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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13화 (113/211)
  • 113화. 드림히트 성 (14)

    “안녕하십니까. 선전 사료 공장의 관리를 맡고 있는 이선전입니다. 로슈님께 연락받고 황급히 마중 나오느라 준비를 제대로 못한 점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괜찮느니라. 그저 지나가다 관심이 생겨서 들렸으니 긴장할 거 없다.”

    안젤라가 이선전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마중 나온 자는 50대로 보이는 한국인 남자였다.

    안젤라 뒤에서 따라 내리는 장현과 이성훈을 본 이선전이 눈에서 이채를 띠었다.

    직감적으로 장현이 한국인 플레이어라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무엇이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선전은 안젤라에게 예의를 갖춰 대답했다.

    그의 태도에 흡족한 안젤라는 이어 자신의 방문 목적을 얘기했다.

    “여긴 우리 성내 영지의 관리자 장현이야. 꼭 한번 들러서 당신과 얘기를 해보고 싶다고 하더군.”

    안젤라의 말에 이선전은 의문과 경계를 품고 장현을 쳐다보았다.

    헬릭스 성의 영지 관리인.

    일개 플레이어가 소성주와 동행하고 타지를 방문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이선전도 알고 있었다.

    그 자신도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마족들, 그것도 성주급의 존재에게 인간 플레이어는 그저 노예일 뿐이었다.

    심심풀이로 이종족들과의 생존 경기에 몰아넣지 않았던가.

    그런데 저 장현이라는 자는 심지어 영지의 영주도 아닌 관리인이다.

    물론 영지민보다는 낫다지만, 고위 마족에게 하찮은 존재이긴 마찬가지.

    그런 자가 소성주와 동행해 단둘이서 드림히트 성을 방문하다니.

    놀라우면서도 의문과 경계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혹시 자신이 이룬 배합사료를 탐내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때 상대가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헬릭스 성의 플레이어 장현입니다. 제가 안젤라님께 부탁드려 이곳을 방문하고자 한 이유는 귀 영지의 사료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서입니다.”

    “알아보고 싶으시다는 건 어떤 부분이죠?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말씀드리겠습니다만, 레시피에 관한 것만큼은 영업기밀이기에 말씀드리지 못합니다. 그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선전은 협조적으로 나왔지만 그 말 속에는 레시피와 같은 기밀은 안젤라가 요청해도 결코 알려주지 않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었다.

    만약 사료 제작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한다면 사생결단을 내서라도 지킬 기세였다.

    이선전의 표정이 굳어지는 걸 본 장현은 자신의 말에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황급히 말을 덧붙여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했다.

    “물론이지요.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굳이 레시피를 강탈해가는 양아치 짓을 하지 않아도 장현에게는 방법이 있었다.

    그는 이선전에게 고객의 입장으로 다가갔다.

    “저희 영지에서는 감자두더지를 사육하고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감자두더지를 사육하는데 제대로 된 사료가 없는 탓에, 무척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사료를 제작하는 영지를 보게 되었기에 귀 영지에게서 사료를 공급받을 수 있을까 하여 방문 요청을 한 것입니다. 물론 그전에 사료의 상태를 확인해봐야 하겠지만요.”

    장현의 말에 이선전은 안심했다.

    고객으로서 공급 계약을 맺길 요구하는 거라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감자두더지를 사육하는 영지라면 우리의 좋은 고객이 될 수 있겠어. 다행이 걱정한 목적은 아니었군.’

    이선전은 그제야 표정을 피고 안젤라와 장현을 영지로 안내했다.

    “이거, 제가 귀한 분을 세워놓고 있었군요. 사료 공급계약에 대한 사항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얘기가 꽤 길어질 수 있을 거 같은데 영지로 들어가셔서 얘기를 나누는 게 어떨까요?”

    이선전의 말에 장현은 안젤라를 돌아보며 의중을 확인했다.

    안젤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곧 그들은 이선전의 안내에 따라 영지 안으로 들어갔다.

    이선전은 장현에게 친절하게 설명했다.

    자신의 공장을 방문한 이유가 그이기 때문이었다.

    “저희가 영지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사료제작으로 감자두더지를 다량으로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감자두더지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사료를 만드는데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감자두더지와 마계돼지의 성장을 촉진하는 배합사료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선전의 말에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자두더지를 확보하는 것은 초기 영지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영지에서는 세이프존 밖과 달리 사냥감이 없다.

    이종족과의 영지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영지에 있는 감자두더지를 발견하느냐 못하느냐가 중요했다.

    이선전은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뿐 아니라 특수사료까지 개발해 제작한 인물이다.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장현이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사료는 어떻게 제작하게 되었습니까? 제작 비밀을 물어보는 건 아닙니다. 그저 마계에 오기 전부터 사료를 만들 줄 아셨던 건가 궁금해서 여쭤보는 것입니다.”

    장현은 상대방이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미리 밝혔다.

    그가 대한민국에 있을 때부터 관련업종에 종사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이곳에 와서 우연히 얻은 능력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전자라면 운이 좋았던 것이고, 후자라면 정말 대단한 능력자였다.

    이선전이 그의 물음에 조심스레 대답했다.

    “저는 대한민국에 있을 때 양돈과 배합사료를 제조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료를 만드는데 필요한 지식들이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많았죠. 저 또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시다시피 이곳에는 스킬과 아이템이 있잖습니까. 제가 직업을 사료 생산자로 얻게 되면서 새로운 사료들을 만들고 그런 사료들의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스킬들이 발달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영지에서 사료 제작에 집중하게 되었죠.”

    장현은 그 말에 납득할 수 있었다.

    자신 또한 그런 식으로 연금술사 조각을 얻은 것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저 이선전이라는 자는 사료 생산자 조각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직업을 가진 것만으로도 그는 이 마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주요 능력을 얻은 것이었다.

    궁금한 것에 대한 답을 얻은 장현이 이윽고 본론을 꺼냈다.

    “귀 영지의 사료를 공급받고 싶은데, 사료를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그때 이선전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샘플을 보여드리는 건 문제가 아닌데, 공급계약은 지금 당장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근 주문량이 폭주하는 사태로 인해, 현재는 기존 고객사들에게 납품할 분량밖에 없습니다. 이후 저희가 여유가 되면 그때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잠깐만요. 갑작스레 주문량이 폭주하게 된 원인이 뭔가요?”

    “그건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서부지역에서 퍼지고 있는 바이러스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도 원료 단가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어서 판매가격을 올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문량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공장가동률도 이미 최대치로 늘린 상태고요. 죄송하지만 지금은 샘플을 드리는 정도밖에는 안될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샘플만이라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에 연락드리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선전은 안젤라가 분노할까봐 조마조마했었다.

    해서 슬쩍 안젤라의 눈치를 봤는데, 그녀는 장현에게 맡겨둘 뿐 계약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이선전은 근처에 있는 영지민에게 시켜 감자두더지 사료의 샘플을 가져오게 했다.

    “여기 감자두더지 사료 샘플입니다.”

    사료 샘플은 10킬로그램 정도로, 말 그대로 샘플에 불과했다.

    장현은 그것을 받아들고는 이선전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감별.”

    [감자두더지 배합사료]

    -영주 이선전이 곡물과 마계돼지 고기를 배합해 만든 감자두더지 사료입니다.

    -옥수수, 밀, 대두박, 마계돼지 고기를 배합하였습니다.

    -사료 구성 비율은 옥수수 7, 밀 3, 대두박 3, 마계돼지 생고기 2 비율로 구성되었습니다.

    -효과 : 1kg 섭취 시 감자두더지의 마나 함유량을 10 올려줍니다. 감자두더지의 성장속도를 1.5배 올려줍니다.

    ‘옥수수, 밀, 대두박, 거기다 마계돼지까지 들어갔구나. 혹시 마계돼지 배합사료는 같은 재료에 감자두더지가 대신 들어간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장현은 이선전에게 마계돼지 사료의 샘플도 요청했다.

    “죄송한 부탁인데 혹시 마계돼지 사료의 샘플도 얻을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저희 고객이 되실 지도 모르는 분인데, 샘플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이선전은 다시 영지민에게 연락해 마계돼지 사료의 샘플을 가지고 오게 했다.

    “저희 공장의 사료 매출 비중은 감자두더지가 7이고 마계돼지가 3입니다.”

    “그렇군요.”

    장현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마계돼지 사료에 감별 스킬을 사용했다.

    그의 생각대로였다.

    [마계돼지 배합사료]

    -영주 이선전이 곡물과 감자두더지 고기를 배합하여 제작한 마계돼지 사료입니다.

    -옥수수, 밀, 대두박, 감자두더지 고기를 배합하였습니다.

    -사료 구성 비율은 옥수수 5, 밀 2, 대두박 2, 감자두더지 생고기 1 비율로 구성되었습니다.

    -효과 : 1kg 섭취 시 성장속도를 1.5배 올려줍니다.

    마계돼지 배합사료는 감자두더지 사료와 배합비율이 조금 차이가 났지만 재료는 비슷했다.

    ‘효과를 보니 감자두더지 사료를 집중적으로 생산할 수밖에 없겠군.’

    감자두더지의 마나함유량을 10 올려준다면, 그것을 복용하는 자들의 마나 포인트 또한 더 크게 올라갈 것이다.

    저 효과를 내는 배합사료 레시피야말로 이선전의 기밀인 것이다.

    그는 장현이 감별 능력으로 배합비료 레시피를 훔쳐간 걸 알아채지 못했다.

    사실, 고객을 가장해 레시피를 훔쳐가는 자들이 있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생산 공정도 보지 않고, 상품만 보고 레시피를 알아챌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그런 점까지 염려하면 판매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옥수수와 밀은 알겠는데, 대두박은 뭐지? 저게 없으면 레시피를 알아도 만드는 게 불가능해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이선전에게 대두박에 대해 물을 수는 없었다.

    바로 의심을 사게 될 것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작물 종류도 자세히 봐둘 걸 그랬군.’

    영지에서 농사짓는 영지민들을 보기는 했으나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다.

    감자, 옥수수, 밀, 콩이 있는 정도는 봤지만, 콩에도 종류가 많았다.

    ‘대두박이라면 대두와 관련된 종류일지도 모르겠군.’

    장현의 예상대로 대두박은 대두로부터 기름을 짠 후 생긴 부산물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장현은 아쉬워하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그 모든 농사를 진행했던 사람이 바로 이성훈 주무관이라는 것.

    지금 이성훈은 그의 옆에서 함께 샘플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래, 이따가 이성훈에게 물어보면 되겠지.’

    설령 이성훈이 모른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영지에 돌아가서 지로발에게 찾아달라고 하면, 그는 어떻게든 찾아줄 것이 분명했다.

    그 정도 능력도 없다면?

    더 이상 그와 거래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제 이곳에서 필요한 것은 다 얻었다.

    “잘 봤습니다, 이선전 관리자님. 다음번엔 귀 사와 거래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장현은 정중하게 인사했다.

    “저야말로 감사했습니다, 장현님. 그리고 안젤라님. 여기까지 귀한 걸음 해주셨는데 만족스런 대답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이선전은 장현의 인사를 받은 후 얼른 안젤라에게 사과했다.

    “나는 괜찮으니 신경 쓸 것 없다. 이제 볼일도 끝난 것 같으니 그대는 이만 돌아가도 좋다. 우리는 이대로 떠날 것이다.”

    안젤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말에 이선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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