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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08화 (108/211)
  • 108화. 드림히트 성 (9)

    이성훈은 잠시 침을 삼키고는 장현의 눈을 보며 말했다.

    “사실 조금 전 몽슈 백작과 만나서 얘기할 때까지는 장현님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예전과 같은, 마족에게 분노하는 모습이 아니었거든요. 마족 밑에서 잘 살길 원하는 건가 싶었죠. 물론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방금 얘기를 듣고서야 모두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성훈은 그간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털어놓았다.

    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었다.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략적인 과거 얘기를 털어놓았으니 이제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논의해야 했다.

    “조금 전 마왕을 죽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창조신의 패드라는 아이템에 대해 얘기했지. 회귀 전 마법사 테오는 내게 창조신의 아이템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했어. 그리고 안젤라 소성주와 얘기하면서 난 그게 패드의 형태라는 것을 알게 된 거야. 대공의 박람회에서 열린 경기에서 우승한 보상으로 난 대공의 상점에 들어가서 패드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

    “대체 어떤 정보였죠?”

    “일단 정보스크롤은 창조신의 패드에 대한 내용을 모두 담고 있는 것은 아니었어. 그저 패드라는 것이 마계에 나오게 된 경위와 설계도 정도였지만, 난 안젤라에게서 얻은 정보로 그게 창조신의 권능이 담긴 패드라는 걸 알 수 있었어. 마왕과 대공은 천계를 침공하고 창조신의 패드를 얻었으나 파손이 된 상태였어. 그때부터 그들은 그것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했지. 그 결과가 바로 인간계 침공이었던 거야. 지구에서 우릴 잡아온 이유 또한 같은 이유야. 이들은 지구의 과학기술을 흡수한 뒤 한 차원 더 개량시켰어. 그 증거가 지구에서 아직 나오지도 않은 고화질 소형 디스플레이인 패드가 이곳에서는 벌써 양산까지 되고 있다는 거야.”

    장현의 말에 이성훈은 의문점을 물었다.

    “그들은 마족이니 마력이나 마법을 써서 개량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굳이 우리 지구를 공격해야 했던 건가요? 또 전 엔지니어나 과학자도 아닌 고작 공무원인데. 왜 저도 잡혀온 거죠?”

    “기존의 마족들이 쓰는 마법만으로는 불가능했겠지. 그들 역시 마도공학이라는 기술을 갖고 있었고. 이건 내 생각이지만 그들은 지구의 모든 문명을 흡수해 개량시키려 하는 거 같아. 굳이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조금 전 봤다시피 카페 문화도 흡수하려하고 있어. 이 도시 좀 봐. 엔터테인먼트에 특화된 사업을 하고 있잖아. 그들은 비단 공학이나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지구의 모든 문명을 가져와서 흡수하려 해.”

    “그렇다면 지구가 아닌 다른 문명에서 온 인간들과 리자드맨 같은 유사 인종은 왜 잡아온 것일까요?”

    “그 부분 또한 추정이지만, 대공의 박람회에서 만난 메지옥 성의 플레이어인 무림인 마현님과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분은 마족이 무림인을 잡아온 이유가 무림인들의 근원인 기를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하더군. 실제로 메지옥 성에서는 그런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해.”

    “허 참. 할 말이 없군요.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무림 세계를 침공한 것이라니.”

    이성훈은 아직도 놀랄 일이 남았다는 것에 혀를 내둘렀다.

    장현은 이성훈에게 얘기하면서 리자드맨을 떠올렸다.

    리자드맨의 어머니 에레뜨.

    그녀가 리자드맨들에게 전한 주술.

    그 위력은 자신도 느꼈다.

    에레뜨의 주술을 전승받음으로써 연금술사 조각의 비밀을 얻지 않았던가.

    마왕은 분명 에레뜨의 주술 또한 욕심을 낼 것이다.

    그것은 마법이나 공학과는 또 다른 형태로 발전한 힘의 한 종류인데다, 자연의 힘을 이용한 것이니 더욱 욕심을 낼 것 같았다.

    슥.

    장현은 자신의 손목에 찬 보호대를 풀었다.

    “이걸 손목에 차도록 해.”

    “이건?”

    “리자드맨의 주술을 마법진으로 새긴 보호대야. 리자드맨 종족이 플레이어가 된 이유를 알게 될 거야. 말보다는 몸으로 느껴보는 게 더 낫겠지.”

    “알겠습니다.”

    손목 보호대를 차자마자 보호대를 통해 무언가 힘이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 이건.”

    “어때? 공격력, 방어력, 체력이 모두 올랐을 거야.”

    장현의 말 대로였다.

    이성훈은 자신의 상태창을 살펴봤다.

    [공격력이 30% 증가하였습니다.]

    [방어력이 30% 증가하였습니다.]

    [체력이 30% 증가하였습니다.]

    “그게 바로 리자드맨이 가진 주술의 힘이다. 마족이 욕심낼 만하지 않나?”

    끄덕끄덕.

    “이게 주술이군요.”

    “그들은 증폭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게 힘이든 감정이든 무엇이든 증폭시킨다. 그들이 우리 인간들에 비해 유독 단결력이 강하다고 느낀 적 없었나?”

    “그렇죠. 그들은 형제나 어머니, 친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더군요. 관계를 무척이나 중요시하는 거 같았습니다.”

    “그렇지. 그들의 능력 자체가 그런 감정을 증폭시키는 것이기 때문이야.”

    “아, 그럼 장현님은 그런 능력을 사업에 이용해서 마나 포인트를 얻으려는 거군요.”

    “응?”

    “최후의 전투 때를 대비해 모든 플레이어들을 아이템으로 무장시키고 레벨을 최고치로 찍게 하려면 마나 포인트가 어마어마하게 필요할 테고, 그 마나 포인트를 벌기 위해 지금 사업을 하려는 거잖아요. 안젤라님과 몽슈 성주님과 같이 하기로 한 마스크와 굿즈 제작 사업이요.”

    “그렇지.”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나 포인트를 벌어서 공장을 짓고 다시 마나 포인트를 벌고자 하지만, 그 모든 목적은 이성훈의 말대로 모든 플레이어들을 최고의 아이템으로 무장시키려는 데 있었다.

    “그 제품들에 리자드맨의 증폭 능력을 이용하시려는 거죠?”

    “그렇지. 맞아.”

    마스크에는 에레뜨의 주술진을 새기려고 했지만, 굿즈에 주술진을 새겨 넣는 건 깜빡 잊고 있었다.

    ‘이래서 보조가 필요해.’

    이성훈은 역시 센스가 있었다.

    블랙펑키 멤버들에게 만들어줄 아이템에도 주술진을 새겨 넣는다면, 그들은 그걸 특별히 더 애지중지하게 챙기고 다닐 것이다.

    그건 장현이 확신할 수 있었다.

    어떤 명품도 에레뜨의 주술진을 새긴 아이템만큼 애착을 가지게 할 순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

    그렇다면 마케팅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었다.

    SNS에 스타들이 즐겨 쓰는 아이템들이 노출되자, 그 즉시 품절되는 현상.

    이건 지구에서도 숱하게 보지 않았던가.

    마계의 팬들 반응 역시 비슷할 것이다.

    “자, 이제부터 너와 내가 같이 아이템을 제작할 거야. 난 샘플을 만들 테니, 넌 그걸 헬릭스 성으로 들고 돌아가서 양산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어떤 아이템을 제작할 건가요?”

    “먼저, 나랑 함께 가볼 곳이 있다.”

    “어디죠?”

    “마계의 소비 트렌드를 알 수 있는 곳.”

    장현은 이성훈을 데리고 드림히트 성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장현은 스마트키로 로슈에게 자료실과 도서관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고, 곧 드림히트 성내의 전체적인 지도와 안내 가이드가 함께 전송되어 왔다.

    지도에는 장현이 말한 도서관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성훈이 타고 왔던 자율주행 지네차를 탄 그들은 곧장 이동했다.

    지네차를 탄 두 사람은 빠르게 드림히트 성내를 관통하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다 왔다, 여기야.”

    지네차가 멈춘 곳은 거대한 건물의 입구였다.

    마치 지구의 백화점을 연상시키는 큰 건물이었다.

    “여기는 드림히트 성의 도서관이야. 이곳에서라면 마족들의 소비 트렌드를 알 수 있을 거야.”

    “오호, 그렇군요.”

    이성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장현은 블랙펑키 굿즈를 제작하기에 앞서, 일단은 마족들의 구매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스크는 1회차 때도 만들어본 제품.

    설계도 역시 그의 머리 안에 있기에 재료만 있으면 금방 만들 수 있었다.

    마스크의 대량 생산에 있어서 걸리는 건 반도체.

    마스크용 반도체 수급이 따라줘야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몽슈 백작이 요구한 마스크보다, 안젤라가 요구한 블랙펑키의 아이템들부터 해결하려던 것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드림히트 성까지 퍼지기 전에 끝내야했기에 서둘러야 했다.

    장현은 머리에 전송된 가이드를 활용해서 도서관 자료실의 검색용 패드를 터치했다.

    ‘트렌드를 알려면 통계 수치부터 살펴봐야 겠지.’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장현은 마계 상점의 온라인 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옷을 검색했다.

    연령별, 성별, 직업별로 판매량을 살펴본 그는 특정 제품 유형이 골고루 많이 팔리는 것을 알았다.

    여성 몽마 서큐버스에게 가장 많이 팔린 제품군은 퍼(fur)소재였다.

    마계의 삼두견 가죽은 몽마족의 옷감으로 많이 쓰인다.

    특히 삼두견의 털은 퍼 소재로 많이 쓰인다.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제품에 주로 쓰였는데, 디자인만 잘하면 어떤 종류의 옷에도 잘 어울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영지에 돌아가면 삼두견 사냥을 본격적으로 해야겠군.’

    기회가 되면 직접 퍼 가죽을 대량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옆에서 지켜보던 이성훈이 한마디 했다.

    “다들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유독 이 제품만 더 많이 팔리는군요.”

    그가 말한 것은 장현 역시 보고 있던 제품으로, 마계 상점 온라인 스토어 판매량 1위 제품이었다.

    [마계 지리지 - 롱패딩 두더지 다운]

    -월간 판매량 1위

    -재고 소진. 한정 판매.

    -좋아요 35만.

    -구매후기 ★★★★★

    롱패딩.

    로시가 만들어달라고 했던 아우터의 한 종류다.

    “이것 참, 브랜드가 특이하군요. 마계 지리지라니.”

    “뭐, 이상할 게 있나? 마계 지리를 탐험할 때 입기 알맞은 옷이라는 뜻이겠지. 군사용으로도 잘 어울릴 거 같은데. 2위, 3위 브랜드도 봐봐.”

    장현의 말에 이성훈은 다음 브랜드들을 훑었다.

    [2위. 등반 원정대]

    [3위. 마고니아]

    “등반 원정대는 어떤 의미로 지은 이름인지 알겠는데, 마고니아는 뭘까요?”

    “여기 설명이 있군. 지도에는 없지만 마나와 마기가 풍부해 사냥을 하지 않아도 되는 마계의 낙원과도 같은 곳이라는군.”

    “마계 지리지나 등반 원정대와는 어감이 다르군요. 등반이나 탐험 쪽에만 한정 짓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걸까요?”

    “그럴 수도 있지. 특정 카테고리를 연상하게 하면 다른 스타일의 옷을 파는데 지장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특정 용도로만 입지 않는다면 우리 플레이어들에게도 잘 맞겠어. 전투용 패딩으로도 쓸 수 있으려나.”

    “역시 거기까지 생각하시는군요.”

    “어차피 우리는 여기에서 트렌드를 보려했을 뿐, 가능하면 우리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제품들로 생산해야하니 당연히 고려할 수밖에.”

    장현의 말에 이성훈은 고개를 끄덕이다 1, 2, 3위 브랜드를 보고는 의아한 듯 말했다.

    “2위, 3위 제품과 별로 차이가 나는 것 같진 않은데, 왜 이 제품이 1등을 하고 있는 걸까요? 무슨 비결이 있는 걸까요?”

    “그건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장현은 온라인 스토어의 지난 통계부터 찾아봤다.

    통계를 보니 현재 1위인 마계지리지부터 3위 마고니아까지가 그동안 번갈아가며 1위를 차지했던 흔적이 있었다.

    “어라, 이것 봐라. 최근 1위를 차지한 건 마계지리지가 맞지만, 얼마 전까지는 등반원정대가 1등을 했잖아. 그리고 마고니아가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고.”

    “그렇군요. 이 세 업체가 거의 비슷한가 보군요.”

    “그런 것 같아. 엇비슷한데도 마계지리지 제품이 최근 1위를 한 이유, 이걸 알아내야 해. 분명 최근 달라진 게 있을 거야. 이 통계치에서 눈에 띄는 게 있나?”

    장현은 통계 수치를 바라보며 이성훈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 제품들을 가장 많이 산 구매층들의 연령대가 얼추 비슷하군요.”

    이성훈의 말에 장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기 차트를 보면 1980년대 태생들과 2000년대 초반 태생들에게서 유독 구매율이 높아.”

    “이 세대는 한국에서 MZ세대라고 불리는데, 이곳에서도 비슷한 느낌인 거 같습니다.”

    “MZ세대라고, 그게 뭐지?”

    장현은 낯선 단어에 의문을 가졌다.

    자신도 분명 예전에 꽤나 뉴스를 보고 기사를 읽었지만, MZ세대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어쩌면, 1회차를 사는 동안 지구에서의 일상적인 기억들이 대부분 사라진 탓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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