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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06화 (106/211)
  • 106화. 드림히트 성 (7)

    “자율주행 지네차, 이런 것도 있었습니까?”

    이성훈은 깜짝 놀랐다.

    동시에 자신이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좋은 대우 받는 걸 싫어할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고, 이성훈은 드림히트 성에 도착했다.

    “여어, 이성훈 주무관, 오랜만이야. 잘 왔어.”

    장현이 그를 입구까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장현님. 저를 마중까지 다 나와 주시고, 멀리 달려온 보람이 있군요.”

    이성훈은 자기를 드림히트로 부른 장현에게 불만스런 마음이 있었지만, 그가 마중까지 나와 자기를 기다리고 있자 약간이나마 불만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그는 자신을 소중히 대하고 능력을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장현은 그런 그에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일단 자리를 옮길까? 우릴 기다리는 분들이 있어서 말이야.”

    “네.”

    이성훈은 드림히트 성의 성주이자 고위 마족인 이를 만난다 생각하고 긴장하는 모습을 비췄다.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장현의 귀까지 들렸다.

    긴장한 표정을 보니 웃음이 나왔지만 그럴 만도 했다.

    장현 본인이야 그들과 이미 만나봤고 사업 제안까지 받은 상태였지만, 이성훈은 안젤라 외에는 본 적이 없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돼. 지금껏 경험하고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될 거야.”

    “장현님. 그 말이 더 긴장된다구요. 원래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두렵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장현은 앞장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자신도 1회차와 완전히 달라진 2회차가 두렵다.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은 1회차와는 완전히 달라진 미지의 길.

    ‘어쩔 수 없다. 도전하지 않는 자에게는 성공이 따라오지 않는 법.’

    장현이 긴장한 표정의 이성훈을 데리고 도착한 곳은 드림히트 스튜디오 건물이었다.

    몽슈 백작의 집무실이 있는 공간이 바로 여기였다.

    이성훈은 드림히트 성에 들어오면서부터 눈이 휘둥그레진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헬릭스 성의 삭막한 공간과는 너무나도 다른 번화한 도시였기 때문이다.

    “여긴 엄청 발전한 도시군요. 헬릭스 성과는 너무나도 달라요.”

    “다른 건 그것만이 아니야. 여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도시야. 패션과 문화가 가장 발달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돼.”

    어차피 앞으로 하나씩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테니, 굳이 자세히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

    알아가는 재미를 빼앗고 싶지는 않았다.

    드림히트 스튜디오 성주 집무실 입구에는 아름다운 서큐버스 비서가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보호막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마스크에서 형성된 보호막이 전신을 얇게 덮고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함이었다.

    “저는 몽슈 백작님의 비서 라라입니다. 장현 플레이어님, 성주님께 도착했다고 보고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고 계세요. 옆에 분도 잠시 대기하여주세요.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는 관계로 진단 검사를 위해 검체 추출을 마친 후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어라, 장현님 이게 뭔가요?”

    이성훈은 당황해서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검사를 처음 받아보기에 당황했다.

    그런 그에게 장현이 설명했다.

    “지금 마계에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어. 마족들도 감염되면 모든 힘을 잃고 병들 정도로 무서운 바이러스라고 해. 그래서 지금 드림히트 성에서는 모든 방문자에게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너도 방금 성에 들어왔기 때문에 검사를 받아야 해.”

    “바이러스라면, 그 메르스나 사스 같은 바이러스인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다만, 그것보다 파괴력이 더 크다고 추정돼. 그러고 보니 이곳 마계에서도 예전에 메르스와 사스가 퍼졌었다더라.”

    “허 참, 우리 삶도 기구하군요. 마계까지 와서 바이러스를 걱정해야한다니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야.”

    장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이성훈의 한탄에 공감했다.

    1회차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목숨을 유지했던 사람은 불과 다섯 명이었다.

    최후의 5인. 그 중 나머지 네 명은 살아남았다고 하기 어렵다.

    장현이 회귀한 이후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아마도 살아있으리라고 기대하긴 어렵지만, 어쩌면 이곳에서 마왕을 쓰러트린다면 그쪽 미래 또한 바뀔 것이라 믿고 싶었다.

    한국에서 봤던 많은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도 그러지 않았던가.

    지금 드림히트 성에서 실시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는 장현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었다.

    장현과 몽슈 백작 일행이 홍차를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갈 때였다.

    몽슈 백작은 조금 전 심부름 시켰던 집사 로슈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삐리리리. 삐리리리.

    패드에서 통신 신호가 울리며 곧 화면위로 입체 영상이 나타났다.

    집사 로슈였다.

    “백작님, 지젠과 세놀루션, 바이온 세 곳 다 백작님과 만나 뵙길 원하고 있습니다. 일단 그들이 가능하다고 한 날짜를 보냈습니다. 지금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수고했네, 로슈.”

    패드를 통해 쪽지 같은 작은 메모창이 몽슈 백작 앞에 나타났다.

    메모를 본 몽슈 백작이 중얼거렸다.

    “내일부터 바로 돌아봐야겠군. 세 군데 다 돌려면 당분간 다른 스케줄은 못 잡겠어.”

    “네. 알겠습니다. 세 업체 모두 내일 당장이라도 만나 뵙길 원했습니다.”

    “훗, 어지간히도 급했나보군.”

    “제가 파악하기로 그들은 지금 생산 라인을 확장하고자 하여 막대한 포인트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흠. 생산 라인 확장까지 하는 거면 현재 공장 가동률은 풀이라는 소리겠군. 그리고 앞으로 수요가 더 늘 거라고 예상한 거겠지.”

    “네. 기존 생산직 직원들로는 인력이 모자라서 직원 채용공고까지 냈다고 합니다.”

    “재난안전센터에서 그들에게 요청한 주문량으로는 그 정도까지는 안 될 텐데. 혹시 다른 성들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고 하던가?”

    “네, 백작님 말씀대로입니다. 지금 세 업체 모두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로 어디에서 주문이 들어온 거지?”

    “서부 대륙 대부분 성주들에게서 주문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서부 대륙은 최초 발원지인 마르바스 성이 있는 곳입니다.”

    “역시 그렇군. 수고했다. 내일 지젠, 세놀루션, 바이온 순서대로 찾아가도록 할 테니 준비해놓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성주님.”

    몽슈 백작은 세 업체와 미팅을 진행할 때 검체 추출키트와 검사 진단키트를 우선으로 공급받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라라 비서의 손짓에 따라 이성훈의 입과 코 속으로 하얀 빛이 쏘아져 들어갔다 나왔다.

    빛을 회수한 비서의 손에는 하얗고 얇은 면봉이 들려있었다.

    “검체 추출은 제대로 되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핵산 검체 추출에 이어 검사 진단까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약 10분 후 결과가 나왔다.

    “다행히 이상이 없으십니다.”

    “겁나 빠르네. 그런데 왜 이곳에서 검사를 한 거죠? 장현님을 만나기 전에 해야 하는 거 아니었나요?”

    이성훈의 질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만약 지금 바이러스에 확진이 되었다면 장현은 물론이고 비서까지 모두 감염이 될 수 있었다.

    비서는 웃으며 대답했다.

    “헬릭스 성에서 드림히트 성까지 오는 모든 경로를 이미 보고 받았습니다. 이성훈 플레이어를 이곳으로 데리고 올 때도 방역 수칙과 계획에 따라 철저히 통제했었습니다. 다만 성주님을 뵙기 전에 한 차례 더 검사하여 철저한 방역을 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물론 방금 검사에서 확진자로 판명됐다면 이성훈님뿐만 아니라 장현님을 포함해 오는 동안 접촉한 모든 분들이 격리대상이 되었을 겁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이성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그는 분명 긴장한 상태였음에도 의문점에 대해서는 놓치지 않고 짚고 넘어갔다.

    이것이 장현이 그를 신뢰하는 이유였다.

    라라 비서가 집무실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이성훈은 눈앞에 나타난 몽슈 백작을 보고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이성훈이라고 합니다, 성주님. 드림히트 성으로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

    이성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품위 있게 인사했다.

    몽슈 백작은 이성훈을 찬찬히 훑으며 인사를 건넸다.

    “반갑네. 여기 드림히트 성을 책임지고 있는 몽슈 백작이네. 장현에게 들었네. 자네가 헬릭스 영지에 레스토랑을 만들었다고 하더군. 안젤라가 무척이나 맘에 들었던지 여기서도 자네 레스토랑 칭찬을 하더란 말이지.”

    “감사합니다. 안젤라님 마음에 들었다니 저로서는 영광일 따름입니다. 그런데 저는 레스토랑을 만들었을 뿐 메뉴를 만든 것은 김민우 쉐프입니다.”

    다시금 꾸벅 인사하며 설명하는 이성훈에, 몽슈 백작은 미소를 지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난 인간들의 문화에 관심이 많아. 익히 우리 마족들이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꽤 있는데, 난 딱히 거부감이 들지 않거든. 비슷한데 좀 달라.”

    몽슈 백작은 얘기를 하다 잠시 한 템포를 쉬었다.

    이성훈은 왜 이런 얘기를 장현이 아닌 자신에게 할까 생각했지만 따로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묵묵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몽슈 백작은 잠시 그의 반응을 살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난 거기서 포인트 냄새를 맡았어. 아참, 그러고 보니 인간들과 마족의 공통점이 또 있더군. 바로 마나 포인트를 좋아한다는 거지. 그래서 자네에게 물어봄세. 자네도 그러니까, 마나 포인트를 벌기 원하나?”

    몽슈 백작이 이성훈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성훈은 잠시 생각했다.

    여기서는 마나 포인트라고 불리는 것은 원래 살던 대한민국에서의 돈과 같은 개념이었다.

    그는 돈에 한이 맺혀있었다.

    비록 공무원으로 최소한의 생계는 해결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집을 사기위해 적금을 쪼개 넣고, 뚜벅이 생활을 하며 돈을 모았다.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질 때도 마음대로 쉬지 못했었다.

    야근을 해서 야근 수당을 받았고, 조금이라도 승진을 빨리해서 본봉을 높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수중에 돈이 없었고, 있어도 쓰기가 아까웠다.

    돈은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수단이다.

    돈만 충분히 있었다면 이렇게 살지 않아도 될 텐데. 이런 생각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니었다.

    돈만 있으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싫은 사람 만나지 않고,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며 즐겁게 살 수 있을 텐데.

    수없이 많이 생각을 했지만, 돈을 벌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집을 사려고 돈을 모았지만, 모이는 돈이 늘어나는 것보다 집값이 올라가는 게 훨씬 더 빨랐다.

    이곳 마계에서도 돈은 마나 포인트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다.

    역시나 마나 포인트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고, 아이템도 사고 스킬도 구할 수 있었다.

    ‘여기 마계에서도 돈이 필요하다니. 결국 나의 인생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없는 것인가.’

    어쩌면 대한민국에서보다 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지도 몰랐다.

    마계에서는 계속 목숨을 건 전투가 벌어진다.

    바로 얼마 전에도 영지전을 벌이지 않았던가.

    자신은 빠졌지만 나머지 상위 관리자들은 대공의 박람회 경기에 참가해 또다시 전투를 치렀다.

    생존과 직결되는 능력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나 포인트를 모아야만 했다.

    ‘돈, 마나 포인트. 벌고 싶다. 벌어야 한다.’

    더 이상 이성훈의 머릿속에 왜 이런 얘기를 장현이 아닌 내게 하는가 따위의 생각은 사라졌다.

    그는 몽슈 백작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나 포인트를 벌고 싶습니다. 성주님.”

    몽슈 백작은 득의한 미소를 머금고는 웃었다.

    “하하하, 좋은 생각이네. 그래, 내가 기회를 주지. 장현뿐 아니라 자네에게도 기회를 줄 거야. 능력 있는 자는 그만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이지. 그게 내 철학이고, 내가 사람을 쓰는 방법이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현은 새삼스레 놀랐다.

    ‘아니, 이성훈이 저런 모습을 보일 줄이야.’

    마나 포인트를 벌고 싶다고 외치는 모습이 그에게는 낯설게 다가왔다.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마나 포인트를 벌고자 하는 욕망만큼 그는 더 열심히 일할 테니까.

    맡은 일이 중요해지고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만큼.

    그는 스톡옵션 같은 지분을 얻게 될 것이다.

    장현은 그를 부른 순간부터 생각했었다.

    일을 맡길 때는 성취에 대한 동기부여를 줘야 한다고.

    그런 점에서 몽슈 백작과 자신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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