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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16화 (116/211)
  • 116화. 다시 헬릭스 성으로 (2)

    장현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당황을 감출 수 없었다.

    “안젤라님!”

    장현이 놀라 안젤라를 흔들었지만 그녀의 손은 마나 주입기에서 떼어지지 않았다.

    그때 스피커에서 로슈 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장현님! 제 말 들립니까?”

    “네, 들립니다.”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젤라님이 위험해집니다. 혹시 그분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당신들이나 나나 죽은 목숨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로슈 집사가 스산한 표정으로 다그쳤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니 제가 어떻게 조치를 하면 되는지부터 말씀해주시죠.”

    장현도 로슈에게 소리쳤다. 그 역시 안젤라가 쓰러져 심장이 덜컥할 정도로 놀란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로슈에게 협박에 가까운 말을 들었으니, 좋은 대답이 나올 수가 없었다.

    로슈는 잠시 조용하더니 곧 입을 열었다.

    “일단 주행 모드를 자율주행 모드로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제가 조종할 수가 있어요. 핸들 아래에 주행 모드 버튼이 있을 거예요. 그걸 누르세요.”

    장현은 로슈가 말한 대로 주행 모드 버튼을 찾아 눌렀으나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제 된 거 맞습니까?”

    “아닙니다. 주행 모드가 바뀌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안젤라님의 마나 포인트가 고갈되었기 때문에 작동이 중단된 거 같습니다. 장현님의 보유 마나 포인트를 지네차 마나 주입기에 투입해야 작동이 될 거 같아요.”

    “지금 안젤라님의 손이 마나 주입기에 얹어져 있는데 손이 떼어지지가 않습니다. 강제로 뗐다가는 문제가 생길까봐 힘을 못 주고 있습니다.”

    “잘했어요. 억지로 힘을 줘서 뗄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장현님의 손을 안젤라님의 손 위에 포개도록 하세요. 안젤라님 대신 장현님의 마나 포인트가 주입기에 자동으로 투입될 것입니다.”

    장현은 로슈의 말에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손을 그녀의 손 위에 포갰다.

    손을 포개자마자 곧바로 장현의 마나 포인트가 급격히 소모되기 시작했다.

    “큭! 이거 너무 빠른데.”

    대체 안젤라는 왜 굳이 수동모드로 변환해서 마나 포인트를 투입한 건지.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마나 포인트를 극심하게 소모하면서까지 대체 왜 몬스터들과 싸운 것이었는지.

    그녀가 깨어나면 꼭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헤치호그 무리는 계속해 지네차를 공격하고 있었다.

    푸슈슉.

    콰득! 콰드득!

    안젤라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보호막이 사라졌기에 헤치호그의 공격에 자율주행 지네차는 심각하게 파손된 상태였다.

    삐이. 삐이. 삐이. 삐이.

    요란한 경고음이 지네차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성훈은 뒤에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으아악! 장현님, 이러다 죽겠어요. 저놈들이 계속해서 달려들어요.”

    “그냥 닥치고 꽉 붙들기나 해!”

    장현은 시끄럽게 정신을 어지럽히는 이성훈에게 한차례 소리친 후, 지네차를 작동하는 데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마나 포인트가 충분히 투입되면서 지네차의 보호막이 천천히 생성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지네차도 다시 움직이면서 몸통을 움직여 헤치호그들을 공격해댔다.

    보호막은 공격용으로도 적격이었다.

    보호막으로 둘러싸인 지네차의 몸통에 부딪힌 헤치호그들은 튕겨나가며 그대로 폭발했다.

    삐이. 삐이. 삐이.

    여전히 지네차는 경고음을 냈지만 아직은 버틸만했다.

    “가능한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해.”

    마나 포인트가 떨어지기 전에 헤치호그 무리를 따돌려야 했다.

    장현은 지네차의 보호막을 가동시키며 무작정 앞으로 돌진해나갔다.

    헤치호그들은 지네차를 향해 몸통을 들이박거나 침을 쏘아대며 추격해 따라왔다.

    장현의 조종에 따라 몇 놈들이 뿌리쳐지자,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덤벼드는 놈들이 없어졌다.

    그러고 한참을 더 이동한 후 헤치호그가 보이지 않게 되자, 장현은 조종 모드를 자율주행으로 바꾸기 위해 주행 모드 버튼을 눌렀다.

    “로슈님, 지금도 주행 모드가 바뀌지 않습니다.”

    장현은 다급하게 로슈 집사를 불렀다.

    그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마나 포인트가 실시간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소모되는 속도로 볼 때, 길어봤자 10분밖에 못 버텨.’

    그 안에 해결하지 않으면 자신도 쓰러질 것이다.

    “안젤라님이 의식을 차려야 할 거 같은데.”

    로슈 역시 심각한 어조로 대답했으나,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말이었다.

    “어떻게 해야 안젤라님을 깨울 수 있습니까?”

    “지금으로서는 저도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저 안젤라님이 스스로 깨어나실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요.”

    “이대로라면 지네차가 저와 안젤라님의 마나 포인트를 모두 먹어치울 거란 말입니다.”

    “지금 저도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하려고 하는데, 수동모드로 바꾼 이상 외부에서 다시 자율주행 모드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죄송하지만 안젤라님께서 깨어나서 직접 자율주행으로 바꾸는 거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그, 그런. 말도 안 돼!”

    장현은 로슈의 대답에 가슴이 철렁했다.

    더 이상 그는 로슈에게 의지하지 않고 급히 머릿속에 든 지식을 훑었다.

    동료들에게서 기억전이로 얻은 지식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머릿속 기억을 뒤졌을까.

    그는 마현의 기억 속에서 단서를 하나 찾았다.

    ‘이거다.’

    장현이 발견한 건 마현에게 전해 받은 내공 구결 중 하나였다.

    ‘음양합일신공’

    [이것은 내가 마교의 교주가 되고 나서 발견한 기공인데, 원래는 도문에서 만들어진 내공 구결이었다. 그런데 그 내공을 수련한 사형제가 부부의 연을 맺게 되면서, 도문에서 파문당해 마교로 흘러들어왔다.]

    [멍청한 도문 녀석들이 귀한 내공구결을 음행하다하여 사장시켜 버린 것이었지. 이 내공의 특징은 남녀가 함께 수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략) 장점은 한 쪽이 의식을 잃어도 상대방이 이끌면 함께 내공수련이 가능하다는 점이야. 그리고 내공 운기의 효과는 단순히 하나 더하기 하나가 아니다. 부가적인 효과는 나도 수련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훨씬 더 크다고 전해진다. 단점은 이 내공을 수련하게 되면, 서로의 몸을 오가며 운기하는 과정에서 겪는 느낌이 상대와 육체적 관계를 가질 때 느끼는 기분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로 인해 자연스레 상대방을 내 자신처럼 아끼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 반대로 말하면 상대방에게 그만큼 집착하게 된다는 거야. 그래서 정말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아니라면 함부로 수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 이럴 수가.’

    음양합일신공. 정말 이름 그대로의 무공이었다.

    장현은 무공의 특성을 더 훑을 여유가 없었다.

    지금 당장 결정해야 했다.

    이 무공을 익히면 지금까지 익혀왔던 당문독공을 버려야 한다. 한 몸에 두 가지의 내공이 있을 순 없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여러 생각이 떠올랐지만, 결론은 명확했다.

    ‘이걸 하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마나 포인트가 고갈된 채 죽거나 폐인이 될 것이다.

    결심을 한 장현의 앞에 알림이 하나 떴다.

    [음양합일신공을 ‘스킬’로 적용하시겠습니까?]

    다행히 직접 내공을 바꾸지 않아도 괜찮았다. 스킬로 바꾼다면 그만큼 신경 써야 될 부분이 줄어든다.

    고민할 여유가 없었기에 바로 ‘예’라고 대답했다.

    [음양합일신공이 플레이어 장현의 ‘스킬’로 적용됩니다.]

    알림이 뜨자 원래 익히고 있었던 것처럼 ‘음양합일신공’이 단전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원래 그의 단전에 자리 잡고 있던 당문독공이 ‘음양합일신공’으로 변화되어갔다.

    ‘이상하군. 당문독공은 시스템으로 받은 스킬이 아닌데, 어떻게 음양합일신공으로 시스템이 바꿀 수 있는 거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걸 답해줄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여유 역시도 없었다.

    음양합일신공으로 변환된 내공이 그의 손을 통해 안젤라의 손으로 흘러들어가며, 안젤라의 체내에 있는 기운을 모두 음양합일신공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 안에 있는 기운은 순수한 마나가 아닌 마기와 음차원의 마나였다.

    하지만 음양합일신공은 그 모두를 포용하여 음양합일신공의 내공으로 바꿨다.

    그 모든 과정을 장현은 느끼고 있었다.

    ‘신기하군. 이런 게 되다니. 엄청난 신공이다.’

    안젤라가 깨어나 몸속에 알 수 없는 내공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장현의 몸속에서 만들어져 뻗어나간 음양합일신공의 내공이 마침내 안젤라의 몸속에 있는 기운을 모두 같은 성질의 기운으로 바꾸었다.

    그때부터 음양합일신공의 내공이 두 남녀의 몸을 오고가며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한 바퀴, 두 바퀴 기운이 돌면서 알 수 없는 기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간질간질하는 느낌이었으나, 어느새 전신을 어루만져주는 포근함과 마사지를 받는 듯한 쾌감이 느껴졌다.

    근육뿐 아니라 혈관 속까지도 마사지를 하는 듯한 기분.

    그것은 음양합일신공이 두 남녀의 전신 혈도를 따라 돌면서 노폐물을 씻어 내리고 막힌 혈도를 허무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차적인 효과였다.

    곧 두 남녀의 모든 혈에 음양합일신공의 내공이 흘렀다.

    그리고 모든 혈이 뚫리자 기운은 점차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느끼는 감각마저 극도로 예민해졌다.

    ‘크아아아. 미칠 듯한 쾌감이다.’

    장현은 모든 혈도가 뚫렸음에도 그걸 인식할 겨를이 없었다.

    극도의 쾌감은 그의 정신을 놓게 만들었다.

    ‘이, 이 정도일 줄이야.’

    동시에 자신의 몸 속 흐름뿐이 아닌, 안젤라의 몸속 흐름도 정확히 알 수가 있었다.

    장현과 안젤라의 몸에서 검은 노폐물이 땀구멍을 통해 흘러나왔다.

    한편, 안젤라는 서서히 정신이 들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자극이 온몸에서 강하게 느껴짐에 따라 수면 아래에 있던 의식이 강제로 부상하고 있던 것이었다.

    다만, 그녀는 아직 정확한 상황을 파악 하지는 못했다.

    그녀가 흐릿한 시야로 몸을 일으키려는데,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마냥 이상했다.

    아무런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몸 상태가 이상해.’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조종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몸속을 흐르던 음양합일신공이 그녀의 체내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장현에게로 빠져나갔다.

    ‘아아아아아앗! 이, 이게 뭐야.’

    발끝에서부터 허벅지와 등을 지나 머리끝까지 알 수 없는 쾌감이 일었다. 그러고는 이내 다시 손을 통해 빠져나가며 사라졌다.

    순간적으로 몸이 붕 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혹시 어머니의 뱃속인가.’

    아직 정신이 없었던 그녀는 무의식 속에서 경험한 어머니 자궁 속 태아의 상태일 때를 떠올렸다.

    ‘어머니!’

    안젤라는 어질어질한 상태에서 돌아가신 어머니 헤라를 찾았다.

    ‘어머니를 두 눈으로 보고 싶어.’

    억지로 눈을 뜬 그녀는 자신의 앞에 어머니가 아닌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의 손이 자신의 손 위에 포개어져 있다는 것 또한 알았다.

    ‘이건, 장현?’

    그녀는 흠칫 놀라 눈을 치켜떴다.

    그 순간, 장현의 손에서 자신의 손으로 다시 기운이 들어왔다.

    기운은 손에서 다리를 거쳐 발끝으로 흘렀다가, 다시 등허리를 거쳐 머리끝으로 올라갔다.

    ‘아아아앗! 어떡해!’

    처음 겪어보는 쾌감이 그녀의 전신을 휘감은 것이었다.

    ‘대체 이 기운은 뭐지? 마나, 마기? 아니야.’

    순수한 기운인 게 분명히 느껴졌다. 몸속 구석구석까지 정화를 시켜 주는 기분이 들었다.

    큼. 큼.

    그녀는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게 느껴졌다.

    냄새의 근원을 찾아보니,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온 노폐물이 옷을 누렇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걸 알아차린 순간 그녀는 끝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대체, 이 상황은 뭐냐고.’

    만약 안젤라가 자신의 얼굴과 신체의 피부를 봤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 분명했다.

    노폐물이 빠져나간 피부는 마치 태아의 그것처럼 맑고 투명한 상태였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피부 상태를 볼 정신이 없었다.

    그저 이 순간을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해서 알아야만 했다.

    자신의 몸에 벌어진 일이 무엇인지, 꼭 알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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