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드림히트 성 (10)
이성훈이 장현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제가 아는 MZ세대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에 출생한 세대를 말합니다. 그들은 기성세대들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그 이유가 디지털에 익숙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Z세대는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를 만지고 놀았으니, 이메일 등의 기본적인 인터넷도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부모세대와는 크나큰 차이가 있었죠.”
이성훈은 문득 옛 기억이 떠올랐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컴퓨터 사용이 서툴렀다.
아버지는 컴퓨터에 연결된 스캐너도 제대로 사용을 하지 못해, 몇 번이고 가르쳐드려야만 했었다.
그럼에도 툭하면 전화가 와서 스캐너 사용 어떻게 하냐고 다시금 물었다.
어머니는 심지어 이메일 계정도 없어서 이성훈이 손수 만들어드렸었다.
그 후에도 이메일은 사실상 그가 관리했었다.
옛 추억을 떠올린 그는 흘러나오려는 눈물을 참고 입술을 질끈 깨물며 다짐했다.
‘기필코 마왕을 쓰러트리고 지구로 돌아가겠어.’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지금 일에 충실해야 했다.
장현이 이성훈에게 물었다.
“이성훈 주무관의 말을 듣고 보니, 대한민국의 MZ세대와 이곳 드림히트 성의 몽마족 MZ세대가 비슷한 거 같기도 해. 일단 이곳에서는 몽마족의 MZ세대 구매력이 무척 강하군. 혹시 지구에서도 그랬나?”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들은 SNS, 플랫폼 등 다양한 디지털 환경을 기반으로 한 생산과 소비의 주요계층이었습니다. 유행을 선도하는 세대였죠.”
장현은 이성훈의 폭넓은 지식에 감탄했다.
“정말 대단한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알지? 공무원이라고 하지 않았나?”
“하하하. 지방 공무원이다 보니 지역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는 업무도 맡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 공부도 할 수밖에 없게 되더군요.”
이성훈은 씁쓸하다는 듯 말했다.
장현은 그의 입가에 맺힌 쓴웃음을 발견하고서 물었다.
“왜? 대한민국에서는 공부한 걸 발휘를 못했었나?”
“아이디어를 냈지만, 위에서 싫어하더군요.”
“싫어한다고? 왜지? 그게 그들이 할 일 아니야?”
“익숙하지 않은 걸 시도하려고 하니, 괜한 일을 벌인다고 생각해 귀찮아했던 것 같습니다.”
“쓰레기들이군.”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다만 그 분들은 익숙지 않은걸 시도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던 거죠. 그에 대한 책임은 윗분들이 지게 되니까요. 저도 잘한 건 없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그런 것보다도 사실 제가 좋아서 하려고 한 거였으니까요. 이거 해보면 재미있겠다, 그런 감정에서 한 거였거든요. 그래도 경제 공부를 조금 하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개선하려고 한 건데. 관공서 조직은 워낙 유연성이 부족한데다 책임지는 건 크고 성과는 보잘 것 없으니 윗분들의 입장도 이해는 합니다. 물론 그때는 저도 제 생각만 했죠. 차라리 그분들을 잘 설득하는 요령이 있었다면 모르겠는데, 그냥 내 건의가 안 먹히니 싸웠거든요. 조직이라는 건 그렇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면 윗자리에 올라가든지, 그게 아니면 윗사람한테 그걸 했을 때 따라오는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를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하죠. 둘 중 하나는 꼭 충족시켜줘야만 했습니다.”
이성훈은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 고개를 들고 먼 곳을 응시했다.
장현은 이성훈을 조금 더 알게 된 느낌이었다.
그에 대해 잘 알게 되면 그만큼 더 그를 잘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능력이 다재다능하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자네는 그런데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게 귀찮지 않았어? 위에서도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 그게 그냥 재밌겠다는 말 한마디로 벌일 수 있는 거야?”
“전 돈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경제 공부를 해서일수도 있고요. 그런 걸 해보려고 한 것도 ‘진짜 이게 돈이 되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래서 시도해보고 싶었죠. 설령 안 된다고 해도 상관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험치와 데이터들이 저에게 무형자산으로 남을 테니까요. 공공기관이 엄청 느리고 쓸데없는데 돈 쏟아 붓는 거처럼 보여도 좋은 점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다른 지자체에서 성공적으로 성과를 낸 거는 모범사례로 홍보해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걸 따라한다는 거죠. 만약 제가 시도한 게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으면 그건 모범사례가 되어 전국으로 퍼졌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는 거고요. 급변하는 민간 시장경제에 제도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예산을 쏟는 것도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인프라에 쏟는 거죠. 지금처럼 계속 똑같은 거 반복하고 실제로 민간업체들에게는 큰 도움도 안 되는데 돈을 쏟는 게 아니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제가 조금 귀찮아지더라도, 아니 상당히 귀찮아지게 되더라도 할 만한 거죠. 그만큼 보람이 있으니까요. 사실 공무원들 중에는 나라와 내가 사는 지역을 내 손으로 가꾸고 변화시켜나간다는 보람 하나로 밤새고 주말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닌 사람들이 더 많아서 그렇지만요. 그런 아닌 사람들도 어떤 계기만 주어진다면, 잘 써먹을 수도 있게 되고요.”
“그런 사람이 이성훈 자네를 말하는 거군.”
“뭐,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크큭.”
장현은 이성훈의 말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저 잡다한 것에 능한 공무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가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었을 줄이야.
사실 그의 말을 듣기 전까지 장현 역시 공무원이라는 존재들을 불친절, 철밥통의 아이콘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또한 선입견이었나 보다.
그는 윗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꽤나 괜찮은 공무원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았다.
‘그럼 그가 좀 더 보람차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되겠군.’
이성훈 그가 스스로 말하지 않았나.
자신이 보람차다 느끼는 과정이 재밌게 여겨진다면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다고.
그렇다면 그렇게 판을 깔아주는 게 자신의 역할이었다.
장현은 몽마족 MZ세대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그들의 취향, 문화를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그는 마족들이 즐겨본다는 마튜브를 패드로 훑어보았다.
‘지구에서 유행하던 너튜브와 역시 비슷하군. 이것도 이들이 지구에서 가져온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콘텐츠를 최고 조회수순으로 정렬하기를 눌렀을 때.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익숙한 영상이 있었던 것이다.
“헉! 장현님, 이거 우리 영상 아닙니까?”
“그렇군.”
이성훈의 놀란 목소리에 장현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역시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최근 인기 있는 마튜브 영상 TOP 10]
1. 마도공학 박람회 우승 차지한 신제품.
2. 마도공학 박람회 이벤트 경기 영상 [거인족 vs 소인족]
3. 인간 플레이어들의 튜토리얼 하이라이트
4. 플레이어들의 영지전 하이라이트
5. 마계가 지구를 공략하는 이유
6. 배리어소년단 신곡 모음
7. 최근 떠오르는 인간들의 요리와 패션.
8. 배리어소년단 스타일.
9. 주목받는 신규 플레이어 TOP 10.
10. 앞으로 전개될 플레이어 경기방향 예측.
마튜브 영상 TOP 10의 대부분이 자신과 관계가 있었다.
“장현님, 이것들은 한 번씩 다 봐야지 싶습니다.”
이성훈의 목소리가 꽤 다급해 보였다.
독촉하는 모양새가 거슬렸지만 그 역시 궁금한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뭐부터 보고 싶나?”
“5번이요. 5번과 10번부터 먼저 보고 순서대로 보는 게 어떻습니까?”
“그러도록 하지. 나 역시 궁금한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장현은 5번 영상을 터치했다.
[마계가 지구를 공략하는 이유 / 뉴스전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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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구독자 여러분. 마계 소식을 전달해드리는 뉴스전달자입니다. 저는 요즘 가장 핫한 인간 플레이어들에 대해서 전달해드리려고 합니다. 리자드맨, 크로커다일 종족에 이은 인간 종족 플레이어들인데요. 이들은 어디서 왔을까요?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여러 개의 세상에서 왔습니다. 바로 지구, 무림, 마법, 신계 그리고 헌터 세계에서 왔습니다. 저희 뉴스전달자가 입수한 소식에 따르면 경기에 참여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일종의 샘플입니다. 아직 그 세계에는 많은 인간들이 남아있고, 우리는 곧 이들 세상을 침공할 것입니다. 그때를 대비해 이들이 가진 전투력을 측정하고 공략하기 위해 경기를 만들고 플레이어로 투입했다고 합니다. 그럼 여기서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우리 마계는 왜 인간들의 세계를 공략하기로 한 것일까요? 마왕님과 정부 고위직들은 대체 어떤 것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한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바로 우리 마계의 고질적인 문제와 관련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눈치가 빠른 분들은 이미 알아차리셨을 겁니다. 그 부분은 다음 분을 초청해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뉴스전달자님.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에너지연구소에서 마나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무어 박사입니다. 지금 마계는 마나 에너지 쇼티지 상황에 직면해있습니다.]
[무어 박사님. 시청자들을 위해 간단히 마계의 마나 에너지 쇼티지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네. 지금 마계는 많은 분들이 느끼는 바와 같이 마나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마나 에너지는 모든 마계 생명체의 근원이고 경제의 중심입니다. 화폐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마나 포인트가 마나 에너지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마나는 그동안 마계의 대기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어왔습니다. 각 성에 있는 음차원의 마나 기둥을 다들 보셨을 텐데요. 그 마나 기둥이 바로 마계의 대기에 있는 음차원을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마나로 바꾸는 역할을 하지요. 그런데 최근 마나 기둥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양이 소비량에 비해 급격히 줄어들고 있거든요. 이게 바로 마나 에너지 쇼티지 상황입니다.]
[그럼 이 마나 쇼티지와 인간 세계의 침공과 어떤 상관이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10년 전 마왕성에서 열렸던 마나 에너지 세미나에서 확인된 바지요. 마나 분석에 종사하는 여러 박사들의 공통된 의견에 따라 더 이상 연간 마나 에너지 생산량은 지금처럼 지속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갈수록 줄어들 것이고, 종국에는 소멸될 것이라는 결론이 났죠. 줄어드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에는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마왕님과 정부는 대안을 찾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간 세계의 기술과 인간 그 자체였습니다.]
[대안을 찾았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인간 세계의 기술과 인간 그 자체라는 것이 조금 모호한데요. 그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하하, 물론이죠. 그걸 설명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으니까요. 마나는 가장 순수한 기운입니다. 마나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순수한 에너지여야 하죠. 마계에서는 마나가 고갈되고 있으니 다른 세계에서 이와 비슷한 걸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찾는 세계는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했습니다. 바로 생명체가 살고 있는 세계여야 하고, 생명체들에게 마나를 이용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다른 세계는 우리 마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마나를 활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마나 분석 전문가들로서는 아주 흥미로운 일이었죠. 그래서 그 세계에 사는 인간들을 잡아온 것입니다. 그들은 영지라는 땅을 배정받고 그곳에서 자신들이 살던 세계의 문명을 다시 재건했죠. 그 과정에서 그들이 마나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 처음부터 배울 수가 있던 겁니다. 경기를 만든 이유는 본격적인 침공을 대비한 것입니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싸우고 협력하는지 알아야 그들에게 확실히 승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보신 바와 같이 그들은 영지에서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었지요. 설령 역할을 못하는 인간이 있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성에 세워진 음차원의 마나 기둥은 그 역할을 못하는 인간들로부터 마나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하, 그렇군요.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무어 박사님. 덕분에 시청자분들께서 궁금증을 거의 다 풀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에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하하,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뉴스전달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