은 여성들에게 달렸다. 돈을 벌려면 여성들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지. 보통 여성들은 배리어소년단 같은 남성 아이돌에게 환호하지 않느냐. 그들이 쓰는 섬유유연제 같은 것만 해도 마스타그램에 공개되자마자 바로 품절파동이 생길 정도였으니. 내가 말한 건 그런 얘길 한 거란다.”

    “이해했어요,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가 찾으라고 한 블랙펑키 아이템은 제가 데려갔던 장현이 만들기로 했어요. 이미 아이템 중 하나인 옷을 장현이 만들기도 했고요. 이 후리스라는 옷이에요.”

    안젤라가 후리스를 꺼내 입어보였다.

    “장현이 그것을 직접 만들었다고?”

    “네, 그뿐만 아니라 할아버지가 따로 장현에게 의뢰한 것도 있어요.”

    “의뢰? 어떤 것 말이냐.”

    “보호막 형성 마스크에요.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확진을 예방할 수 있는 마스크죠. 마스크를 쓰면 보호막이 전신을 덮어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다고 해요.”

    “혹시 그 제품, 샘플이라도 있니?”

    “장현 말로는 반도체가 들어가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아직 못 만들었어요. 그래서 말인데, 안 그래도 아버지께 건의할 게 하나 있었거든요.”

    “혹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언제 짓는지 물어보는 거냐?”

    헬릭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앗, 어떻게 아셨어요?”

    안젤라는 깜짝 놀랐다.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은 이미 건립하고 있는 중이다. 너도 회사채를 발행해서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을 테고. 최근 공사를 시작했단다. 머지않아 완성될 거야. 그렇잖아도 얘기해주려고 했는데, 섀도우 마스크 역시 완성해서 파인애플로부터 수주를 따냈단다.”

    탕!

    안젤라가 헬릭스의 말에 놀라서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서며 물었다.

    “그게 정말이에요?”

    “그래, 너무 흥분하지 말고 자리에 앉도록 해라.”

    털썩.

    안젤라는 다시 의자에 앉아서 물었다.

    “파인애플로부터 수주를 따냈다니. 그럼 퀄 통과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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