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10화 (110/211)
  • 110화. 드림히트 성 (11)

    영상 재생이 종료되고 장현과 이성훈은 잠시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후. 이거 예상한 내용이지만 다시 봐도 충격적이군.”

    “마계에 끌려오는 게 우리로 끝나는 게 아니군요. 마왕을 막지 못하면 앞으로 우리 지구는 완전히 멸망하겠습니다.”

    “지구뿐 아니라 다른 세계들마저 모두 끝장나겠지. 예상은 했지만 저 방송을 들으니 더욱 명확해져.”

    “그런데 저 무어 박사라는 마족이 창조신의 패드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하네요. 모르는 것일까요, 아니면 비밀이라 말을 안 한 걸까요?”

    “둘 다일 수 있겠지. 어떤 부분, 특히 그게 권력자의 비밀에 대한 것이라면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죽을 수가 있는데 방송에서 얘기를 하겠나.”

    “하긴 그렇겠습니다. 그럼 우리 말고도 계속해서 사람들을 잡아올 텐데.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롭게 튜토리얼이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 지금쯤 튜토리얼을 진행 중이거나 다른 영지에 들어갔을 수도 있겠지.”

    “장현님은 회귀하셨다고 했잖아요. 그때 뒤늦게 튜토리얼을 통과한 사람들을 못 만나보셨나요?”

    “그래, 난 만나지 못했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계속해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만 봤거든. 코로나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인간 플레이어들이 마계로 오는 것은 전면 중단되었어.”

    “아하, 그건 다행이라 해야 하나요. 정작 지구에서는 모르고 있을 텐데. 자신도 모르게 재난이 지나갔겠어요.”

    “그럴지도 모르지.”

    장현이 쓴웃음 지으며 동의하자 이성훈은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피식 웃었다.

    몽슈 백작의 집무실.

    안젤라는 몽슈 백작, 그리고 마리부인과 함께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마계의 반딧불들이 방 곳곳에 떠 있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벽면에는 여러 그림들이 걸려 있었는데 하나같이 빼어난 작품들이었다.

    몽슈 백작이 홍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안젤라에게 물었다.

    “안젤라, 너는 요즘 그림은 그리고 있느냐?”

    “네, 할아버지. 어머니를 추억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로 헬릭스 성의 풍경들이나 영지의 모습들을 그리고 있어요.”

    “네 어미가 그림으로는 무척 뛰어났었지. 살아있었다면 마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대화가가 되었을 것이야.”

    “어머니는 꽤 촉망받는 화가셨다면서요.”

    “그래. 지금 저 그림들이 네 어미가 그린 건데, 성 안 곳곳에 걸려있는 그림들로 전시회를 열어 달라는 문의가 자주 들어온단다.”

    “아, 정말요? 그래서 전시회를 여셨어요?”

    “아직. 네 허락을 먼저 구하려고 했지.”

    “저는 당연히 찬성하죠. 많은 마족들이 어머니의 작품을 기억해준다면 분명 어머니께서도 기뻐하셨을 거예요.”

    “네가 찬성한다면 전시회를 열어도 되겠구나. 하는 김에 네가 그린 그림도 같이 전시하는 건 어떠니? 전시회를 열면 많은 사람들이 사가려고 할 거야.”

    몽슈 백작의 말에 안젤라는 깜짝 놀라더니 손사래를 쳤다.

    “전 아직 전시회를 열 수준이 아니에요. 더군다나 그걸 마나 포인트를 받고 판다니. 그건 어머니 작품에나 어울려요.”

    “알겠다. 어쨌든 헤라의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고나면 그다음은 경매시장으로 넘어갈 텐데 괜찮은 거지?”

    “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는 미술품 경매회사도 소유하고 계셨잖아요. 이름이 드림옥션이었나요?”

    “맞아. 곧 161회 드림옥션 미술품 경매가 열릴 거야. 그 전에 전시회를 열어 헤라의 그림을 전시하고 나서 경매에도 출품할 거란다.”

    “그러도록 해요.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고 경매를 통해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는다면 어머니께서도 분명 기뻐하실 거예요.”

    “헤라의 그림은 명화 반열에 올랐으니 분명 높게 평가받을 거야.”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데, 이 시국에 경매를 열어도 괜찮겠어요? 요즘 진단키트로 검사까지 하고 있던데요.”

    “괜찮아. 어차피 경매에 참가할 컬렉터들은 고위 마족들이기에 각자 그들의 룸에서 진행될 테니 다른 자들이랑 마주칠 일도 별로 없어. 설령 바이러스가 심해져서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온라인 경매로 진행하면 된단다.”

    안젤라의 말에 몽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그러고 보니 플레이어들 말이다. 영지전까지는 끝난 걸로 아는데, 다음 경기는 언제 진행되는지 아니? 네 할미도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단다.”

    몽슈의 물음에 안젤라는 고개를 흔들었다.

    “글쎄요. 지금 마르바스 성에서 퍼지기 시작한 바이러스가 갈수록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여서여요. 어쩌면 다음 경기 진행에 차질이 생길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바이러스가 종결될 때까지 쭉 중단될 거예요. 이 바이러스가 인간 플레이어에게서 처음으로 퍼지기 시작된 거라는 말이 있어서 조사 중이라네요. 만약 그게 정말이라면 경기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고요. 저도 이 부분은 아버지께 들은 거라서 이 이상의 정보는 없어요.”

    “그렇구나. 설마 더 이상 심각하게 퍼지진 않겠지. 여태까지 바이러스가 퍼져도 금방 다 잡았잖니. 이번에도 그러겠지.”

    마리 부인의 말에 안젤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길 빌어야죠. 그래도 혹시 몰라 앞전에 장현이 할아버지께 진단키트 업체를 확보해두라고 얘기했었는데, 보니까 이미 확보하셨더라고요.”

    “그렇지. 추출키트와 진단키트 모두 확보했단다. 그 때문에 투자도 상당히 했지 뭐냐. 만약 별 일 아니게 되면 투자금을 날리는 게 될 텐데, 무리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구나.”

    “그럴 수도 있지만 보험으로 생각해야죠. 만약 진짜 심각하게 퍼지게 되면 그때는 구하려고 해도 구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그때가 되면 투자한 것도 몇 배나 수익이 날 거예요.”

    “그렇긴 한데 그러려면 그 진단키트 업체가 이전보다 매출이 몇 배나 급증해야 할 텐데. 그게 과연 쉬울까?”

    “글쎄요. 그건 지나봐야 알겠죠.”

    “그런데, 바이러스가 인간들에게서 시작되었다면 혹시 장현이나 이성훈이라는 인간들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감염은 안 되었더라도 보균자라던가 말이야.”

    “할머니, 그건 걱정 안 해도 돼요. 장현이 바이러스에 걸렸다면 저도 이미 확진되었을 거예요. 이성훈도 마찬가지구요. 그리고 둘 다 진단키트로 검사까지 끝냈잖아요.”

    안젤라는 갑자기 정색하며 마리 부인의 염려를 부정했다.

    “그, 그래. 내가 과민했구나.”

    “아니에요.”

    그것으로 세 마족은 대화를 끝내고 다시 홍차를 마시는데 집중했다.

    장현과 이성훈은 마튜브 영상들을 훑어보며 어느 정도 마계의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이성훈이 턱을 긁으면서 물었다.

    “장현님, 이제 자료조사는 충분히 된 거 같은데요. 어떤 제품을 먼저 만드는 게 나을까요?”

    이성훈의 말은 영지에서 대량생산할 품목을 의미했다.

    “지금 현재 탑3 제품들의 특징을 자세히 살폈으니, 그 다음은 비슷한 디자인에 가성비를 갖출 수 있느냐를 따져야겠지. 네 생각은 어때?”

    “제 생각에는 지금 저 탑3 브랜드 제품들이 가지는 단점들을 찾아보고, 그것을 해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니치 마켓을 노리는 거죠. 어차피 브랜드는 ‘드림’을 붙여야 하고, 마케팅도 몽슈 성주가 해줄 테니 우리는 탑3 제품을 원치 않는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잡아야 할 거 같아요.”

    “니치 마켓?”

    “음, 틈새시장 말이에요. 지금 상위 3개 제품이 마치 등반복 같다는 공통점이 있잖아요.”

    이성훈은 장현의 물음에 부가적으로 설명했다.

    “그렇지. 그런데 그거 말고도 세 브랜드 제품은 또 공통점이 있어. 마계지리지, 등반 원정대, 마고니아. 세 제품 다 롱패딩인데, 재질도 전부 나일론과 폴리에스터야. 비율만 조금씩 달라.”

    “나일론은 알겠는데 폴리에스터는 뭔가요?”

    “합성 물질인데 내구성이 강하지만, 열에 약하고, 주름이 잘 가지 않으며 모양도 잘 변하지 않는 재질이야.”

    “그렇군요. 역시 장현님은 원재료 쪽으로는 빠삭하시군요.”

    이성훈은 장현에게 감탄했지만, 장현은 그가 언급한 ‘니치마켓’에 끌렸다.

    “이성훈 주무관이 얘기한 니치 마켓이 좀 끌리는데. 기존 세 개 브랜드의 리뷰를 살펴보고 불만들을 찾아서 그걸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자. 소재가 문제라면 새로운 소재로, 디자인이 문제면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드는 거지.”

    “그게 말은 그럴듯한데 사실 되게 위험할 수도 있어요. 어차피 그 사람들은 소수일 테고, 판매량을 보면 결국 저 탑3 브랜드 제품들이 시장에 먹히는 거잖아요. 소수 의견을 반영한다고 해서 그들이 우리가 만든 걸 좋아할 거라는 보장도 없어요. 차라리 처음에 장현님이 얘기한 비슷한 디자인에 가성비 좋은 제품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이성훈은 장현이 자신의 의견을 채택하자 혹시 그렇게 했다가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서둘러 자신의 의견이 아닌 장현의 의견대로 하자고 얘기했으나, 장현의 생각은 달랐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말이야. 우린 후발주자야. 가성비 좋은 비슷한 제품을 만든다고 해도 당장 최상위 3위와 경쟁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거든. 그런 생각을 하는 업체들이 한둘이 아닐 테니까. 가성비를 노린 제품들 사이에서 경쟁을 해야 해. 결국 가성비는 마진을 깎아먹고 어쩌면 역마진으로 떨이로 재고처리를 해야 할 수도 있어. 차라리 이들이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그런 제품을 만드는 거야. 그리고 그 제품을 사랑하게 만드는 거지. 우린 드림히트의 드림 브랜드가 있고, 그걸 홍보할 아이돌도 있잖아. 그럼 우리 제품은 다른 제품을 모방한 짭이 아닌 유일한 원조가 되는 거야.”

    “알겠습니다. 전 장현님을 믿습니다.”

    이성훈은 장현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감사해했다.

    그는 알았다. 장현이 자신을 생각해서 명분을 만들어 지지해준 것이란 것을.

    ‘이거 참. 이제 적당히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군요.’

    이성훈은 피식 웃었으나 표정은 밝았다.

    그는 뭔가 떠오른 듯 물었다.

    “그런데 드림히트의 드림을 그대로 붙이는 건가요? 아니면 드림히트에 의류쪽 계열사 브랜드가 따로 있는 건가요?”

    “어,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당연히 드림을 붙일 줄 알았거든. 몽슈 성주도 드림을 마스크에 붙이라는 얘길 했었고.”

    “그건 마스크잖아요. 아직 나오지도 않은 신제품일 테니 따로 브랜드가 없을 텐데, 의류는 다르잖아요. 이미 의류쪽 브랜드가 있을 수도 있어요.”

    “그, 그래.”

    이성훈의 말은 장현을 놀라게 했다.

    그는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운영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장현은 스마트키를 들어 꾹꾹 눌렀다.

    “로슈 집사님.”

    그의 호출에 로슈 집사가 응답했다.

    [장현 플레이어, 무슨 일인가요?]

    [몽슈 백작님과 안젤라님께서 요청한 일을 처리하려는데 궁금한 것이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혹시 몽슈 백작님이 운영하시는 회사 중에 의류쪽 브랜드가 따로 있나요?]

    [네, 있습니다. MPL이라고 저희 드림히트 성과 의류쪽으로 제휴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제가 블랙펑키에게 만들어 줄 의상에 그 MPL 브랜드를 붙여야 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로슈 집사의 말에 장현은 식은땀을 흘렀다. 큰 실수를 할 뻔한 것이다.

    [혹시 그 브랜드 로고나 이미지 있으면 보내주시겠어요?]

    [잠시만요. 마침 그쪽에서 보내온 메일이 있는데 거기에 로고 이미지가 있거든요. 지금 보내드릴게요.]

    잠시 후 이미지가 전송되어 왔다.

    [MPL]

    - 마계 플레이어 리그(MPL) 사무국에서 브랜드 제휴 업체에 보내는 서한입니다.

    - 다음연도 계약연장을 원하시면 아래 기한 내에 신청서를 접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신청기한 : 바알력 2021.11.03.~ 2021.12.02.

    - 접수장소 : MPL 사무국.

    로슈 백작이 보낸 이미지를 확인한 장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브랜드 이름 때문이었다.

    ‘하, 씨발. MPL이 마계 플레이어 리그였어? 확실히 니치 마켓이긴 한데’

    장현은 브랜드 이름 때문에 기분이 찝찝했다.

    MPL이라면 자신들이 목숨 걸고 하는 경기를 주재하는 사무국이란 거다.

    더군다나 플레이어들의 경기는 이제 틈새시장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마튜브로 확인해보니 이미 마계의 대세나 다름없었다.

    ‘뭐, 나중에 우리 인간 플레이어들이 이 브랜드가 달린 전투복을 입고 마왕군을 쳐부수는 모습을 마계 전역에 중계해주도록 하지. 그때도 과연 즐길 수 있는지 보자고.’

    장현이 싸늘한 눈빛으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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