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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05화 (105/211)
  • 105화. 드림히트 성 (6)

    장현의 말을 들은 몽슈 백작의 눈이 번뜩였다.

    “안젤라가 그 음식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단 말이지. 안젤라, 이번에는 네가 그 음식에 대해서 설명해보려무나.”

    몽슈 백작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돈 냄새를 맡은 것이었다.

    안젤라는 할아버지의 질문에서 촉을 느꼈다.

    그는 지금 사업성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신선했어요. 평소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었거든요. 장현 말대로 달짝지근하고 입 안 가득 풍미가 느껴졌어요. 그건 푸딩이라는 디저트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와인과 같이 마셨는데 디저트와 와인이 또 제법 잘 어울리더라고요. 젊은 고위 마족들에게 인기를 끌 거 같았어요.”

    안젤라는 마지막 말에 포인트를 줬다.

    그 말에 몽슈 백작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렇구나, 안젤라. 나도 무척 호기심이 생기는구나.”

    몽슈 백작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미소를 지은 채 장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레스토랑을 차린 자가 자네 동료라고 했지?”

    “그렇습니다만.”

    아직 영문을 몰랐던 장현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반문했다.

    “자네 직업이 뭐라고 했지?”

    “대장장이입니다. 연금술사라는 직업도 추가되었지만요.”

    “대장장이 그리고 연금술사라. 좋군, 좋아.”

    장현은 대체 뭐가 좋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몽슈 백작이 입을 열었다.

    “자넨 대장장이인가? 아니면 사업가인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질문이 잘못됐군. 지금까지 자네는 대장장이이자 연금술사로 지내왔겠지만, 앞으로는 어쩔 텐가. 자네는 계속해서 근로소득으로 마나 포인트를 버는 대장장이로 남을 텐가, 아니면 타인과 조직이라는 사업체를 활용해 마나 포인트를 버는 사업가로 거듭날 텐가.”

    장현의 눈을 직시하며 물어보는 몽슈 백작의 말에 마리 부인과 안젤라도 마시던 홍차 찻잔을 내려놓으며 장현을 바라봤다.

    그의 대답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전 당연히 대장장이이니…….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장현은 말하다 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것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대장장이로 남을 것인가.’

    지금껏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대장장이라는 직업.

    1회차 때 대장장이 조각이라는 히든 피스를 얻어 자연스레 대장장이가 되었다.

    그가 만든 아이템은 다른 어느 대장장이가 만든 것보다 뛰어난 능력을 자랑했다.

    어느새 장현은 플레이어들 내에서 희소한 포지션을 차지했고, 그 결과 테세리움이라는 신의 금속으로 무기를 만들어 마왕을 쓰러트리라는 임무를 가지고 회귀하게 됐다.

    ‘과연 대장장이로 남아서 마왕을 쓰러트릴 수 있을까.’

    비록 연금술사 조각이 있다고는 하지만, 직업이 무엇인지가 중요하지는 않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규합한 인류 연합 조직.

    그리고 그들에게 전투용 아이템과 식량을 계속해서 배급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마나 포인트.

    과연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오’였다.

    그는 이미 사업체를 꾸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장장이가 아닌 사업가가 되어야겠지.

    먼저 자신이 속한 김덕배 영지부터 시작해서 다른 영지까지 확장해가며 그들을 포섭할 것이다.

    독립전쟁과 최후의 전투에서 그의 뜻대로 군대를 지휘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에게 입을 것과 먹을 것을 제공해줄 수 있어야 했다.

    몽슈 백작의 질문은 장현에게 다시 한번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하게 해줬다.

    그 덕에 그는 분명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저는 사업가가 될 것입니다.”

    장현은 몽슈 백작의 눈을 마주보며 묵직하게 말했다.

    그의 대답을 들은 몽슈 백작은 미소를 머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얀 콧수염이 씰룩이더니 그의 입이 열렸다.

    “그렇게 생각한다니 기쁘군. 사업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내가 자네한테 한 수 가르쳐줄 수 있네만. 혹시 이곳에서 계속 지내면서 내게 사업을 배워보는 건 어떤가.”

    쨍.

    그때 거칠게 내려놓는 찻잔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안젤라의 화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할아버지, 그게 무슨 소리에요? 장현은 우리 성에 소속된 플레이어에요. 저한테 상의도 없이 그러시면 안 되죠.”

    “잘 알고 있다, 안젤라. 그런데 네가 그를 이곳에 데려온 이유가 뭔지를 생각해보렴. 블랙펑키를 모델로 한 굿즈를 출시할 때 그의 능력을 써먹기 위함이 아니더냐.”

    “그건 그렇죠.”

    몽슈 백작의 말에 안젤라는 눈을 가늘게 떠 응시했다. 계속해서 얘기하라는 무언의 표현에 몽슈 백작이 말을 이었다.

    “그가 아이템 제작을 하면서 사업적인 센스를 가진다면, 장차 헬릭스 영지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는데 안 그러냐. 그리고 우리는 마튜브에 영상콘텐츠를 제공하는 워즈웍 스튜디오가 있다는 걸 알잖느냐.”

    “네.”

    “장현은 현재 급격히 떠오른 마튜브 경기 영상 콘텐츠의 주요인물이다. 그가 그 사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영상을 제작할 때 전격적인 협조를 해준다면 우리의 영상 제작 사업에도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 너 역시 헤라로부터 워즈웍 스튜디오의 지분을 상속받았으니 너의 일이기도 하다는 걸 알겠지.”

    그의 말에 안젤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뭔가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일이 흐르는 듯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 몽슈 백작의 말을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몽슈 백작은 예술과 패션의 대명사로 불리는 드림히트 성의 오너이며, 동시에 마계에서 손꼽히는 사업가이다.

    ‘할아버지에게 사업을 배운다면 확실히 장현에게도, 또 헬릭스 성의 사업에도 도움이 될 테지만.’

    그녀는 미간을 꿈틀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를 사업가로 키우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리죠?”

    “그건 지나봐야 알겠지. 단기간에 안 된다는 건 너도 알겠지. 네가 원치 않는다면 나도 굳이 일을 벌이고 싶지는 않다. 네가 키우는 플레이어라 내가 도울게 없나 생각한 거지, 널 곤란케 하려는 건 아니었단다.”

    몽슈 백작은 안젤라에게 자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안젤라는 고민했다.

    몽슈 백작이 굳이 이런 일을 벌이는 이유는 다 자신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물론 헬릭스 성이 아닌 드림히트 성을 이으라는 뜻도 있겠지만.’

    몽슈 백작은 헤라 말고는 혈육이 없었다.

    그 헤라의 유일한 딸인 안젤라만이 지금 몽슈 백작에게 남은 유일한 핏줄이었던 것이다.

    어떻게든 손녀와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고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고 싶은 것이다.

    비록 신인으로 키우는 블랙펑키들의 굿즈를 생산하는 사업을 안젤라에게 맡겼다고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겠지.

    사실 그렇다. 굿즈를 생산하는 일과 전체 사업을 주관하는 일은 성격 자체가 달랐다.

    ‘그럼 나는 헬릭스 성으로 돌아가고, 장현만 여기에 남겨둬야 하는 건가? 아니야. 그렇게 하긴 싫어. 그렇다고 해서 나도 같이 남는다고 하면 아버지는 절대 허락안하시겠지. 설득도 안 될 테고.’

    몽슈 백작의 말대로 장현이 사업가로 성장한다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뛰어난 대장장이면서, 연금술사인데다가, 마나 포인트를 벌 수 있는 사업성까지 생각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더불어 영지 사업에 대한 이해도 역시 뛰어났다.

    안젤라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할 수 없어. 아버지는 어떻게든 설득해 볼 수밖에.’

    그녀는 마음을 정했다.

    “알겠어요. 할아버지. 장현을 사업가로 키워주세요.”

    이렇게 장현의 행보는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결정되었다.

    한편,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행보가 결정된 인물이 또 하나 있었다.

    장현은 김덕배와 시스템으로 통화하던 중 드림히트 성에서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현의 제품을 영지에서 대량생산하도록 하려면 기획 단계부터 꼼꼼히 챙길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영지에서 그 정도의 능력을 갖춘 사람은 사실 한 명뿐이었다.

    “어이, 이성훈 주무관. 오랜만이야.”

    “장현님, 대체 제가 왜 거기에 가야하는 거죠? 그동안 다른 분들 안 계실 때 저 혼자서 영지를 돌보느라 얼마나 힘들었다고요. 이제 다른 분들 오셔서 좀 쉴 수 있겠구나 했는데, 이번엔 또 드림히트 성으로의 차출이라니요.”

    이성훈은 헬릭스 성에 도착한 김덕배로부터 대뜸 드림히트 성으로 가라는 말을 듣고는 기겁했다.

    결국 그를 원한 사람이 장현이었기에, 그에게 연락해 하소연한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일을 적당히 하는 건데. 어딜 가나 일복이 터지는구나.’

    이성훈은 그냥 영지에서 하던 일이나 계속하길 원했다. 새로운 일에 동원되는 건 정말이지 싫었다.

    장현으로서는 찔끔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준비해둔 답을 꺼냈다.

    “이성훈 주무관한테는 아직 얘기하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곧 큰일이 일어날 거야. 영지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일들이 말이야.”

    “대체 그게 무슨 일이죠?”

    “그 얘길 해줄 테니 이쪽으로 와. 이미 다른 관리자급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어. 시스템 통화로 하기 어려운 말이야.”

    “하아. 알겠습니다.”

    이성훈은 더 이상 거부할 방법이 없다고 여겼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뿐이야. 바로 스킬과 아이템을 얻고 레벨을 올려 강해지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마나 포인트가 필요해. 우리 관리자급 사람들만이 아닌, 모든 영지민이 강해지게 하려면 아주 많은 마나 포인트가 필요해. 그래서 이성훈 주무관을 부른 거야. 그러니 너무 상심하지 마.”

    “네?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너무나도 진지한 장현의 말에, 이성훈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장현이 그동안 구상한 사업에 대해서는 김덕배에게만 얘기를 했으니.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사업을 벌일 생각이다. 그것도 우리 영지의 플레이어들뿐 아니라 다른 영지의 플레이어들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을 말이야.”

    장현은 평온하게 말했으나 내용은 간단치 않았다.

    “네, 사업이요?”

    당장 그 말을 들은 이성훈이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반문했다.

    ‘지금 이양반이 뭐라는 거지? 사업? 목숨 걸고 전투를 치렀다고 하더니 돌아버렸나. 여기가 무슨 대한민국인줄 아는 거 아니야?’

    이성훈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을 눈치 챘는지 장현은 곧장 이어서 설명했다.

    “안젤라 소성주가 내게 드림히트 성에서 추진할 사업의 총괄 역할을 맡겼어. 난 여기서 제작하고 참여할 사업 아이템을 영지에서도 본격적으로 추진해보려고 해.”

    “허, 사업 얘기를 농담으로 꺼낸 게 아니었군요?”

    “농담이라니,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이나.”

    이성훈의 말에 장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죄송합니다. 장현님. 하하하”

    “자세한 얘길 들으면 뒤로 넘어가겠군 그래. 여기서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같이 할 거야. 마계의 신인 아이돌을 모델로 쓰는 굿즈들을 만들 거거든. 그리고 그걸 대량 생산하고 공급하는 건 우리 영지에서 하게 될 거야. 앞으로 그 일이 우리의 먹거리라는 걸 기억해둬. 마음 단단히 먹고 오란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이성훈은 대답을 하긴 했지만 한동안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헬릭스 성의 지네차를 타고 오도록 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알겠습니다. 가서 뵐게요.”

    통화하기 전보다 더 머리가 아파오는 기분이었다.

    할 수 없었다. 일단 최고 실세가 까라고 하면 깔 수밖에.

    그렇게 장현과 통화를 마친 직후, 이성훈은 헬릭스 성의 지네차를 탔다.

    안젤라가 미리 헬릭스와 로메드에게 얘기를 했는지 지네차를 빌리는 데는 아무문제 없었다.

    지네차는 그냥 지네차가 아닌 자율주행 지네차였다.

    “이건 최신 자율주행 지네차네. 우리 성에도 한 대밖에 없는 거지만 자네의 안전을 위해 특별히 성주님께서 허가하셨네. 따로 운전할 필요도 없고 알아서 몬스터나 위험지역을 피해 드림히트 성으로 갈 거야. 일주일쯤 마계의 경치나 구경하면서 쉬도록 하게. 그럼 어느새 도착해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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