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15화 (115/211)
  • 115화. 다시 헬릭스 성으로 (1)

    장현의 말에 안젤라가 의아하다는 어조로 말했다.

    “갑자기 왜 복귀하래? 난 그런 소식 못 받았는데.”

    “아마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를 비롯한 플레이어들이 어수선한 상황을 이용해 혹시 돌발행동을 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거 같군요.”

    “그럴 수도 있겠네.”

    안젤라가 들어도 장현의 말은 허점이 없었다.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장현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굳이 돌아가고 싶었으면, 그냥 돌아가고 싶다고 얘기해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모르고 있었지만 장현은 지금 헬릭스 성에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었다.

    방금 그녀가 얘기한 내용 때문이다.

    그의 본거지나 다름없는 영지 주변 상황에 대해 무슨 일이 벌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게 장현을 불안하게 한 것이다.

    그는 직접 돌아가서 파악하고자 했다.

    그뿐 아니라 최근 영감을 얻었던 사업거리들을 영지에 가서 시작해야 했기에.

    돌아갈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다.

    “혹시, 헬릭스 성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충분히 대비가 되어 있습니까?”

    “어떤 대비?”

    “진단키트로 확진 확인하기라든지, 일상생활 필수 업무 외 비대면 또는 거리두기 같은 대비요. 그리고 마족 주민과 영지민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다 보호막 형성 마스크 사용하기 같은 것 말입니다. 또 확진자 발생 시 필요한 비상 격리시설과 병동 확보, 처방약품과 비상약품 또한 충분히 확보해야겠지요.”

    “음, 사실 난 거기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거든. 아버지께서 알아서 잘 하시겠지.”

    “과연 그럴까요. 사실 이건 약한 존재일수록 생명의 위협을 받기에 더 신경 쓰기 마련입니다. 소성주님만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별다른 위협으로 여기지 않는 상황에, 헬릭스 성주님께서 과연 몽슈 백작님만큼 심각하게 생각하실까요?”

    “…….”

    안젤라는 장현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그녀가 생각해도 헬릭스 성주가 몽슈 백작만큼 대비할거란 기대는 좀처럼 들지 않았다.

    그제야 그녀도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금방 사그라질 거라 생각하긴 하지만, 장현의 말대로 철저히 대비해서 나쁠 건 없겠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파급력이 더 컸다.

    그녀는 패드를 켜고 최신 뉴스를 검색했다.

    온통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기사들뿐이었다.

    마튜브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마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룬 영상들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올리고 있었다.

    영상 댓글들을 보면 그 심각성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저 마르바스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인간 플레이어들에게서 시작된 거라며? 대체 왜 인간들을 굳이 마계까지 데려온 거람.]

    [마왕과 대공은 이 사태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도 없고. 이러다가 우리 마족들만 다 죽는 거 아니야?]

    [이봐. 너무 오버하지 마. 고작 바이러스야. 예전에 메르스나 사스도 퍼졌는데 금방 사그라졌잖아. 이번 코로나도 마찬가지로 금방 가라앉을 거야.]

    [ㄴ 님 공무원임? 마계재난안전본부 댓글 요원인 듯? 지금 마족 주민들 마기가 사라지고 몬스터처럼 변한 영상들 안 봤음?]

    [ㄴㄴ그 영상들 다 주작이라는데 내 손모가지 건다.ㅋㅋㅋ]

    [ㄴㄴㄴ님 손모가지야 걸든 말든 내 알바 아닌데 영상들 좀 제대로 살펴봐. 바이러스가 마기를 모조리 갉아먹고, 신체를 부식시키고, 의식마저 사라지게 한다니까? 제대로 보긴 한 거야? 바이러스는 인간들이 가져온 거지만 피해는 인간들보다 마기를 보유한 마족들이 더 크게 받는다고.]

    [워우, 그럼 인간들을 다 죽이면 해결되는 거잖아. 빨리 경기나 다시 해. 내가 경기에 참가해서 인간놈들 다 쳐 죽이게.]

    [대체 마왕과 대공은 왜 인간들을 마계에 데리고 와서 이 난리를 일으킨 거야? 입이라도 있으면 한 말씀 하셔야지.]

    [워워, 진정해. 너 그러다 죽어. 마계 정부에 끌려간 놈들 중에 살아서 나온 자가 없다는 말 못 들어봤나 보네. 그냥 집에서 나오지 마. 그럼 안전할 거야.]

    [젠장! 일 안 하는 백수는 집에서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 마족주민들은 생업을 해야 한다고.]

    [치료약이나 백신은 아직 없어?]

    ……

    ……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진에 따라 상당수의 마족들이 인간을 비롯한 플레이어에게 적개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안젤라는 패드를 덮고 장현에게 말했다.

    “그래. 일단 돌아가서 헬릭스 성부터 안정화 시키고 다시 오든지 해야겠어. 그럼 넌 아이돌 애들한테 만들어주겠다고 한 건 어떻게 할 거야? 할아버지한테도 보호막 형성 마스크에 드림 브랜드를 붙여 제작하겠다고 약속했잖아.”

    “그건 어차피 영지에서 양산하려고 했던 것이니 돌아가서 제 작업실에서 제작하는 게 오히려 더 낫습니다. 그다음 몽슈 백작님께서 퀄 통과 시키시면 바로 양산시키면 되고요. 블랙펑키 아이돌들에게 만들어줄 아이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알겠어. 돌아가서 해도 된다면야 그렇게 하면 되겠지. 그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말씀드려야 되는데. 벌써 돌아간다고 무척 서운해 하시겠네.”

    안젤라가 서운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일단 영지를 안정화 시키고 나서 다시 오면 되죠. 영지에서 보호막 형성 마스크만이라도 빨리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된다면, 헬릭스 성은 물론 드림히트 성까지도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게 될 게 분명합니다. 물론 백프로까진 아니지만 보호막이 바이러스로부터 확진을 막아주긴 할 테니까요.”

    “그래, 네 말이 맞아.”

    안젤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헬릭스 성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이 든 직후, 안젤라는 곧장 로슈 집사에게 연락했다.

    “로슈 집사. 이제 숙소로 돌아갈 거야.”

    “알겠습니다. 안젤라님.”

    로슈는 곧 자율주행 지네차의 방향을 성주의 사택으로 돌렸다.

    몽슈 백작과 마리 부인은 안젤라가 갑자기 돌아가겠다고 하자 못내 서운해 했다.

    몽슈 백작이 그녀를 설득했다.

    “안젤라, 여기 온 지 겨우 며칠 됐다고 벌써 돌아간다는 거냐. 네가 데려온 플레이어와 함께 추진해야할 사업도 있지 않느냐. 좀 더 있다 가는 게 어떻겠니?”

    “할아버지, 아무래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헬릭스 성까지 퍼지고 있는 거 같아서요. 돌아가서 대비해야 될 거 같아요.”

    그때 마리 부인이 안젤라를 한 번 더 설득했다.

    “그 바이러스 때문이었느냐? 괜한 걱정이래도. 너희 아버지가 버티고 있는데,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어봐야 얼마나 된다고 호들갑이니. 다 알아서 할 거야.”

    “할머니 말씀 대로면 금방 다시 돌아올게요. 그러니 곧 다시 볼 수 있을 거예요. 일단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그라지면 다시 올게요. 할아버지랑 같이 할 사업도 있으니까요.”

    안젤라의 말에 마리 부인은 체념했다.

    몽슈 백작도 마리 부인의 팔을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알겠다, 안젤라. 부디 몸 조심히 하고 금방 돌아오려무나.”

    몽슈 백작이 애써 고개를 끄덕인 반면 마리 부인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흑흑, 안젤라야. 이 할미는 이번에 널 보내면 다시 또 못 볼까봐 너무 불안하구나.”

    “할머니, 또 왜 이러세요. 패드로 자주 화상 통화하자고요.”

    “그래, 그래.”

    안젤라는 눈물을 닦는 마리 부인을 살포시 안아주었다.

    그 장면을 본 장현은 그저 담담히 지켜보기만 했고, 곁에 있던 이성훈은 괜스레 부모님이 생각나 울적해졌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했다.

    ‘꼭 돌아갈 테다, 대한민국으로.’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예전 모습 그대로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방법은 찾을 수 있을지 몰랐다.

    과거회귀 마법이 존재하고, 경험 또한 해봤으니.

    어쩌면 테오의 펜던트를 다시 한번 사용하면 예전의 대한민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곧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 펜던트는 한 명에 한해서 과거로 돌려보낼 수 있다. 더군다나 제이미까지 힘을 합쳐야 해.’

    무엇보다 그는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마왕을 쓰러트린 후 새로운 미래를 맞고 싶었다.

    ‘지구로 돌아갈 수 없다면, 이곳을 새로운 인간 세상으로 만들어야지. 어차피 곧 킹덤으로 이주하게 될 테니.’

    인류의 독립을 위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건 마왕을 쓰러트리고 진정한 자유를 되찾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드워프 족장을 만나 신의 금속의 행방을 알아봐야 해. 창조신의 패드 또한 확보해야 하고.’

    둘 다 쉽지 않았다.

    그래도 목표가 있으니, 한 걸음씩 뻗어나갈 수 있었다.

    처음 올 때와는 달리 헬릭스 성으로 돌아가는 길은 순조로웠다.

    몽슈 백작은 안젤라에게 자신의 전용 자율주행 지네차를 내주었다.

    일행은 이성훈이 타고 온 자율주행 지네차 대신 몽슈 백작의 자율주행 지네차를 타고 돌아갔다.

    혹시나 사고가 발생할까봐 로슈 집사가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몽슈 백작이 배려한 결과다.

    쿠오오오오.

    사막에 이르자 지네차를 향해 몬스터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네차 내 스피커에서 로슈 집사의 목소리가 울렸다.

    “안젤라님, 전방에 몬스터들이 나타났습니다. 몬스터를 피해 돌아서 갈 테니 안전벨트를 꽉 매어주십시오.”

    “아니야. 기다려봐.”

    “어쩌시려고요?”

    로슈는 안젤라의 말에 불안해졌다.

    안젤라는 지네차의 객실에서 운전대로 이동하더니, 이내 로슈 집사에게 통보했다.

    “로슈, 지금부터 지네차는 내가 직접 몰 거야.”

    “안젤라님. 위험합니다. 지금 몬스터 무리가 지네차를 향해 몰려오고 있습니다. 반복합니다. 위험합니다.”

    “걱정 말래도. 나 안젤라야.”

    안젤라는 자율주행 모드에서 수동운전 모드로 강제 전환했다.

    “좋았어. 이 차의 성능이 그렇게 좋다던데. 한 번쯤은 직접 써봐야지.”

    안젤라는 수동 모드로 바꾼 후 지네차의 출력을 줄여 몬스터들이 다가오기 쉽도록 유도했다.

    크어어어.

    곧 몬스터들이 다가온 걸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고슴도치 몸체에 긴 침들이 빽빽이 박혀있는 몬스터였다.

    “헤치호그였군.”

    헤치호그. 사막에 사는 고슴도치형 몬스터들로서, 몸의 가시들을 쏘아 보내 적을 공격하는 놈들이다.

    헤치호그 수십 마리가 지네차의 10미터 앞까지 다가와 일제히 몸의 침을 쏘아댔다.

    푸슈슛.

    “자. 방어력 한번 볼까?”

    침들이 날아오는 걸 확인한 안젤라.

    그녀는 운전대 옆 마나 주입기에 마나 포인트를 밀어 넣었다.

    그러자 이내 보호막 버튼이 활성화되었다.

    버튼을 누르니 지네차 몸체 주위로 보호막이 생성됐다.

    투투투툭.

    헤치호그들의 침이 보호막 위로 쏟아졌다.

    비 오듯 쏟아지는 침 세례에, 지네차의 보호막이 물결치듯 흔들렸다.

    “으아악!”

    “꽉 잡아.”

    안에 타고 있던 장현과 이성훈의 몸이 위아래로 붕붕 떴다. 안전띠를 당겨 매고 손잡이를 꽉 잡아 버텼다.

    안젤라는 분노한 듯 헤치호그들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했다.

    “죽어라, 이 헤치호그들아.”

    지네차가 배리어를 두른 채 3미터에 달하는 헤치호그들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펑! 펑펑!

    지네차에 부딪힌 헤치호그는 튕겨나가거나 지네차의 밑에 깔렸다.

    지네차의 굴곡 있는 몸통은 헤치호그를 이리저리 들이받으면서 튕겨냈지만, 그만큼 지네차의 보호막 또한 점차 약해져 갔다.

    퍼퍼펑.

    뒤집혀 튕겨나가는 헤치호그들을 보며 안젤라는 속이 후련하다는 듯 환호성을 질렀다.

    “으하하, 어떠냐! 이 새끼들아!”

    환호성을 지르며 뒤를 돌아보던 안젤라의 코에서 코피가 주륵 흘렀다.

    그 모습을 본 장현이 놀라서 소리쳤다.

    “안젤라님. 코피가 흐릅니다. 지금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장현의 말에 흠칫한 안젤라가 코를 손으로 쓸었다.

    붉은 피가 손에 잔뜩 묻어나와 있었다.

    “젠장, 마나 포인트를 너무 써버렸나.”

    마나 포인트를 급격히 소모한 탓이었다.

    지네차 전체에 보호막을 두르는 것만 해도 소모량이 꽤 되었는데, 거기에 몇 번이나 반복해 보수를 해댔으니.

    충분히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

    그때 로슈가 다급하게 외쳤다.

    “안젤라님, 뒤에서 헤치호그들이 다시 달려듭니다.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자율주행 모드로 바꿔주십시오. 제가 조종하겠습니다.”

    “제길,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이거 자율주행 모드로 어떻게 바꾸지?”

    피가 줄줄 흐르면서 머리가 어질어질해지고 시야가 흐릿해져 갔다.

    크윽!

    순간 느껴지는 극통에 안젤라의 얼굴과 팔에 핏줄이 곤두섰다.

    “으아아아아!”

    안젤라가 고통에 겨워 비명을 질러댔다.

    그때 장현이 안전벨트를 풀고 운전석으로 뛰어들어 왔다.

    “안젤라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자, 장현!”

    안젤라는 장현을 부르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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